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은 말없이 그녀를 보다가 돌아누웠다.미래는 등을 돌린 채 눈을 감았다. 남편의 체온보다 다른 남자의 눈빛이 먼저 떠올랐다.같은 밤, 오랜만에 모인 의대 동기 넷의 술자리는 무르익어가고 있었다.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원장 친구들 사이에서 진희는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앉아 있었다. 안과 원장이 맥주잔을 부딪치며 한숨을 쉬었다.“우리 아들은 우리 본과 때만큼 공부를 하는 것 같아. 게다가 하는 게 엄청 많아서, 벌써부터 사는 게 피곤해 보여.”정형외과 원장이 껄껄 웃었다.“스펙을 얼마나 쌓아주길래 그래?”안과 원장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공부 외에 치아랑 턱 교정에, 성장 호르몬 주사에, 밤마다 드림렌즈까지…… 아주 풀코스지.”“하하하! 야, 넌 아들 하나를 아주 인위적으로 키우는구나?”유쾌한 대화 속에 술잔이 바쁘게 오갔다. 성형외과 원장이 씁쓸하게 잔을 비우며 말을 이었다.“난 너무 오래 연애하고 결혼해서 그런가, 결혼하니까 이상하게 성욕이 뚝 떨어지더라.”안과 원장이 장난스레 받아쳤다.“원래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야, 인마.”유부남들의 철없는 웃음소리가 번졌다. 정형외과 원장도 한마디 거들었다.“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외모랑 몸매가 안 받쳐주면 아예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와글와글한 웃음소리 너머로 진희는 그저 잔을 만지작거렸다.친구들이 뱉어내는 ‘결혼’, ‘아내’, ‘가족’이라는 평범한 단어들이 공중에 흩어질 때마다, 진희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사람, 안미래라는 이름이 아프게 파고들었다.내 여자가 될 수 없는 사람. 다가설 수 없는 견고한 성벽 너머의 사람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하지만 심장은 이성보다 솔직하고 잔인했다.그녀를 온전히 갖고 싶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그 여자가 맞이하는 아침의 색깔은 어떨지, 그 고운 입술이 만드는 웃음은 얼마나 싱그러울지, 그녀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까지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싶어 가슴이 타들어 갔다.모임이 끝나고 친구들은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았다.“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