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Chapter 71 - Chapter 80

143 Chapters

72화 — 나를 떠나야 산다는 거짓말

“이건우 씨가 떠나면 표 차이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홍보 자문단은 은채에게 보낸 제안서와 다른 문서를 내 앞에 놓았다. 내 입으로 관계 종료를 발표하면 소송과 주가가 진정된다는 계산이었다.“서 대표에게는 어디까지 말했습니까?”“경영상 결별이 필요하다고만 보고했습니다.”나는 문서를 덮지 않았다. 마지막 장까지 읽고 사본 제공을 요구했다.“이 자료를 은채 씨에게 그대로 보내겠습니다.”자문단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먼저 결단하시는 편이 서 대표님 부담을 줄입니다.”“그 사람을 빼고 정한 결단이 어떻게 그 사람 부담을 줄입니까?”“대표님은 관계를 지키겠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건우 씨가 악역을 맡으면 됩니다.”예전의 나라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몰랐다. 내가 떠나면 은채가 산다는 문장은 희생처럼 들렸고, 희생은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였다.나는 이미 보호라는 이름으로 은채를 프로젝트에서 밀어냈고, 회사를 살린다며 이혼 서류까지 내밀었다. 그때마다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은 은채였는데 결정한 사람은 나였다. 이번에 조용히 사라지면 모양만 달라질 뿐 같은 선택이었다.하지만 은채는 내가 기차표를 혼자 끊었던 날 분명히 말했다. 떠나 달라고 한 적부터 물으라고.“악역도 당사자 동의 없이 맡지 않겠습니다.”“공개매수 마감이 내일입니다.”“그러니까 지금 공유하죠.”나는 회의록과 분석표, 내게만 제시한 발표문을 은채와 재하에게 동시에 보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도 메시지로 물었다.자료를 보내는 순간 내가 원하는 결론은 쓰지 않았다. 남겠다는 선언도, 헤어질 수 없다는 호소도 붙이지 않았다. 함께 정하자는 말이 정말 질문이 되려면 거절할 자리까지 비워 둬야 했다.‘직접 만나서 선택지를 같이 정하고 싶어. 지금 가도 될까?’답은 곧 왔다.‘회의실로 와요. 자문단도 다시 부를게요.’은채는 혼자 있지 않았다. 기록 담당자와 직원주식신탁 위원장이 옆에 앉아 있었다.“내게 온 제안서에는 건우 씨가 스스로 물러나는 안으로 적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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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 최명희가 보낸 열쇠

