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Chapter 121 - Chapter 130

312 Chapters

121.이번에는 그의 가족이었다

일요일 오후.송유지는 전날 엄마가 했던 말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관리비.생활비.가구.같이 살 거라면 제대로 하라는 말.허락은 아니라고 했지만.유지에게는 사실상 처음으로 미래를 막지 않은 순간이었다.그래서인지 아침부터 기분이 가벼웠다.채도하와 카페에 앉아 있을 때도 계속 웃음이 났다.도하가 물었다.“오늘 왜 이렇게 기분 좋아.”“엄마 때문에요.”“어제?”“응.”유지는 커피잔을 만지며 웃었다.“전에는 우리 헤어지라고 했잖아요.”“응.”“근데 이제 생활비 걱정해요.”도하도 낮게 웃었다.“많이 달라지셨지.”“그러니까.”유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이제 진짜 집 알아봐도 되겠죠?”“원래 알아보기로 했잖아.”“그래도 마음이 좀 달라졌어요.”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도하는 화면을 확인하다 움직임을 멈췄다.유지가 바로 알아차렸다.“왜요?”“잠깐.”도하는 전화를 받았다.“네, 어머니.”유지의 손이 멈췄다.도하의 어머니.지금까지 거의 이야기만 들었던 사람.유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렸다.그런데 통화가 생각보다 길어졌다.“네.”“알아요.”잠시.도하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누가 말씀드렸어요?”유지는 고개를 들었다.뭔가 이상했다.도하는 몇 마디를 더 듣더니 짧게 말했다.“제가 나중에 설명드릴게요.”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유지는 기다렸다.도하는 휴대전화를 한동안 내려다봤다.“도하 씨.”“응.”“무슨 일이에요?”도하가 유지 얼굴을 바라봤다.잠깐 망설이던 그가 말했다.“우리 얘기 아셔.”유지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누가요?”“우리 어머니.”유지는 완전히 굳었다.“어떻게?”“친척 쪽에서 들으신 것 같아.”유지는 바로 이해했다.자신의 이모에게 이야기가 퍼졌고.그 이야기가 결국 도하의 가족에게까지 넘어간 것이다.“뭐라고 하셨어요?”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유지가 더 긴장했다.“화내셨어요?”“아니.”“그럼요?”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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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처음 마주한 반대

토요일 오후.송유지는 약속 장소 앞에서 한 번 걸음을 멈췄다.채도하의 어머니를 만나는 날.머리로는 이미 준비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막상 문 앞에 서자.심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뛰었다.도하가 유지 손을 잡았다.“괜찮아?”유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조금 떨려요.”“싫으면 지금이라도 안 들어가도 돼.”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잠깐.“들어갈래요.”도하가 손에 힘을 조금 줬다.둘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도하의 어머니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유지를 보자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오랜만이네.”유지는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예전에도 몇 번 본 적 있었다.그때는 언제나.송유리의 동생으로.도하의 처제로.오늘은 달랐다.도하가 유지 옆에 앉자.어머니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에 잠깐 머물렀다.“정말이구나.”낮은 목소리.도하가 먼저 대답했다.“네.”유지는 손끝을 조용히 모았다.처음 몇 분은 아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결국 어머니가 먼저 물었다.“언제부터니?”도하가 대답하려는데.유지가 먼저 말했다.“사귄 건 얼마 안 됐어요.”어머니의 시선이 유지에게 향했다.“그전부터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고?”유지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아니에요.”이번에는 도하가 단호하게 끼어들었다.“유리 살아 있을 때는 전혀 아니었어요.”어머니가 도하를 바라봤다.“확실해?”“네.”대답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때는 그런 감정 없었습니다.”유지도 조용히 덧붙였다.“저도요.”잠시 침묵.어머니는 한동안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그래도.”어머니가 천천히 말했다.“엄마는 이해가 안 된다.”도하의 표정이 굳었다.유지는 예상했던 말이라 오히려 조용히 들었다.“유리가 네 언니였잖니.”“네.”“그리고 도하는 유리 남편이었고.”“알아요.”유지는 피하지 않았다.어머니가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그걸 알고도 어떻게.”그 순간.도하가 말했다.“어머니.”단호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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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기다리는 방식

