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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에덴의 Vip 손님: Chapter 21 - Chapter 30

55 Chapters

#21화. 그녀가 고른 거리

#21화. 그녀가 고른 거리금요일 밤.진서아는 한시준이 선물했던 책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다 읽으셨어요?""두 번 물을 필요 없어."시준이 잔을 들며 대답했다.책은 이미 마지막 장까지 접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서아가 골라준 책이었다.모든 것을 통제하려던 남자가 자신이 만든 규칙 때문에 가장 원하는 사람을 잃는 이야기."그래서요?"서아가 그의 옆에 앉았다."주인공 이해됐어요?""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그럼 다음에는 안 만나겠네요.""끝까지 들어."시준은 잔을 내려놓았다."이해한다고 옳다는 건 아니지."서아의 손이 술병 위에서 멈췄다."뜻밖인데요.""결국 다 잃었잖아.""결과가 나빠서 틀렸다는 거예요?""결과까지 예상 못 했으면 무능한 거고."역시 한시준다운 답이었다.상대의 선택권보다 실패한 결과를 먼저 보는 남자.서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렸다."합격은 아니고, 보류 정도로 할게요.""뭘 네가 정해.""다음 만남이요."그녀는 작은 메모지에 주소와 시간을 적었다.일요일 오후 세 시.시준이 종이를 집어 들었다."여기가 어딘데.""제가 좋아하는 곳이요.""서점?""오시면 알아요."서아가 그의 잔을 채웠다."이번에는 늦지 마세요, 시준 씨."에덴 안에서 처음 듣는 호칭이었다.시준의 시선이 서아에게 고정됐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술병을 내려놓았다."방금 뭐라고 했어.""다음 만남 이야기 중이잖아요.""그 앞에.""못 들으셨으면 됐어요."시준의 입가가 느리게 올라갔다.서아는 다시 그를 부르지 않았다.네 시간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일요일 오후 세 시.시준은 메모지에 적힌 장소 앞에서 차에서 내렸다.오래된 상가와 낮은 건물들이 이어진 골목이었다.좁은 길 양쪽에는 중고 서점과 작은 문구점, 오래된 음식점이 붙어 있었다.사람이 많았고, 주차할 곳은 없었으며, 길은 정돈되지 않았다.한시준이 평소 찾아올 만한 곳은 아니었다."이쪽이에요."뒤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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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그가 숨는 곳

#22화. 그가 숨는 곳한시준은 장소를 정하는 데 사흘이 걸렸다.호텔 라운지와 회원제 바는 처음부터 제외했다.진서아는 한율도, 에덴도 아닌 곳을 원했다. 돈 많은 부사장이 아니라 한시준이 좋아하는 곳을 보여달라고 했다.시준이 자주 가는 곳에는 늘 목적이 있었다.회사, 호텔, 식당, 거래처.좋아서 가는 곳이 아니라 필요해서 가는 곳.아무도 만나지 않기 위해 찾아가는 곳 하나만 남았다.수요일 밤, 그는 서아에게 주소를 보냈다.[토요일 밤 열 시.]곧 답장이 왔다.[너무 늦은데요.][그 시간이 제일 좋아.]한참 뒤 짧은 문장이 도착했다.[알겠어요. 대신 늦으면 안 기다려요.]시준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이번에는 늦을 생각이 없었다.토요일 밤 아홉 시 오십 분.시준은 강변 아래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서아는 정확히 열 시에 도착했다.검은 후드 집업과 편한 바지, 흰 운동화. 머리는 대충 묶여 있었다. 에덴에서 보던 화려한 얼굴과 달랐지만 어두운 주차장에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서아가 주변을 둘러봤다."여기 맞아요?""왜.""시준 씨가 좋아하는 곳이라길래 다른 데일 줄 알았어요.""어떤 데.""문 열면 직원들이 줄 서서 인사하는 곳."시준은 차 문을 잠갔다."오늘은 실망했겠네.""아직은요."도로 아래로 좁은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아래로 강 건너 불빛이 흔들렸다.서아가 먼저 걸었다.시준은 그녀의 옆에 섰다.밤바람이 차가웠다. 서아가 후드 집업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렸다."추워?""조금요."시준이 재킷 단추에 손을 대자 서아가 바로 말했다."주지 마세요.""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벗는 것만 봐도 알아요.""그럼 춥다고 왜 말해.""물어보셨으니까요."서아가 웃었다."에덴 밖에서는 대화가 잘 안 되네요.""거기서는 네가 맞춰주니까.""알고 계셨네요."그 뒤로는 한동안 발소리만 이어졌다.에덴에서는 침묵도 서비스였다. 서아는 손님의 표정을 살피고, 필요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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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다시 손님이 되는 밤

