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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에덴의 Vip 손님: Chapter 1 - Chapter 10

55 Chapters

#1화. 첫 만남

#1화. 첫 만남에덴에서 삼 년을 버틴 여자는 많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진서아처럼 삼 년 내내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킨 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에덴의 넘버원.그 말은 단순히 얼굴이 예쁘다는 뜻이 아니었다. 예쁜 여자야 이곳에 차고 넘쳤다. 남자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어느 순간에 웃어야 하는지, 손끝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해야 상대가 착각하는지를 알아야 했다.진서아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실제로 대부분 그랬다. 처음에는 점잖은 척하던 남자도 술이 두 잔쯤 들어가면 서아의 손을 잡고, 세 잔째에는 다음 약속을 물었다.서아는 그때마다 웃었다.상대가 원하는 모양으로."서아야."대기실 문이 열렸다.거울 앞에 앉아 붉은 립스틱을 덧바르던 서아가 눈만 들어 실장을 봤다."오늘 VIP룸 들어가."립스틱이 입술 위에서 멈췄다.에덴에는 일반 룸과 VIP룸이 있었다. 일반 룸도 평범한 직장인이 드나들 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VIP룸은 차원이 달랐다.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재계와 정치권,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찾는 방.서아는 에덴에서 삼 년을 일했지만 한 번도 그 문 안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누군데요?""한율그룹 부사장."실장이 목소리를 낮췄다."한시준."서아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한율그룹.국내에서 돈과 권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한시준은 그 집안에서도 유난히 소문이 많은 남자였다.잘생겼고, 오만하고, 여자관계가 복잡했다.마음에 든 여자는 반드시 손에 넣고, 상대가 진심이 되면 미련 없이 버린다는 소문.서아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날 지명했대요?""그래.""보는 눈은 있네."실장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서아는 진심이었다.그녀는 검은 긴 머리를 한쪽 어깨 뒤로 넘겼다. 목선을 따라 진한 장미 향수를 뿌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화려한 붉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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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같은 시간, 같은 방

#2화. 같은 시간, 같은 방일주일은 빠르게 지나갔다.진서아에게는 그랬다.에덴의 밤은 늘 비슷했다. 웃고, 잔을 채우고, 적당한 순간에 상대의 말을 들어주다 보면 새벽이 왔다. 그사이에 남자들은 사랑을 고백하거나, 아내를 욕하거나,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떠들었다.서아는 전부 들어줬고 대부분 잊었다.한시준도 그중 하나였다.조금 잘생겼고, 아주 돈이 많고, 사람을 쳐다보는 눈이 불쾌할 만큼 집요했던 손님.그 정도였다."서아야."대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서아가 고개를 들었다.실장이 문에 기대 서 있었다."VIP룸 준비해.""오늘도요?""오늘도라니. 지난주 손님이잖아."서아는 잠깐 눈을 굴렸다.지난주 VIP룸.검은 머리, 목 문신, 사람을 물건처럼 훑던 남자.그제야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아."서아의 반응에 실장이 헛웃음을 흘렸다."잊고 있었어?""손님이 한둘이어야 기억하죠.""한율그룹 부사장을 일주일 만에 잊는 여자는 너밖에 없을 거다."서아는 거울을 보며 입술에 붉은색을 덧입혔다."다시 오면 기억하면 되잖아요.""같은 시간에 같은 방으로 예약했어. 술도 지난주랑 똑같은 걸로.""성실하네.""그리고 너 말고 아무도 들이지 말래."그 말에 서아의 손이 잠시 멈췄다.첫날부터 독점 욕구를 드러내는 남자는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돈을 더 쓰겠다는 말로 끝났다.한시준은 달랐다.요구하면 그대로 만들어지는 삶에 익숙한 사람의 방식이었다."까다로운 손님이네."서아가 립스틱 뚜껑을 닫았다.실장이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조심해.""제가요?"서아는 웃었다."언니도 알잖아요. 조심해야 하는 건 보통 남자 쪽인 거."진한 장미 향이 대기실에 번졌다.서아는 검은 드레스의 허리선을 정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지난주와 다른 옷, 다른 귀걸이, 다른 머리 모양이었다.미소만 같았다.VIP룸 문을 열자 익숙한 나무 향이 흘러나왔다.시준은 지난주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다리를 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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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돌려보낸 선물

