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석 통지서를 받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네. 무고죄와 서류 위조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는 처지에 남의 결혼식장에서 소리를 지를 여유가 있니?" "뭐, 뭐라고?" "네 아버지와 네 어머니가 만든 추악한 비리 장부 때문에 강산건설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똑똑히 봐. 날 짓밟으려 했던 너희의 그 비열한 수작이, 결국 너희 목을 베어버린 칼날이 되었으니까." 이현의 일갈에 이선희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유라는 입술을 깨물며 떨리는 주먹을 쥐었다.평생 제 발밑에서 눈치나 보던 사생아가, 이제는 거대한 재벌가의 여주인이 되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갈 시간입니다. 하객들이 기다립니다." 도혁의 비서실장이 대기실 문을 열며 차분하게 고했다. 이현은 유라 일가를 지나쳐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녀의 당당한 걸음걸이에는 단 한 치의 두려움도 없었다. 결혼식장의 웅장한 버진 로드 끝, 검은 턱시도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차도혁이 서 있었다. 서늘하고 압도적인 자태. 그의 짙은 눈동자는 천천히 다가오는 이현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여인. 도혁의 가슴속에서 억눌려 있던 폭력적인 정복욕과 칠흑 같은 집착이 일렁였다. 이현이 단상 위에 올라서자,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아름답군, 내 신부." 도혁이
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