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찾을 수 없는 사람진서아가 서울을 떠났다는 보고를 받은 순간에도 한시준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서울이 아니라면 다른 지역을 찾으면 됐다.이삿짐이 향한 주소가 있고, 차량이 지나간 고속도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숙박업소든 새로 구한 집이든, 사람이 움직인 자리에는 반드시 흔적이 생긴다.시준은 그렇게 믿었다."목적지가 어디야."휴대전화 너머의 강재혁이 대답했다."부산으로 등록돼 있습니다.""등록돼 있다는 건.""실제 배송지는 부산 외곽의 공유 창고였습니다. 짐을 맡긴 사람은 진서아 씨가 아닙니다."시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누구인데.""용달업체 직원은 대행업체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건만 옮겼고, 이후 보관함 비밀번호는 문자로 전달했습니다.""서아가 찾아갔어?""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시준은 창밖을 바라봤다.서울의 밤이 유리창 너머로 번지고 있었다.부산.한 번도 서아에게 고향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가족이 어디 있는지, 서울에 오기 전에는 어디서 살았는지도 몰랐다.좋아하는 책과 커피, 싫어하는 향까지 안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그녀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지 못했다."부산으로 내려가."시준이 말했다."창고 주변부터 확인하고, 서아가 직접 찾아오는지 지켜봐.""부사장님.""이번에는 또 뭐가 문제야."재혁은 잠시 침묵했다."공유 창고는 미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시준의 손이 멈췄다."근거는.""진서아 씨가 직접 계약한 기록이 없습니다. 짐도 대부분 옷과 생활용품뿐이고, 신분을 확인할 만한 물건은 없었습니다.""그러니까.""부사장님이 이삿짐을 추적할 것을 예상한 것 같습니다."시준의 턱이 굳었다.집을 정리하고, 번호를 없애고, 이삿짐을 보관 창고에 맡겼다.그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짐을 보냈다.서아는 자신이 찾아오는 속도까지 계산했다.한시준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그보다 한발 먼저 움직였다."그래도 확인해."시준은 전화를 끊었다.옆자리에 놓인 초판
Last Updated : 2026-09-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