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Chapter 131 - Chapter 140

312 Chapters

131.새집에 먼저 들어온 사람

토요일 오후.송유지와 채도하는 부동산 직원에게 미리 받은 임시 출입 비밀번호를 눌렀다.아직 아무것도 없는 새집.입주 전 치수를 재기 위해 잠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그런데 오늘은 둘만 온 게 아니었다.뒤에서 채도하의 어머니가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왔다.유지는 괜히 긴장했다.“어서 오세요.”말하고 나니 조금 이상했다.아직 자신들도 살지 않는 집인데.마치 이미 이 집의 사람이 된 것 같았다.어머니는 대답 대신 현관부터 천천히 둘러봤다.“신발장 작지는 않네.”첫마디가 너무 현실적이었다.유지는 도하를 슬쩍 봤다.도하 역시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어머니는 거실로 들어와 창문을 열었다.“남향이니?”“거의 남동향이에요.”유지가 대답했다.“오전에는 햇빛 잘 들어와요.”“겨울엔 괜찮겠네.”다음은 주방이었다.싱크대 안까지 열어본 어머니가 물었다.“둘이 요리는 하니?”도하가 대답했다.“합니다.”“네가?”“저도 하고 유지도 하고요.”어머니는 못 믿겠다는 듯 아들을 한번 쳐다봤다.유지는 웃음을 참았다.“도하 씨 생각보다 잘해요.”“그래?”“네.”도하가 작게 말했다.“왜 둘이서 내 얘기를.”“사실이잖아.”유지가 웃자.어머니도 아주 잠깐 입꼬리가 움직였다.작은방으로 들어갔을 때.어머니가 물었다.“여긴?”“제 작업방으로 생각하고 있어요.”유지가 말했다.“도하 씨는 다른 방 쓰고요.”“침실은?”도하가 안쪽 방을 가리켰다.“저기요.”그 순간.아주 짧은 정적이 흘렀다.유지는 괜히 긴장했다.같이 쓰는 침실.그 사실을 도하의 어머니 앞에서 확인받는 게 아직은 어색했다.하지만 어머니는 더 묻지 않았다.대신 안방 문을 열어 한번 둘러봤다.“침대는?”“새로 사려고요.”도하가 말했다.어머니의 움직임이 멈췄다.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그래.”둘 다 어머니를 봤다.“새로 사.”도하가 잠시 말이 없었다.“어머니?”“왜.”“그냥…….”어머니가 안방 한가운데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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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돌아갈 집을 남겨두지 않기로 했다

입주까지 일주일.송유지는 채도하의 집 거실 바닥에 앉아 상자를 접고 있었다.책.옷.주방용품.가져갈 것과 두고 갈 것을 나누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도하 씨.”“응.”“이거 가져가요?”유지가 작은 조명을 들어 보였다.도하는 잠깐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새로 사자.”“멀쩡한데?”“안 어울릴 것 같아.”유지는 웃었다.“새집 생겼다고 갑자기 까다로워졌네.”“네가 더 심해.”“저는 합리적으로 고르는 거거든요.”둘은 한참을 티격거리며 상자를 채웠다.그러다 유지의 시선이 안방 쪽에 멈췄다.침대.도하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전에 쓰던 거 가져오지 말고.새집이면 새로 시작하라고.결국 둘은 새 침대를 주문했다.유지도 그 선택이 좋았다.저녁 무렵.도하가 서랍 안쪽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유지는 처음에는 이사 관련 서류인 줄 알았다.그런데 도하가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뒤 쉽게 열지 않았다.“뭔데요?”도하가 잠시 유지 얼굴을 봤다.“이 집.”“네.”“우리 이사하고 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봤어?”유지의 표정이 달라졌다.당연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자신에게 이곳은 도하의 집이었다.새집에 들어가더라도.이 집은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계속 두는 거 아니었어요?”“그럴 수도 있고.”도하는 봉투에서 종이를 꺼냈다.부동산 상담 자료였다.유지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이거…….”“매도 상담만 받아봤어.”“팔려고요?”“아직 결정 안 했어.”도하가 바로 말했다.“그래서 너한테 먼저 말하는 거야.”유지는 종이를 한동안 내려다봤다.갑자기 마음이 묘해졌다.“왜 팔고 싶은데요?”도하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뒤.“안 돌아올 것 같아서.”유지가 고개를 들었다.“새집 가면?”“응.”“그래도 여기 오래 살았잖아요.”“그래서.”도하는 거실을 천천히 둘러봤다.“처음엔 남겨둬야 하나 생각했어.”유지도 그 시선을 따라갔다.이곳에는 유리와 살았던 시간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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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둘이 같이 고른 것

