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은 한동안 창밖만 보고 있었다. 주차장 천장의 형광등 하나가 깜빡였다가 다시 켜졌다. 해원은 그 불빛이 몇 번 흔들리는 동안 엄마가 무언가를 차례대로 세고 있다는 걸 느꼈다. 상견례, 결혼 준비, 결혼식, 그리고 그 뒤의 날들."그럼 그때부터야?""…….""상견례 때부터 둘이 그런 사이였냐고."해원은 고개를 저었다가 멈췄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때 이미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같은 관계였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이었다. 해원이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었다 닫는 사이, 수경이 먼저 다음 말을 꺼냈다."그럼 내가 결혼했을 땐……."수경은 그 문장을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가, 이번에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내가 명우 씨랑 결혼한 뒤에도 계속 만났어?"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엄마를 봤다. 부정하려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엄마 얼굴을 보고 있으니 아니라는 말이 목에서 올라오지 않았다.수경이 눈을 감았다.해원은 엄마가 무엇을 떠올리는지 다 알지는 못했다. 그래도 짐작할 수 있는 날이 하나 있었다. 수경이 가장 많이 웃었던 날. 딸과 새 아들이 될 사람을 나란히 두고, 이제 정말 가족이 됐다고 믿었던 날.그날 해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엄마의 웃는 얼굴을 봤다. 그리고 그 전날 밤과 그다음 날들을, 엄마는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 미안해."말이 나왔지만 너무 작았다. 수경은 눈을 뜨지 않았다. 해원은 그 말이 아무것도 덮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 더 말했다."미안해."수경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해원을 보지는 않았다. 운전대 가운데 로고 언저리를 보며, 무언가 붙잡을 곳을 찾는 사람처럼 물었다.
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