“최명희 씨가 직접 만나면 보관 장소를 말하겠답니다.”법률대리인의 첫 문장은 열쇠보다 조건을 앞세웠다. 선처 의견서와 비공개 면담을 요구한다는 공문도 함께 들어 있었다.“만나지 않겠습니다.”나는 증거 가방에서 손을 뗐다. 비서에게 봉인 번호부터 촬영하게 하고 감사위원을 불렀다.대리인이 전화기 너머로 재촉했다.“서 대표님 어머니 사건을 완전히 밝힐 기회입니다.”“그래서 개인 거래로 만들지 않겠다는 겁니다.”“의뢰인은 이미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형량은 제가 돌려줄 수 있는 재산이 아닙니다.”“그럼 열쇠도 쓸 수 없습니다. 거래번호 뒤 네 자리는 의뢰인만 압니다.”“수사기관에 같은 말을 하세요.”통화를 끝내자 재하가 가방 주위에 증거 보전 테이프를 붙였다.“저쪽이 일부러 출처를 흐렸을 수 있어.”“우리가 열어 보면 오히려 덫이 되겠죠.”“압수 절차를 밟는 게 안전해. 오늘 안으로 담당 검사에게 인계하자.”나는 열쇠와 거래번호를 회사 자산처럼 확인하지 않았다. 어머니 사건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증거 관리 권한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건우는 가방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어머니가 보낸 게 맞아?”“대리인 공문은 확인했어요.”“내가 아는 번호인지 봐야 할까?”“아뇨. 당신도 원본을 만지지 않는 게 좋아요.”“알겠어. 필요하면 가족관계와 과거 금고 위치만 진술하겠습니다.”그는 열쇠를 가져가거나 어머니를 설득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내게 면담을 받아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당신은 만나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아니. 만나지 않겠다는 당신 결정을 바꿀 생각도 없어.”“선처를 바라고 준 증거예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그게 맞아. 어머니가 한 일의 목적까지 바꿔 줄 필요는 없으니까.”수사관 두 명과 디지털 증거 담당자가 도착했다. 봉인을 뜯기 전부터 영상 기록이 시작됐다.“임의제출자로 서 대표님 이름을 적겠습니다.”“실제 제출자는 최명희 씨 대리인입니다. 저는 전달 경로에만 넣어 주세요.”“선처 의사를 밝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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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 어머니의 적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장부만 보면 최명희가 주범이고 윤태성은 매수인입니다.”수사관의 설명에 나는 첫 장을 다시 봤다. 어머니에게 누명을 씌운 날짜 옆에는 최명희의 결재표시만 있었다.“장물인 줄 몰랐다는 주장도 가능합니까?”“해원은 이미 그렇게 답했습니다.”감정을 마친 장부는 열람용 사본으로 제공됐다. 현금 지급, 가짜 납품전표, 화재 뒤 자료 폐기 비용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종이와 잉크는 모두 십칠 년 전 생산분으로 확인됐다. 장부에 적힌 송장번호 다섯 개는 태림 보관 서버의 원본과 순서까지 맞았다.최명희는 서지안의 원가 계정에 비자금을 섞고, 책임 확인서에 복제 서명을 붙였다. 누명을 설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흐리지 않았다.그러나 장부 뒷면의 작은 부속표에는 윤태성 비서실 문서번호가 반복됐다.“이 항목을 확대해 주세요.”‘원권리자 이의 제기 시 추가 보상.’나는 그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권리자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는 뜻 아닌가요?”재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최소한 분쟁 가능성을 인식한 계약이야. 다음 줄도 봐.”다음 지급 조건은 더 노골적이었다. 원설계 노트 두 장과 고객 수선 이력 원본을 넘긴 뒤 잔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해원은 특허 아이디어만 산 게 아니군요.”“고객 데이터까지 샀어. 오리진 패스 초기 가입자를 단숨에 확보한 이유가 이거야.”“개인정보 침해도 별건으로 분리해 주세요.”담당 검사가 내 요청을 막았다.“혐의 구성은 수사팀이 합니다. 서 대표님은 피해 자료를 제출해 주십시오.”“알겠습니다. 대신 서지안 사건과 고객 피해를 한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내겠습니다.”나는 수사 방향을 명령할 자리에 있지 않았다. 다만 서로 다른 피해자가 한 사람의 협상 카드로 묶이지 않게 기록할 수는 있었다.감사팀 벽에는 책임표를 두 칸으로 나눠 붙였다. 최명희 칸에는 허위 계정, 복제 서명, 방화 책임 전가가 놓였다. 윤태성 칸에는 악의 취득, 고객정보 사용, 증거 폐기 대금이 놓였다. 가운데 겹치는 칸에만 이면계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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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 반지보다 무거운 의결권