입주까지 닷새.송유지는 퇴근하자마자 채도하와 가구 매장으로 향했다.그동안 목록만 만들고 미뤄두던 것들.침대.식탁.소파.그리고 커튼.도하의 어머니가 사주겠다고 했던 커튼은 이미 사이즈까지 전달해둔 상태였다.그래서 오늘은 둘이 직접 골라야 하는 것부터 정하기로 했다.“침대 먼저 볼까요?”유지가 물었다.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제일 오래 쓰는 거니까.”“되게 현실적이네.”“집 고를 때부터 계속 현실적이었잖아.”유지는 웃었다.침대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자연스럽게 물었다.“신혼이세요?”유지는 순간 도하를 봤다.예전 같았으면 둘 다 잠깐 멈췄을 질문이었다.그런데 도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아직은요.”유지의 눈썹이 올라갔다.직원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결혼 준비 중이신가 봐요.”이번에는 유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같이 살 집 준비 중이에요.”대답하고 나서.스스로 조금 놀랐다.숨기지도.둘러대지도 않았다.직원은 별다른 반응 없이 침대들을 안내했다.그게 오히려 좋았다.두 사람에게는 복잡한 역사였지만.타인에게는 그냥 함께 살 집을 준비하는 연인이었다.몇 개의 매트리스를 직접 누워본 뒤.유지는 가장 단단한 모델에서 몸을 일으켰다.“이건 너무 딱딱해요.”도하는 반대로 편한 얼굴이었다.“난 괜찮은데.”“도하 씨 허리 돌이에요?”“그 정도는 아닌데.”다음 매트리스는 유지에게는 편했지만.도하는 누운 지 십 초 만에 말했다.“너무 푹 꺼져.”“전 좋은데.”“허리 아플 것 같아.”“까다롭네.”“너도.”둘은 결국 중간 정도의 단단함을 가진 매트리스 앞에서 멈췄다.나란히 누워본 뒤.유지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이게 제일 낫죠?”“응.”“그럼 이걸로?”도하가 옆을 돌아봤다.“너 괜찮으면.”유지도 고개를 돌렸다.“저 괜찮아요.”둘의 얼굴이 생각보다 가까웠다.유지가 작게 웃었다.“근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이상하다.”“뭐가.”“우리 침대 고르는 거.”도하의 표정도 조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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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입주 전날 온 것

입주 전날 저녁.송유지는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채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커튼 왔대요.”—집으로?“응. 경비실에 맡겨놨대요.”—그럼 지금 갈까?유지는 잠깐 웃었다.“입주도 안 했는데 맨날 가네요.”—내일부터는 가도 되잖아.그 말이 묘하게 실감 났다.내일.정말 들어가는 날.유지는 그대로 약속 장소를 정했다.새집에 도착했을 때.거실은 아직 비어 있었다.침대와 식탁은 내일 배송 예정.상자 몇 개와 청소도구만 한쪽에 놓여 있었다.도하는 커다란 커튼 박스를 들고 들어왔다.유지가 따라가며 물었다.“어머니가 직접 고른 거죠?”“그런 것 같아.”“색은 안 알려주셨는데.”“열어보면 알겠지.”박스를 뜯자.차분한 아이보리색 원단이 나왔다.유지가 손으로 천을 쓸어봤다.“예쁘다.”도하도 고개를 끄덕였다.“집이랑 잘 맞겠네.”안쪽에는 작은 봉투 하나가 함께 들어 있었다.유지가 멈췄다.“이건 뭐지?”도하도 처음 보는 듯했다.유지가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짧은 메모가 들어 있었다.집은 사람이 살아야 집이 된다. 둘이 잘 살아.유지는 그대로 굳었다.도하 역시 한동안 말이 없었다.“도하 씨.”“응.”“어머니가 쓴 거 맞죠?”도하가 메모를 받아 확인했다.“응.”“글씨 알아요?”“알아.”유지는 다시 메모를 바라봤다.축하한다는 말도 아니었다.완전히 받아들였다는 말도 없었다.그런데.둘이 잘 살아.자신의 엄마가 했던 말과 같았다.유지는 천천히 웃었다.“우리 엄마도 이 말 했는데.”도하도 작게 웃었다.“그러네.”커튼을 달기 시작했지만.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유지는 의자 위에 올라가 레일을 잡고.도하는 아래에서 커튼을 건넸다.“조금 오른쪽.”“여기요?”“더.”“이 정도?”“아니.”유지가 인상을 썼다.“도하 씨가 올라올래요?”“내가 하면 돼?”“저보다 키 크잖아요.”결국 자리를 바꿨다.도하가 위에서 설치하는 동안.유지가 아래에서 말했다.“조금 왼쪽.”도하가 내려다봤다.“아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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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관계를 적는 칸

