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Bab 71 - Bab 80

185 Bab

<71화: 내 집에 남은 사람>

거실을 바꾼 뒤로 며칠이 지났다.윤하늘은 아침마다 조금 낯선 풍경을 봤다.소파가 있던 자리가 달라졌고.테이블 방향도 바뀌었다.예전에는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도재욱과 함께 고른 소파가 보였다.지금은 창문이 먼저 보였다.햇빛이 훨씬 많이 들어왔다.하늘은 커튼을 걷었다.“이게 더 낫네.”왜 진작 바꾸지 않았을까.생각하다가.곧 웃었다.그때는 바꿀 생각을 못 했으니까.지금은.바꾸고 싶어진 것뿐이었다.오전에는 은빛새에게 사진이 여러 장 왔다.전부 상가 매물이었다.[1번.][2번.][3번.]그리고.[뭐가 제일 나아요?]하늘은 사진을 넘겨봤다.첫 번째는 넓지만 월세가 비쌌다.두 번째는 지금 가게보다 작았다.세 번째는 큰길에서 조금 들어가 있었지만 통유리창이 넓었다.하늘은 답했다.[직접 봐야 알 것 같은데.]빛새.[같이 가줘요.]하늘.[언제.][오늘.][갑자기?][중개사님 시간이 오늘 된대요.]하늘은 달력을 확인했다.오후 일정은 없었다.[몇 시.][3시.][갈게요.]답을 보내고 나서.하늘은 잠시 화면을 봤다.예전 같으면.빛새의 새 가게를 같이 보러 다닐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아마.절대 못 했을 것이다.첫 번째 매물을 보자마자.하늘은 고개를 저었다.“비싸.”빛새도 바로 말했다.“그렇죠?”중개사가 웃었다.“대신 유동인구가 좋아요.”빛새가 다시 내부를 둘러봤다.“그래도 지금 매출로는 부담돼요.”그 말이 하늘은 좋았다.누군가 대신 내줄 돈을 계산하지 않았다.자기 매출.자기 비용.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그걸 먼저 보고 있었다.두 번째는 너무 좁았다.빛새가 팔을 벌려봤다.“옷 넣으면 끝나겠는데.”하늘이 말했다.“피팅룸 넣으면 더 끝.”“패스.”마지막으로 세 번째 매물에 들어갔다.문을 여는 순간.빛새의 표정이 달라졌다.하늘은 바로 알아봤다.“여기 마음에 들죠?”“티 나요?”“응.”빛새는 안쪽까지 걸어갔다.큰 창문.작은 창고.지금보다 조금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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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처음부터 둘이 정하는 것>

강단태의 칫솔은 그 뒤로도 욕실에 그대로 있었다.윤하늘은 처음 며칠 동안.이를 닦을 때마다 한 번씩 그쪽을 봤다.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굳이 보지 않았다.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그게 조금 신기했다.사람이 익숙해지는 데는.생각보다 거창한 사건이 필요하지 않았다.칫솔 하나.컵 하나.현관에 잠깐 놓였다 사라지는 신발 한 켤레.그런 것들이었다.금요일 저녁.하늘은 은빛새의 가게에 있었다.빛새는 계산대에 앉아 계약서를 보고 있었다.며칠 전 함께 봤던 세 번째 가게.결국 그곳으로 옮기기로 했다.“여기.”하늘이 계약서 한 부분을 가리켰다.“이거 다시 물어봤어요?”“원상복구?”“응.”“물어봤어요. 여기까지만 하면 된대요.”“특약은?”빛새가 다음 장을 넘겼다.“여기.”하늘이 읽었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됐네.”빛새가 펜을 내려놨다.“나 떨려요.”“왜.”“진짜 계약하니까.”“하지 마요?”“아니.”빛새가 계약서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할 거예요.”“그럼 해요.”빛새는 한동안 서명란을 바라봤다.그리고.천천히 자기 이름을 적었다.은빛새.하늘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빛새가 마지막 획까지 쓰고 나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했다.”“축하해요.”“아직 돈 나갈 일만 남았는데.”“그래도.”빛새는 계약서에 적힌 자기 이름을 한참 바라봤다.“이상하다.”“뭐가.”“예전 가게 계약할 때는.”잠시.“재욱 씨가 다 했거든요.”하늘은 조용히 들었다.“나는 옆에서 여기 예쁘다, 저기 좋다 그런 말만 했고.”빛새가 계약서를 손끝으로 쓸었다.“이번에는 내가 알아보고.”“내가 계산하고.”“내가 계약했네.”하늘이 웃었다.“그러려고 옮기는 거 아니었어요?”“맞아요.”빛새도 웃었다.“망해도 내 탓.”“또 그 말.”“중요해요.”“안 망하면?”빛새가 바로 대답했다.“그것도 내 덕.”“그건 더 중요하네.”둘이 웃었다.가게를 나왔을 때는 밤이었다.하늘의 휴대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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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둘이 보내는 주말>