월요일 저녁.송유지는 파견지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채도하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어머니한테 연락 왔어.유지의 손이 멈췄다.—뭐라고요?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몇 분 뒤.—이번 주는 안 보겠대.유지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화 많이 나셨어요?—그런 것 같아.잠시 뒤.—근데 너한테는 연락 안 하신대.유지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왜요?—내가 부탁했어.유지는 그대로 멈췄다.—뭐라고 했는데요?—지금은 유지한테 직접 말하지 말아달라고.유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도하 씨 혼자 듣겠다고요?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아니.—내가 먼저 듣고, 필요하면 같이 얘기하자고.유지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혼자 감당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그저 자신이 직접 상처받는 건 막고 싶었던 것 같았다.영상통화를 켠 건 밤 열 시쯤이었다.도하는 평소보다 피곤해 보였다.유지가 먼저 물었다.“많이 뭐라고 하셨어요?”“조금.”“저 때문에?”“우리 때문에.”유지는 잠깐 말이 없었다.도하가 낮게 말했다.“너 혼자 책임지는 말 하지 마.”유지가 작게 웃었다.“알겠어요.”“진짜.”“응.”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유지가 물었다.“어머니가 뭐가 제일 싫대요?”도하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다 말했다.“네가 유리 동생이라는 거.”예상했던 말이었다.그래도 직접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다.“그렇겠죠.”“응.”“도하 씨가 다른 여자 만나는 건 괜찮은데.”“응.”“저라서 싫은 거고.”도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유지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근데.”도하가 그녀를 봤다.“저는 이상하게.”유지는 천천히 말했다.“이번에는 예전만큼 안 무서워요.”“왜.”“이미 한번 겪어봤잖아요.”엄마.아버지.가족들.그리고 친척들까지.처음에는 모두 끝날 것처럼 느껴졌지만.결국 버텼다.“반대한다고 우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도하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응.”“그렇다고 막 밀어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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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돌아가기 전날

금요일 밤.송유지는 열린 캐리어 앞에 앉아 있었다.파견 생활을 시작할 때 가져왔던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옷.화장품.서류.자잘한 생활용품.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는 낯설기만 했는데.이제는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눈을 감고도 알 것 같았다.그런데 내일이면 끝이었다.예정보다 한 달 빨라진 복귀.유지는 옷을 하나씩 접어 넣었다.그러다 책상 위에 놓인 머그컵을 봤다.이곳에 와서 처음 샀던 컵이었다.채도하의 집에 있는 자신의 흰색 머그가 떠올랐다.“이것도 가져가야겠네.”유지는 컵을 신문지에 조심스럽게 감쌌다.처음에는 돌아갈 곳이 멀게 느껴졌다.이제는 하루만 자면 됐다.휴대전화가 울렸다.도하였다.—짐 다 쌌어?—아직요.—내일 내가 가서 하면 안 돼?유지는 웃었다.—짐 싸는 걸 왜 도하 씨가 해요.—많을 것 같아서.—거의 다 했어요.잠시 뒤.—진짜 내일 오는 거 맞지?유지의 손이 멈췄다.—왜요. 제가 갑자기 안 갈까 봐요?답장이 조금 늦었다.—조금.유지는 화면을 보며 웃었다.—가요.그리고 한 줄을 더 보냈다.—진짜 돌아가요.이번에는 곧바로 답이 왔다.—기다릴게.다음 날 오전.유지는 마지막으로 방 안을 둘러봤다.침대.작은 책상.창문.처음엔 너무 조용해서 싫었던 곳.하지만 이곳에서 혼자 지내는 법도 배웠다.도하 없이도 하루를 보내고.일이 힘들어도 버티고.보고 싶어도 무조건 달려가지 않는 것.이 시간은 둘을 떼어놓기만 한 게 아니었다.오히려 각자 서 있는 법을 알려줬다.유지는 캐리어 손잡이를 잡았다.“잘 있었다.”혼잣말을 하고 문을 닫았다.건물 밖으로 나오자 익숙한 차가 보였다.그리고 그 옆에 도하가 서 있었다.유지는 몇 초 그대로 있었다.도하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러다 유지가 먼저 웃었다.“왔어요?”도하도 천천히 웃었다.“응.”유지가 캐리어를 놓자 도하가 바로 가져갔다.“무거워.”“많이 줄였는데.”“그래도.”트렁크에 짐을 싣고 돌아온 도하가 유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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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돌아온 첫 주말