#23화. 다시 손님이 되는 밤토요일 밤 이후, 진서아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한시준도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집 앞까지 데려다준 뒤 잘 들어갔다는 연락도, 강변이 어땠다는 말도 오지 않았다.연락처는 분명 저장돼 있었다.두 번이나 밖에서 만났고, 다음에 읽을 책도 서로 한 권씩 들고 돌아왔다.그런데 월요일도, 화요일도, 수요일도 휴대전화는 조용했다.시준은 먼저 연락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금요일이면 어차피 만날 수 있었다.그런데도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는 횟수는 늘어났다.강재혁이 보고 중간에 시선을 들었다."기다리시는 연락이 있으십니까?""없어.""그런데 계속 휴대전화를 보고 계셔서요."시준이 차갑게 바라보자 재혁은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책상 위 휴대전화가 울렸다.시준은 즉시 화면을 확인했다.서아가 아니었다.그는 받지 않은 채 기기를 뒤집어놓았다.금요일이면 만난다.예약된 네 시간이 있었다.그런데 이제 그 말은 예전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금요일 저녁 여덟 시.서아는 정각에 VIP룸으로 들어왔다.오늘도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이었다.긴 검은 머리, 짙은 장미 향,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붉은 드레스.강변에서 후드 집업을 입고 캔커피를 마시던 여자는 어디에도 없었다."안녕하세요, 부사장님."시준의 표정이 굳었다.서아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옆에 앉아 술병을 들었다."오늘도 일찍 오셨네요.""그렇게 부르지 마."서아의 손이 멈췄다."뭐라고요?""부사장님.""여기는 에덴인데요."맑은 술이 잔 안으로 흘러들었다.서아는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잔을 밀어주었다."에덴에서는 부사장님이 제 손님이잖아요."시준은 잔을 들지 않았다."밖에서는 시준 씨고?""그렇죠.""사람이 장소 따라 바뀌어?""관계가 바뀌죠."서아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조금 따랐다."일요일에는 돈을 안 내셨고, 오늘은 내셨으니까."정확한 말이었다.그래서 더 기분이 나빴다."돈 내면 다시 손님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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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새벽 두 시의 호출

#24화. 새벽 두 시의 호출토요일 새벽 두 시 십칠 분.한시준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침실 한쪽에 놓인 소파에 앉아 진서아가 고른 책을 읽고 있었다. 활자는 눈에 들어왔지만 내용은 좀처럼 머리에 남지 않았다.몇 시간 전 에덴에서 들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손님이 아닌 것처럼 착각하게 되잖아요.서아는 그것을 위험하다고 말했다.시준에게는 원하는 변화였다.그런데 에덴을 나온 뒤에도 연락은 없었다.다음에 강변에 가자는 말을 먼저 꺼낸 것도 서아였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시준이 책을 덮으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안 자요?]저장된 이름을 확인한 그의 손이 멈췄다.진서아.시준은 메시지가 도착한 시각을 다시 확인했다.새벽 두 시 십칠 분.곧바로 답장을 입력했다.[어디야.][질문에 대답부터 해요.][안 자.]이번에는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았다.시준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기다렸다.삼 분 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차 있어요?][있어.][그럼 나와요.]시준의 눈빛이 깊어졌다.[어디로.]서아가 보낸 주소는 에덴에서 두 블록 떨어진 편의점 앞이었다.시준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재킷을 집어 들고 곧바로 집을 나섰다.편의점 앞에 도착했을 때 서아는 건물 외벽에 기대 서 있었다.긴 코트 아래로 붉은 드레스 자락이 조금 보였다. 머리는 느슨하게 묶여 있었고, 에덴에서 바른 립스틱은 거의 지워진 상태였다.한 손에는 생수병이 들려 있었다.시준의 차가 멈추자 서아가 고개를 들었다.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타."서아는 문을 열지 않고 차 안을 살폈다."혼자 왔네요.""누구랑 올 줄 알았는데.""기사님이 운전하실 줄 알았죠.""네가 부르는데 왜 남을 데려와."서아의 눈빛이 잠시 달라졌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올라탔다.문이 닫히자 짙은 장미 향이 차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보다 옅었지만 분명 에덴의 서아에게서 나던 향이었다.시준이 출발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어디 갈 건데.""저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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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에덴이라는 경계