토요일 오전.윤하늘은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다.오전 아홉 시 십이 분.평소 같으면 조금 더 누워 있었을 텐데.오늘은 바로 일어났다.강단태가 오는 날이었다.지난주.같은 침대에서 처음 밤을 보냈고.하늘이 먼저 말했다.다음 주말에도 올래요?그렇게 잡힌 약속이었다.거실로 나온 하늘은 집 안을 한번 둘러봤다.굳이 청소할 필요는 없었다.어제 이미 했다.냉장고도 채워놨다.그 사실을 깨닫자 하늘은 멈칫했다.“나 기다렸네.”말하고 나니 조금 웃겼다.하지만 부정하지 않았다.기다렸다.누군가가 오는 날을.좋은 의미로.오전 열한 시가 조금 넘어 벨이 울렸다.문을 열자 단태가 서 있었다.한 손에는 지난번에 가져왔던 작은 가방.다른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하늘이 물었다.“그건 뭐예요?”“장 봤습니다.”“왜?”“오늘 저녁 제가 하려고.”하늘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봤다.“요리할 줄 알아요?”“합니다.”“감자 그렇게 깎는 사람이?”단태의 표정이 굳었다.“그 얘기 언제까지 합니까?”“잘 깎을 때까지.”“오늘 보여드리죠.”“감자는 건드리지 마요.”“왜요.”“아까 메시지로도 말했잖아요.”단태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사람에게는 만회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하늘이 문을 닫았다.“그렇게까지 감자에 진심일 필요 없는데.”“자존심 문제입니다.”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단태가 가져온 가방은 자연스럽게 침실 한쪽에 놓였다.지난주에는.그 가방 하나가 방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신경 쓰였다.오늘은 아니었다.단태가 물었다.“여기 둬도 됩니까?”“응.”하늘은 대답하고 침실을 나왔다.그러다 다시 돌아왔다.“단태.”“네.”“잠옷 그냥 여기 둘래요?”단태가 멈췄다.“여기에?”“매번 가져왔다 가져갔다 귀찮잖아요.”단태는 하늘의 얼굴을 살폈다.“괜찮겠습니까?”하늘이 웃었다.“왜 자꾸 그걸 물어봐요.”“하늘 씨 집이니까.”그 말에.하늘은 잠시 생각했다.맞았다.그래서 더 괜찮았다.자기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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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한 칸에서 시작된 미래>

