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Chapter 81 - Chapter 90

185 Chapters

<81화: 오늘은 내가 이길 거예요>

바다 여행을 다녀온 지 열흘쯤 지났을 때였다.토요일 새벽.강단태는 현관 앞에 놓인 아이스박스를 보다가 윤하늘을 돌아봤다.“이거까지 가져갑니까?”하늘은 낚싯대 가방을 챙기며 대답했다.“당연하죠.”“저번에는 이렇게까지 안 가져갔잖아요.”“오늘은 제대로 할 거니까.”단태가 아이스박스를 들어봤다.“빈 건데도 무거운데요.”“물고기 채워오면 더 무거워지겠죠.”“자신 있습니까?”하늘이 운동화를 신다가 고개를 들었다.“저번에 누가 다섯 마리 잡았죠?”단태가 입을 다물었다.“누가 두 마리 잡았더라.”“그 이야기는 언제까지 할 겁니까?”“단태가 나보다 많이 잡을 때까지.”“오늘 끝나겠네요.”하늘이 피식 웃었다.“자신 있어요?”“이번에는 공부했습니다.”“뭘 공부해.”“어종도 보고, 채비도 보고.”하늘이 낚싯대 가방을 단태에게 건넸다.“낚시는 공부했다고 잡히는 게 아니에요.”“그 말 기억하세요.”“왜.”“오늘 제가 이기면 그대로 돌려드릴 거니까.”하늘이 현관문을 열었다.“일단 두 마리부터 넘고 말해요.”이번에 고른 곳은 방파제였다.날이 밝아오기 시작할 무렵 도착하자 바닷바람이 생각보다 차가웠다.하늘은 모자를 눌러쓰고 바다를 바라봤다.“좋다.”단태가 짐을 내려놓았다.“오늘 목표는?”“나는 우럭.”“왜 우럭입니까?”“그냥 잡고 싶어서.”하늘이 단태를 봤다.“단태는?”“큰 거.”“무슨 물고기.”“큰 거면 됩니다.”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무슨 목표야.”“도다리도 좋고, 우럭도 좋고.”“도다리는 바닥 제대로 노려야 돼요.”“압니다.”“진짜 공부했네?”“그렇다니까요.”하늘은 쪼그려 앉아 채비를 확인했다.바늘.봉돌.미끼.단태도 옆에서 자기 낚싯대를 준비했다.그런데.몇 분 지나지 않아 하늘의 시선이 옆으로 갔다.“잠깐.”“왜요?”“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맞는데요.”“줄 봐요.”단태가 자기 낚싯줄을 봤다.엉켜 있었다.“…….”하늘이 웃음을 참았다.“공부했다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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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둘이 사는 집의 온도>

배낚시 약속을 잡은 건 좋았다.문제는 그다음 날이었다.윤하늘은 아침부터 거실 바닥에 앉아 낚시용품을 정리하고 있었다.강단태가 방에서 나오다가 멈췄다.“이게 다 뭡니까?”“낚시용품.”“그건 압니다.”단태가 바닥을 봤다.낚싯줄.바늘.봉돌.장갑.작은 수건.각종 채비가 든 케이스.거기에 전날 말려둔 낚싯대까지 있었다.“왜 거실 한가운데 있냐는 겁니다.”하늘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정리 중이니까.”“어제부터?”“응.”단태는 잠시 말이 없었다.하늘이 고개를 들었다.“왜.”“하늘 씨.”“응.”“이거 언제 치울 겁니까?”하늘의 눈이 가늘어졌다.“지금 잔소리예요?”“질문입니다.”“표정은 잔소리인데.”단태가 웃었다.“같이 사니까 물어보는 겁니다.”하늘은 주변을 둘러봤다.확실히 많기는 했다.“오늘.”“확실합니까?”“강단태.”“알겠습니다.”단태가 주방으로 향했다.하늘은 그 뒷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같이 살더니 잔소리 늘었어.”단태가 바로 대답했다.“컵도 늘었습니다.”하늘이 자기 옆을 봤다.컵이 두 개 있었다.“……이건 물이랑 커피라서 다른 거예요.”“컵은 컵입니다.”“아침부터 시끄럽네.”“오늘은 아무것도 안 떨어뜨렸습니다.”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오후.하늘은 낚시용품을 전부 정리했다.대신 문제가 하나 생겼다.둘이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생각보다 수납공간이 빠르게 차고 있었다.하늘은 붙박이장을 열어봤다.“이상하네.”뒤에서 단태가 물었다.“뭐가요?”“왜 벌써 꽉 찼지?”단태가 안을 봤다.절반 이상이 하늘의 옷이었다.단태가 조용히 말했다.“이유가 보이는데요.”“뭐가.”“옷.”“옷이 왜.”“많습니다.”하늘이 단태 쪽을 봤다.“단태 옷도 있잖아요.”“여기 한 칸.”“…….”“저기 두 칸.”“…….”“끝.”하늘은 옷장을 다시 봤다.정말이었다.“그래도 내가 여자니까.”“그건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그럼 말하지 마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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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배 위에서 잡은 것>