복귀 후 첫 번째 토요일.송유지는 알람도 없이 눈을 떴다.파견지에 있을 때라면 주말 아침마다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확인했을 것이다.채도하가 내려오는 날인지.몇 시에 만날지.이번 주에는 자신이 올라가야 하는지.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유지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전화를 들었다.—일어났어요.채도하의 답장은 곧바로 왔다.—응.—벌써요?—너 기다리고 있었어.유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어디서요?잠시 뒤.—네 집 앞.유지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뭐?”창문 쪽으로 뛰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익숙한 차가 보였다.유지는 곧바로 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언제 왔어요?”—십 분 전.“왜 연락 안 했어요?”—자고 있을 것 같아서.“그럼 계속 기다리려고 했어요?”—응.유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잠깐만요.”삼십 분 뒤.유지가 내려오자 도하는 차에 기대 서 있었다.유지는 가까이 가자마자 물었다.“오늘 뭐 하려고 이렇게 일찍 왔어요?”“약속 있잖아.”“무슨 약속.”도하는 너무 당연하게 말했다.“집 보러 가는 거.”유지의 걸음이 멈췄다.복귀 후 일주일 뒤.달력에 적어뒀던 바로 그 일정이었다.파견지에서도 몇 번이나 확인했던 약속.유지가 웃었다.“진짜 오늘이네.”“잊었어?”“아니요.”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아서.”도하가 차 문을 열어줬다.“가자.”첫 번째 집은 전에 보던 집들과 조금 달랐다.신축도 아니었고.넓은 거실도 없었다.대신 큰 창으로 햇빛이 잘 들어왔다.유지는 들어가자마자 창가에 섰다.“여기 좋다.”도하도 옆에 섰다.“햇빛 때문에?”“응.”유지는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여기 책장 두고.”다른 쪽.“저기 소파.”도하는 주방을 확인하고 있었다.“주방은 괜찮아?”유지도 가서 살펴봤다.“지난번 집보다 넓어요.”“수납은?”“충분하고.”둘은 자연스럽게 집 안을 돌았다.이번에는 신기할 정도로 긴장되지 않았다.침대를 어디 둘지.각자 일할 공간을 어디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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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내 이름도 들어가는 집

월요일 저녁.송유지는 식탁 위에 지난 주말 받아온 집 자료를 펼쳐놓았다.마지막으로 봤던 집.둘 다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곳이었다.채도하는 맞은편에서 계약 조건을 확인하고 있었다.“관리비는 생각보다 괜찮네.”“주차도 되고요.”“응.”유지는 종이를 한 장 넘겼다.보증금.월세.관리비.숫자로 보니 갑자기 현실감이 커졌다.“도하 씨.”“응.”“우리 진짜 돈 얘기해야겠네요.”도하가 고개를 들었다.“해야지.”“엄마가 괜히 말한 게 아니네.”생활비.관리비.가구.둘이 산다면 언젠가는 정해야 할 문제였다.유지는 계산기를 켰다.“보증금은 어떻게 해요?”“내가 해도 돼.”대답이 너무 빨랐다.유지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싫어요.”도하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왜.”“둘이 살 집이잖아요.”“응.”“근데 도하 씨가 다 내면.”유지는 잠깐 말을 골랐다.“제가 또 도하 씨 집에 들어가는 것 같잖아요.”도하가 말없이 유지 얼굴을 바라봤다.“전 그건 싫어요.”이번에는 분명하게 말했다.“우리 집이면.”잠깐.“저도 제 몫 하고 싶어요.”도하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그러다 계약서를 다시 내려다봤다.“그럼 반씩?”“꼭 정확히 반은 아니어도.”유지는 계산기를 두드렸다.“서로 부담 안 되는 선에서.”“생활비도?”“네.”“가구도?”“같이 고르고 같이 내고.”도하가 조금 웃었다.“어머니 말 다 듣네.”유지도 웃었다.“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었어요.”둘이 사는 건 연애의 연장이기도 하지만.생활이었다.좋아한다는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유지는 오히려 그게 싫지 않았다.이제 정말 현실을 같이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날 저녁.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유지가 스피커폰으로 받았다.—지난번에 보신 집 아직 관심 있으세요?유지와 도하가 서로를 봤다.“네.”—다른 분도 계약 문의가 있어서요. 두 분이 결정하시면 먼저 집주인께 말씀드리려고요.유지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갑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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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결혼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

