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그 겨울,나는 그를 기다리게 되었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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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달갑지 않은 사람

아침부터 마을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밤새 얼어붙었던 길 위로 햇빛이 비치면서 눈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고, 처마 끝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에서는 투명한 물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세린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바구니를 들었다.오늘도 약초를 손질해야 했다.마른 잎을 골라내고, 상태가 좋지 않은 약초는 따로 빼놓은 뒤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세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세린의 손이 멈췄다.고개를 들기도 전에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설마.” 세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골목 끝에서 한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단정한 옷차림에 허리에는 붓과 먹을 넣은 작은 도구가 매달려 있었고, 한 손에는 두꺼운 서책이 들려 있었다.서휘였다. 세린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서휘는 세린을 발견하자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역시 여기 있었네.”“왜 왔어?” 첫마디부터 차가웠다.서휘는 잠시 멈췄다가 피식 웃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부터 그렇게 하냐?”“반갑지 않으니까.” “너는 정말 한결같다.”“너도.” 세린은 바구니를 내려놓고 서휘를 바라봤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지?” 서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기억하지.” “그럼 왜 또 왔어?”“보고 싶어서.” “나는 보고 싶지 않았어.”짧은 침묵이 흘렀다.서휘는 세린의 말을 듣고도 돌아가지 않았다.오히려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너는 정말 나한테 마음이 없구나.”“응.” “조금도?” “없어.”“언제부터?” “그걸 왜 물어봐?”“알고 싶어서.”세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천천히 말했다.“서휘야.” “응.”“나는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하지 않아.” 서휘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하지만 내가 싫다고 했는데 계속 찾아오는 건 싫어.” “나는 네가 언젠가는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안 바꿔.”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잖아.”“내 마음은 내가 알아.” 세린은 단호했다.“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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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화 남겨진 마음

다음 날 아침, 세린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탓에 방 안에는 푸른빛이 희미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창문 가장자리에는 밤새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은 서리가 하얗게 맺혀 있었다.세린은 이불 속에서 한동안 눈만 깜빡였다.잠에서 깬 것은 분명한데 이상하게 몸이 무거웠다.눈을 감으면 어제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서휘의 얼굴.자신을 바라보던 눈빛.몇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목소리. 그리고 그때 나타난 진안.세린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복잡하네.”어제는 그냥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려 했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서휘가 또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진안은 어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자신이 괜히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분위기를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세린은 결국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차가운 바닥에 발이 닿자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옷을 챙겨 입은 뒤 문을 열었다.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세린은 잠시 눈을 찡그렸다가 마당을 바라봤다.그리고 그곳에서 진안을 발견했다.진안은 마당 한쪽에 서 있었다.아침 햇빛이 아직 완전히 내려오지 않은 탓에 그의 얼굴에는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는 말없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세린은 문 앞에 서서 잠시 그를 바라봤다.어제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진안이 서휘에게 짧게 대답하던 모습.그리고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개입했던 순간.세린은 작게 숨을 들이켰다.“……좋은 아침이에요.”진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좋은 아침이오.”짧은 대답이었다.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잘 잤어요?”“그렇소.”“……다행이네요.”세린은 괜히 다른 곳을 바라봤다.평소라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어색했다.결국 세린은 약초 바구니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오늘은 약초를 정리해야 해요.”“그러시오.” “네.”다시 침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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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화 조용히 다가오는 그림자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점심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흩날리던 눈발이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졌다.세린은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지붕 위에도, 나뭇가지 위에도,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 위에도 눈이 쌓였다.평소였다면 예쁘다고 생각했을 풍경이었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세린은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봤다.어제부터 계속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군사들.최근 들어 마을 주변에서 군사들이 자주 보였다. 장터에서도 보았고,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에서도 보았다.사람들은 군사들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전쟁이 가까워졌다고 했고, 누군가는 단순한 순찰이라고 했다.어느 것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거칠 때마다 달라졌다.“……괜한 걱정인가.”세린은 작게 중얼거렸다.그러면서도 창밖에서 말 한 마리가 지나갈 때마다 시선이 따라갔다. 혹시 군사들이 아닐까.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세린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음을 다른 곳에 두기 위해 약초 바구니를 가져왔다. 탁자 위에 약초를 펼쳐놓고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마른 잎을 골라내고,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약초는 따로 모았다. 손을 움직이고 있으면 생각이 조금 줄어들 것 같았다.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세린이 고개를 들었다.문이 열리고 진안이 들어왔다.옷자락에 작은 눈송이가 붙어 있었다.세린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밖에 나갔다 왔어요?” “그렇소.”“어디 갔어요?” “마을 밖.”짧은 대답이었다.세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무슨 일 있었어요?”“없었소.” “정말요?” “그렇소.”세린은 더 묻지 않았다.하지만 진안의 모습을 가만히 살폈다.그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차분했고, 표정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세린은 다시 약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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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화 눈이 그친 자리