#25화. 에덴이라는 경계새벽 두 시에 먼저 한시준을 불러냈던 진서아는 그날 이후 다시 조용해졌다.시준이 일요일 저녁에 보낸 메시지에는 세 시간이 지나서야 답했다.[발은 괜찮아?][괜찮아요.]수요일 밤에는 읽고 있는 책에 관해 물었다.[반 정도 읽었어요.]이번에도 대답은 그게 전부였다.서아는 대화를 이어갈 질문을 하지 않았다. 강변에서 잠들었던 일도, 자신의 집 근처까지 데려다준 일도 먼저 꺼내지 않았다.시준은 한 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던 여자가 새벽에 자신을 불렀으니 무언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금요일이 오기도 전에 알았다.달라졌다고 생각한 쪽은 자신뿐이었다.금요일 저녁 여덟 시.VIP룸 문이 열렸다.붉은 드레스와 짙은 장미 향.긴 머리카락을 어깨 앞으로 흘려내린 서아가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부사장님."시준의 표정이 굳었다.서아는 그 반응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그의 옆에 앉았다. 얼음 하나가 담긴 잔에 위스키를 따르는 손길도 평소와 같았다."이번 주는 잘 지내셨어요?""그렇게 부르지 마."술병을 기울이던 손이 잠시 멈췄다."부사장님이요?""알면서 묻지 마."서아는 잔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여기는 에덴이잖아요.""그래서.""시준 씨라고 부를 이유가 없죠."시준은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며칠 전 차 안에서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가 떠올랐다.시준 씨.화려하게 꾸며낸 목소리도 아니었고, 손님을 달래기 위해 선택한 호칭도 아니었다.그런데 지금 서아는 그날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새벽에는 네가 먼저 불렀어.""네.""내 차에서 잠들었고.""그랬죠.""보고 싶어서 불렀다며."서아의 눈빛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그러나 입가의 미소는 무너지지 않았다."그날은 그랬어요.""오늘은 아니고?""오늘은 부사장님이 예약하셨잖아요."정확하고 차가운 대답이었다.시준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날 한 번이면 끝이야?""끝이라고 한 적도 없고, 계속된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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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손님이 없는 곳

#26화. 손님이 없는 곳한시준은 금요일이 지나고 나흘 동안 에덴에 가지 않았다.예약이 없는 날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그런데도 밤이 되면 자꾸 시간을 확인했다.진서아가 출근했을 시간.첫 번째 손님을 받고 있을 시간.누군가의 잔을 채우고, 듣기 좋은 말을 골라 웃고 있을 시간.시준은 그 생각이 들 때마다 휴대전화를 집었다가 내려놓았다.서아에게 연락해도 답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었다.보고 싶다고 말하면 더 늦게 답할 여자였다.그렇다고 금요일까지 기다릴 생각도 없었다.수요일 밤 열한 시 사십 분.시준은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에덴 말고 만나.]답장은 오지 않았다.자정이 지나고 한 시가 되어도 읽음 표시조차 바뀌지 않았다.시준은 두 번째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대신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장소로 향했다.한율그룹 소유의 고급 주거 건물 최상층.원래 외국계 임원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비어 있었다.가구와 술은 준비돼 있었고, 통유리창 너머로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였다.직원도, 비서도, 손님도 없었다.시준은 불이 꺼진 거실에 서서 도시를 바라봤다.진서아를 이곳으로 부르면 무엇이 달라질지는 자신도 몰랐다.다만 에덴이 아니라면 그녀는 자신을 부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돈을 내고 앉혀둔 여자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온 진서아를 볼 수 있을 것이다.새벽 한 시 십이 분.휴대전화가 울렸다.[어디예요?]시준은 곧바로 주소를 보냈다.답장은 없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초인종이 울린 것은 새벽 한 시 사십구 분이었다.문을 열자 긴 코트를 입은 서아가 서 있었다.에덴에서 바로 온 듯 코트 아래로 검은 드레스 자락이 보였다. 머리카락은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붉은 입술은 절반쯤 지워져 있었다.서아는 열린 문 안쪽을 살폈다."여기가 어디예요?""들어와.""대답부터 하세요.""아무도 없는 곳."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그게 장소 이름이에요?""내가 쓸 수 있는 집.""시준 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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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다시 부사장님

