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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에덴의 Vip 손님: Chapter 41 - Chapter 50

55 Chapters

#41화. 네 옆에 서는 법

#41화. 네 옆에 서는 법한율그룹 회장실에서 연락이 온 것은 이틀 뒤였다.진서아가 임대 상담 자리에서 합의서를 거절한 사실은 이미 회장에게 보고된 뒤였다.회장 비서실에서는 시준에게 혼자 들어오라고 했다.시준은 거절했다."진서아 씨가 관련된 일이면 당사자도 참석합니다."비서실장은 난처하다는 반응을 보였다.회장이 서아를 만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했다.시준은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겠습니다."결국 회장실은 두 사람을 함께 부를 수밖에 없었다.약속 당일.서아는 한율 본사 앞에서 시준을 만났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시준은 평소보다 무표정했다. 손에 든 휴대전화를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서아가 건물을 올려다봤다."저 혼자 들어가도 돼요."시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같이 오라고 했잖아.""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거예요."서아가 그를 바라봤다."안에서 제가 듣기 싫은 말을 들어도, 시준 씨가 먼저 화내면 안 돼요."시준의 턱이 굳었다."어느 정도까지 참아야 하는데.""제가 말할 때까지요."쉽지 않은 조건이었다.회장이 서아를 모욕하거나 돈으로 평가하는 순간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래도 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제가 먼저 말할게요.""그래.""시준 씨가 제 대답을 바꾸려고 해도 안 되고요."시준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그건 안 해."서아는 그제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시준은 반걸음 뒤에서 그녀를 따라갔다.회장실에는 회장과 비서실 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호텔에서 서아에게 합의서를 내밀었던 남자였다.회장은 서아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나는 너만 불렀다."시준이 대답하려는 순간, 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제 이야기라서 같이 왔습니다."회장의 시선이 서아에게 옮겨졌다."진서아 씨."그가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내가 직접 만나야 할 이유가 있나?""저도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서 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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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부탁한 만큼만

#42화. 부탁한 만큼만진서아가 새로 알아본 곳은 성수동 골목 안쪽에 있는 이층짜리 건물이었다.넓지는 않았다.일층에는 작은 꽃집이 있었고, 라운지로 사용할 공간은 외부 계단을 올라가야 나왔다. 벽지는 낡았고 바닥 곳곳에는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래도 창이 컸다.낮에는 햇빛이 오래 머물렀고, 밤이 되면 맞은편 건물의 불빛이 유리창 위로 잔잔하게 번졌다.서아는 빈 공간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여기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시준은 그녀보다 조금 뒤에 서 있었다.천장을 먼저 봤다.배관이 오래됐고, 창틀 아래에는 습기가 스친 흔적이 있었다. 비상계단은 좁았으며 주차 공간도 부족했다.한율이 보유한 건물 가운데 더 좋은 곳이 수십 개는 있었다.임대료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비어 있는 공간도 있었다.그 말을 꺼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시준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서아가 뒤를 돌아봤다."왜요?""아무것도 아니야.""표정은 많은데요."시준은 창틀 아래를 가리켰다."누수 있었던 것 같아."서아가 다가와 벽을 살폈다."중개사님은 보수했다고 했어요.""말만 믿지 마.""그래서 오늘 같이 와달라고 한 거예요."시준의 시선이 서아에게 향했다."내가 건물 볼 줄 안다고 생각했어?""적어도 저보다 계약서는 많이 봤겠죠."그녀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시준이 손을 내밀자 서아는 곧바로 주지 않았다."조건이 있어요.""또?""제가 물어보는 것만 말해요."시준의 입가가 아주 조금 굳었다."문제 있는 걸 봐도?""말해도 돼요. 대신 해결하려고 하지는 말고요.""어떻게.""건물주한테 전화하거나, 중개업자를 바꾸거나, 건물을 사버리는 거요."마지막 말에는 분명한 경계가 담겨 있었다.시준은 서류 대신 서아의 얼굴을 바라봤다."내가 정말 그럴 것 같아?""예전이라면 이미 샀겠죠."부정할 수 없었다.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좋은 공간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아가 계약 문제로 고민한다면 자신이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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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질투를 견디는 법