“건우 도련님이 나서면 우리 표를 모을 수 있습니다.”태림 원로주주의 음성메시지는 건우를 아직 가문의 아들로 불렀다. 나를 위해 의결권을 모아 달라는 말 뒤에는 복귀를 보장하라는 조건이 붙었다.“저한테 온 연락 전부예요.”건우는 답을 보내기 전에 메시지와 통화 요청 목록을 내 화면에 공유했다.재무담당은 세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이 점 삼 퍼센트라고 했다.해원과의 예상 표 차이보다 컸다. 회의실 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건우에게 모였다.“개별적으로 설득해 주실 수 있습니까?”“은채 씨와 역할부터 정하겠습니다.”“시간이 없습니다. 과거 인연을 활용하는 것뿐입니다.”내가 물었다.“무엇을 약속해야 표를 준답니까?”“이건우 씨의 경영 복귀와 태림가 우호 지분 보호입니다.”“둘 다 드릴 수 없는 약속이네요.”재무담당은 경영 복귀를 검토한다고만 말해도 된다고 했다. 실제 결정은 주총 뒤에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건우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받을 수 없는 대가를 흘려서 표를 얻지 않겠습니다.”“그러다 회사가 넘어가면 책임지실 겁니까?”“제가 책임질 수 없는 회사라서 더 약속하지 않는 겁니다.”나는 원로주주들에게 같은 답을 보냈다. 건우 개인과 비공개로 거래하지 않으며, 태림의 사업 계획을 듣고 싶다면 모든 주주에게 열린 설명회에 오라고 했다.독립위원회에는 건우의 발표 범위와 이해관계를 먼저 신고했다. 자료 선택은 직원위원이 맡고, 참석 주주의 명단은 건우에게 주지 않았다. 설명회 뒤 개별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확인도 받았다.우리가 지키려는 경계는 건우를 의심해서 세운 벌이 아니었다. 다시 가까워졌다는 이유로 회사의 문까지 열리지 않게 하는 난간이었다.“건우 씨가 설명회는 맡아 줄 수 있어요?”“어느 범위까지 말하면 될까?”“과거 구조조정과 협력사 현황만요. 의결권 요청은 하지 말고, 내 연인 자격도 내세우지 마세요.”건우는 센터 자료도 동의받은 것만 쓰겠다고 했다.“발표문은 독립위원회 검토를 받아요.”“그렇게 하자.”그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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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 악녀가 훔친 초대장

“이미 열세 곳이 위임장에 서명했습니다.”해외 브랜드 담당자의 말과 함께 위조 초대장 사본이 도착했다. 내 이름으로 열린 간담회는 한 시간 뒤 시작될 예정이었다.“행사장을 폐쇄할까요?”“아뇨. 참석자부터 안전하게 확인해요. 서명 원본은 누구에게도 넘기지 못하게 하고요.”장소는 해원 계열 호텔의 작은 연회장이었다. 현장 감사팀과 브랜드 법무대리인을 먼저 보내고, 나는 초대장 발급대장 원본을 들고 갔다.입구에는 루미에르 문양이 찍힌 금색 안내판이 서 있었다. 윤세라는 내 이름 아래 ‘공동 주최자’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행사 순서표의 내 영상 축사는 개장식 인터뷰를 잘라 붙인 것이었다.“서 대표님이 왜 오셨어요?”“제 간담회라면서요.”세라가 잠시 굳었다가 웃었다.“해외 브랜드들이 중재를 부탁했어요. 바쁘실 것 같아 대신 준비했죠.”“제가 위임장도 부탁했습니까?”“다들 태림을 걱정해서 자발적으로 가져온 거예요.”탁자 위에는 의결권 위임장과 해원 공개매수 동의서가 한 묶음으로 놓여 있었다. 참석자들은 두 문서가 같은 절차인 줄 알았다고 했다.나는 행사를 멈추기 전에 마이크로 사실부터 밝혔다.“이 초대장은 태림이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서명한 문서는 외부 법무인이 봉인하고, 각 회사가 돌려받을지 결정하게 하겠습니다.”“가짜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세라가 끼어들었다.“일련번호 첫 자리부터 틀렸어요.”그녀가 가슴에 단 루미에르 브로치를 가리켰다.“공식 브로치도 받았어요. 번호가 같잖아요.”“그래서 둘 다 가짜예요.”루미에르 행사물 일련번호는 상품 이력 코드와 겹치지 않게 홀수로 끝났다. 초대장과 브로치에는 같은 짝수 번호가 복제돼 있었다.초대장 오른쪽 아래 나침반도 북쪽 바늘이 빠져 있었다. 어머니 원본을 따라 만든 공식 표식이라면 생길 수 없는 오류였다. 복사한 사람은 문양의 뜻도 발급 규칙도 몰랐다.내가 검증기에 브로치를 대자 화면에 ‘폐기된 샘플’이라고 떴다. 세라는 기계를 탓했지만 원본 발급대장은 처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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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 주총 전날의 체포영장