#27화. 다시 부사장님금요일 저녁 일곱 시 오십팔 분.한시준은 VIP룸에 혼자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개봉하지 않은 위스키와 얼음 하나가 든 잔이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달라진 것은 입술에 남은 감각뿐이었다.진서아가 먼저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자신의 의지로 입을 맞췄고, 두 번째에는 더 깊이 다가왔다.돈도, 예약도 없는 곳에서.그런데 헤어지기 전 그녀는 말했다.내일 봐요, 부사장님.시준은 그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서아는 경고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여자였다.그래도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는 아주 조금 기대했다.어제와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볼지도 모른다고.정각.VIP룸 문이 열렸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서아가 들어왔다.긴 검은 머리와 짙은 장미 향, 완벽하게 그려진 입술.그 입술이 어젯밤 자신에게 닿았다.서아는 평소처럼 아름답게 웃었다."안녕하세요, 부사장님."시준의 표정이 굳었다.예상했던 호칭이었다.그런데 실제로 들으니 속이 차갑게 식었다.서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의 옆에 앉았다. 술병을 들어 봉인을 뜯고, 얼음 하나가 든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오늘도 일찍 오셨네요."시준은 잔을 받지 않았다.서아가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기분 안 좋으세요?""기억 안 나?""뭘요?"시준의 눈빛이 낮아졌다.서아는 정말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접객용 표정이었다.손님이 원하는 말을 꺼내도록 기다리는 얼굴."어제."그가 말했다."어제 무슨 일 있었잖아."서아의 미소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있었죠.""그런데.""그런데요?""지금 이게 뭐야."서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술병을 내려놓았다."일하는 중이에요.""키스한 다음 날에도?""그 일 때문에 오늘 예약이 취소된 건 아니잖아요."정확하고 잔인한 대답이었다.시준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그녀를 바라봤다."너는 아무렇지도 않아?""뭐가요?""나랑 키스한 거.""제가 하고 싶어서 했어요."어제와 같은 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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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계약서 위의 이름

#28화. 계약서 위의 이름강재혁의 보고는 월요일 아침 시준의 책상 위에 올라왔다.에덴의 운영 법인과 건물 소유주, 임대 계약 기간, 차입금 규모까지 정리된 서류였다.시준은 가장 마지막 장에서 손을 멈췄다."진서아 계약은."재혁이 준비해온 별도 문서를 내밀었다."정식 고용계약은 아닙니다. 지명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정산하는 방식이고, 별도의 전속 조항도 없습니다.""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뜻이네.""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가능합니다."시준의 표정이 굳었다.에덴이 문제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에덴을 없애면 서아가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었다.손님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지금과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돈을 내는 남자 옆에 앉고, 술을 따르고, 허용한 만큼 웃을 것이다."운영사는 현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재혁이 말을 이었다."건물 임대료가 인상될 예정이고, 기존 대출 만기도 가까워졌습니다. 한율이 인수 의사를 보이면 거절하기 어려울 겁니다.""인수는 아직."시준은 서류를 덮었다."우선 건물부터 확보해."재혁이 잠시 침묵했다."한율 계열사를 통해 진행할까요?""내 개인 법인.""용도를 어떻게 보고드리면 되겠습니까?""보고할 필요 없어."시준이 차갑게 대답했다."운영사에는 투자 조건을 보내.""어떤 조건입니까?"시준의 손가락이 서아의 계약 내용 위에 머물렀다."전속 지명 제도 신설."재혁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특정 손님만 받도록 계약한다는 뜻입니까?""그래.""진서아 씨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시준은 고개를 들었다."동의하게 만들 조건을 써."기존 수입보다 높은 고정 보장금.근무일과 시간 축소.다른 손님 접객 금지.한시준의 예약만 전담.서아가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힘들게 여러 남자를 상대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누구도 그녀의 손을 잡지 못하고, 자신이 없는 시간에는 쉴 수 있었다.합리적인 조건이었다.적어도 시준에게는.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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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거절된 금요일