강단태의 잠옷이 들어간 서랍은 그 뒤로도 한 칸뿐이었다.윤하늘은 일부러 더 비우지 않았다.단태도 자기 물건을 하나씩 가져다 놓지 않았다.칫솔 하나.잠옷 한 벌.충전기 하나.어느 날 보니 충전기까지 생겨 있기는 했다.하늘은 그걸 발견하자마자 단태를 불렀다.“이거 뭐예요?”단태가 소파에서 고개를 들었다.“충전기.”“그건 나도 알아요.”“그럼 왜 물어요?”“언제 놨어요?”“지난주.”“허락받았어요?”단태의 표정이 멈췄다.“……안 받았습니다.”하늘은 팔짱을 꼈다.“우리 뭐라고 했죠?”단태가 바로 일어났다.“가져가겠습니다.”충전기를 뽑으려는 순간.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단태가 손을 멈췄다.“뭡니까.”“다음부터 물어보라고.”“놀린 겁니까?”“조금.”단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진짜 가져갈 뻔했잖아요.”“그럼 다시 두라고 했겠죠.”하늘은 충전기를 다시 콘센트 쪽으로 밀었다.“이건 둬요.”“허락?”“응.”“확실하게 들었습니다.”“진짜.”하늘이 웃었다.사소한 일이었다.그런데 이런 사소한 것들을.둘은 계속 말로 확인했다.무엇을 두고.무엇을 하지 않고.어디까지 편한지.예전에는 그런 대화가 필요 없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알아서 해주는 것.상대방을 위해 혼자 결정하는 것.지금은 아니었다.하늘에게는.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보다.말하면 듣는 사람이 더 좋았다.은빛새의 새 가게는 한창 이전 준비 중이었다.기존 가게에서 옷을 빼고.새 매장에 행거를 설치하고.간판 디자인을 정하는 일까지.할 일이 끝이 없었다.하늘이 새 매장에 도착했을 때.빛새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뭐 해요?”“후회.”“벌써?”“네.”하늘이 웃었다.“망했어요?”“아직 열지도 않았어요.”“그럼 무슨 후회.”빛새가 박스를 가리켰다.“저거 언제 다 해.”매장 한쪽에 상자가 잔뜩 쌓여 있었다.하늘은 가방을 내려놨다.“그래서 나 불렀구나.”“친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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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한 달의 답>

강단태의 집 계약 만료 이야기가 나온 뒤.윤하늘은 정말로 한 달을 생각해보기로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처음 며칠은 별생각이 없었다.아침에 일어나고.밥을 먹고.할 일을 하고.은빛새에게 연락이 오면 새 가게 이야기를 듣고.단태와 만나면 평소처럼 데이트했다.일부러 결론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같이 살까.말까.그 질문을 머릿속에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래서.그냥 지내보기로 했다.지금처럼.첫 번째 주말.단태가 하늘의 집에서 저녁을 만들었다.“이거 봐요.”하늘이 주방으로 갔다.단태가 감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껍질이 제법 얇게 벗겨져 있었다.하늘이 진지하게 살폈다.“연습했어요?”“네.”“진짜?”“집에서 세 번 먹었습니다.”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감자를?”“네.”“그것 때문에?”“명예 회복해야 하니까.”하늘은 감자를 받아 들었다.“합격.”“드디어.”“근데.”“네.”“이제 같이 살지 않아도 감자는 잘 깎겠네.”단태의 표정이 멈췄다.하늘이 바로 웃었다.“농담.”“놀랐잖아요.”“한 달 생각한다며.”“생각하고 있습니다.”“나도.”하늘은 감자를 다시 건넸다.“그러니까 아직 눈치 보지 마요.”“알겠습니다.”그날은.그 이야기로 끝이었다.두 번째 주말에는 조금 달랐다.하늘이 혼자 있고 싶었다.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고.단태가 싫어진 것도 아니었다.그냥.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은 날이었다.단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번 주말은 나 혼자 있을래요.]답장은 금방 왔다.[알겠습니다.]끝.하늘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정말 끝이었다.왜냐고 묻지도 않았다.무슨 일 있냐고 계속 확인하지도 않았다.삐친 티도 없었다.그래서 오히려 하늘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왜 이유 안 물어봐요?]단태.[말하고 싶으면 하늘 씨가 말할 것 같아서.]하늘은 피식 웃었다.[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그럼 푹 쉬어요.]잠시 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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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우리가 고르는 집>

