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단추가 풀렸다.진희는 서두르지 않았다. 단추 하나를 풀 때마다, 그는 미래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미래가 눈을 피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 단추로 손을 옮겼다.세 번째. 네 번째.셔츠 원피스의 앞섶이 천천히 벌어졌다.그 사이로, 하얀 레이스가 드러났다.진희의 손이 멈췄다.수영장에서 보았다고 생각했다. 물살을 가르던 어깨, 수영복 위로 드러나던 곡선. 빗속에서 젖은 셔츠 너머로, 헐렁한 옷자락 사이로, 이미 다 짐작하고 있다고 믿었다.아니었다.얇은 레이스 위로, 넘치듯 피어난 가슴이 숨을 쉴 때마다 부드럽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잘 익은 복숭아처럼, 탐스럽고 풍만했다.진희는 숨을 쉬는 법을 잊었다.수많은 사람의 몸을 보아온 의사였다. 그런데 지금,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몸 앞에서 손끝이 떨렸다.마지막 단추가 풀렸다.셔츠 원피스가 어깨를 타고 스르륵 미끄러져, 미래의 무릎 위로 내려앉았다.진희가 손을 뻗어, 그녀의 등 뒤로 팔을 돌렸다. 가슴이 맞닿을 듯 가까워졌다. 그의 손끝이 후크를 찾았다.작은 소리와 함께, 레이스가 풀렸다.가려져 있던 복숭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부드럽게 출렁였다. 그 끝은 이미 부풀 대로 부풀어, 붉게 피어 있었다.미래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17년 동안, 이렇게 오래 누군가에게 바라봐진 적이 없었다. 이렇게 숨을 멈춘 채로, 이렇게 떨리는 눈으로.미래가 손을 뻗었다.진희의 가운 끈에 손끝이 닿았다. 매듭이 풀리고, 가운이 그의 어깨에서 흘러내렸다.이번엔 미래가 바라볼 차례였다.램프 불빛 아래, 그의 몸이 드러났다. 길고 매끄러운 선. 넓은 어깨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단단한 근육. 물살을 가르며 다듬어진 몸이었다.성웅의 몸이 떠올랐다. 철저한 관리로 다져진, 묵직하고 단단한 몸. 17년 동안 익숙했던, 늘 위에서 그녀를 덮어오던 몸.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 몸은 달랐다.젊고 뜨거웠다. 그리고 그 몸이, 지금 그녀 앞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녀를 기다리며.진희가 다가왔다.
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