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Vip 손님

에덴의 Vip 손님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6
Oleh:  RionhaOngoing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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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장난감으로만 여기던 남자가, 자신을 손님으로만 대하는 여자에게 처음으로 장난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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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1화. 첫 만남

#1화. 첫 만남

에덴에서 삼 년을 버틴 여자는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진서아처럼 삼 년 내내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킨 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에덴의 넘버원.

그 말은 단순히 얼굴이 예쁘다는 뜻이 아니었다. 예쁜 여자야 이곳에 차고 넘쳤다. 남자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어느 순간에 웃어야 하는지, 손끝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해야 상대가 착각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진서아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실제로 대부분 그랬다. 처음에는 점잖은 척하던 남자도 술이 두 잔쯤 들어가면 서아의 손을 잡고, 세 잔째에는 다음 약속을 물었다.

서아는 그때마다 웃었다.

상대가 원하는 모양으로.

"서아야."

대기실 문이 열렸다.

거울 앞에 앉아 붉은 립스틱을 덧바르던 서아가 눈만 들어 실장을 봤다.

"오늘 VIP룸 들어가."

립스틱이 입술 위에서 멈췄다.

에덴에는 일반 룸과 VIP룸이 있었다. 일반 룸도 평범한 직장인이 드나들 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VIP룸은 차원이 달랐다.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재계와 정치권,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찾는 방.

서아는 에덴에서 삼 년을 일했지만 한 번도 그 문 안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누군데요?"

"한율그룹 부사장."

실장이 목소리를 낮췄다.

"한시준."

서아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율그룹.

국내에서 돈과 권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한시준은 그 집안에서도 유난히 소문이 많은 남자였다.

잘생겼고, 오만하고, 여자관계가 복잡했다.

마음에 든 여자는 반드시 손에 넣고, 상대가 진심이 되면 미련 없이 버린다는 소문.

서아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날 지명했대요?"

"그래."

"보는 눈은 있네."

실장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서아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검은 긴 머리를 한쪽 어깨 뒤로 넘겼다. 목선을 따라 진한 장미 향수를 뿌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려한 붉은 드레스가 몸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거울 속 여자는 완벽했다.

오늘 밤에도 중심은 자신일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VIP룸으로 향하는 복도는 유난히 조용했다.

두꺼운 카펫이 구두 소리를 삼켰다. 일반 룸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과 음악도 이곳까지는 닿지 않았다.

서아는 문 앞에 섰다.

직원이 문을 열어주자 어둑한 방 안으로 낮고 묵직한 향이 먼저 밀려왔다.

차갑게 마른 나무와 술이 섞인 냄새.

그리고 그 중심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검은 셔츠와 같은 색의 재킷. 길게 뻗은 다리를 느슨하게 벌린 채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있었다.

첫인상은 컸다.

앉아 있는데도 방이 좁아 보일 정도였다.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갈라져 있었고, 날카로운 눈매 아래로 감정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쪽 귀에는 검은 피어싱이 박혀 있었고, 느슨하게 열린 셔츠 깃 위로 목을 타고 내려오는 문신이 보였다.

서아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한시준은 인사를 건넬 생각도 없이 그녀를 훑고 있었다.

얼굴에서 시작한 시선이 목과 어깨, 허리를 지나 구두 끝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노골적이었지만 조급하지 않았다.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처럼 여유로운 눈이었다.

서아는 그런 시선에 익숙했다.

오히려 자신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남자보다 솔직해서 편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웃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상대가 자신이 특별한 손님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서아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표정.

시준이 턱을 조금 들었다.

"진서아?"

"벌써 알고 계시네요."

"앉아."

명령에 가까운 말투였다.

서아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웃음을 유지한 채 그의 옆으로 걸어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앉았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남자가 한 번쯤 그 거리를 좁히고 싶게 만드는 위치였다.

"뭐 드실래요?"

서아가 술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시준이 먼저 병목을 잡았다.

두 사람의 손이 닿기 직전이었다.

"내가 따르지."

"제가 할 일인데요."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네 일 아닌가?"

무례한 말이었다.

하지만 시준의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상대가 화를 내는지, 참는지 지켜보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서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손을 거뒀다.

"맞아요."

그리고 조금 더 환하게 웃었다.

"돈 많이 쓰는 손님 말은 잘 들어야죠."

시준의 손이 잠깐 멎었다.

서아는 못 본 척했다.