집을 보러 가자는 말을 꺼낸 건 윤하늘이었다.그런데 막상 부동산 앱을 켜자.하늘은 십 분 만에 휴대전화를 내려놨다.“왜 이렇게 많아.”옆에서 같이 화면을 보던 강단태가 말했다.“지역부터 정해야죠.”“그걸 어떻게 정해요.”“출퇴근.”“응.”“생활권.”“응.”“예산.”“…….”하늘이 단태를 봤다.“벌써 피곤한데.”단태가 웃었다.“아직 집 하나도 안 봤습니다.”“그러니까.”하늘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매물 사진을 몇 장 넘겼다.사진으로는 전부 좋아 보였다.넓은 거실.깨끗한 주방.큰 창문.수납공간.그런데 가격을 보면 바로 현실로 돌아왔다.“이건 너무 비싸.”“네.”“이것도.”“네.”“이건 왜 싸요?”단태가 화면을 확대했다.“역에서 멉니다.”“아.”다음 매물.“여기는?”“방이 하나.”“탈락.”단태가 하늘을 봤다.“방 두 개는 꼭 있어야 합니까?”“응.”대답은 바로 나왔다.“왜요?”“지난번에 말했잖아요.”하늘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각자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그러면 방 세 개가 필요하지 않습니까?”하늘이 멈췄다.“왜?”“침실 하나.”“…….”“하늘 씨 방 하나.”“제 방 하나.”하늘은 잠시 계산했다.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네.”단태가 웃었다.“시작부터 예산 올라가는데요.”“그러게.”하늘은 다시 검색 조건을 바꿨다.방 세 개.그 순간.화면에 나오는 집의 수가 확 줄었다.“현실적이다.”“뭐가요.”“같이 산다는 거.”하늘이 말했다.“좋아한다고 되는 게 아니네.”“원래 그렇죠.”“돈도 봐야 하고.”“네.”“방 개수도 봐야 하고.”“네.”“서로 짐도 봐야 하고.”단태가 하늘을 봤다.“하늘 씨 짐 많습니까?”“별로.”“진짜?”“왜요.”“옷장 봤는데.”하늘이 눈을 가늘게 떴다.“내 옷장 언제 봤어요?”“문 열려 있었을 때.”“얼마나 봤는데.”“많더군요.”“강단태.”단태가 웃었다.둘은 그날 바로 집을 보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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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우리 집이 될 곳>

같이 살기로 결정하고 나니.집을 보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다.윤하늘은 부동산 앱을 켜놓고 한참 화면을 넘기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놨다.“없어.”옆에서 노트북을 보던 강단태가 고개를 들었다.“뭐가요?”“마음에 드는 집.”“어제 세 개 저장했잖아요.”“다시 보니까 별로야.”“왜요?”하늘은 첫 번째 매물을 열었다.“여기는 주방이 좁고.”두 번째.“여기는 작은방 창문이 너무 작고.”세 번째.“여기는 거실은 좋은데 화장실이 하나.”단태가 웃었다.“조건이 계속 늘어나는데요.”“같이 살 집인데 아무 데나 가요?”“그건 아닙니다.”하늘이 노트를 펼쳤다.처음 적었던 조건 아래로 새로운 내용이 계속 추가돼 있었다.방 세 개 이상.채광.주차.조용한 곳.각자의 공간.비용 분담.생활 규칙.그리고 마지막.언제든 규칙을 다시 바꿀 수 있을 것.단태가 말했다.“이러다 집보다 규칙이 더 많아지겠습니다.”“싫어요?”“아니요.”“그럼 됐어요.”하늘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그때.단태가 화면 하나를 보여줬다.“여기는?”하늘이 가까이 갔다.방 세 개.거실과 주방이 이어져 있었고.안쪽에 작은 방 두 개가 떨어져 있었다.큰 창이 있었고.사진으로 보기에는 주변도 조용해 보였다.“괜찮은데.”“가격도 예산 안입니다.”“위치는?”단태가 지도를 보여줬다.하늘이 한참 들여다봤다.“보러 갈래요?”“예약해볼까요?”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집을 보러 가는 날.하늘은 이상하게 조금 긴장했다.단태가 운전하면서 물었다.“왜 이렇게 조용합니까?”“그냥.”“마음에 들까 봐?”하늘이 그를 봤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저도 그러니까.”하늘이 웃었다.“이상하네.”“뭐가요.”“마음에 안 들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잠시.“마음에 들까 봐 긴장돼.”단태도 웃었다.“마음에 들면 진짜 해야 하니까.”“응.”이번에는.집을 구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계약을 하고.이사를 준비하고.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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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같은 문을 여는 날>

