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해원은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출근하고, 신부 어머니의 네 번째 컨셉 변경을 받아내고, 퇴근해서 호텔로 갔다. 태헌과 저녁을 먹고, 같이 잤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 '예전'이라는 말은 이틀 내내 머릿속 한쪽에 걸려 있었다. 목요일 밤, 해원은 침대 끝에 앉아 다음 날 입을 블라우스 단추를 채워 옷걸이에 걸고 있었다. 태헌은 소파에서 노트북을 덮는 중이었다. 해원은 옷걸이를 옷장에 넣고 돌아섰다. "저 계약 전에 본 적 있죠?" 태헌이 고개를 들었다. 해원은 그 얼굴을 봤다. 놀란 기색은 없었다. 언젠가 이 질문이 올 줄 알았던 얼굴이었다. "응." 부정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해원을 더 가라앉게 했다. "언제요?" "세빈호텔. 거래처 결혼식." 해원은 잠깐 기억을 더듬었다. 세빈호텔 그랜드볼룸이라면 라비엘이 자주 맡는 곳이었다. 일 년에 몇 번씩 갔다. 그중 어느 날인지 해원은 알 수 없었다. "음향 끊겼던 날." 태헌이 덧붙였다. 그제야 기억났다. 신부 입장 음악이 끊겨서 음향실로 걸어가던 날. 선배가 자기가 가겠다는 걸 해원이 가져갔던 날. 그날 하객석에 누가 있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저는 본부장님 못 봤는데요." "봤어. 너는 나를 못 본 거고." 해원은 그 말을 한동안 곱씹었다. 자기에게 태헌을 처음 만난 날은 계약하던 날이었다. 집무실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던 남자. 그게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태헌에게는
Last Updated : 2026-10-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