#43화. 질투를 견디는 법건물주가 서아의 특약을 받아들인 것은 이틀 뒤였다.영업 허가가 완료된 뒤 임대료가 발생하고, 기존 하자는 임차인 책임에서 제외됐다. 계약 갱신 우선권도 제한적으로 인정됐다.서아는 수정된 계약서를 직접 확인한 뒤 서명했다.시준에게 계약 사실을 알린 것은 모든 절차가 끝난 뒤였다.[계약했어요.]회의 중이던 시준은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축하한다는 말보다 먼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정말 그 낡은 건물로 정했구나.자신이 아는 더 좋은 공간이 많은데.하지만 시준은 그 말을 쓰지 않았다.[축하해.]잠시 뒤 답장이 왔다.[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있어.][라운지에 와요. 부탁할 게 있어요.]시준은 남은 회의 시간을 확인했다.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예전 같았다면 회의를 중단하거나 부사장 권한으로 일정을 옮겼을 것이다.이번에는 원래 시간에 회의를 끝낸 뒤 성수동으로 향했다.라운지에는 아직 간판이 없었다.공사 자재와 포장도 뜯지 않은 가구들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서아는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바닥에 앉아 조명 견본을 정리하고 있었다.그 곁에는 낯선 남자가 있었다.검은 티셔츠에 작업용 바지를 입은 남자는 서아와 같은 견본 책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시준의 걸음이 멈췄다.서아가 먼저 그를 발견했다."왔어요?"남자도 고개를 들었다."이쪽이 말씀하신 분인가 봐요."말씀하신 분.시준의 눈빛이 낮아졌다.서아는 아무렇지 않게 두 사람을 소개했다."한시준 씨예요."그리고 낯선 남자를 가리켰다."이쪽은 정우진 씨. 공간 디자인 맡아주실 분이에요."우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정우진입니다."시준은 손을 바라보다 뒤늦게 잡았다."한시준입니다."서아가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둘 다 표정이 왜 그래요?""저는 괜찮은데요."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시준은 웃지 않았다."나도."명백한 거짓말이었다.서아는 더 묻지 않고 조명 견본을 시준에게 내밀었다."둘 중 어떤 게 나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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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초대받은 자리

#44화. 초대받은 자리가오픈 당일.한시준은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 일찍 성수동 골목에 도착했다.차 안에서 라운지 이층 창문을 올려다봤다.간판은 작았다.진서아가 직접 고른 이름이 노란 조명 아래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에덴처럼 화려하지 않았다.입구를 모르면 지나칠 만큼 조용했고, 외부 계단 옆에는 오늘 사용할 꽃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시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일찍 올라가면 준비를 도울 수 있었다.필요한 인원이 부족하면 사람을 보내도 됐다.하지만 서아는 여섯 시 반에 오라고 했다.정확한 초대 시간이었다.시준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여섯 시 십 분.예전에는 자신이 일찍 도착하면 서아도 준비를 마치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지금은 서아가 정해준 시간이 되기 전까지 차 안에 남아 있었다.여섯 시 이십구 분.시준은 차에서 내렸다.계단을 올라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정확히 여섯 시 반이었다.문에는 작은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오늘은 초대받은 분들과 함께합니다.시준은 그 문장을 한동안 바라봤다.돈을 냈다는 말도, 예약했다는 표시도 없었다.초대받은 사람.자신도 그 안에 포함돼 있었다.문을 열자 따뜻한 조명과 낮은 음악이 흘러나왔다.공사는 모두 끝나 있었다.벽을 따라 길게 놓인 바와 넓은 간격의 테이블, 창가에 나란히 배치된 의자들.에덴처럼 닫힌 룸은 없었다.어디에 앉아도 서아가 고른 공간 전체가 보였다."왔어요?"바 안쪽에 있던 서아가 고개를 들었다.검은색 원피스에 머리를 느슨하게 묶은 모습이었다.붉은 립스틱도, 짙은 장미 향도 없었다.그래도 누구보다 눈에 띄었다.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대답했다."응.""시간 정확하네요.""네가 여섯 시 반이라고 했잖아."서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저기 앉아요."그녀가 가리킨 곳은 바 가장 끝자리였다.시준은 자리를 확인하다가 멈췄다.의자 앞에 작은 카드가 놓여 있었다.한시준.다른 손님들의 자리에도 이름 카드가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보는 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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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손님이 아닌 남자