#3화. 돌려보낸 선물강재혁이 보내온 메시지는 짧았다.[진서아 개인 연락처입니다.]그 아래로 열한 자리 숫자가 적혀 있었다.한시준은 회의 자료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알아내라고 지시한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 막상 번호를 손에 넣고 나니 바로 전화를 걸 마음은 들지 않았다.지난밤, 서아가 건넨 에덴 명함이 떠올랐다.저한테 연결되는 번호예요.개인 번호를 요구한 자신에게 가게 대표 번호를 내밀면서도, 서아는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았다.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동시에 이상하게 계속 생각났다.시준은 숫자를 한참 내려다보다 휴대전화 화면을 껐다.진서아라는 이름을 저장하지도 않았다.여자의 번호를 먼저 알아내고, 먼저 연락하고, 답을 기다리는 남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하지만 오후가 지나도록 시준의 시선은 자꾸 휴대전화로 향했다.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서아는 자신의 번호를 알지 못했다. 시준이 연락처를 알아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마치 자신만 지난밤의 일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지금쯤 다른 남자의 옆에 앉아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몰랐다.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넥타이를 만지고, 허리를 끌어당겨도 태연한 얼굴로 웃고, 입술이 가까워져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시준은 들고 있던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재혁아."집무실 한쪽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강재혁이 고개를 들었다."네, 부사장님.""선물 하나 보내.""누구에게 보내면 됩니까?"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재혁은 잠시 기다리다가 물었다."진서아 씨입니까?"시준의 눈이 천천히 올라갔다."말이 많네.""죄송합니다."재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블릿을 들었다."원하시는 품목이 있으십니까?"시준은 잠시 생각했다.지난주 서아가 하고 있던 귀걸이가 떠올랐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길게 흔들리던 금색 장식.그녀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는 몰랐다.알아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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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기다리지 않는 여자

#4화. 기다리지 않는 여자한시준은 약속 시간보다 사십 분 늦게 에덴에 도착했다.일부러였다.평소라면 분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회의가 길어져도 다음 일정을 미루지 않았고, 상대가 늦으면 기다리지 않았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진서아가 자신을 기다리는지 보고 싶었다.예약 시간이 지나도 다른 방으로 가지 않고, 자신이 올 때까지 VIP룸에 남아 있을지.시준은 에덴 입구에서 직원에게 재킷을 넘겼다.곧 실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어서 오십시오, 부사장님.""진서아는."실장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그 짧은 변화를 시준은 놓치지 않았다."현재 다른 룸에 들어가 있습니다."시준의 걸음이 멈췄다."내 예약이었을 텐데.""예약 시간에서 삼십 분이 지나 연락을 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그래서 다른 놈한테 보냈어?"목소리는 낮았다.화를 내는 사람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실장의 얼굴이 더 긴장했다."기존 지명 손님이 일찍 오셔서 잠시 들어간 상태입니다. 바로 부르겠습니다."시준은 VIP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됐어.""네?""끝날 때까지 둬."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VIP룸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시준은 대답하지 않고 먼저 걸었다.방 안에 들어간 그는 소파 중앙에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술과 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얼음도 아직 녹지 않았다.시준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열한 시 사십이 분.서아는 자신이 오지 않은 사십 분 동안 다른 남자 옆에 앉아 있었다.무슨 말을 했을까.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웃었을까.손끝으로 넥타이를 정리하고, 술잔을 건네며 눈을 마주쳤을까.시준은 술병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마실 기분이 아니었다.오십 분이 지났을 무렵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곧 문이 열리고 장미 향이 밀려왔다.서아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 한쪽이 어깨 앞으로 흘러내렸고, 붉은 입술에는 조금 전까지 웃고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오셨어요?"그녀가 환하게 웃었다.시준은 그 얼굴을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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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계산된 진심