배낚시를 가기로 한 토요일.알람은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울렸다.윤하늘은 눈을 뜨자마자 후회했다.“……미쳤어.”옆에서 강단태가 몸을 일으켰다.“일어났습니까?”“안 일어났어요.”“말하고 있는데요.”“자는 중이에요.”하늘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단태가 웃었다.“누가 배낚시 가자고 했죠?”“단태.”“처음 말한 건 접니다.”“그럼 혼자 가요.”“알겠습니다.”단태가 정말 침대에서 내려갔다.하늘이 이불을 내렸다.“진짜 혼자 가려고?”“가라면서요.”“잡아야지.”“뭘요?”“나를.”단태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일어나요.”하늘은 단태가 내민 손을 잡았다.“오늘 내가 더 많이 잡으면.”“네.”“앞으로 낚시 실력 가지고 덤비지 마요.”“제가 더 많이 잡으면?”하늘은 잠시 생각했다.“그건 잡고 말해요.”“불공평한데.”“원래 승자는 여유로운 거예요.”“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어두웠다.바람은 차가웠고.멀리 배들의 불빛만 보였다.하늘은 구명조끼를 단단히 착용했다.단태도 옆에서 장비를 확인했다.하늘이 물었다.“멀미약 먹었죠?”“네.”“언제?”“출발 전에.”“좋아요.”단태가 하늘을 봤다.“하늘 씨는?”“먹었죠.”“자신 있다더니.”“멀미랑 낚시 실력은 상관없어요.”배에 오르기 전.하늘은 선장에게 오늘 주로 어떤 어종을 노리는지 다시 확인했다.우럭과 광어 위주.상황이 맞으면 다른 바닥 어종도 볼 수 있다고 했다.하늘의 눈이 반짝였다.“우럭.”단태가 옆에서 말했다.“저는 광어.”“지난번에 잡았잖아요.”“더 큰 걸로.”“욕심 많네.”“하늘 씨 이기는 게 목표라서.”하늘이 피식 웃었다.“오늘 후회하게 해줄게요.”배가 항구를 빠져나갔다.처음에는 하늘도 신이 났다.차가운 바닷바람.어두운 수평선.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육지가 멀어질수록 바다는 넓어졌다.하늘은 휴대전화를 꺼냈다.“단태.”“네.”“저기 봐요.”단태가 바다 쪽을 보는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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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오늘 바다는 종합선물세트>

