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태헌이 질문의 뜻을 이해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혜주와 결혼하지 않는다는 말로 부족해?”부족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태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한 것도 욕심이었다. 그 빈자리에 자신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그보다 더 큰 욕심이었다.그래도 해원은 거짓말하지 않았다.“네.”태헌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욕심이 많아졌네.”해원의 얼굴이 뜨거워졌다.“죄송합니다.”“사과하라는 말 아니야.”태헌이 한 걸음 가까이 왔다.“너는 내 거잖아.”해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듣고 싶었던 말이었다.그 한마디면 충분했던 때도 있었다. 태헌이 자신을 소유물로 인정해 주지 않았던 밤에는, 다시 그의 것이 되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지금도 그 말이 싫지 않았다.가슴을 조이던 것이 잠깐 풀렸다.하지만 오늘 태헌의 옆에 앉아 있던 혜주를 떠올리자, 그 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다시 선명해졌다.“그건 계약서에도 적혀 있습니다.”태헌의 표정이 굳었다.“계약서에 없는 답을 달라는 거야?”해원은 입술을 다물었다.말로 확인하고 나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지 더 분명해졌다.태헌의 소유물이 되겠다고 계약한 것은 자신이었다. 빚이 사라지는 대가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계약서 어디에도 마음을 달라는 조항은 없었다.“네.”그래도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태헌이 낮게 물었다.“뭘로 있고 싶은데.”“모르겠습니다.”“그런데 답은 달라고?”“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해원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하지만 지금 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싶습니다.”“내 거라고 했잖아.”“낮에는 동생입니다.”태헌의 눈빛이 달라졌다.“가족들 앞에서는 오빠의 동생이고, 이 방에서는 주인님의 소유물입니다.”“둘 다 사실이잖아.”“네.”해원은 망설이지 않았다.“주인님의 것인 게 싫다는 뜻도 아닙니다.”그 말만은 오해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명령을 기다리는 것도, 그 명령에 따르
Last Updated : 2026-09-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