#5화. 계산된 진심한시준은 예약 시간보다 십 분 먼저 에덴에 도착했다.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취미는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움직이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상대가 늦으면 자리를 떠났고, 자신이 늦을 때는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런 남자가 진서아를 만나기 위해 일정을 비우고, 길이 막힐 가능성까지 계산해 차를 일찍 출발시켰다.지난번 그녀가 했던 말 때문은 아니었다.다음에는 늦지 마세요.그 명령 같은 말을 따른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는 것뿐이었다.시준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VIP룸에 들어선 그는 재킷을 벗어 소파 등받이에 걸었다. 테이블 위에는 평소 마시던 위스키와 잔 두 개가 준비돼 있었다.시준은 술병에 손을 대지 않았다.열 시 오십오 분.시간을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뒤집어놓았다.열 시 오십팔 분.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정각이 되자 문이 열렸다.장미 향이 어둑한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서아는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긴 머리를 높게 묶어 목선이 그대로 드러났고, 귀에는 가느다란 은색 장식이 흔들렸다.서아의 시선이 시준을 발견했다.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일찍 오셨네요.""정각이야.""십 분 전부터 계셨다고 들었는데."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직원들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네."서아는 작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두 사람 사이에 손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간격이 남았다."기다리셨어요?""십 분을 기다렸다고 하나.""기다린 건 맞잖아요."서아가 술병을 들었다.맑은 술이 잔 안으로 흘러드는 동안 시준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서아는 잔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기분이 어때요?""뭐가.""누가 올 때까지 앉아 있는 거."시준은 잔을 들었다."별로.""저도요."서아의 대답은 빨랐다.지난번 자신을 기다리지 않은 일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목소리였다.시준은 술을 한 모금 삼켰다."오늘도 질문 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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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완벽한 접객

#6화. 완벽한 접객문이 열리자 낯선 향수가 방 안으로 흘러들었다.이채영은 은색 드레스 위에 검은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반듯하게 뻗은 다리와 화려한 이목구비, 어디에서든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한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문 앞에 선 서아를 잠시 바라봤다."네가 진서아야?"서아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안녕하세요. 편하게 들어오세요."목소리도, 표정도 평소와 같았다.채영은 서아의 얼굴을 한 번 더 살핀 뒤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준을 발견한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사람 불러놓고 앉아만 있네."시준은 소파에 기대앉은 채 대답했다."오라고 했지, 마중 나간다고는 안 했어.""여전히 재수 없고."채영은 익숙하게 시준의 옆에 앉았다.거리가 가까웠다.팔과 팔이 닿았고, 채영이 다리를 꼬자 드레스 자락이 시준의 무릎 가까이 흘러내렸다.서아는 문을 닫은 뒤 테이블로 돌아왔다."어떤 술로 준비해드릴까요?""시준이가 마시는 걸로.""위스키 괜찮으세요?""응."서아는 잔을 하나 더 꺼냈다.위스키를 따르고 얼음을 넣은 뒤 채영이 잡기 편한 방향으로 잔을 돌려놓았다. 냅킨과 물도 자연스럽게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처음 오는 손님을 대하는 완벽한 움직임이었다.채영이 잔을 들며 서아를 바라봤다."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조금 전에 들었어요.""그런데 안 놀라네."서아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부사장님 일행이 오시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니까요."시준은 그 미소를 바라봤다.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다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붙어 앉았는데도 서아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술을 따랐다. 오히려 처음 온 채영에게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채영이 시준의 팔을 손끝으로 건드렸다."우리 관계는 안 궁금해?"질문은 서아를 향한 것이었다.서아는 채영의 빈 잔을 확인하며 대답했다."말씀해주시면 들어드릴게요.""알고 싶지는 않고?""손님이 말씀하고 싶은 부분까지만 아는 게 편해서요."채영이 작게 웃었다."너 진짜 이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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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처음 보는 웃음