입주 당일 아침.송유지는 새집 현관 앞에서 한참 비밀번호를 누르지 못했다.채도하가 옆에서 물었다.“왜 안 들어가.”“잠깐만요.”“왜.”유지는 현관문을 바라봤다.어제도 왔던 집이었다.커튼까지 달았고.상자도 몇 개 먼저 가져다놨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오늘부터는 보고 돌아가는 집이 아니었다.여기서 자고.여기서 일어나고.퇴근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유지가 숨을 한번 크게 쉬었다.“이제 들어가요.”직접 비밀번호를 눌렀다.문이 열렸다.“다녀왔습니다.”도하가 웃었다.“지금 왔는데?”“연습.”유지는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앞으로 맨날 해야 하잖아요.”도하도 뒤따라 들어왔다.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어서 와.”유지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그것도 매일 해줘요.”“매일?”“네.”도하가 웃었다.“알겠어.”오전 내내 배송이 이어졌다.침대.식탁.수납장.작은 가전들.빈집이었던 공간이 몇 시간 만에 빠르게 달라졌다.유지는 식탁 의자를 옮기다가 중얼거렸다.“우리 집 너무 빨리 집 같아져요.”도하는 박스를 뜯으며 말했다.“집이니까.”“아직 적응 안 돼요.”“뭐가.”“우리 집이라는 말.”도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계속 말하면 적응돼.”유지는 일부러 한번 더 말했다.“우리 집.”“응.”“우리 침대.”“응.”“우리 식탁.”도하가 그제야 유지 쪽을 봤다.“재밌어?”“조금.”둘 다 웃었다.점심 무렵.초인종이 울렸다.이번에는 배송 기사가 아니었다.관리사무소 직원이었다.“입주 세대 확인 때문에 왔습니다.”유지와 도하는 잠깐 서로를 봤다.직원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차량 등록하고 비상연락망만 적어주시면 됩니다.”도하가 펜을 받았다.이름.차량번호.연락처.그다음 칸에서 손이 멈췄다.동거 가족 및 비상연락처.유지도 옆에서 그 칸을 봤다.도하가 자신의 이름을 적은 뒤.다음 줄에 유지의 이름을 썼다.그리고.관계빈칸 앞에서 잠시 멈췄다.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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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초대장에 적힌 이름

같이 산 지 사흘째.송유지는 아직 아침마다 조금씩 놀랐다.눈을 뜨면 옆에 채도하가 있고.퇴근하면 같은 현관문을 열었다.처음 며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웠다.그날도 유지가 먼저 퇴근해 집에 들어왔다.우편함에서 가져온 봉투 몇 개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하나씩 확인했다.관리비 안내.인터넷 설치 안내.그리고.두꺼운 아이보리색 봉투 하나.유지의 손이 멈췄다.앞면에는 도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채도하 님께.“청첩장인가?”봉투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었다.유지는 뜯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도하가 돌아온 건 한 시간 뒤였다.“왔어요?”“응.”유지는 식탁 위 봉투를 가리켰다.“우편 왔어요.”도하가 외투를 벗다가 멈췄다.청첩장을 확인한 순간.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유지가 바로 알아차렸다.“누구예요?”도하는 봉투를 열었다.안쪽의 이름을 확인하고 잠시 말이 없었다.“예전 친구.”“친한 사람이에요?”“친했지.”유지는 그 말끝을 느꼈다.“언니도 알던 사람이에요?”도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유지는 더 묻지 않았다.도하가 청첩장을 펼쳤다.날짜는 다음 달이었다.그리고 안쪽에는 작은 메모 카드가 따로 끼워져 있었다.도하가 그것을 읽다가 멈췄다.“왜요?”도하는 카드를 유지에게 건넸다.짧은 문장이었다.이번엔 혼자 오지 말고, 지금 만나는 사람 있으면 같이 와. 오랜만에 얼굴 보자.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금 만나는 사람 있는 거 알아요?”“아마.”도하가 말했다.“공통으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들었겠지.”유지는 카드를 다시 내려다봤다.결혼식.도하의 예전 친구들.유리를 알고 있던 사람들.그곳에 자신이.도하의 여자친구로 함께 간다.생각만 해도 묘했다.“가고 싶어요?”유지가 물었다.도하는 잠깐 생각했다.“원래는 갈 생각이었어.”“혼자?”“응.”“지금은요?”도하가 유지 얼굴을 봤다.“너랑 가고 싶어.”유지의 심장이 조금 내려앉았다.“저 가면.”“응.”“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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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모두가 알고 있던 사람