박상철의 휴대전화가 꺼졌습니다.”영상회의가 끊긴 지 삼십 분 뒤, 준법지원실은 텅 비어 있었다. 그의 인증서 인계 확인서는 끝내 서명되지 않았다.“출국 금지를 요청해야 합니다.”“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소재 불명 신고와 증거 보전입니다. 수사 조치는 수사팀이 판단하게 하세요.”감사팀이 박상철의 접근 권한을 동결했다. 서버를 삭제하지 않고 읽기 전용 복제본을 만들던 중 낯선 인증키 하나가 발견됐다.“이건 박 팀장 키가 아닙니다.”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이건우.사십칠 화 한시 자문 때 발급됐다가 계약 종료와 함께 폐기된 키였다. 접속 시각은 사흘 전 오후, 가져간 자료는 태림 공급망 전체였다.“폐기됐다면 어떻게 인증됐습니까?”“사용자 화면에서 지운 뒤 서버 폐기 목록에 올려야 합니다. 두 번째 처리가 빠졌습니다.”“누가 확인할 책임이었죠?”“준법담당이 최종 승인합니다.”박상철이 서명한 확인서에는 두 절차를 모두 끝냈다고 적혀 있었다. 화면에서는 사라졌지만 서버 안에서는 살아 있는 열쇠였다.“폐기 확인서는 누가 썼죠?”“박상철입니다. 외부 감사에도 같은 확인서를 냈습니다.”“원본과 키 발급 서버를 바로 봉인하세요.”감사팀장은 망설였다.“대표님, 주총이 내일입니다. 이 사실이 나가면 끝입니다.”“그래서 우리가 먼저 보존해야 합니다.”나는 건우에게 전화하기 전 독립감사위원과 수사팀에 로그를 동시에 보냈다. 연인에게 먼저 알려 대응할 시간을 줬다는 의심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그다음 건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신의 옛 인증키가 자료 유출에 쓰였어요.”잠깐의 침묵 뒤 그가 물었다.“언제, 어떤 자료야?”“사흘 전 오후 두 시 십칠 분. 공급업체 계좌와 계약 단가 전부예요.”“내가 제출할 목록을 보내 줘. 센터 서버와 개인 기기 모두 보전하겠습니다.”“수사팀이 곧 갈 거예요.”“기다릴게. 직원들이 놀라지 않게 압수 범위만 설명해도 될까?”“증거에 손대지 않는 범위에서요. 변호인도 따로 선임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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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 이번에는 나는 당신을 믿는다

“구속영장을 막으려면 주총을 연기하고 탄원서를 내십시오.”새벽 두 시, 이사회 고문은 회사 명의로 건우의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보증하자고 했다. 주총까지는 여섯 시간도 남지 않았다.“회사가 연인의 신원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그럼 해원이 영장 청구서를 주총장에서 읽을 겁니다.”“읽으라고 하세요. 대신 우리가 보존한 자료 목록도 같이 공개하겠습니다.”나는 건우의 키가 닿은 서버, 위조 초대장 원본, 박상철의 권한 인계 기록을 한꺼번에 동결했다. 내부조사 지휘는 독립감사위원장에게 넘겼다.“대표님 접근권도 끊을까요?”“건우 관련 폴더에는 끊으세요. 열람 요청도 위원장 승인을 받겠습니다.”“회사 전체 권한까지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나올 겁니다.”“이해충돌이 있는 범위만 분리합니다. 그 밖의 책임까지 버리지는 않아요.”감사팀은 원본 서버의 해시값을 공증하고 국내외 백업을 각각 봉인했다. 회복센터에는 범행 전후 일주일의 출입 영상, 교육 방송, 직원 근무표를 삭제하지 말라는 보전 통지가 갔다.“평소 보관 기간이 지난 영상도 포함합니까?”“관련 여부는 우리가 고르지 마세요. 그 기간의 원본 전부입니다.”“비용이 커집니다.”“증거가 사라진 뒤 치를 비용보다 작아요.”건우의 변호인에게도 같은 보전 목록을 보냈다. 유리한 자료만 골라 제출하지 말고, 센터 회선과 교육 기록 원본을 보존해 달라는 요청이었다.곧 건우에게서 변호인을 통한 답이 왔다.‘전부 동의합니다. 조사 중 연락 제한도 따르겠습니다.’그는 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결백을 믿는다는 말을 공개해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나는 한 줄을 더 써 보냈다.‘도망치지 말아요. 이번에는 나는 당신을 믿어요.’답은 짧았다.‘그 믿음을 증거 대신 쓰지 않게 하겠습니다.’변호인이 별도 통화로 건우가 영장심사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전했다.“센터 직원 명의의 탄원서도 받지 않겠답니다.”“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어요.”“업무상 영향이 있었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겁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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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 전남편의 완벽한 범행

