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Bab 61 - Bab 70

185 Bab

<61화: 다음 절차로 넘어가는 사람들>

알람이 울린 건 오전 일곱 시였다.윤하늘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찾지 않았다.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씻고.머리를 말리고.냉장고를 열었다.별것 없는 아침을 먹었다.그 모든 일이 이상할 정도로 평범했다.누군가 죽기 전 남긴 메시지도 없었다.새로운 녹음 파일도.경찰서로 당장 와달라는 연락도 없었다.어젯밤 들었던 말은 하나였다.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정리해 검찰 송치 절차에 들어간다.하늘은 식탁에 앉아 물을 마셨다.그제야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은빛새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오늘 시간 돼요?]하늘이 답했다.[오후에는요.]곧 답장이 왔다.[그럼 가게 와요.][왜요?][일 시키려고.]하늘이 피식 웃었다.[싫어요.]빛새.[밥 사줄게.]하늘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그럼 감.]평범했다.정말.이런 대화가.오전 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담당 수사관에게 연락이 왔다.하늘은 전화를 받았다.“네.”“윤하늘 씨. 어제 말씀드렸던 송치 관련해서 간단히 안내드리려고요.”“네.”하늘은 메모장을 찾지 않았다.이제 모든 말을 받아 적어야 할 것 같은 불안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관련자별로 확인된 행위가 달라서 적용 혐의나 판단은 각각 나뉘어 검토되고 있습니다.”“윤태성도요?”“네. 윤태성 씨는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 중 사고 전 준비 정황, 병원 이송을 막은 정황, 사고 후 행위와 도재욱 씨에게 직접 한 행위 등을 종합해서 넘기게 됩니다.”하늘은 조용히 들었다.“정미라 씨는요?”“차량 관련 지시, 사고 후 이동과 의료기관에서의 행위, 휴대전화 관련 증거 조작 정황 등을 포함하고요.”“재성 씨.”잠시.“한재성 씨도 그대로 들어가죠?”“네.”하늘은 눈을 감지 않았다.한재성이 뒤늦게 진술했다고 해서.그가 한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수사관이 말을 이었다.“오현석 씨도 차량에 직접 개입한 부분 등을 포함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서주연 씨와 김유라 씨 역시 각자가 실제로 알고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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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잡은 손의 다음>

강단태의 손은 따뜻했다.윤하늘은 몇 걸음을 더 걷고 나서야 그 사실을 제대로 느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잡을까 말까를 고민했는데.막상 잡고 나니 이상할 정도로 평범했다.단태가 먼저 묻지 않았다.왜 손을 내밀었는지.무슨 의미인지.우리 사이가 이제 뭔지.그게 하늘에게는 오히려 편했다.한참 걷다가 하늘이 먼저 물었다.“단태 씨.”“네.”“안 궁금해요?”“뭐가요.”하늘이 맞잡은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이거.”단태가 손을 내려다봤다.“궁금합니다.”“근데 왜 안 물어봐요?”“물어보면 하늘 씨가 또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아닙니까?”정확했다.하늘은 괜히 앞을 봤다.“꼭 그렇지는 않은데.”“그럼 물어봐도 됩니까?”“뭘요.”단태가 걸음을 멈췄다.하늘도 따라 멈췄다.“오늘만 잡는 겁니까?”하늘이 눈을 깜빡였다.그리고 웃었다.“그걸 왜 지금 정해요?”“역시.”“뭐가 역시예요.”“안 물어보길 잘했습니다.”하늘이 단태의 손을 놓아버렸다.“됐어요.”“아.”단태가 웃었다.“이건 제 실수네요.”“알면 됐어요.”하늘이 먼저 걸었다.두 걸음.세 걸음.그러다 뒤에서 단태가 말했다.“하늘 씨.”“왜요.”“다시 잡아도 됩니까?”하늘이 돌아봤다.단태는 정말 기다리고 있었다.하늘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손을 다시 내밀었다.“이번만.”“아까는 다음에도 된다고 했는데.”“그럼 잡지 마요.”“잡겠습니다.”단태가 바로 손을 잡았다.하늘은 결국 웃었다.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꽤 늦어 있었다.단태가 말했다.“들어가요.”“네.”그런데.둘 다 바로 손을 놓지 않았다.하늘이 먼저 아래를 봤다.“이제 놔야 되는데.”“그러게요.”“단태 씨가 놔요.”“하늘 씨가 먼저 잡았잖아요.”“지금 따지는 거예요?”“아닙니다.”단태가 웃으며 손을 놓았다.갑자기 손바닥이 허전했다.하늘은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조심해서 가요.”“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요.”“바로 앞인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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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내 이름으로 사는 날>