#45화. 손님이 아닌 남자라운지 정식 오픈일은 가오픈으로부터 이 주 뒤였다.진서아는 첫날부터 예약을 가득 채우지 않았다.받을 수 있는 손님만 받았다.테이블 사이에는 충분한 거리를 두었고, 처음 오는 손님에게도 지켜야 할 규칙을 분명하게 설명했다.직원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다른 손님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것.누구에게도 원하지 않는 접촉을 강요하지 않을 것.돈을 더 낸다고 규칙이 달라지지는 않았다.그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손님은 예약을 받지 않았다.누군가는 장사할 줄 모른다고 했고, 누군가는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보겠다고 했다.서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에덴에서 삼 년을 일하며 배운 것이 있었다.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반드시 좋은 손님은 아니었다.그리고 모든 손님을 받아야만 좋은 가게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서아가 만든 라운지에는 닫힌 룸이 없었다.어디에서든 출입문과 바가 보였다.서아는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누군가 만들어놓은 무대가 아니라, 자신이 고른 공간의 중심이었다.한시준은 오픈 첫날 라운지에 가지 않았다.서아가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초대받은 가오픈과 달리 정식 영업일에는 별도의 이야기가 없었다.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아니, 하루 종일 그 생각뿐이었다.예약을 하고 손님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꽃이라도 보내야 하는지 몇 번이나 고민했다.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밤 열한 시가 넘어 휴대전화가 울렸다.[안 와요?]시준은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부른 적 없잖아.]답장은 바로 왔다.[부르지 않으면 안 오는 사람 됐어요?]시준의 입가가 천천히 굳었다.서아가 원하는 대답을 알 수 없었다.과거였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자신이 보고 싶으면 찾아갔다.서아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만나서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려다 보니, 한 걸음마다 허락을 기다리게 됐다.[가도 돼?]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네.]그리고 곧 한 줄이 더 도착했다.[오늘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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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화. 연애는 예약이 아닙니다

#외전 1화. 연애는 예약이 아닙니다진서아와 한시준이 연인이 된 지 한 달이 지났다.달라진 것은 많았다.시준은 서아의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검은 가죽 열쇠고리에는 실제 열쇠가 달려 있었다.서아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그의 집에서 잠들었고, 시준의 집 욕실에는 그녀가 사용하는 샴푸와 장미 향이 강하지 않은 보디워시가 놓였다.그런데도 시준이 마음대로 서아의 집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방문하기 전에는 반드시 연락했다.대답이 없으면 기다렸고, 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다시 보내지도 않았다.처음 며칠은 서아가 오히려 이상해했다."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연락 안 봤잖아.""열쇠 있잖아요.""함부로 오면 바꾼다며."시준은 그 말을 지나치게 잘 지켰다.결국 서아가 새로운 규칙을 정했다.늦은 밤이 아니고, 집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들어와도 된다.단, 문을 열기 전에는 반드시 초인종을 누를 것.시준은 그 규칙도 정확히 기억했다.연애에는 나름 적응하고 있었다.적어도 서아는 그렇게 생각했다.토요일 아침, 시준이 보낸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는.[오후 1시 출발.][1시 30분 점심.][3시 전시회.][5시 카페.][7시 저녁.][9시 네 집.]서아는 침대에 누운 채 화면을 내려다봤다.마지막 문장을 본 순간 눈썹이 올라갔다.[왜 마지막 목적지가 제 집이에요?]답장은 곧바로 왔다.[내가 데려다줄 거니까.][누가 오늘 만나기로 했어요?]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오늘 시간 있다고 했잖아.][시간 있다고 했지 데이트한다고는 안 했는데요.]전화가 걸려왔다.서아는 웃음을 참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왜요?""연인이 토요일에 시간 있으면 만나는 거 아니야?""약속을 해야 만나죠.""그래서 지금 잡았잖아.""당일 아침에 일정을 통보한 건 약속이 아니라 명령이에요."시준이 잠시 침묵했다."그럼 지금부터 물을게."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딱딱했다."오늘 나 만나.""그것도 명령인데요.""오늘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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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2화. 질투는 공평하게