결혼식 당일.송유지는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고르다가 결국 작은 진주 하나를 집었다.너무 꾸민 것 같아도 싫었고.그렇다고 평소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채도하는 이미 준비를 끝낸 채 현관 쪽에 서 있었다.“다 했어?”“거의요.”유지는 재킷을 걸치고 도하 앞에 섰다.“이상해요?”도하는 잠깐 유지 모습을 보고 말했다.“예뻐.”“그 말 말고.”“뭐가 궁금한데.”“너무 신경 쓴 것 같냐고요.”도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유지는 숨을 한번 내쉬었다.“저 긴장한 거 티 나죠?”“조금.”“도하 씨는요?”“나도.”유지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혼자만 긴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됐다.예식장에 도착하자.유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시선을 느꼈다.도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도하야.”한 남자가 먼저 다가왔다.도하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유지는 반걸음 뒤에 서 있었다.그러자 남자의 시선이 곧 유지에게 향했다.“옆에는?”유지는 순간 심장이 빨라졌다.지난번 자신이 말했던 조건이 떠올랐다.누가 물어보면 도하 씨가 먼저 말해요.도하는 망설이지 않았다.“내 여자친구.”짧은 대답.유지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남자는 바로 웃었다.“아, 그래?”그런데 몇 초 뒤.유지 얼굴을 다시 보던 표정이 달라졌다.“근데 혹시…….”유지는 직감했다.“송유리 씨 동생 아니에요?”주변 소리가 순간 조금 멀어진 것 같았다.유지는 피하지 않았다.“맞아요.”남자의 웃음이 잠깐 멈췄다.그는 도하와 유지를 번갈아 봤다.놀라지 않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아…….”짧은 감탄 뒤.더 이상 바로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도하가 먼저 말했다.“지금 만나고 있어.”남자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생각보다 그뿐이었다.비난도.캐묻는 질문도 없었다.하지만 그가 돌아간 뒤.유지는 손끝이 조금 차가워져 있는 걸 느꼈다.도하가 낮게 물었다.“괜찮아?”“응.”유지는 잠시 숨을 골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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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처음으로 같은 편이 된 사람들

결혼식 다음 날.송유지는 늦은 아침에 눈을 떴다.어제 하루가 길었던 탓인지.머리가 조금 무거웠다.옆을 보니 채도하는 아직 자고 있었다.유지는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었다.알림이 몇 개 와 있었다.가족 단체방.회사 메신저.그리고 엄마에게서 온 개인 메시지.—어제 결혼식 갔다며.유지의 손이 멈췄다.—응.잠시 뒤.—도하랑 같이?—응.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유리 알던 사람들 많았어?유지는 한동안 화면을 보다가 솔직하게 답했다.—응.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어.이번에는 엄마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괜찮아?첫마디였다.유지는 조금 웃었다.“괜찮아.”—뭐라고 하는 사람 없었고?유지는 잠깐 망설였다.“조금은.”전화기 너머가 바로 조용해졌다.—뭐라고 했는데.“그냥…….”유지는 어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유리 생각 안 나냐는 질문.괜찮은 거냐는 말.“이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었어.”엄마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그럴 줄 알았다.“근데 괜찮았어.”—도하는?“옆에 있었지.”유지는 작게 웃었다.“제가 말하기 전에 다 얘기했어.”잠시 정적.엄마가 아주 낮게 말했다.—그래도 그건 잘했네.유지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엄마가 도하 씨 칭찬했네.”—또 시작한다.“맞잖아.”엄마는 대꾸하지 않았다.통화를 끊으려던 순간.엄마가 다시 말했다.—유지야.“응.”—다음 주말 시간 되면 둘 다 와.유지는 잠시 멈췄다.“왜?”—밥 먹게.“갑자기?”—갑자기긴 뭘 갑자기야.엄마는 잠깐 뜸을 들였다.—도하 어머니도 한번 뵙자고.유지는 그대로 굳었다.“뭐?”옆에서 자던 도하가 움직였다.유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밖으로 나왔다.“엄마 지금 뭐라고 했어?”—왜 그렇게 놀라.“안 놀라게 생겼어?”—둘이 같이 살기 시작했고.잠시.—그쪽 어머니도 이제 알고 계신다며.유지는 입을 다물었다.—계속 서로 따로 볼 이유가 있나 싶어서.유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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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우리 편이 된 사람들

