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은 복제본이 아닙니다.”독립감사위원장이 내 기대부터 잘랐다. 건우가 자문 때 쓰던 개인키로 직접 승인된 문서라는 감정 결과였다.“접속 주소도 회복센터가 맞습니까?”“새벽 두 시 십칠 분, 센터 전용 회선입니다.”분석표의 세 줄이 건우를 향했다. 인증키, 회선, 전자서명. 그 아래에는 윤세라와 만난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사진 속 세라가 내민 봉투에는 뜯긴 설계노트 한 장이 비쳤다. 스카우트 거절 현장이라는 전체 녹음은 있었지만, 해원은 그것도 자료 거래를 꾸민 대화라고 주장했다.“휴대전화 위치는요?”“센터 반경 안입니다. 자택과 센터가 같은 기지국을 씁니다.”“센터 출입기록은 없잖아요.”“원격 접속이면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키가 담긴 장치 번호도 일치합니까?”“서버에는 자문 당시 등록한 보안토큰 번호가 찍혔습니다.”“그 토큰은 폐기됐다고 했죠.”“실물 파기 사진은 없습니다. 박상철의 확인서뿐입니다.”포렌식팀은 정상 사용자라면 남는 두 번째 인증 알림이 건우 휴대전화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상철에게는 알림을 우회할 관리자 권한이 있었다. 무죄의 증거는 아니었지만 조사할 갈림길은 생겼다.빈틈이 없었다. 누군가 건우를 흉내 낸 것이 아니라, 건우가 해야만 가능한 일처럼 만들어 둔 범행이었다.나는 그 분석에 반박하지 않고 추가 감정 항목을 적었다. 서명이 진짜라는 결론과 건우가 실행했다는 결론 사이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했다.“개인키 보관 장치 원본은 어디 있습니까?”“폐기 당시 박상철이 회수했습니다.”“회수 영상도 있나요?”“서면 확인서만 있습니다.”서명은 완벽했고, 그 완벽함을 확인한 사람은 사라졌다.영장심사 전 건우와 만나는 자리는 각자의 변호인이 동석한 외부 회의실로 잡았다. 수사 자료는 공유하지 않고, 회사와 관계에 관한 선택만 기록하기로 했다.회사의 분석표는 내 가방에 넣지 않았다. 건우의 변호인에게 넘길 자료는 독립감사위가 정했고, 나는 공개된 사실만 알고 들어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
Last Updated : 2026-09-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