#7화. 처음 보는 웃음한시준은 이번에도 예약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다.직원에게 재킷을 맡긴 뒤 곧장 VIP룸으로 들어가려던 그는 복도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러니까 그걸 왜 거기다 넣어."서아였다.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준비실이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안쪽의 모습이 틈새로 보였다.서아는 드레스를 입기 전이었다.검은색 가운을 걸친 채 화장대 앞에 서 있었고, 옆에는 젊은 남자 직원이 얼음통을 들고 있었다."제가 분명 냉동실이라고 들었는데요.""술 보관하는 냉동실에 케이크를 넣는 사람이 어디 있어.""차가우면 다 똑같은 줄 알았죠."남자 직원이 억울한 얼굴로 얼음통 안을 보여줬다.그 안에는 한쪽이 찌그러진 작은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겉면에 묻은 크림이 얼어붙어 돌처럼 단단해 보였다.서아는 그것을 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참으려는 듯 고개까지 돌렸다.그러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진짜 미쳤나 봐."웃음이 터졌다.소리 내어 웃는 얼굴이었다.눈꼬리가 휘고, 입술이 크게 벌어졌다. 한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시준은 복도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에덴에서 서아는 매번 웃었다.그가 방에 들어가면 웃었고, 술잔을 건네면서도 웃었다.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웃었고, 다른 여자가 자신의 옆에 앉았을 때도 완벽한 미소를 유지했다.하지만 지금 웃음은 달랐다.보기 좋게 계산된 각도도 없었고, 상대의 기분을 맞추려는 목적도 없었다.서아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고 웃고 있었다.눈가에 힘이 풀리고, 몸까지 조금씩 흔들렸다.남자 직원이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먹을 수는 있지 않을까요?""그걸 누가 먹어.""누나 생일이라 샀는데.""내 생일 다음 달이야."서아가 다시 웃었다.이번에는 남자 직원의 팔을 가볍게 밀기까지 했다."날짜도 모르면서 뭘 샀어.""미리 축하한 걸로 하죠.""그럼 네가 다 먹어."두 사람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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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웃음을 사지 못하는 남자

#8화. 웃음을 사지 못하는 남자한시준은 일주일 동안 진서아를 웃길 방법을 생각했다.정확히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회의 중에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준비실에서 봤던 얼굴이 떠올랐다. 눈꼬리가 완전히 휘어지고, 웃음을 참지 못해 입을 가리던 모습.자신의 앞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농담을 준비하는 건 우스웠다.웃긴 이야기를 찾아 외우는 건 더 우스웠다.무엇보다 그렇게 얻은 웃음이 자신 때문인지, 외워온 문장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결국 시준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그 대신 예약 시간보다 십오 분 일찍 에덴에 도착했다.이번에도 서아가 준비실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그러나 VIP룸으로 향하던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복도 안쪽을 훑었다.준비실 문은 닫혀 있었다.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시준은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졌다.정각이 되자 서아가 방으로 들어왔다.오늘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몸선을 따라 매끄럽게 떨어지는 옷과 붉은 입술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선명했다."일찍 오셨네요."서아가 웃었다.시준은 그 미소를 한참 바라봤다.예쁘고, 부드럽고, 완벽했다.그래서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왜요?"서아가 물었다."오늘 화장 달라?""아니요.""그런데 왜 쳐다봐.""손님 얼굴 보는 것도 안 돼요?"서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았다.술병을 들려는 손보다 시준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병목을 잡아 자신의 쪽으로 가져왔다.서아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제가 따를게요.""됐어."시준이 직접 잔을 채웠다.서아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오늘은 접대받기 싫으세요?""아무것도 하지 마.""정말요?""그래."서아는 술병에서 손을 거두고 소파에 등을 기대앉았다.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린 채 시준을 바라봤다."알겠어요."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시준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잔이 비어도 채우지 않았고, 분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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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오래된 손님