밤새 내리던 눈은 새벽이 되어서야 그쳤다.창문 틈으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방 안을 천천히 밝히고 있었다.세린은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면서도 머릿속은 어젯밤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북쪽. 군사들.그리고 전투가 있었다는 소문.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서로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일 뿐이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세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새벽 노을 아래 펼쳐진 마을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지붕마다 눈이 두껍게 내려앉아 있었고, 나뭇가지들은 무거운 눈을 견디며 조용히 늘어져 있었다.어제까지 보이던 발자국들도 대부분 눈에 덮여 있었다.세린은 창문에 손을 대고 바깥을 바라봤다.눈이 그치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았다.하지만 오히려 너무 조용했다.사람들의 목소리도 아직 들리지 않았고, 길을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세린은 그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숨소리까지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이상하네.”작게 중얼거린 순간,밖에서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세린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곧 문밖에서 익숙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천천히.일정한 걸음.세린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잠시 후 문이 열렸다.진안이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조금 남아 있었다.세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또 밖에 나갔다 왔어요?”“그렇소.” “아침부터요?”“잠깐.” 짧은 대답.세린은 진안을 바라보다가 한숨처럼 웃었다.“진안은 아침부터 참 부지런하네요.”진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세린은 그의 옷에 붙은 눈을 발견했다. “잠깐만요.”세린이 다가가 손으로 그의 어깨에 남아 있는 눈을 털어냈다. 진안이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봤다.세린은 그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왜요?” “……아무것도 아니오.”“그럼 가만히 있어요.”세린은 다시 어깨에 남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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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화 배신자의 이름

아침부터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며칠 동안 계속 내리던 눈은 잠시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무거운 빛을 머금고 있었다.세린은 창가에 서서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쌓인 지붕들 사이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아이들은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었고, 어른들은 집 앞에 쌓인 눈을 정리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하지만 세린은 며칠 전부터 느껴지던 묘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북쪽으로 향하는 군사들.계속 들려오는 전쟁에 대한 소문.그리고 어제 집 근처에서 발견했던 낯선 발자국. 세린은 손가락으로 창틀을 가볍게 쓸었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걸까.”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 창문에서 떨어졌다.그때 뒤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밖에 나가려는 것이오?”세린이 돌아봤다.진안이 방 한쪽에 서 있었다.“네.” “어디로.”“약방에요.”세린은 바구니를 들어 보였다.“어제 정리한 약초를 가져다주려고요.”진안은 잠시 바구니를 바라봤다.“같이 가겠소.”세린은 작게 웃었다.“또요?” “그렇소.”“요즘 저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린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세린은 목도리를 조금 더 여몄다.눈 위에 남은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진안은 세린보다 반걸음 정도 뒤에서 걸었다.말없이. 언제나처럼.세린은 그런 진안을 흘끗 바라보다가 말했다. “진안.” “왜.”“오늘은 장터에도 사람이 많겠죠?”“그럴 것이오.”“그럼 약초 가져다주고 조금 둘러봐도 돼요?”진안은 잠시 세린을 바라봤다.“오래 있지는 마시오.”“알겠어요.”세린은 환하게 웃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약방을 향해 걸었다.그런데 마을 입구에 가까워졌을 때였다.멀리서 말 한 마리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세린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췄다.말 위에는 낯선 사내가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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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화 감춰진 힘