시준은 잔 두 개에 술을 따랐다. 큰 손이 크리스털 잔을 감싸자 잔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그가 서아의 잔을 내밀었다.

"한잔하지."

"좋아요."

잔이 부딪쳤다.

맑은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길게 울렸다.

서아는 술을 입에 머금었다. 독한 술이 혀를 스치고 목 안으로 흘렀다.

그 순간에도 시준은 술이 아니라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맛있네요."

서아가 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몇 초간 이어진 침묵 끝에 그가 몸을 기울였다.

소파가 무게를 받아 낮게 울었다.

남자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서아는 피하지 않았다. 그의 숨결이 뺨을 스칠 만큼 가까워졌는데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시준의 시선이 붉은 입술에 닿았다가 다시 눈으로 올라왔다.

"그 미소."

"네?"

"방금 그거."

그가 낮게 말했다.

"오늘 나한테 몇 번째지?"

서아의 눈이 아주 잠깐 멈췄다.

시준은 그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들어올 때 한 번."

그의 손가락이 소파 등받이를 천천히 두드렸다.

"앉을 때 한 번."

시선이 서아의 입술에 머물렀다.

"술 마시고 한 번."

시준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세 번 다 똑같은 미소더라."

서아는 그를 바라봤다.

자신의 웃음이 계산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남자는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정확히 횟수까지 세어가며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흥미가 생겼다.

불쾌함보다 먼저 든 감정이었다.

서아는 이번에는 눈꼬리를 조금 낮췄다. 입술의 힘을 풀고, 들킨 사람처럼 수줍은 표정을 만들었다.

완전히 다른 미소였다.

"이건 어때요?"

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것도 가짜고."

"여긴 진짜를 파는 곳이 아닌데."

"뭘 파는데?"

"손님이 진짜라고 믿고 싶은 거."

서아가 대답하며 그의 빈 잔을 채웠다.

술병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손끝이 시준의 손등을 스쳤다.

우연처럼 보이도록 계산한 접촉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는 이때 숨을 멈추거나 손가락에 힘을 줬다.

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손을 뒤집어 서아의 손목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힘에 그녀의 팔이 멈췄다.

손가락이 가느다란 손목을 단단히 감쌌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놓아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서아의 시선이 붙잡힌 손목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이것도 서비스인가?"

시준이 물었다.

서아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방금 닿은 거."

"제가 닿았어요?"

"모르는 척까지 포함해서?"

시준의 엄지가 손목 안쪽을 느리게 눌렀다.

맥박이 뛰는 자리였다.

서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빼지 않았다.

먼저 피하는 순간, 이 남자가 자신이 흔들렸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손님이 그렇게 느끼셨으면 그런 거겠죠."

"누구한테나 해?"

"필요하면요."

시준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서아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질투해서는 아니었다. 아직 그럴 단계도 아니었다.

자신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서아는 속으로 웃었다.

다루기 쉬운 남자였다.

다만 힘과 돈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귀찮을 뿐.

"놓아주실래요?"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시준은 오히려 손목을 끌어당겼다.

서아의 몸이 그의 쪽으로 기울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아의 손바닥이 시준의 가슴 위에 닿았다. 얇은 셔츠 아래로 단단한 몸이 느껴졌다.

시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낮게 웃었다.

"진짜로 싫으면 밀어내."

서아는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봤다.

날카로운 눈, 느긋하게 휘어진 입술, 자신이 거절당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표정.

서아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밀어내는 대신, 시준의 셔츠 깃을 가볍게 정리해줬다.

그의 눈빛이 한층 짙어졌다.

서아는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속삭였다.

"손님이 착각하셨나 봐요."

"뭘."

"제가 안 밀어낸다고 해서 원하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시준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

서두르지 않았다.

마지막 손가락까지 손목에서 떨어진 뒤, 서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지금은 손님이니까 참아드린 거예요."

시준이 턱을 쓸었다.

"손님 아니면?"

"그때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죠."

"뭘 하고 싶은데?"

서아가 웃었다.

이번에도 그가 처음부터 세고 있던 미소 중 하나였다.

"그건 손님이 알 필요 없어요."

두 시간 동안 시준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대신 서아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얼마를 써야 특별한 손님이 되는지, 에덴 밖에서도 이렇게 웃는지.

서아는 모든 질문에 능숙하게 답했다.

정답처럼 들리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말들.

