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기사단장 베른이 이끄는 로제 공작가의 실버 앙상블 기사단이 성채에 도착했습니다." 근위대장 녹스가 카시안의 귓가에 조용히 다가와 보고했다. 카시안의 입가에 서늘한 호선이 그려졌다. 손가락 끝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지그시 문지르는 그의 전신에서, 참아왔던 흉포한 기대감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셨군." 그때였다. 연회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황실 근위병들의 나팔 소리가 성채 전체를 울렸다. 경쾌하게 퍼져나가는 나팔 소리와 함께,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육중한 은빛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가를 향해 쏠렸다. 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장한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 들어오는 한 여인이었다. "하아..." 연회장 곳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곳에 서 있는 여인은, 귀족들이 기억하던 무력하고 위축되어 있던 아리아 로제가 아니었다. 아리아는 밤하늘의 칠흑과도 같은 딥 블루 비단 위에, 은실로 섬세하게 고대 루나의 문양이 수놓아진 최고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장식은 과하지 않았으나, 단정하게 올려 묶은 찬란한 은발 사이로 흘러내리는 라벤더 빛 오라가 그녀의 온몸을 고결하게 감싸고 있었다. 단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걸이마다 완벽한 기품과 절제된 위엄이 번져 나왔다. 그것은 귀족의 우아함을 넘어선, 이 제국의 정점에 서 있는 지배자만의
Last Updated : 2026-09-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