“전자서명은 복제본이 아닙니다.”독립감사위원장이 내 기대부터 잘랐다. 건우가 자문 때 쓰던 개인키로 직접 승인된 문서라는 감정 결과였다.“접속 주소도 회복센터가 맞습니까?”“새벽 두 시 십칠 분, 센터 전용 회선입니다.”분석표의 세 줄이 건우를 향했다. 인증키, 회선, 전자서명. 그 아래에는 윤세라와 만난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사진 속 세라가 내민 봉투에는 뜯긴 설계노트 한 장이 비쳤다. 스카우트 거절 현장이라는 전체 녹음은 있었지만, 해원은 그것도 자료 거래를 꾸민 대화라고 주장했다.“휴대전화 위치는요?”“센터 반경 안입니다. 자택과 센터가 같은 기지국을 씁니다.”“센터 출입기록은 없잖아요.”“원격 접속이면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키가 담긴 장치 번호도 일치합니까?”“서버에는 자문 당시 등록한 보안토큰 번호가 찍혔습니다.”“그 토큰은 폐기됐다고 했죠.”“실물 파기 사진은 없습니다. 박상철의 확인서뿐입니다.”포렌식팀은 정상 사용자라면 남는 두 번째 인증 알림이 건우 휴대전화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상철에게는 알림을 우회할 관리자 권한이 있었다. 무죄의 증거는 아니었지만 조사할 갈림길은 생겼다.빈틈이 없었다. 누군가 건우를 흉내 낸 것이 아니라, 건우가 해야만 가능한 일처럼 만들어 둔 범행이었다.나는 그 분석에 반박하지 않고 추가 감정 항목을 적었다. 서명이 진짜라는 결론과 건우가 실행했다는 결론 사이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했다.“개인키 보관 장치 원본은 어디 있습니까?”“폐기 당시 박상철이 회수했습니다.”“회수 영상도 있나요?”“서면 확인서만 있습니다.”서명은 완벽했고, 그 완벽함을 확인한 사람은 사라졌다.영장심사 전 건우와 만나는 자리는 각자의 변호인이 동석한 외부 회의실로 잡았다. 수사 자료는 공유하지 않고, 회사와 관계에 관한 선택만 기록하기로 했다.회사의 분석표는 내 가방에 넣지 않았다. 건우의 변호인에게 넘길 자료는 독립감사위가 정했고, 나는 공개된 사실만 알고 들어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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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 바뀐 비밀번호