”결혼도 생각하고 있고요.”채도하의 말이 떨어진 순간.송유지는 그대로 굳었다.통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부동산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아, 네. 그럼 집주인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공동계약 가능 여부 확인해볼게요.“네.”유지는 겨우 대답했다.통화가 끝나자마자.도하를 돌아봤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들었잖아.”“들었으니까 묻는 거예요.”도하는 이상하다는 듯 유지 얼굴을 봤다.“결혼도 생각하고 있다고.”“그걸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요?”“거짓말 아니잖아.”유지는 입을 다물었다.그건 맞았다.둘은 이미 결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언젠가는.오래 만난다면.그 미래에 서로가 있다고.하지만 남에게 그렇게 분명하게 말한 건 처음이었다.“저한테 프러포즈도 안 했으면서.”유지가 중얼거리자 도하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프러포즈가 왜 나와.”“결혼 생각한다며.”“생각하는 거랑 지금 하자는 건 다르지.”“그건 아는데.”유지는 괜히 계약서만 정리했다.“너무 자연스럽게 말해서 놀랐어요.”도하는 잠시 유지 얼굴을 바라봤다.“그럼 아니라고 했어야 해?”유지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또 싫고.”도하가 결국 웃었다.“어렵네.”잠시 후.유지는 식탁에 턱을 괴고 물었다.“근데 진짜로.”“응.”“결혼까지 생각해요?”이번에는 장난이 아니었다.도하도 웃지 않았다.“응.”대답은 짧았다.유지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같이 살다 잘 맞으면?”“그것도 보겠지.”“안 맞으면요?”도하는 잠시 생각했다.“맞춰봐야지.”유지가 조금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헤어지는 게 아니라?”“왜 벌써 헤어져.”“생활이 너무 안 맞으면 그럴 수도 있잖아요.”도하는 유지 손을 잡았다.“그럴 수도 있겠지.”잠깐.“근데 나는 문제가 생긴다고 바로 끝낼 생각으로 같이 살려고 하는 건 아니야.”유지는 조용해졌다.그 말이 오히려 결혼이라는 단어보다 더 크게 들렸다.“저도.”유지가 천천히 말했다.“그렇게 생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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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계약서에 적힌 두 이름

다음 날 오전.송유지는 출근하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채도하에게서 먼저 메시지가 와 있었다.—어제 말한 날짜, 아직 괜찮아?유지는 잠시 달력을 열어봤다.한 달 뒤 토요일.어젯밤에는 ‘가능한 날’이라고만 적어뒀던 날짜.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네. 그날로 해요.몇 초 뒤.—입주일?유지는 웃었다.—입주일.답장은 짧았다.—알겠어.그 두 글자가 이상하게 묵직했다.점심시간.유지는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저희 입주일 정했어요.”날짜를 말하자 직원이 바로 확인했다.—네, 가능합니다. 그럼 계약은 이번 주 토요일에 진행하실까요?유지는 잠시 멈췄다.계약.정말 이제 거기까지 왔다.“네.”—두 분 다 오셔야 하고요. 공동계약으로 진행할게요.유지는 천천히 대답했다.“네. 둘 다 갈게요.”통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봤다.이제는 진짜였다.집을 보고.조건을 비교하고.입주일을 정하고.마지막으로 남은 건 계약서뿐이었다.토요일.유지와 도하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부동산에 도착했다.직원이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유지는 자꾸 손을 만지작거렸다.도하가 알아차렸다.“긴장돼?”“조금.”“왜.”“모르겠어요.”유지는 작게 웃었다.“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도하가 손을 내밀었다.“잡아.”유지는 바로 잡았다.“이러고 계약해도 돼요?”“왜 안 돼.”그 말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잠시 뒤.계약서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유지는 가장 먼저 계약자란을 봤다.채도하.그리고 그 아래.송유지.정말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유지는 한동안 그 두 줄만 바라봤다.도하가 옆에서 물었다.“왜.”“이상해서요.”“뭐가.”유지는 계약서를 손끝으로 가볍게 가리켰다.“이렇게 같이 적혀 있는 거.”도하도 그 부분을 봤다.“싫어?”유지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잠깐.“좋아요.”그 말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설명을 듣고.특약을 확인하고.보증금과 관리비 조건까지 다시 체크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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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먼저 알려야 할 사람