지난 배낚시가 네 마리 대 네 마리.무승부로 끝난 뒤.윤하늘과 강단태 사이에는 이상한 경쟁심이 생겼다.그리고 두 주 뒤.둘은 또 바다에 있었다.이번에는 처음부터 목표가 달랐다.한 어종만 노리는 낚시가 아니라.그날 상황에 따라 여러 어종을 만나볼 수 있는 종일 배낚시였다.항구에 도착한 하늘은 배에 붙은 안내를 확인하고 눈을 반짝였다.“오늘 재밌겠다.”단태가 아이스박스를 들고 물었다.“뭐가 그렇게 좋습니까?”“오늘 포인트 여러 군데 옮긴대요.”“그래서요?”“수심이랑 바닥이 달라지면 올라오는 애들도 달라질 수 있잖아요.”단태가 잠시 생각했다.“그러니까 많이 잡을 수 있다는 겁니까?”“종류가 다양할 수 있다고.”“결국 많이 잡는 거 아닙니까?”“그것만 생각하지 말고.”하늘이 구명조끼를 입었다.“오늘은 어떤 애들 나오는지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단태도 구명조끼를 착용했다.“저는 참돔.”하늘이 웃었다.“아직도 참돔 포기 안 했어요?”“목표가 있어야 한다면서요.”“잡히면 인정.”“하늘 씨는?”하늘은 잠시 고민했다.“나는 우럭 큰 거.”“지난번에도 우럭이었잖아요.”“좋아하니까.”“그럼 오늘도 경쟁?”“당연하지.”“기준은?”하늘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마릿수.”“네.”“크기.”“네.”“종류.”단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왜 갑자기 세 개입니까?”“오늘 여러 종류 잡힐 수 있다며.”“본인한테 유리하게 만든 거 아닙니까?”하늘이 씩 웃었다.“싫으면 이겨요.”첫 포인트는 암초가 섞인 바닥이었다.배가 멈추자 사람들이 차례로 채비를 내렸다.하늘도 봉돌을 바닥까지 내렸다.툭.바닥을 찍는 감각.조금 들었다가.다시 내렸다.단태가 옆에서 물었다.“여기서는 뭐 나옵니까?”“우럭 기대해볼 만하죠.”“또 우럭.”“쥐노래미도 나올 수 있고.”“지난번에 잡았던 노래미?”“응. 우리가 보통 낚시하면서 노래미라고 부르는 애들 중에 쥐노래미도 많아요.”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구별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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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참돔을 기다리는 사람>

다음 낚시 날짜를 정한 건 강단태였다.이번에는 윤하늘이 아니라.단태가 먼저 달력을 펼쳤다.“이날 어떻습니까?”하늘은 날짜를 확인했다.“토요일?”“네.”“또 낚시 가게요?”“네.”대답이 너무 단호했다.하늘이 웃었다.“이제 내가 안 가도 혼자 가겠는데?”“그건 아닙니다.”“왜.”“아직 혼자서는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아직?”“나중에는 모릅니다.”하늘이 눈을 가늘게 떴다.“많이 컸네.”단태가 휴대전화를 보여줬다.“이번에는 참돔 나오는 포인트로 알아봤습니다.”하늘의 눈이 커졌다.“진짜 참돔 잡으려고?”“지난번에 하늘 씨가 잡았잖아요.”“그게 그렇게 억울했어요?”“많이.”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지난 낚시에서.단태가 처음부터 목표로 잡았던 참돔을 하늘이 먼저 낚았다.그 뒤로도 단태는 계속 말했다.다음에는 자기가 잡겠다고.“좋아요.”하늘이 말했다.“이번에는 참돔 승부.”“하늘 씨도 참돔?”“아니.”“그럼?”하늘은 잠시 고민했다.“나는 다른 거.”“무슨 어종.”“그건 가서 정할래요.”“또 이기기 쉬운 쪽으로 바꾸려고.”“싫으면 단태도 자유롭게 잡아요.”단태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참돔입니다.”토요일 새벽.항구는 아직 어두웠다.하늘은 배에 오르기 전에 오늘 사용할 채비를 확인했다.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여러 종류를 마구 노리는 것보다.참돔을 노릴 수 있는 포인트가 포함된 출조였다.단태가 미끼를 보다가 물었다.“오늘 진짜 가능성 있습니까?”“낚시에 진짜가 어디 있어요.”“없습니까?”“포인트에 참돔이 있어도 우리 미끼 안 물면 끝이지.”단태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하늘이 웃었다.“벌써 부담 가져요?”“잡고 싶습니다.”“욕심내면 더 안 잡혀요.”“물고기가 제 마음을 압니까?”“낚시하는 사람들은 원래 그렇게 말해요.”단태가 낚싯대를 들었다.“오늘 잡으면 사진 크게 찍어주세요.”“잡고 말해요.”“윤하늘 씨.”“왜.”“오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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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낚시터에서 맞은 밤>

