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째 날.송유지는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 달력을 봤다.오늘 하루.그리고 내일.내일이면 이곳에서의 현지 근무가 끝난다.유지는 의자에 앉으며 작게 말했다.“진짜 마지막이네.”운영 담당자가 지나가다 들었다.“내일도 나오십니다.”“알아요.”“오늘부터 감상에 빠지시면 안 됩니다.”유지가 웃었다.“누가 감상에 빠졌다고.”“표정이 그렇습니다.”“요즘 왜 다들 제 표정을 읽어요.”“한 달 같이 있었으니까요.”그 말에 유지도 잠깐 웃었다.한 달.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이 사람들이 자기 얼굴만 보고 상태를 알아챌 정도로 가까워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오늘은 처음부터 정해둔 일이 있었다.유지가 말했다.“오늘은 제 메신저 상태 바꿀게요.”운영 담당자가 물었다.“어떻게요?”“부재중.”“회사에 계시는데요?”“응.”유지는 웃었다.“제가 여기 없다고 생각하고 해봐요.”마케팅 담당자가 혀를 찼다.“또 시작이군요.”“이번이 마지막.”“진짜 아무것도 안 하실 겁니까?”“급한 거 아니면.”유지는 메신저 상태를 바꿨다.부재중 — 현지 운영 문의는 담당자 또는 디렉터에게.그 순간.조금 이상했다.내일이면 이 문장이 연습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오전 11시.파트너 측에서 일정 변경 요청이 들어왔다.유지에게도 참조가 걸려 있었다.손이 자동으로 메일을 열었다.읽었다.그리고 닫았다.5분 뒤.운영 담당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디렉터님, 이거 제가 먼저 정리하겠습니다.”유지는 모니터만 봤다.10분.15분.곧 답변 메일이 전송됐다.요청 전체 수용이 아니라.가능한 범위만 조정.이유와 대안까지 정리돼 있었다.유지는 속으로 생각했다.‘나도 이렇게 했을 것 같은데.’그 순간 웃음이 났다.내가 할 답과.저 사람들이 할 답이.이제 꼭 같을 필요도 없었다.결과가 타당하면 됐다.점심을 먹고 돌아오자.현지 디렉터가 유지 옆에 섰다.“오늘 답답하지 않습니까?”“생각보다 안 그래요.”“전에는 힘들어하셨는데.
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