#외전 2화. 질투는 공평하게진서아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했다.에덴에서 일할 때는 더욱 그랬다.기분이 나빠도 웃었고, 지루해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가 듣고 싶은 말을 골라 건넸다.라운지를 직접 운영하게 된 뒤에는 그럴 필요가 줄었다.받고 싶지 않은 손님은 받지 않았고, 불편한 말에는 웃어주지 않았다.그런데 한시준을 만나고부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숨기지 않아도 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몰랐다.금요일 오후.서아는 라운지 오픈을 준비하며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실장이 보내온 기사 링크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이거 봤어?]링크를 누르자 전날 열린 한율문화재단 후원 행사 사진이 나타났다.검은 정장을 입은 시준이 여자와 나란히 서 있었다.이채영.처음 에덴에서 만났던 여자였다.시준과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한때는 원하는 순간마다 서로를 불러낼 만큼 가까웠던 사람.사진 속 두 사람은 잘 어울렸다.채영은 시준의 팔 가까이에 손을 올리고 있었고, 시준은 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기사 제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한율 후계자 한시준, 오랜 인연 이채영과 나란히 참석.서아는 화면을 끄려다 기사 아래에 달린 사진을 한 장 더 넘겼다.이번에는 채영이 웃고 있었고, 시준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서아는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엎어놓았다."사장님."직원이 바 안쪽에서 불렀다."오늘 첫 예약 일곱 시 맞죠?""응.""한시준 씨도 와요?""모르겠는데."대답이 생각보다 차갑게 나왔다.직원이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서아는 잔을 정리하는 척하며 휴대전화를 다시 바라봤다.시준에게서는 평소와 같은 메시지가 와 있었다.[오늘 늦게 갈게.]서아는 한참 뒤에야 답했다.[편할 때 오세요.]보내고 나니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오라는 건지 오지 말라는 건지 자신도 모를 문장이었다.밤 열 시가 조금 지나 시준이 라운지에 도착했다.서아는 창가 손님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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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3화. 가족은 허락이 아닙니다

#외전 3화. 가족은 허락이 아닙니다한율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연락이 온 것은 월요일 오후였다.진서아는 라운지 바 안쪽에서 새로 들어온 와인을 확인하고 있었다.직원이 내민 휴대전화 화면에는 낯익은 이름이 떠 있었다.한율그룹 회장 비서실.서아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진서아입니다."상대는 지나치게 정중한 목소리로 용건을 전했다.회장이 이번 주 일요일 저녁 식사에 서아를 초대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한율 본사도, 호텔도 아니었다.회장의 개인 저택이었다."한시준 씨도 참석하나요?"서아가 묻자 짧은 침묵이 돌아왔다."부사장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역시 자신부터 떠보려는 모양이었다."제가 직접 이야기할게요."서아는 참석 여부를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내일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자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저녁 먹자네요.""누가요?""남자친구 아버지요."직원의 눈이 커졌다.서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와인병을 다시 살폈다.하지만 손끝이 평소보다 조금 느려져 있었다.시준은 그날 밤 라운지에 도착하자마자 서아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무슨 일 있어?""왜요?""나 보고 바로 웃지 않았잖아.""제가 매번 웃어요?""요즘은."시준은 바 끝자리에 앉으며 그녀를 바라봤다.서아는 잔을 꺼내 평소 그가 마시던 술을 따랐다."회장님한테 연락 왔어요."시준의 손이 멈췄다."언제.""오늘 오후요.""왜 나한테는 말 안 했어.""지금 말하잖아요.""아니. 회장이."시준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서아가 그의 앞에 잔을 조금 세게 내려놓았다."또 전화부터 하려고요?"시준의 손가락이 멈췄다.외전이 시작된 뒤에도 이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문제가 생기면 즉시 상대를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려는 버릇."무슨 말을 했는데."시준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일요일에 저녁 먹으러 오래요.""가지 마.""왜요?""좋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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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4화. 같이 사는 규칙

