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까지 28일. 본관 응접실 한쪽 벽이 비워져 있었다.평소 놓여 있던 콘솔과 장식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그 자리에는 촬영용 조명과 흰색 배경이 설치돼 있었다. 바닥에는 네 사람이 설 위치를 표시한 작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본식 전에 찍어두기로 한 가족사진이었다.해원은 응접실로 들어서자마자 창가에 세워둔 꽃 장식을 보았다. 조명에 가려 꽃병의 한쪽이 어둡게 보였다.그쪽으로 다가가려는데 촬영 진행표를 확인하던 홍보실 직원이 먼저 해원을 불렀다.“윤 총괄님.”해원이 걸음을 멈췄다.“꽃 위치를 조금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그건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직원이 바닥에 붙은 표시를 가리켰다.“오늘은 이쪽이 아니라 가족분 자리로 가시면 됩니다.”해원은 바닥의 테이프를 내려다보았다.결혼식과 관련된 자리에 올 때마다 해원이 서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신부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진행 인력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자리,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자리였다.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하는 쪽이었다.오늘은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야 했다.“해원아.”수경이 다가와 해원의 옷깃을 정리했다. 어깨에 내려앉은 머리카락도 손으로 가볍게 쓸어 넘겼다.“오늘은 일하지 말고 사진만 찍어.”“엄마, 저것만 조금 옮기면—”“사람이 몇 명인데 네가 그것까지 해.”수경은 해원의 몸을 촬영 표시 쪽으로 돌려놓았다.“오늘은 내 딸로 온 거잖아.”해원은 더 말하지 않았다.촬영 보조가 명우와 수경의 위치를 확인하는 동안, 홍보실 직원은 탁자 위에 가족 프로필 카드를 내려놓았다. 사진과 함께 보관할 이름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였다.맨 위에는 차명우의 이름이 있었다. 그 아래로 한수경, 차태헌, 윤해원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해원은 자신의 카드를 잠깐 내려다보았다.이름과 생년, 라비엘 프라이빗 재직 정보 아래로 가족관계가 이어졌다. 부친 항목에는 아버지 회사의 법인명과 폐업 연도까지 적혀 있었다.촬영 자료에
Last Updated : 2026-09-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