서겸이 떠난 뒤에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하얀 눈송이가 조용히 하늘에서 내려오며 마을의 지붕과 길을 덮었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서겸은 아무 말 없이 앞을 향해 걸었다.그의 뒤로 여러 명의 군사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한참을 걷던 중 한 군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감.”서겸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말해.”“조금 전 그 사내 말입니다.”서겸의 발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무엇이.” “정말 그 사람이 맞습니까?”서겸은 대답하지 않았다.군사는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점이 없어 보였습니다.”서겸이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천천히 뒤를 돌아본 그의 눈빛이 군사를 향했다. “특별한 점이 없어 보였나.”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예.”서겸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렇다면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군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겸은 다시 몸을 돌렸다.“따라와.” “예.”군사들은 다시 서겸을 따라 움직였다.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조금 전 마주했던 사내는 말수가 적었다. 표정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겉모습만 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겸은 알고 있었다.그 사람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한편 세린은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진안보다 먼저 돌아온 그녀는 약방에서 받아온 약초를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다.마른 잎을 종류별로 나누고 작은 약초들은 따로 묶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세린의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자꾸만 서겸이라는 남자가 떠올랐다.진안과 서겸은 분명 서로를 알고 있었다.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는 단순한 지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특히 진안의 표정이 그랬다.평소에도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서겸을 바라볼 때만큼은 눈빛이 달랐다.차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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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화 낯선 시선

진안은 서겸이 사라진 길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세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어졌던 대화가 마음에 걸리는 듯했지만 진안에게 더 묻지는 않았다.진안 역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들어가시오.”짧은 말에 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시간이 조금 흐른 뒤 세린은 장터에 가야 한다며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약초도 부족했고 집에 남은 식량도 많지 않았다.진안은 세린이 적어 내려가는 목록을 잠시 바라봤다.“많군.” “필요한 게 많아서 그래요.”“혼자 가겠소?” 세린이 고개를 들었다.“같이 가주려고요?” “그렇소.”세린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그럼 같이 가요.”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장터로 향했다.날씨는 쌀쌀했지만 하늘은 맑았다.장터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상인들은 물건을 내놓고 손님을 불렀고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세린은 익숙한 듯 약초를 파는 가게부터 찾았다.“이 약초 있어요?”“오늘 들어온 게 있지.”상인이 작은 상자를 열었다.세린은 안에 담긴 약초를 하나씩 살펴봤다.“상태가 좋네요.”“좋은 건 비싸지.”세린은 가격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진안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상인이 웃었다.“자네는 올 때마다 그렇게 말하지.”“그래도 항상 사잖아요.”“그건 그렇지.”상인은 결국 가격을 조금 낮춰주었다.세린은 기분 좋은 얼굴로 약초를 받아 들었다.“감사해요.”두 사람은 다음 가게로 이동했다.그때 진안이 걸음을 멈췄다.세린도 따라 멈췄다. “왜요?”“아무것도 아니오.”진안은 장터 반대편을 바라봤다.사람들 사이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내의 시선이 계속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안과 눈이 마주치자 사내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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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화 눈 속에 놓인 함정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세린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약초가 든 자루를 정리했다.“오늘은 눈이 많이 오네요.”진안은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그러하오.”“이런 날에는 사람들이 잘 안 나가겠죠?”“그럴 것이오.”세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약초를 말리려면 장작이 더 필요해요.” 진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구해오겠소.”“같이 갈게요.”“집에 있으시오.”“금방 다녀올 수 있는데요.”세린은 이미 외투를 챙기고 있었다.진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더 말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눈은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다.발을 내디딜 때마다 눈이 발목까지 올라왔다.세린은 외투를 여미며 천천히 걸었다.진안은 그녀보다 조금 앞서 걸으며 길을 살폈다.마을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의 흔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떨어졌다.세린이 주변을 둘러봤다.“오늘은 정말 조용하네요.”“눈이 많이 와서 그렇소.”“그런가 봐요.”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다.그때였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진안이 걸음을 멈췄다.세린도 멈춰 섰다.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곧 눈발 사이로 마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마차는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그런데 이상했다.말이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였다.마부는 말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마차는 멈추지 않았다. “비키시오!”마부가 소리쳤다.진안은 세린의 팔을 잡아 옆으로 물렸다.마차가 두 사람의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그 순간 마차의 뒷바퀴가 눈에 파묻혔다.쿵!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말이 앞발을 들었다.마부가 끈을 잡아당겼지만 이미 늦었다. 마차가 한쪽으로 기울더니 그대로 길가에 넘어졌다. 세린이 놀라 앞으로 다가가려 했다. “사람이 다쳤을지도 몰라요.”진안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잠시 기다리시오.” “왜요?”진안은 대답하지 않고 넘어진 마차를 바라봤다.말은 멀쩡했다.마부 역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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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화 남겨진 흔적