기사를 확인한 다음 날.윤하늘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침대에 누운 채 휴대전화를 켰다.어제 은빛새가 보내준 기사 이후로도 관련 보도가 몇 개 더 올라와 있었다.하늘은 제목만 훑었다.도재욱 사망 사건 주요 관련자 송치.명의도용과 불법 자금 흐름 수사 계속.피해자들에 대한 신원 보호 요청.예전 같으면 하나하나 눌러봤을 것이다.댓글까지 확인하고.자기 이야기가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봤을 것이다.하지만.오늘은 그러지 않았다.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일어났다.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다.도재욱 때문도.수사 때문도 아니었다.윤하늘 자신의 이름을 정리하는 일.오전 열 시.하늘은 금융기관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직원이 서류를 하나씩 확인했다.“수사기관에서 전달된 자료와 본인 확인 절차까지 모두 확인됐습니다.”하늘은 긴장한 채 기다렸다.“강단태 씨 명의로 개설된 계좌 건 역시 본인 동의 없이 만들어진 정황이 확인돼 별도 표시가 들어갔고요.”“그럼 제 이름하고 연결된 건요?”“문제가 된 거래나 보증 자료가 윤하늘 씨 본인의 의사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은 현재 분쟁·명의도용 관련 절차에 반영됐습니다.”직원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다만 모든 기관의 기록이 오늘 한 번에 삭제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기관별 정정 절차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예전 같으면.왜 아직 끝이 아니냐고 불안했을 것이다.지금은 달랐다.끝나는 과정이라는 걸 알았다.직원이 서류 한 장을 돌려놓았다.“여기 본인 확인 서명 부탁드립니다.”하늘은 펜을 들었다.그리고 멈췄다.서명란.윤하늘.너무 익숙한 세 글자였다.그런데.한동안 자신의 이름이 무서웠다.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르는 이름.누가 대신 서명했을지도 모르는 이름.돈이 움직이고.빚이 만들어지고.자신도 모르는 회사와 연결되던 이름.하늘은 천천히 펜을 움직였다.윤하늘.직접 썼다.직원이 서류를 받아 확인했다.“됐습니다.”하늘은 그 말을 듣고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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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필요하면 같이 가요>

삶은 이미, 그 사이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검찰에서 연락이 온 건 사흘 뒤였다.오전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윤하늘은 모르는 번호를 잠시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네, 윤하늘입니다.”상대는 담당 검사실 수사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도재욱 사망 사건과 관련해.경찰에서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하고 있고.몇 가지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출석 가능하실까요?”하늘은 날짜를 확인했다.“네.”“오후 두 시 정도 괜찮으십니까?”“괜찮아요.”전화를 끊고.하늘은 달력에 일정을 적었다.검찰. 오후 2시.예전 같았으면.그다음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강단태에게 전화했을 것이다.무슨 일인지 말하고.같이 가도 되는지 물었을 것이다.하지만.이번에는 잠시 생각했다.혼자 가도 될까.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다.경찰과는 또 달랐다.이미 수없이 진술했는데.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할까 봐 피곤하기도 했다.그런데.혼자서는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하늘은 결국 단태에게 메시지만 보냈다.[검찰 출석 날짜 잡혔어요.]답장은 금방 왔다.[언제입니까?]날짜와 시간을 보냈다.잠시 뒤.[알겠습니다.]끝.하늘이 화면을 보다가 미간을 좁혔다.“진짜 끝?”조금 기다려봤다.추가 메시지는 없었다.결국 하늘이 먼저 보냈다.[같이 갈 거냐고 안 물어봐요?]몇 초 뒤.[같이 가줬으면 합니까?]하늘의 손이 멈췄다.단태는 여전히.먼저 정하지 않았다.하늘이 답했다.[아직 모르겠어요.]단태.[그럼 그날까지 생각해요.][필요하면 같이 가고, 혼자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하늘은 그 문장을 한동안 바라봤다.그리고.[네.]짧게 답했다.검찰 출석 전날.하늘은 은빛새의 가게에 갔다.빛새는 택배 포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거기 테이프 좀.”하늘이 건넸다.“이거?”“네.”“주문 많아요?”“오늘 여섯 개.”빛새가 웃었다.“엄청 많은 건 아닌데 그래도 좋아요.”하늘은 계산대 옆에 쌓인 송장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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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내가 산 옷>

