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이 마지막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처음부터 짐은 많지 않았다.옷 몇 벌과 노트북, 자주 쓰는 화장품, 책 몇 권.결혼식까지만 있을 생각이었으니 필요한 것만 가져왔었다.그런데 전부 상자 안에 들어가고 나니 방이 생각보다 빨리 비었다.해원은 열어둔 서랍을 하나씩 확인했다.없었다.옷장도 마찬가지였다.뒤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돌아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태헌이었다.문 앞에 선 채 방 안을 훑어봤다.“다 챙겼어?”“네.”태헌의 눈이 벽 쪽 상자로 갔다.“빠진 건?”“없습니다.”“확실해?”해원이 옷장 문을 닫았다.“세 번 확인했습니다.”“그럼 없겠네.”태헌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해원도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다.며칠 전에는 저 상자들이 보기 싫다며 발로 밀던 사람이었다.오늘은 조용했다.해원이 가방을 들었다.“갈게요.”“응.”그게 전부였다.잡지도 않았고, 언제 다시 올 거냐고 묻지도 않았다.해원은 문 쪽으로 걸어갔다.태헌이 옆으로 비켜섰다.가까이 스쳐 지나갔다.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집에 도착하고 나니 할 일이 많았다.먼저 창문부터 열었다.상자를 거실 가운데 내려놓고 세탁기를 돌렸다. 냉장고 안에 오래된 건 버리고, 남은 물병을 앞으로 당겨놨다.침실로 가져간 상자에서는 옷부터 꺼냈다.옷걸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