#29화. 거절된 금요일한시준은 진서아의 경고를 믿지 않았다.다음 금요일에는 제가 없을 거예요.화를 내며 나온 말이었다.계약 조건을 다시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판단했다.기존 수입보다 높은 보장금.줄어든 근무시간.원하지 않는 손님을 상대할 필요 없는 환경.거기에 외부에서 만나는 시간까지 별도로 지급되는 조건.진서아에게 손해가 될 것은 없었다.선택권을 빼앗는다는 그녀의 주장은 감정적인 반발에 불과했다.시간이 지나면 결국 서명할 것이다.시준은 그렇게 생각했다.금요일 저녁 일곱 시 오십오 분.평소와 같은 VIP룸이었다.테이블에는 위스키와 얼음 하나가 든 잔이 준비되어 있었고, 식사에는 검은 올리브가 빠져 있었다.시준은 소파에 앉아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일곱 시 오십팔 분.문은 열리지 않았다.여덟 시.서아는 오지 않았다.시준은 잠시 문을 바라보다 호출 버튼을 눌렀다.들어온 사람은 서아가 아니라 실장이었다.그녀의 손에는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진서아는."실장의 표정이 굳었다."오늘 부사장님 예약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시준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뭐?""결제하신 금액은 전액 돌려드리겠습니다."실장이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시준은 봉투를 보지도 않았다."어디 있어.""다른 예약 중입니다."짧은 침묵이 흘렀다.시준의 시선이 실장에게 고정됐다."내 예약은 거절하고 다른 놈은 받았다고?""서아에게는 손님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누구야."실장은 대답하지 않았다.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윤태경?"실장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시준은 곧장 문으로 향했다.실장이 앞을 막았다."부사장님.""비켜.""다른 손님 예약 중입니다.""내가 상관할 일 아니라고?""이곳의 규칙입니다."시준의 입가가 차갑게 비틀렸다.에덴의 규칙.또 그 말이었다.자신의 네 시간은 거절하면서 윤태경의 두 시간은 받아들이는 것도 규칙이라고 했다.돈의 크기도, 예약의 길이도 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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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지워진 이름

#30화. 지워진 이름월요일 오후.진서아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에덴에 도착했다.대기실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직원들은 서아와 눈이 마주치면 먼저 시선을 피했고, 실장은 통화 중이라는 말만 남긴 채 사무실 문을 닫았다.서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태블릿을 켰다.이번 주 일정이 화면에 나타났다.월요일, 비어 있음.화요일, 비어 있음.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도 같았다.한시준의 금요일 예약까지 사라져 있었다.정확히는 모든 일정 옆에 회색 글씨가 붙어 있었다.예약 보류.서아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내렸다.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같았다.이미 확정됐던 손님들의 이름이 전부 사라지고 빈칸만 남아 있었다."언니."옆에서 지켜보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불렀다.서아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언제부터 이렇게 됐어?""오늘 아침부터요.""손님들한테는 뭐라고 했고?"직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서아가 고개를 들자 결국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부 사정으로 예약이 어렵다고요.""내가 어렵다고 한 적 없는데.""운영팀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대요."서아는 태블릿을 내려놓았다.화를 내지도, 당황한 얼굴을 하지도 않았다.그 차분한 표정 때문에 직원이 더 불안해 보였다."실장 언니 나오라고 해.""지금 통화 중이라서...""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서아는 거울 앞에 앉았다.화장을 시작하지 않았다.빈 얼굴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처음 에덴에 들어온 날이 떠올랐다.누군가는 사연을 물었고, 누군가는 얼마나 버틸지 내기를 했다.서아는 첫날부터 잘했다.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떤 표정이 필요한지 알았고, 남자들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도 빨리 익혔다.첫 지명 손님 앞에서 술잔을 엎었던 일만 빼면 실수도 거의 없었다.삼 년 동안 지명 1위를 놓치지 않았다.자신이 선택한 일이었고, 자신이 만든 자리였다.그런데 한시준은 클릭 몇 번과 계약서 한 장으로 그 모든 시간을 빈칸으로 만들었다.이십 분 뒤 사무실 문이 열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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