“내가 옷 하나 사줄게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윤하늘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빛새 씨?”“잠깐만.”“왜요.”“방금 뭐라고 했어요?”“옷 하나 산다고.”“사준다고 했잖아요.”“그게 그 말이지.”“나한테?”하늘이 웃었다.“가게에 빛새 씨밖에 없잖아요.”“아니, 갑자기 왜 나한테 옷을 사줘요?”“월세 냈다며.”“그건 내가 낸 건데.”“그러니까 기념.”은빛새가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더니 말했다.“그럼 비싼 거 골라도 돼요?”“안 갈게요.”“농담.”“끊어요.”“빨리 와요.”통화가 끊겼다.하늘은 웃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게에 도착하자.빛새는 계산대 앞에 영수증 한 장을 올려놓고 있었다.하늘이 가까이 가자.빛새가 손으로 가렸다.“보지 마요.”“뭔데.”“월세 이체한 거.”“그걸 왜 숨겨요?”“금액 보지 말라고.”“내가 월세 뺏어가요?”“그래도.”빛새는 영수증을 접어 서랍에 넣었다.그런데.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하늘이 말했다.“좋아 죽겠네.”“티 나요?”“엄청.”빛새가 계산대를 한번 쓸었다.“그냥.”잠시.“이번에는 진짜 내 가게 같아서.”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무슨 뜻인지 알았다.가게를 처음 얻은 것도.보증금이 들어온 것도.초기 자금이 마련된 것도.전부 도재욱과 연결돼 있었다.심지어 그 돈 일부는.빛새에게 간 것처럼 기록됐다가 윤태성에게 흘러갔다.그래서 빛새에게 이곳은 한동안.자기 가게이면서도.완전히 자기 것 같지 않은 공간이었다.하지만 오늘은.이곳에서 직접 판 옷으로 월세를 냈다.빛새가 말했다.“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러려고요.”“뭘.”“월세도 내가 내고.”“물건도 내가 사고.”“세금도 내가 내고.”잠시.“망하면 그것도 내가 망하고.”하늘이 인상을 썼다.“마지막은 빼요.”빛새가 웃었다.“그것까지 내 거라는 뜻이죠.”“그래도 망하지 마요.”“그럼 옷 많이 사요.”“갑자기 영업하네.”하늘은 매장을 둘러봤다.그러다 한쪽 행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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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연애 첫날>

첫날이었다.그렇게 정하고 나니.오히려 윤하늘은 할 말이 없어졌다.강단태의 차 안.손은 여전히 잡고 있었다.그런데 조금 전까지 자연스럽던 손이 갑자기 신경 쓰였다.하늘이 슬쩍 손을 빼려 했다.단태가 바로 봤다.“왜요?”“이제 들어가야죠.”“손 빼는 거랑 들어가는 게 무슨 상관입니까?”“그럼 이러고 어떻게 내려요.”“아.”단태가 손을 놓았다.하늘은 안전벨트도 이미 풀어놓고 문까지 열었다가.다시 그를 봤다.단태는 웃고 있었다.“왜 웃어요?”“좋아서.”“아까도 들었어요.”“오늘은 여러 번 말해도 되는 날 아닙니까?”“누가 그래요.”“제가 정했습니다.”하늘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우리끼리 정한다면서 혼자 정했네.”“그럼 허락받겠습니다.”단태가 물었다.“오늘은 좋아한다고 여러 번 말해도 됩니까?”하늘은 문을 연 채 그를 바라봤다.“두 번.”“이미 한 번 했는데.”“그럼 한 번 남았네요.”“너무 적은데.”“내일 또 하면 되잖아요.”단태가 잠시 멈췄다.그 말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내일도 봅니까?”“그 말이 왜 그렇게 돼요?”“내일 또 말하라고 했잖아요.”“연락으로.”“아.”단태가 아쉬운 얼굴을 했다.하늘이 결국 웃었다.“주말에 봐요.”“알겠습니다.”“그리고.”“네.”하늘은 잠깐 망설였다.“잘 가요.”“네.”하늘이 차에서 내렸다.몇 걸음 걸었다.그런데.뒤에서 창문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하늘 씨.”돌아봤다.단태가 말했다.“한 번 남은 거.”“뭐가요.”“좋아합니다.”하늘의 얼굴이 그대로 달아올랐다.“강단태 씨!”단태는 웃으며 창문을 올렸다.하늘은 황당해서 차를 노려봤다.그런데.입가가 자꾸 올라갔다.집에 들어온 뒤.하늘은 가방을 내려놓았다.평소처럼 씻고.물을 마시고.침대에 앉았다.그러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단태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들어갔습니까?]하늘.[네.]잠시 고민하다 하나를 더 보냈다.[단태 씨도 조심해서 가요.]단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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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죽음과 상관없는 날짜>

