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을 빠져나오는 길, 저 앞에 익숙한 노란 아치가 눈에 들어왔다.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였다.진희가 능청스럽게 깜빡이를 켰다.“우리 저거 먹을까요?”“좋아요!”미래가 냉큼 대답했다. 진짜로 좋아하는 얼굴이었다.그런데 차는 그 진입로를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미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사이, 진희가 정면을 본 채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미래 씨, 우리 춘천 어때요?”“……춘천이요?”미래는 순간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겨우 열 시였다. 계획도, 준비도 없이 그냥 떠나자는 그 말이 황당하면서도, 이미 눈이 먼저 웃고 있었다.차는 강변북로를 따라 조용히 달렸다. 신호가 몇 번 바뀌는 사이, 진희가 문득 물었다.“미국에서 오래 살았나 봐요. 아까 발음도 그렇고.”“네, 고등학교 때부터 쭉 살았어요.”미래는 창밖을 보며 대답하다가, 다음 말을 삼켰다.결혼 전까지.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미래는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슬쩍 돌렸다.진희는 그 미묘한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핸들을 쥔 채, 앞을 보며 옅게 웃었을 뿐이었다.오늘 하루쯤은, 그냥 이대로도 좋다.옆자리에 이 사람이 앉아 있고, 창밖으로 낯선 풍경이 스쳐 가고,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 그거면 충분했다.미래는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며, 문득 이상한 기분에 잠겼다.내가 이렇게 웃은 게, 얼마 만이지.문득 성웅과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뜨거웠다. 몸이 먼저 서로를 알아봤고, 시차를 건너 매일 밤 숨소리를 나눴다.그런데 이상했다. 그 시절에도,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웃어본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별거 아닌 농담에 배를 잡고, 계획 없이 훌쩍 떠나고, 시답잖은 이야기에 마음이 풀어지던 순간이.성웅과는 늘 뜨거웠지만, 한 번도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다.그 사실이, 미래는 조금 서글펐다.성웅은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자상한 아빠였고, 자신에게도 부족함 없이 해주는 남편이었다. 잠자리에서도 늘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