#9화. 오래된 손님"방금 저 남자."한시준의 시선이 복도 끝에 닫힌 문에 머물렀다."누구야?"실장은 대답하기 전 잠시 그의 표정을 살폈다."윤태경 대표님입니다.""무슨 대표.""공간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세요."시준은 닫힌 방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서아가 들어간 방이었다.조금 전까지 자신과 마주 앉아 있던 여자가 이제는 저 남자 앞에서 술을 따르고 있을 것이다."여긴 얼마나 다녔어.""오래되셨어요.""정확히.""서아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지명하셨으니까 삼 년 정도 됐습니다."삼 년.시준의 눈빛이 낮아졌다.자신은 서아를 만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다.그동안 귀걸이를 보냈고, 질문을 던졌고, 다른 여자를 데려왔다. 가짜가 아닌 웃음을 얻으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까지 시험했다.그래도 서아에게 자신은 여전히 손님이었다.윤태경은 삼 년을 보았다.그 시간 동안 서아가 어떤 사탕을 좋아하는지, 목이 좋지 않다는 말을 언제 했는지까지 알게 됐다."얼마나 자주 오는데.""한 달에 두 번 정도요."시준의 시선이 실장에게 향했다."그게 다야?""네.""예약은 오래 잡고?""보통 두 시간입니다.""연장도 안 하고?""서아 다음 예약이 비어 있을 때 가끔 하시지만, 먼저 요구하는 편은 아니에요.""선물은."실장은 질문이 이어질수록 난처해졌다."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의 안 하십니다.""돈도 많이 안 쓰고, 선물도 안 하고."시준의 목소리가 조금씩 차가워졌다."그런데 진서아가 저렇게 대해?"실장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시준이 말하는 저렇게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접객용 미소와 조금 다른 얼굴.손님을 대하면서도 힘이 덜 들어간 목소리.오랜 시간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익숙함이었다."윤 대표님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세요."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서아가 다음 방이 있으면 바로 보내주시고, 쉬는 날 연락도 안 하십니다. 삼 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요."시준의 미간이 좁아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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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같은 밤, 다른 얼굴

#10화. 같은 밤, 다른 얼굴금요일 밤 아홉 시.한시준은 예약 시간보다 오 분 먼저 에덴에 도착했다.예전 같으면 다른 사람의 일정에 자신의 시간을 맞추는 일은 없었다. 회의든 약속이든 기준은 항상 한시준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윤태경의 예약이 열한 시라는 이유 하나로, 일주일 전부터 금요일 저녁을 비워두었다.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VIP룸에 들어선 시준은 재킷을 벗어 소파에 걸었다.테이블 위에는 평소와 같은 위스키가 준비돼 있었다. 잔은 하나뿐이었다.시준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정각이 되자 문이 열렸다.서아는 어두운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한쪽 어깨 앞으로 내려와 있었고, 귀에는 작은 금색 귀걸이가 달려 있었다.그녀는 시준을 발견하자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오늘은 금요일이네요."시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왜.""항상 목요일에 오셨잖아요."서아는 그의 옆에 앉아 잔을 하나 더 꺼냈다."일정 있으셨어요?""바꿨어.""저 때문에요?"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아는 술을 따르며 작게 웃었다.접객용 미소였다."그럴 리는 없겠네요."잔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시준은 술을 마시는 대신 물었다."오늘 몇 시에 일어났어."서아의 손이 잠깐 멈췄다.지난주에 이어진 질문을 기억한 듯했다."두 시쯤요.""밥은.""떡볶이 먹었어요.""샐러드 아니고?"서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걸 기억하세요?"시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잔을 들었다."네가 말했잖아.""지난주는 샐러드고, 오늘은 떡볶이예요.""매운 거 좋아해?""가끔요.""어디 거."서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또 시작이네요.""뭐가.""면접."시준의 표정이 굳었다.서아는 그가 기분 나빠한 것을 알아차리고도 말을 바꾸지 않았다."제가 말한 걸 기억하시려는 건 알겠는데요."그녀는 자신의 잔에 술을 조금 따랐다."질문이 너무 많으면 대화가 아니라 조사 같아요.""물어보지 않으면 네가 말을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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