#외전 4화. 같이 사는 규칙진서아의 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새벽 두 시였다.처음에는 빗소리인 줄 알았다.창밖에는 며칠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고, 라운지 마감을 마치고 돌아온 서아는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이마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진 뒤에야 눈을 떴다.천장 한쪽이 검게 젖어 있었다."진짜 최악이네."서아는 대야와 수건을 가져와 바닥에 놓았다.관리인에게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윗집은 사람이 없는지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었다.휴대전화를 확인하니 시준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집 도착했어?]마감이 늦어질 때마다 보내는 질문이었다.서아는 젖은 천장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도착은 했는데 집이 이래요.]전화는 메시지를 읽은 지 십 초도 지나지 않아 걸려왔다."지금 어디가 젖었어.""거실 천장이요.""전기는.""불은 들어와요.""차단기 내려."시준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지금 갈게.""안 와도 돼요. 관리인한테...""진서아.""왜요.""차단기부터 내려."결국 서아는 시준이 시키는 대로 전기를 끊었다.시준은 삼십 분 만에 도착했다.우산을 썼는데도 코트 어깨가 젖어 있었다. 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천장과 콘센트 위치부터 확인했다.뒤따라온 시설 관리 업체 직원들이 누전 가능성을 살피고, 젖은 가구를 옮겼다.서아는 현관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업체는 언제 불렀어요?""오는 길에.""새벽 두 시에요?""돈 더 주면 와."시준다운 대답이었다.직원은 천장 안쪽 배관이 터진 것 같다며 최소 일주일 이상 건조와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동안 여기서 지내기는 어렵습니다."시준은 기다렸다는 듯 서아를 바라봤다."내 집으로 가.""호텔 갈 건데요.""왜.""라운지랑 가까운 곳으로 잡으면 되니까요.""내 집에서도 삼십 분이면 가.""시준 씨 출근하고 저 출근하는 시간이 다르잖아요.""차 써.""그건 더 불편해요."두 사람은 젖은 거실 한가운데서 서로를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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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5화. 매일 다시 선택할 사람

#외전 5화. 매일 다시 선택할 사람진서아가 한시준의 집에서 지낸 지 여섯 달이 지났다.처음에는 일주일씩 연장하던 동거였다.두 번째 일주일이 끝났을 때는 서아가 먼저 기간을 말하지 않았고, 시준도 묻지 않았다.계절이 바뀌는 동안 드레스룸의 절반은 자연스럽게 서아의 옷으로 채워졌다. 화장대 위에는 립스틱과 향수가 늘어났고, 냉장고에는 시준이 먹지 않던 과일과 탄산수가 들어왔다.침실 구석의 수면등도 여전히 켜져 있었다.이제 시준은 불빛이 없으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같이 산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시준은 서아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시간을 확인했고, 서아는 그런 시준에게 라운지 영업시간표를 냉장고에 붙여놓으라고 했다.서아는 사용한 컵을 아무 곳에나 두었고, 시준은 발견하는 즉시 정해진 위치로 옮겼다.한 번은 서아가 일부러 컵을 거실과 침실, 드레스룸에 하나씩 놓아두기도 했다.시준은 말없이 전부 치운 뒤 다음 날 같은 자리에 새 컵을 가져다 놓았다."뭐 하는 거예요?""네가 필요해서 둔 줄 알았어.""제가 어지럽힌 거예요.""알아.""그런데 왜 다시 놔요?""내가 치우는지 시험한 거잖아."시준은 서아보다 먼저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두 사람은 여전히 자주 부딪혔다.하지만 이제는 한쪽이 사라지는 것으로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났다고 했다.문을 닫더라도 잠그지는 않았다.그 정도면 두 사람에게는 충분히 평온한 연애였다.서아가 시준의 변화를 눈치챈 것은 목요일 아침이었다.시준은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자꾸 서아의 왼손을 바라봤다.처음 한두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식탁에서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차에 타기 직전에도 시선이 같은 곳에 머물렀다.서아가 결국 손을 들어 보였다."왜 자꾸 봐요?"시준이 시선을 피했다."안 봤어.""세어봤는데 일곱 번 봤어요.""그걸 왜 세.""이상하니까요."서아는 그의 앞에 왼손을 내밀었다."뭐 묻었어요?""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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