“캠핑도 해보고 싶고.”그 말을 한 건 윤하늘이었다.그래서 일주일 뒤.하늘은 자기 말에 책임을 지고 있었다.정확히는.강단태가 가져온 짐을 보며 후회하는 중이었다.“우리 이사 가요?”단태가 차 트렁크를 닫았다.“캠핑 갑니다.”“짐이 왜 이렇게 많아.”“텐트, 의자, 테이블, 침낭, 조명, 조리도구.”“그리고 낚싯대.”“하늘 씨가 낚시하면서 캠핑하고 싶다고 했잖아요.”하늘은 낚싯대 가방을 보다가 웃었다.“그건 맞는데.”이번 목적지는 바다 근처 캠핑장이었다.낮에는 가까운 방파제에서 낚시하고.저녁에는 캠핑장에서 잡은 물고기와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다음 날 느긋하게 돌아오는 일정.단태가 운전석 문을 열었다.“출발합니까?”“잠깐.”하늘이 트렁크를 다시 열었다.“뭐 빠뜨렸어요?”“확인.”“아까 세 번 했습니다.”“그래도.”하늘은 하나씩 확인했다.낚싯대.릴.채비 상자.아이스박스.장갑.모자.여벌 옷.세면도구.“멀미약은 필요 없고.”“차에서 멀미할 수도 있잖아요.”“나 차멀미 안 해요.”“배에서는 했습니다.”하늘이 단태를 쳐다봤다.“그 이야기는 언제까지 할 거예요?”“참돔 이야기 끝날 때까지?”“그럼 평생 하겠네.”“좋습니다.”하늘이 피식 웃으며 조수석에 탔다.캠핑장에 도착한 건 오전 열한 시쯤이었다.바다가 멀지 않았다.텐트를 칠 자리를 확인한 하늘은 주변을 둘러봤다.“여기 좋다.”“바람도 생각보다 약합니다.”“일단 텐트부터?”“네.”단태가 자신 있게 텐트 가방을 열었다.하늘도 옆에 쪼그려 앉았다.십 분 뒤.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바닥에 펼쳐진 천을 바라보고 있었다.하늘이 물었다.“어디가 앞이에요?”“잠깐만요.”“단태 캠핑해봤다며.”“몇 번이라고 했습니다.”“낚시도 몇 번이라고 하지 않았어요?”단태가 하늘을 봤다.“그때보다 지금 낚시는 잘합니다.”“그건 인정.”단태가 설명서를 펼쳤다.하늘이 옆에서 들여다봤다.“이 폴대가 여기.”“이건 반대쪽 같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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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아침 바다가 준 것>

윤하늘이 눈을 뜬 건 새벽 다섯 시 사십 분이었다.처음에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잠깐 헷갈렸다.낯선 천장.얇게 들어오는 새벽빛.그리고.옆 침낭에서 들리는 규칙적인 숨소리.하늘은 고개를 돌렸다.강단태가 아직 자고 있었다.어젯밤에는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다.아침에 참돔을 잡겠다고.그런 사람이 세상 편하게 자고 있었다.하늘은 침낭에서 손을 빼 휴대전화를 확인했다.5:41.“강단태.”반응이 없었다.“참돔 잡는다며.”단태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몇 시입니까?”“다섯 시 사십일 분.”단태가 다시 눈을 감았다.“십 분만.”하늘이 웃었다.“참돔도 십 분 기다리라고 해요?”단태의 눈이 다시 열렸다.“갑시다.”“일어나는 거 봐.”“물고기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어제는 기다리는 게 낚시라며.”“그건 사람이 물고기를 기다리는 겁니다.”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간단히 세수하고 밖으로 나오자 공기가 차가웠다.하늘은 얇은 겉옷을 하나 더 걸쳤다.캠핑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단태가 낚싯대 가방을 들었다.“추워요?”“조금.”“하나 더 입을래요?”“괜찮아요.”하늘은 단태의 옷차림을 봤다.“단태도 똑같이 입었잖아요.”“저는 안 춥습니다.”“또 시작이네.”“뭐가요?”“자기 옷 벗어주려고 하지 마요. 같이 추우면 같이 따뜻한 데 들어가는 거라고 했죠.”단태가 웃었다.“아직 벗어준다고 안 했습니다.”“얼굴에 쓰여 있었어요.”“이제 얼굴도 읽습니까?”“같이 사는데 그것도 모르겠어요?”둘은 나란히 방파제로 향했다.아침 바다는 전날과 느낌이 달랐다.물결이 비교적 잔잔했다.해가 완전히 뜨기 전이라 바다 전체에 푸른 회색빛이 감돌았다.하늘은 잠시 낚싯대도 펴지 않고 바다를 바라봤다.“예쁘다.”단태도 옆에 섰다.“사진 찍을까요?”“아니.”“왜요?”“지금은 그냥 볼래요.”단태도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았다.둘은 잠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다 하늘이 먼저 말했다.“이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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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우리 낚시 도감의 열한 번째>