다음 날 아침.윤하늘은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어젯밤이었다.집 앞.강단태의 얼굴.뽀뽀해도 됩니까?그리고.두 번째는 자기가 먼저 했다.하늘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아…….”왜 아침부터 이렇게 선명한데.잊을 이유도 없는데 괜히 민망했다.그 순간.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하늘은 이불 밖으로 손만 내밀어 휴대전화를 집었다.강단태.[일어났습니까?]하늘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답하지 않으면.분명 조금 뒤에 또 올 것 같았다.[네.]읽음 표시가 바로 떴다.그리고.[저는 어제 생각나서 일찍 깼습니다.]하늘의 눈이 커졌다.[그걸 왜 말해요.]단태.[숨기지 말라면서요.]또 저 말이다.하늘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그건 그런 뜻이 아니었거든요.][그럼 앞으로 숨길까요?]하늘은 잠시 고민했다.[아니요.]보내고 나서.자기가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곧 답장이 왔다.[알겠습니다.]그리고.몇 초 뒤.[저 어제 좋았습니다.]하늘은 그대로 휴대전화를 엎었다.“진짜…….”그런데.웃음이 났다.결국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나도요.]이번에는 보내놓고 숨지 않았다.오후에는 은빛새의 가게에 갔다.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빛새가 하늘의 얼굴을 빤히 봤다.“왜.”“아무것도.”“뭔데요.”“진짜 아무것도 아닌데.”하늘은 가방을 내려놨다.“말해요.”빛새가 다가왔다.그리고 하늘의 얼굴을 한참 보더니 물었다.“키스했죠?”하늘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뭐?”빛새가 입을 틀어막았다.“진짜 했네.”“아니.”“하늘 씨 얼굴 빨개졌어요.”“더워서 그래요.”“지금 에어컨 켜져 있는데?”“은빛새.”빛새가 웃음을 터뜨렸다.하늘은 그대로 돌아섰다.“갈게요.”“미안, 미안.”빛새가 팔을 붙잡았다.“진짜 안 물어볼게.”“이미 물어봤잖아요.”“그래도.”하늘이 눈을 흘겼다.빛새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딱 삼 초였다.“누가 먼저—”“은빛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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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장례식 다음의 우리>

납골당 안은 조용했다.윤하늘과 은빛새는 나란히 걸었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이 줄었다.일 년 전.둘은 같은 남자를 두고 처음 만났다.한 사람은 법적으로 그의 아내였고.한 사람은 자신도 그의 아내라고 믿고 있었다.그리고 지금.둘은 각자 꽃을 들고 있었다.도재욱의 이름이 적힌 자리 앞에 도착하자.빛새가 먼저 멈췄다.사진 속 재욱은 여전히 같은 얼굴이었다.하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사진은 변하지 않았다.변한 건.사진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빛새가 먼저 꽃을 내려놓았다.“나 가게 아직 안 망했어요.”첫마디가 그거였다.하늘이 옆에서 피식 웃었다.빛새가 재욱의 사진을 보며 말했다.“그리고 이제 월세도 내가 내고.”“물건값도 내가 내고.”“세금도 내가 내요.”잠시.“당신 돈으로 시작한 건 맞는데.”빛새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이제 그 가게는 내 거예요.”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건.빛새가 재욱에게 직접 해야 할 말이었다.“그리고 나 아직 화났어요.”빛새가 말했다.“나랑 결혼한 척한 것도.”“서류 가짜였던 것도.”“내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혼자 다 정한 것도.”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래도.”빛새가 사진을 바라봤다.“마지막에 내 이름 빼려고 했던 건 알아요.”그 말을 끝으로.빛새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끝.”하늘이 물었다.“그게 다예요?”“네.”“짧네.”“일 년 동안 속으로 많이 했거든요.”빛새가 하늘을 봤다.“하늘 씨도 해요.”“뭘.”“말.”하늘은 재욱의 사진을 바라봤다.막상 앞에 서니.준비해온 말은 없었다.그래서 그냥 말했다.“오랜만.”빛새가 옆에서 웃음을 참았다.하늘이 흘겨봤다.“왜.”“아니.”“웃지 마요.”“알겠어요.”하늘은 다시 사진을 봤다.“나 잘 지냈어.”이번에는.조금 더 쉽게 말이 나왔다.“생각보다.”잠시.“아주 잘.”예전이었다면.그 말을 하면서 미안했을지도 몰랐다.남편이 죽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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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기다려지는 약속>