“북창고-0717.”복호화된 비밀번호를 보는 순간 나는 십칠 년 전 화재 장부를 떠올렸다. 최명희의 비자금 상자에 붙었던 옛 창고 코드였다.“건우 씨가 알던 번호입니까?”“아니요. 이 코드는 화재 뒤 폐기됐고 당시 회장실과 해원 인수팀 문서에만 남았습니다.”포렌식팀은 단정하기 이르다고 했다. 누군가 공개된 재판 기록에서 코드를 봤을 가능성도 있었다.“공개된 적 있는지 전부 확인하세요.”“십칠 년 치 문서를 봐야 합니다.”“그러니까 지금 시작하죠.”창고 코드는 어머니 누명 사건의 증거목록에도 원문 대신 일련번호로 가려져 있었다. 원본 열람자는 최명희 측과 해원 측 대리인, 태림 준법담당뿐이었다.“해원 쪽 열람자는 누구죠?”“윤태성 비서실 법무책임자입니다. 오리진 패스 등록을 맡았던 사람입니다.”“최명희 측은요?”“형사 변호인 한 명입니다. 박상철과 같은 연수원 기수예요.”인맥만으로 공모를 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세 사람의 연락 기록을 보전 요청하고, 관계도에는 확인된 접촉과 추정선을 다른 색으로 표시하게 했다.건우의 이름은 없었다.나는 그 사실을 무죄 공시로 내보내지 않았다. 코드를 안다는 것과 키를 실행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박상철 관리자 계정은 언제 비밀번호를 바꿨습니까?”“유출 십일 분 전입니다.”“접속한 기기는요?”“준법지원실 등록 노트북입니다. 지금 사라진 장비예요.”박상철의 사무실 자산 목록에는 노트북이 반납된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 반납 확인 사진은 상자 겉면만 찍혀 있었고 장비 번호는 보이지 않았다.“반납 검수자도 박상철입니까?”“본인이 본인 장비를 확인했습니다.”“그 절차를 승인한 사람을 찾으세요.”감사팀은 건우의 한시 자문 종료 기록을 다시 펼쳤다. 마지막 날, 보안토큰 실물 폐기와 서버 인증서 취소를 박상철이 혼자 결재했다.폐기 사진의 금속 조각은 보안토큰처럼 보였지만 일련번호가 있는 면만 빠져 있었다.포렌식 담당자가 같은 모델 두 개를 탁자에 놓았다. 외형은 같아도 내부 칩의 인증값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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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 내가 세운 이사회의 배신

“정우혁 이사가 박상철의 복제키 보관을 승인했습니다.”내가 독립성을 믿고 영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결재함에는 내 긴급 해임안까지 주총 전날 작성돼 있었다.“정 이사 접근권부터 끊겠습니다.”“감사 대상 폴더만 동결하세요. 이사 권한 정지는 윤리위원회가 판단합니다.”“증거가 이렇게 분명한데도요?”“제가 뽑은 사람이라서 더 정해진 절차로 가야 합니다.”정우혁은 삼 년 전 외부 주주 추천으로 들어왔다. 태림가와 거래가 없고 소액주주 권리 소송을 맡았던 경력이 선택 이유였다.당시 신원 검증서에는 해원 이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연구소가 받은 ‘유통 지배구조 연구비’의 최종 출연자가 해원문화재단이었다.“금액이 얼마죠?”“팔억입니다. 이사 선임 넉 달 뒤부터 나눠 들어왔습니다.”“연구 결과물은요?”“표지와 목차뿐입니다.”자금은 박상철의 비상 감사용 키 승인 직전 두 배로 늘었다. 마지막 지급 조건에는 ‘태림 비상 지배구조 전환 지원’이라고 적혀 있었다.돈은 해원문화재단에서 바로 오지 않았다. 우리가 찾아낸 여섯 지분 법인 가운데 온유문화재단을 거쳐 연구소로 들어왔다. 공개매수와 독립 이사 매수가 같은 자금줄에서 갈라진 셈이었다.정 이사를 외부 윤리위원 입회 아래 불렀다. 그는 연구비와 이사 업무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해원 돈인 줄 알았습니까?”“재단 출연금의 원천까지 이사가 확인할 의무는 없습니다.”“그런데 윤태성 비서실과 열한 번 통화했군요.”“시장 의견을 들은 겁니다.”“내 해임안은 왜 공급망 유출이 공개되기 전에 썼죠?”그가 입을 다물었다.문서 생성 시각은 건우의 키가 실행되기 세 시간 전이었다. 해임 사유에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전남편과 공모한 자료 유출’이 적혀 있었다.“미리 받은 문구가 있습니까?”“가정을 적은 초안입니다.”“그 가정에 접속 시각과 유출 항목까지 정확히 들어갔네요.”정 이사는 변호인과 눈을 마주쳤다.“박상철에게 내부 위험 보고를 받았습니다.”“언제입니까?”“정확히 기억나지 않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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