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다은이 사진을 슬쩍 보고 눈을 크게 떴다.“누구예요?”“뉴욕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요.”다은이 사진과 이재를 번갈아 봤다.“신기해요.”“뭐가요?”“외국인 친구들 있는 거요. 뭔가…… 부러워요.”이재가 웃었다.“같이 일하다 보면 안 친해질 수가 없어요.”특히 야간 근무와 진상 고객까지 몇 번 함께 겪고 나면 더 그랬다. 사진 속 세 사람은 이재가 떠나기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퇴근 직전 같이 욕하고, 쉬는 날이면 별 목적도 없이 차를 몰고 나가던 얼굴들.십 년 동안 미국에 있었으니 그곳에도 당연히 자신의 생활이 있었다. 다시 메시지가 올라왔다.[Come visit before we forget your face.] (우리 네 얼굴 까먹기 전에 놀러 와.)이재는 잠깐 화면을 보다가 답했다.[Miss you guys.] (다들 보고 싶어.)하트가 하나. 우는 얼굴이 둘. 욕이 하나.클로이의 애정 표현은 여전히 조금 거칠었다.“친구분들 보고 싶으시겠어요.”다은의 말에 이재가 사진을 한 번 더 바라봤다.“응. 보고 싶네요.”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다. 그곳에서의 십 년이 싫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평온했고, 익숙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캐묻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편하기까지 했다.다만 한국에 돌아와 며칠을 보내고 나니 알 것 같았다. 미국은 잘 만들어놓은 생활이었고, 한국은 좋든 싫든 자신의 삶이 시작된 곳이었다. 도망치듯 떠났으니, 한 번쯤은 제 발로 돌아와 살아보고 싶었다.***점심 무렵, 회의실에서 나온 이재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속도를 조금 늦췄다. 그중 자신의 아버지 윤정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윤정호는 아주 잠깐 딸을 바라보더니 고개만 가볍게 까딱했다. 딱 회사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할 법한 인사였다. 이재도 얌전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스쳐 지나갔다.조금 웃긴 건 아버지의 입매가 평소보다 살짝
Last Updated : 2026-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