이사 날짜가 정해졌다.계약을 하고도 한동안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달력에 날짜를 적는 순간부터 달라졌다.이사.그 아래.윤하늘은 잠시 고민하다가 작은 글씨로 하나를 더 적었다.단태랑.쓰고 나니 조금 웃겼다.굳이 적지 않아도 아는 일이었다.그런데도 남겨두고 싶었다.이번 이사는.혼자 떠나는 것도.누군가를 따라가는 것도 아니었다.둘이 같이 가는 것이었다.“이건 가져갈 거예요?”강단태가 상자를 들고 물었다.하늘은 안을 들여다봤다.오래된 접시였다.“안 가져가요.”“버립니까?”“응.”단태가 옆에 내려놨다.“이건?”이번에는 작은 조명이었다.하늘이 고개를 저었다.“그것도.”“이것도?”“그건 가져가요.”“기준이 뭡니까?”하늘이 잠시 생각했다.“쓰고 싶은 거.”“끝?”“응.”단태가 웃었다.“간단하네요.”“그럼 뭘 더 따져요.”예전에는 물건 하나를 버리는 것도 어려웠다.재욱과 같이 샀던 것.재욱이 골랐던 것.결혼할 때 들어온 것.어디에나 기억이 붙어 있었다.그래서.버리는 게 사람까지 지우는 것처럼 느껴졌다.지금은 아니었다.기억과 물건을 분리할 수 있었다.하늘은 오래된 컵 하나를 집었다.재욱이 자주 쓰던 것이었다.단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늘은 잠시 바라보다.가져갈 상자에 넣었다.단태가 테이프를 붙였다.그게 전부였다.왜 가져가냐고 묻지 않았다.하늘이 먼저 말했다.“이건 가져갈래요.”“네.”“재욱 씨가 쓰던 거예요.”단태의 손이 잠깐 멈췄다.그리고 다시 테이프를 붙였다.“알겠습니다.”하늘이 그를 봤다.“괜찮아요?”단태도 하늘을 봤다.“네.”“진짜?”“하늘 씨 물건이잖아요.”그 대답에.하늘은 웃었다.“맞네.”지금은.재욱의 컵이 아니라.윤하늘이 남기기로 선택한 컵이었다.문제는 사진이었다.하늘은 마지막까지 사진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도재욱의 사진.그동안 거실 한쪽에 계속 놓여 있던 것.단태는 다른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하늘은 사진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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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같이 사는 법>