계약 다음 날.송유지는 아침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엄마에게는 이미 말했다.아버지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채도하의 어머니.유지는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먼저 말해야 할지.도하가 말하게 두는 게 맞는지.한참 고민하다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도하 씨. 어머니한테 오늘 말할 거예요?답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왔다.—응.—같이 말할까요?잠깐 뒤.—그래.오후.둘은 도하의 집에서 마주 앉았다.계약서 사본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유지가 말했다.“전화로 해요?”“직접 가는 게 낫지 않을까.”유지는 잠깐 망설였다.지난번 만남 이후.도하의 어머니는 다시 만나자는 말까지 했지만.아직 둘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괜찮을까요.”“숨기는 것보단.”도하는 유지 얼굴을 봤다.“같이 가자.”유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저녁.도하의 어머니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눈치를 챈 듯했다.“무슨 일 있니?”도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말씀드릴 게 있습니다.”어머니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또 뭔데.”유지는 괜히 무릎 위에 올린 손가락을 맞물렸다.도하가 말했다.“저희 집 계약했습니다.”정적.어머니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네.”“같이 살 집?”이번에는 유지가 대답했다.“네.”어머니의 눈빛이 바로 유지에게 향했다.유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언제 들어가는데.”도하가 날짜를 말했다.어머니는 다시 침묵했다.유지는 반대부터 나올 줄 알았다.그런데 예상과 달리.어머니가 가장 먼저 물은 건 다른 것이었다.“계약은 누구 이름으로 했어?”유지가 조금 놀랐다.도하가 대답했다.“둘 다요.”“둘 다?”“공동계약으로 했습니다.”어머니는 잠시 계약서를 바라보다 말했다.“보증금은.”유지와 도하가 동시에 서로를 봤다.유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저도 같이 부담하기로 했어요.”“생활비는?”“그것도 나눠서요.”어머니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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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새집에 들어가기 전에 생긴 일

입주까지 열흘.송유지는 새집에 들어갈 물건 목록을 정리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침대.식탁.커튼.수납장.처음에는 신났는데.적다 보니 끝이 없었다.“도하 씨.”채도하는 소파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응.”“우리 가구 너무 많이 사야 하는데요.”“원래 그렇지.”“돈 엄청 들겠어요.”도하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그래서 다 한 번에 안 사도 돼.”유지는 목록을 내려다봤다.“근데 아무것도 없으면 불편하잖아요.”“침대랑 식탁 정도만 먼저.”“소파는?”“나중에.”“TV는?”“나중에.”“커튼은?”도하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그건 먼저.”유지가 웃었다.“왜요.”“안 보이게 해야지.”“뭐가요?”“우리.”유지가 잠깐 멈췄다가 웃었다.“그 말 이상한데.”도하도 웃었다.저녁 무렵.둘은 새집 근처 가구점을 보기로 했다.아직 입주 전이었지만.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익혀둘 겸 걸어서 이동했다.그런데 가구점에 들어가기 직전.유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회사 번호였다.“잠깐만요.”유지는 전화를 받았다.“네, 송유지입니다.”몇 마디 듣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도하가 바로 알아차렸다.“왜.”유지는 손으로 잠시 기다리라는 표시를 했다.통화는 생각보다 길었다.그리고 끝난 뒤에도.유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슨 일이야.”도하가 먼저 물었다.유지가 천천히 말했다.“저 새 프로젝트.”“응.”“시작 일정 바뀔 수도 있대요.”도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언제로.”“입주 주간이요.”“얼마나 바뀌는데.”“지금보다 당겨져서.”유지는 잠깐 숨을 내쉬었다.“입주하는 날부터 주말까지 출근할 수도 있대요.”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지는 괜히 미안해졌다.“하필 그 주에.”“괜찮아.”대답은 바로 나왔다.“근데.”“일이잖아.”도하는 너무 쉽게 말했다.“입주 하루 늦추면 돼.”유지가 그를 봤다.“도하 씨는 안 아쉬워요?”“아쉽지.”“근데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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