캠핑에서 돌아온 다음 날.윤하늘은 거실 바닥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강단태가 물을 마시러 나오다가 물었다.“뭐 합니까?”“정리.”“뭘요?”하늘이 화면을 보여줬다.우리 낚시 도감.우럭.광어.고등어.전갱이.쥐노래미.볼락.참돔.감성돔.벵에돔.보리멸.각각의 이름 아래에는 둘이 직접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단태가 옆에 앉았다.“진짜 도감처럼 만들었네요.”“응.”“설명까지 썼습니까?”“조금.”하늘이 우럭 사진을 열었다.우럭 — 큰 입과 단단한 등지느러미 가시. 바위가 많은 곳 주변에서 자주 만남. 우리 낚시에서 가장 자주 잡힌 편.단태가 웃었다.“마지막 문장은 하늘 씨 전용 설명 아닙니까?”“실제로 많이 잡았잖아요.”다음은 광어.광어 — 납작한 몸.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므로 손질할 때 주의. 강단태가 이상하게 잘 잡음.단태가 화면을 가리켰다.“이상하게는 빼죠.”“왜.”“실력입니다.”“두 번 잡은 걸로?”“두 번이나.”하늘은 수정하지 않았다.“그냥 둘래.”“윤하늘 씨.”“내 도감.”“우리 도감이라면서요.”하늘이 멈췄다.“그러네.”결국 문장을 바꿨다.강단태가 지금까지 두 번 잡은 어종.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문제는 그날 저녁이었다.둘은 캠핑에서 잡은 물고기를 정리해 저녁을 먹었다.단태의 참돔은 손질을 맡겨 회로.하늘의 우럭은 맑은탕으로.감성돔은 일부를 구이로 먹기로 했다.하늘이 감성돔 살을 한 점 먹었다.“맛있다.”단태도 먹어봤다.“참돔이랑 또 다르네요.”“그러게.”“다음에는 뭐 잡습니까?”하늘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우리 너무 낚시만 다니나?”단태가 잠시 생각했다.“조금.”“그렇죠?”“그런데 좋아하잖아요.”“좋긴 하지.”단태가 물었다.“싫어졌습니까?”“아니.”하늘은 웃었다.“오히려 다음 거 채우고 싶어졌어.”“도감?”“응.”단태가 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그럼 다음 어종을 정합시다.”하늘이 황당한 얼굴로 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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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열세 번째 물고기>