밤새 내리던 눈은 새벽이 되어서야 조금 잦아들었다. 세린은 창가에 서서 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눈이 마당을 덮고 있었고 지붕 끝에서는 녹은 눈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조용하네요.” 뒤에서 진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이 말이오.” “눈이요.” 세린은 창문을 조금 열었다가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자 다시 닫았다.진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어제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넘어진 마차.이상하게 끊어져 있던 고삐. 눈 속에 묻혀 있던 줄. 그리고 숲에서 발견된 발자국. 어느 하나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하지만 진안은 세린에게 그 사실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괜히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세린은 식탁 위에 놓인 약초를 바라봤다. “약초를 조금 더 사야 할 것 같아요.” “어제 산 것으로 부족하오?” “생각보다 많이 필요해요.”진안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장터에 가려는 것이오?” “네.” “오늘은 가지 마시오.” 세린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왜요?” “눈이 아직 많이 쌓였소.” “마을 안쪽 장터만 잠깐 다녀오면 되는데요.” 진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걱정돼요?” “그런 것이 아니오.” “그럼 같이 가면 되겠네요.” 진안은 세린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준비하시오.” 세린은 금세 외투를 챙겼다.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 눈길은 미끄러웠다. 세린이 몇 번 발을 헛디디자 진안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췄다. “천천히 걸으시오.” “알겠어요.” 세린은 진안을 바라보다가 그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눈을 치우는 사람도 있었고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평범한 아침처럼 보였다. 세린은 약초를 파는 가게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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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화 위험

오후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세린은 식탁 위에 놓인 약초를 정리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안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몸이 조금 뻐근했다.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밖을 바라봤다.“진안.” 방 한쪽에 있던 진안이 고개를 들었다.“왜.” “잠깐 산책할래요?”진안은 세린을 바라봤다.“지금?” “네.”세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서요.”진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준비하시오.”세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같이 가주는 거예요?”“혼자 보내진 않겠소.”“그 말은 결국 같이 간다는 거죠?”진안은 대답 대신 외투를 집어 들었다.세린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알겠어요.”그녀도 외투를 챙겼다.문을 나서기 전 세린은 식탁 위를 한 번 돌아봤다.약초와 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금방 다녀올게요.”진안이 문을 열었다. “그러시오.”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대신 세린은 조금 한적한 길을 골랐다. 사람이 많지 않은 길이었다.길 양쪽으로 나무가 늘어서 있었고 멀리 낮은 언덕이 보였다. 세린은 천천히 걸었다.“여기 오랜만이네요.”진안은 주변을 살폈다.“자주 왔소?”“어릴 때는 가끔요.”“그렇군.”세린은 진안을 바라봤다.“진안은 이런 데 자주 와요?”“필요하면.”“산책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가끔.” “의외네요.”진안은 세린을 바라봤다. “뭐가.”“진안도 산책하는 거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좋아한다고 한 적은 없소.”세린이 웃었다.“역시 진안답네요.”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나란히 걸었다.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세린은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풀을 바라봤다.“저거 약초 같은데.”진안이 시선을 돌렸다. “맞소.”세린은 쪼그려 앉아 풀을 살폈다.“이건 잎이 조금 다르네요.”“비슷하지만 다른 종류요.”“진안도 약초를 알아요?” “조금.”“조금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 아는데.”진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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