태헌은 조사 업체에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윤해원의 채권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언제 어디로 넘어가는지.답은 이틀 만에 왔다.해원의 보증채권은 아직 원래 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가지고 있었다. 회수를 포기한 다른 부실채권들과 함께 묶음으로 매각될 예정이었다. 입찰은 다음 달 초. 어느 회사가 가져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보고서 끝에는 짧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매각 후 새 채권자는 독촉 및 법적 회수 절차 즉시 진행 가능.태헌은 그 문장을 오래 봤다.채권 매입 회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잘 알았다. 싸게 사서, 받아낼 수 있는 만큼 받아낸다. 독촉을 시작하고, 지급명령과 압류 절차를 밟고, 결국 급여나 계좌까지 건드릴 수 있었다. 이런 묶음 채권을 사는 회사들은 대부분 그렇게 했다. 그게 그 회사들의 일이었다.모르는 회사의 누군가가 해원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들고 그녀에게 돈을 갚으라고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기한을 정하고, 독촉하고, 그녀의 월급과 집에 손을 대는 장면.싫었다.이유를 따져보면 이상한 감정이었다. 해원을 직접 본 건 한 번뿐이었다. 그것도 그녀는 그를 하객 한 명으로 지나쳤다. 말이라고는 식사는 이층이라는 안내 한 마디를 들은 게 전부였다. 그런 여자의 채권을 누가 가져가든 태헌이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아버지가 만나는 여자의 딸이었다. 이대로 가면 동생이 될 여자였다. 손대면 안 되는 이유로는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예식장 비상계단에서 느꼈던 게 무엇인지 태헌은 이제 정확히 알았다.해원이 아버지가 만나는 여자의 딸이라는 사실은 그의 관심을 꺾지 않았다. 반대였다. 언젠가 가족들 앞에서 동생이라고 불러야 할 여자, 손대면 안 되는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더 원했다.태헌은 그 욕망이 비뚤어졌다는 것도 알았다.
Last Updated : 2026-10-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