낚시를 가기로 한 날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윤하늘은 전날 밤부터 옷을 꺼내놓았다.편한 바지.얇은 티셔츠.바람이 불 때 걸칠 겉옷.모자까지 꺼내놓고 나서야 문득 웃음이 났다.“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여행이라고 하기에는 당일치기였고.거창한 데이트도 아니었다.그냥 강단태와 낚시를 가는 날이었다.그런데.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기다려졌다.예전의 기다림과는 달랐다.누군가의 연락이 올까 봐.수사 결과가 나올까 봐.또 무슨 사실이 드러날까 봐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좋은 일이 예정되어 있어서.그 날짜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하늘은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단태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내일 오전 일곱 시에 데리러 가겠습니다.]하늘.[너무 일러요.]단태.[낚시 가자면서요.][물고기도 늦잠 자면 어떡해요.]잠시 뒤.[그럼 물고기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죠.]하늘이 웃었다.[8시.][7시 30분.][7시 50분.]한참 답이 없었다.[협상이 너무 세밀한데.]하늘.[싫으면 8시.]단태.[7시 50분에 가겠습니다.]하늘은 만족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다음 날.오전 일곱 시 사십팔 분.하늘이 집 밖으로 나오자 단태의 차가 이미 서 있었다.차 문을 열자.단태가 말했다.“2분 남았습니다.”“일찍 왔네.”“늦으면 8시로 바뀔까 봐.”하늘이 웃으며 탔다.“아침 먹었어요?”“네.”“나는 안 먹었는데.”단태가 뒷좌석을 가리켰다.작은 봉투가 있었다.“김밥 샀습니다.”하늘이 봉투를 열어봤다.김밥과 음료.물.간단한 간식까지 있었다.“준비 많이 했네.”“낚시 가는데 굶길 수는 없잖아요.”하늘이 단태를 봤다.“나 낚시 자주 해봤는데.”“압니다.”“단태 씨보다 잘할 수도 있어요.”단태가 시동을 걸었다.“그건 오늘 확인해보죠.”“내기할래요?”“뭘로.”“많이 잡는 사람 소원 하나.”단태가 바로 말했다.“좋습니다.”너무 빠른 대답이었다.하늘이 의심스러운 얼굴로 봤다.“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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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남겨진 자리>

다음 날.윤하늘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어제 하루 종일 낚시를 하고 돌아다닌 탓인지 온몸이 묵직했다.휴대전화를 확인하자.강단태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몸 괜찮습니까?]하늘은 그대로 답했다.[아니요.]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하늘은 웃으며 받았다.“왜 전화해요.”“어디가 아픕니까?”“그냥 몸이 뻐근해요.”“많이?”“조금.”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병원 갈 정도는 아니고요?”“강단태.”“네.”“낚시 하루 했다고 병원 가는 사람 봤어요?”“혹시 모르니까.”“괜찮아요.”하늘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단태는 안 아파요?”“저는 괜찮습니다.”“두 마리밖에 안 잡아서 그런가.”“…….”하늘이 웃었다.“왜 말이 없어요.”“그 얘기 언제까지 할 겁니까?”“다음에 내가 질 때까지?”“그럼 오래 듣겠네요.”“자신 있어요?”“연습할 겁니다.”하늘은 더 크게 웃었다.“진짜 연습까지 해요?”“다음에는 이겨야죠.”“소원 때문에?”“그것도 있고.”단태가 물었다.“그런데 소원은 아직 안 정했습니까?”“응.”“잊은 건 아니죠?”“안 잊었어요.”하늘은 창밖을 바라봤다.사실.생각해본 적은 있었다.갖고 싶은 물건도 없었고.특별히 해달라고 할 것도 없었다.그래서 더 쉽게 쓰고 싶지 않았다.“나중에 진짜 필요한 거 생기면 쓸래요.”“무서운데.”“왜.”“무슨 부탁을 할지 모르니까.”“안 들어줘도 돼요.”“그건 싫은데.”“왜요?”“소원이잖아요.”하늘은 잠시 웃었다.“그럼 긴장하고 있어요.”“알겠습니다.”통화를 끊은 뒤.하늘은 거실로 나왔다.물을 마시다.한쪽 선반을 바라봤다.도재욱의 사진이 있었다.일 년 전보다.조금 먼 곳에.하지만 여전히 집 안에 있었다.하늘은 잠시 바라보다 사진 앞으로 갔다.옆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재욱의 물건 몇 개를 모아둔 상자였다.시계.지갑.오래된 명함.결혼반지.하늘은 그중 반지를 꺼냈다.자기 반지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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