같이 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윤하늘은 한 가지를 알게 됐다.강단태는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그리고.생각보다 시끄러웠다.아침 일곱 시 십 분.달그락.하늘이 눈을 떴다.잠시 후.탁.다시 눈을 감았다.이번에는.쾅.하늘이 결국 이불을 걷어냈다.“강단태.”대답이 없었다.하늘은 침실에서 나왔다.주방에 단태가 서 있었다.프라이팬을 들고.“일어났습니까?”“응.”“아침 거의 다 됐습니다.”하늘은 시계를 봤다.“나 오늘 늦게 일어나도 되는데.”단태의 손이 멈췄다.“아.”“아까부터 뭐 떨어뜨렸어요?”“뚜껑.”“그다음은?”“도마.”“쾅은?”“냉동실.”하늘은 한동안 단태를 봤다.단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시끄러웠습니까?”“응.”“미안합니다.”대답이 너무 빨라서.하늘은 화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다음부터 내가 늦잠 자는 날에는 조용히 해줘요.”“알겠습니다.”단태가 프라이팬을 내려놓았다.이번에는 아주 조심스럽게.하늘이 웃었다.“그렇게까지 조심할 필요는 없고.”“기준이 어렵네요.”“살다 보면 알겠죠.”단태도 웃었다.“그러려고 같이 사는 거니까.”문제는 그날 저녁에도 생겼다.하늘이 거실로 나왔다가 멈췄다.테이블 위에 있던 자신의 노트가 없었다.“단태.”자기 방에 있던 단태가 나왔다.“네.”“여기 있던 노트 못 봤어요?”“검은색?”“응.”“책장에 넣었습니다.”하늘의 표정이 굳었다.“왜요?”“청소하다가.”단태가 바로 하늘의 표정을 살폈다.“제가 건드리면 안 되는 거였습니까?”“내가 거기 둔 거잖아요.”“…….”“왜 마음대로 옮겨요.”목소리가 생각보다 날카롭게 나왔다.단태는 변명하지 않았다.“미안합니다.”책장으로 가서 노트를 꺼냈다.“여기 있습니다.”하늘은 받아 들었다.단태가 말했다.“다음부터 하늘 씨 물건은 안 옮기겠습니다.”“응.”그런데.대화가 끝났는데도 하늘의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노트 하나였다.없어진 것도 아니었다.단태는 청소하다 옮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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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아무 일도 없는 여행>

여행 당일 아침.윤하늘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휴대전화를 확인했다.오전 여섯 시 사십이 분.하늘은 다시 눈을 감았다.그리고 삼 초 뒤.다시 떴다.옆에서는 강단태가 자고 있었다.하늘은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다.어제 분명 말했다.일찍 깨우지 마요.그런데.정작 먼저 일어난 건 자신이었다.하늘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왔다.세수를 하고.거실로 나가 여행 가방을 다시 확인했다.충전기.화장품.옷.지갑.“…….”하늘은 가방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뭐 빠졌지.”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칫솔.”하늘이 깜짝 놀라 돌아봤다.단태가 방문 앞에 서 있었다.“언제 일어났어요?”“방금.”“내가 깨웠어요?”“아니요.”단태가 하늘의 가방을 봤다.“칫솔 안 넣었죠?”하늘이 세면도구 파우치를 열었다.정말 없었다.“어떻게 알았어요?”“어젯밤에 욕실에 그대로 있었습니다.”하늘이 칫솔을 가지러 가다가 멈췄다.“근데.”“네.”“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알고 있어요?”“뭘요?”“내 칫솔이 어디 있는지.”단태가 웃었다.“같이 사니까.”하늘도 결국 웃었다.“그러네.”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자.하늘은 조수석에서 졸기 시작했다.단태가 물었다.“졸립니까?”“아니.”대답과 동시에 하품이 나왔다.단태가 웃었다.“자요.”“여행인데.”“도착해서 놀면 되죠.”“운전하는 사람 두고 어떻게 자.”“그럼 저도 잡니까?”하늘이 눈을 떴다.“미쳤어요?”“그러니까 자요.”결국 하늘은 의자를 조금 뒤로 젖혔다.“졸음 오면 무조건 쉬어요.”“네.”“진짜로.”“알겠습니다.”“커피 마신다고 버티지 말고.”단태가 웃었다.“윤하늘 씨.”“왜.”“걱정되면 걱정된다고 하세요.”하늘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걱정돼요.”“알겠습니다.”“그러니까 쉬어요.”“네.”그제야 하늘은 눈을 감았다.눈을 떴을 때.차는 휴게소에 서 있었다.하늘이 몸을 일으켰다.“왜 여기예요?”운전석은 비어 있었다.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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