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로 돌아가는 황실 마차 안은, 남부 광산으로 갈 때보다 더 팽팽하고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리아는 카시안과 마주 보고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마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제 가슴 중앙에 손을 얹었다. 저주의 마인이 소멸된 자리에는, 이제 어머니의 월광 성석에서 얻은 고대 루나의 신성이 충만하게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가문의 비밀 장부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가일 백작을 단죄하면서 확보한 남부 무역권의 불법 거래 내역들. 그것은 원로원 의장 발타자르가 오랜 시간 동안 제국 남부의 경제를 독점하고, 그 자금으로 고대 흑마법 세력과 결탁하여 반란을 꾀해왔던 결정적인 증거였다. '발타자르... 너는 전생에서 나를 지하 감옥으로 몰아넣고, 내 가문을 집어삼켜 카시안의 황위를 뺏으려 했었지.' 아리아의 자색 눈동자가 차가운 은빛으로 번뜩였다.전생의 비극 뒤에 숨겨진 진실을 완벽하게 파악한 지금, 그녀는 더 이상 카시안의 도움을 애걸하던 무력한 영애가 아니었다. 그녀는 제 손으로 제국 최고 권력자의 목을 베고, 가문의 영광을 완벽하게 되찾을 여왕이었다. 카시안은 그런 아리아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아리아를 향한 미칠 듯한 집착과, 이전에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뼈저린 후회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성역 안에서 그녀의 영혼 주변에 서려 있던 지독한 흑마법 저주의 징후. 그것이 자신의 혈육인 발타자르의 짓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카시안은 제 손으로 발타자르의 뼈마디 하나하나를 으깨어버리고 싶은 흉포한 충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