집에 돌아오자마자 송유지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아…….”채도하가 외투를 벗다가 돌아봤다.“왜.”“긴장 풀렸어요.”“아까는 멀쩡하던데.”“티 안 낸 거예요.”유지는 쿠션을 끌어안았다.“진짜 둘이 싸우면 어떡하나 했는데.”도하가 피식 웃었다.“나도.”“도하 씨도요?”“응.”“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어요.”“네가 이미 긴장했으니까.”“아.”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또 혼자 침착한 척.”“척 아니었어.”“맞거든요.”도하는 대꾸하지 않고 물을 가지러 갔다.유지가 뒤에서 중얼거렸다.“근데 진짜 신기하다.”“뭐가.”“우리 엄마랑 어머니요.”도하가 물컵을 건넸다.“커튼 얘기까지 할 줄은 몰랐네.”“그러니까요.”유지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아까 우리 엄마 표정 봤어요?”“언제.”“어머니가 커튼 해줬다고 했을 때.”도하가 웃었다.“조금 놀라시던데.”“조금?”유지가 따라 웃었다.“완전 ‘나보다 먼저?’ 이런 얼굴이었어요.”“설마.”“진짜라니까.”둘이 한참 웃었다.잠시 뒤.유지 휴대전화가 울렸다.엄마였다.“어?”도하가 물었다.“왜.”“엄마.”유지가 전화를 받았다.“응, 엄마.”—잘 갔어?“응. 방금 들어왔어.”—도하도?“옆에 있어.”엄마는 잠깐 뜸을 들였다.—그쪽 어머니 괜찮으시더라.유지 눈이 커졌다.“어?”—왜.“아니, 그냥.”유지가 도하를 쳐다봤다.도하가 입모양으로 물었다.뭐래?유지는 손으로 잠깐 기다리라는 표시를 했다.“엄마 마음에 들었어?”—뭘 마음에 들어.“아니, 사람으로.”—괜찮으시다고.“오…….”—뭐가 오야.유지가 웃음을 터뜨렸다.“아무것도 아니야.”엄마가 바로 말했다.—그리고.“응?”—다음에는 집에서 보자.유지가 멈췄다.“누구를?”—누구긴 누구야.“어머니도?”—응.유지는 잠깐 말을 잃었다.“엄마가 먼저 부르겠다고?”—밥 한 번 먹는 게 뭐 어렵다고.“와.”—또 왜.“진짜 많이 변했다.”—송유지.“알았어,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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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집들이 날짜

금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하자마자 현관문을 열었다.“다녀왔어요.”주방에 있던 채도하가 고개를 내밀었다.“어서 와.”유지는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아.”“왜.”“이 말 이제 진짜 익숙해졌어요.”“뭐가.”“다녀왔어요, 어서 와.”도하가 웃었다.“좋아?”“응.”유지는 가방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갔다.“근데 오늘 중요한 거 있어요.”“뭔데.”“엄마가 날짜 잡았어요.”도하의 손이 멈췄다.“무슨 날짜.”“집들이.”“아.”유지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다음 주 토요일.”도하가 화면을 봤다.“우리 집에서?”“네.”“누구 오시는데.”유지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엄마, 아빠.”“응.”“어머니.”“응.”유지가 잠깐 멈췄다.도하가 바로 알아차렸다.“또 있어?”“이모도 온대요.”“……어?”유지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요.”도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 이모?”“응.”“우리 처음 퍼뜨린?”“퍼뜨렸다기보단…….”유지가 입을 다물었다.“맞긴 하네.”도하가 헛웃음을 냈다.“왜 오신대.”“엄마가 불렀대요.”“왜.”“저도 물어봤어요.”유지는 엄마에게 받은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어차피 계속 볼 사이면 피할 이유 없지.도하가 한참 화면을 봤다.“어머니 세지셨네.”“그러니까.”“괜찮겠어?”유지는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음…….”“싫으면 말해.”“싫다기보단.”유지는 식탁 의자를 빼서 앉았다.“조금 긴장돼요.”“그럼 안 불러도 되잖아.”“근데 또.”“응.”“엄마 말도 맞는 것 같아요.”도하가 맞은편에 앉았다.“뭐가.”“계속 피할 순 없잖아요.”유지는 턱을 괴었다.“그리고 궁금하기도 해요.”“뭐가.”“이모가 실제로 우리 집까지 와서도.”잠깐.“그때처럼 말할지.”도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이상한 말 하면 내가—”“아.”유지가 바로 손을 들었다.“싸우면 안 돼요.”“싸우겠다는 말 안 했는데.”“표정이 벌써 그래요.”“아닌데.”“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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