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시선이 아늑한 서재의 불빛 아래서 부딪혔다. 더 이상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운 적대자가 아니었다. 완벽한 신뢰와 깊은 감정으로 얽혀가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공조자들의 시선이었다.---다음 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 제417호.대한민국 언론의 모든 취재진과 카메라가 법정 안팎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 한성그룹 회장단, 그리고 거대 로펌 '태산'의 최고위 변호사들이 피고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재판장이 법복을 정돈하며 법정에 들어섰다."2026가합 109281 한성그룹 불법 폐수 방류 및 손해배상 청구 사건, 정식 첫 변론 진행하겠습니다. 원고 대리인 출석하셨습니까?"원고 대리인 석에서, 이현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딥 네이비 수트를 입은 그녀의 곧은 자태와, 가슴 위에서 차갑게 빛나는 은색 변호사 뱃지. 그리고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청명하고 강렬한 눈빛."원고들 대리인, 변호사 강이현 출석했습니다."이현의 낮고 명확한 음성이 정숙한 대법정을 울렸다.피고 측 석에 앉아 있던 전직 검찰총장 출신의 대표 변호사가 오만한 표정으로 일어서며 반박했다."재판장님! 원고 측 대리인은 이제 막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신참 변호사입니다. 본 사건은 한성그룹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일부 언론과 소상공인들이 결탁한 무분별한 억측에 불과하며, 원고 측은 피고의 고의성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단 하나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거대 법조 카르텔의 오만한 도발에 법정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현의 입가에는 싸늘하고 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이현은 가방에서 정갈하게 정리된 두꺼운 디지털 포렌식 분석 보고서와 금융 거래 내역 서류를 꺼내 재판부를 향해 내밀었다."증거가 없다고 하셨습니까?"이현의 단호한 목소리가 법정의 소음을 단숨에 제압했다."입증 취지 제1호증 내지 제15호증. 피고 한성그룹이 지난 5년간 환경 오염 물질을 은밀히 방류하기 위해 설립했던 해외 유령 법인의 자금 세탁 내역과, 담
Last Updated : 2026-10-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