도감의 열세 번째 칸은 생각보다 오래 비어 있었다.낚시를 가지 않아서가 아니었다.윤하늘과 강단태는 그다음 주말에도 바다에 갔다.문제는 잡히는 물고기마다 이미 도감에 있다는 것이었다.첫 번째.우럭.두 번째.전갱이.세 번째.쥐노래미.하늘은 세 번째 물고기를 확인하자마자 웃었다.“너희끼리 회의했어?”단태가 물었다.“누구하고요?”“물고기들.”하늘은 쥐노래미를 바라봤다.“새로운 애 한 마리만 보내달라고.”단태가 웃었다.“도감 열세 번째 때문에?”“응.”“지난번에는 빈칸도 좋다면서요.”“좋긴 한데.”하늘이 물고기를 조심스럽게 바다로 돌려보냈다.“채우고 싶은 건 또 다른 문제지.”“욕심이 많습니다.”“낚시하는 사람이 물고기 잡고 싶은 게 욕심이에요?”“도감까지 만드는 사람이니까요.”하늘이 단태를 쳐다봤다.“단태도 어젯밤에 열세 번째 뭐 잡힐지 검색했잖아요.”단태가 입을 다물었다.하늘이 웃었다.“걸렸지?”“그건 공부였습니다.”“똑같거든요.”오늘은 작은 항구 옆 방파제였다.바닥에는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었고.조금 떨어진 곳에는 암초 구간도 있었다.하늘은 아침부터 말했다.“오늘은 좀 기대해볼 만해.”“뭐가요?”“환경이 다양하잖아요. 자리 옮기면 만나는 애들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단태가 낚싯대를 준비했다.“제 예상은 돌돔.”하늘이 고개를 돌렸다.“갑자기?”“도감에 없잖아요.”“그렇다고 돌돔이 주문하면 나오는 줄 알아요?”“희망사항입니다.”“나는.”하늘은 잠시 고민했다.“도다리 같은 것도 좋겠다.”“광어하고 다른 거죠?”“응. 넓게 보면 비슷하게 납작한 가자미류라 처음 보면 헷갈릴 수 있는데 서로 다른 물고기예요.”“좌광우도.”하늘이 바로 손가락을 들었다.“그것만 믿으면 안 돼요.”“알고 있습니다.”“진짜?”“지난번에 하늘 씨가 말했잖아요. 예외도 있고 비슷한 종류도 있어서 그것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하늘이 잠깐 단태를 바라봤다.“많이 배웠네.”“도감 공동제작자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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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둘이 처음 배우는 요리>

“매운탕에 감자 안 넣을 건데.”지난주 윤하늘이 했던 말이었다.그 한마디 때문인지는 몰라도.강단태는 정말로 요리 수업을 예약했다.토요일 오전.하늘은 조리대 앞에 놓인 앞치마를 보다가 단태를 쳐다봤다.“진짜 신청했네.”“같이 배우자면서요.”“말만 한 줄 알았는데.”“저는 하늘 씨가 하고 싶다고 한 건 기억합니다.”하늘은 앞치마를 집었다.“오늘 메뉴가 뭐였죠?”“해산물 요리 두 가지.”“낚시에서 못 벗어나네.”“낚시 수업은 아닙니다.”“재료가 생선이잖아요.”단태가 웃었다.“그래도 오늘은 우리가 잡은 물고기 아닙니다.”오늘 배울 첫 번째 메뉴는 도미 솥밥.두 번째는 바지락 술찜이었다.하늘은 재료가 놓인 조리대를 살펴봤다.도미살.쌀.표고버섯.쪽파.다시마.바지락.마늘.버터.페페론치노.그리고 여러 양념.하늘이 말했다.“생각보다 제대로인데.”“요리 수업이니까요.”“단태.”“네.”“오늘은 감자 없어요.”단태가 조리대를 훑어봤다.“그러네요.”“특기 못 쓰겠네.”“감자 깎기가 언제부터 제 특기입니까?”“우리 집에서는 제일 잘하잖아요.”“다른 것도 잘합니다.”“뭐.”단태가 잠시 생각했다.“설거지.”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인정.”첫 번째는 도미 솥밥이었다.쌀을 씻어 불려놓고.도미살의 물기를 닦은 뒤 밑간했다.단태가 도미살을 유심히 바라봤다.“참돔입니까?”하늘이 바로 웃었다.“또 시작.”“궁금해서 그렇습니다.”“오늘은 물고기 도감 만드는 날 아니에요.”“알고 있습니다.”단태는 생선살을 뒤집어봤다.“그래도 이제 생선 보면 종류부터 궁금합니다.”“낚시에 제대로 빠졌네.”“누구 때문인데요.”“본인이 참돔에 집착한 거잖아요.”단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늘이 웃었다.“반박 못 하지?”“도미 솥밥부터 하죠.”하늘은 표고버섯을 썰었다.단태는 쪽파를 맡았다.잠시 후.하늘이 옆을 봤다.그리고 멈췄다.“단태.”“네.”“쪽파를 왜 그렇게 크게 썰어요?”단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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