시준은 그녀를 관찰했고, 서아는 그가 원하는 반응을 골라 보여줬다.

시간이 끝났을 때 먼저 일어난 사람은 서아였다.

"벌써 끝났나?"

"예약 시간이 끝났어요."

"더 있지."

"다음 손님이 기다려요."

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나 다음에 다른 놈을 받아?"

서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잔을 정리했다.

"그게 제 일이니까요."

"내가 더 내면?"

"오늘은 안 돼요."

처음으로 시준의 제안을 단번에 잘라냈다.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아는 자신이 세운 순서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중요한 손님이라도 첫날부터 예외를 주면 안 됐다.

서아는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향했다.

"진서아."

그녀가 돌아봤다.

시준은 소파에 앉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주 같은 시간."

"예약은 실장님 통해서 해주세요."

"네가 기다린다고 해야 예약하지."

서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원하는 말을 알고 있었다.

"기다릴게요."

완벽한 접객용 미소였다.

문을 열기 직전, 시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 말도 거짓말이지?"

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어깨 너머로 그를 돌아보며 웃었다.

무엇을 믿을지는 손님의 몫이라는 듯.

문이 닫혔다.

복도에 나온 서아는 손목을 내려다봤다.

시준에게 붙잡혔던 자리에 희미한 열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손목을 한 번 문지르고 다음 방으로 걸어갔다.

조금 까다롭고, 돈이 많고, 자신감이 지나친 남자.

그뿐이었다.

VIP룸에 홀로 남은 시준은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봤다.

방 안에는 진한 장미 향이 남아 있었다.

시준은 여자에게 거절당해본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자신에게 아무 감정도 갖지 않은 여자와 만나본 적이 없었다.

서아는 그에게 잘해줬다.

지나치게 완벽하게.

그래서 더 불쾌했다.

자신이 아니라 손님을 상대했다는 사실이 선명했으니까.

시준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에덴 실장에게 전화를 걸자 상대는 첫 신호가 끝나기도 전에 받았다.

"다음 주 같은 시간."

시준은 닫힌 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같은 방, 진서아."

통화를 끊은 그의 입가에 느린 미소가 번졌다.

다음에는 저 여자가 자신을 보게 만들 생각이었다.

돈을 쓰는 손님도, 한율그룹 부사장도 아닌 한시준을.

그때의 시준은 아직 몰랐다.

진서아의 시선을 원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장난감이 된 것은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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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계산된 진심
#5화. 계산된 진심한시준은 예약 시간보다 십 분 먼저 에덴에 도착했다.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취미는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움직이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상대가 늦으면 자리를 떠났고, 자신이 늦을 때는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런 남자가 진서아를 만나기 위해 일정을 비우고, 길이 막힐 가능성까지 계산해 차를 일찍 출발시켰다.지난번 그녀가 했던 말 때문은 아니었다.다음에는 늦지 마세요.그 명령 같은 말을 따른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는 것뿐이었다.시준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VIP룸에 들어선 그는 재킷을 벗어 소파 등받이에 걸었다. 테이블 위에는 평소 마시던 위스키와 잔 두 개가 준비돼 있었다.시준은 술병에 손을 대지 않았다.열 시 오십오 분.시간을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뒤집어놓았다.열 시 오십팔 분.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정각이 되자 문이 열렸다.장미 향이 어둑한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서아는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긴 머리를 높게 묶어 목선이 그대로 드러났고, 귀에는 가느다란 은색 장식이 흔들렸다.서아의 시선이 시준을 발견했다.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일찍 오셨네요.""정각이야.""십 분 전부터 계셨다고 들었는데."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직원들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네."서아는 작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두 사람 사이에 손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간격이 남았다."기다리셨어요?""십 분을 기다렸다고 하나.""기다린 건 맞잖아요."서아가 술병을 들었다.맑은 술이 잔 안으로 흘러드는 동안 시준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서아는 잔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기분이 어때요?""뭐가.""누가 올 때까지 앉아 있는 거."시준은 잔을 들었다."별로.""저도요."서아의 대답은 빨랐다.지난번 자신을 기다리지 않은 일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목소리였다.시준은 술을 한 모금 삼켰다."오늘도 질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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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완벽한 접객
#6화. 완벽한 접객문이 열리자 낯선 향수가 방 안으로 흘러들었다.이채영은 은색 드레스 위에 검은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반듯하게 뻗은 다리와 화려한 이목구비, 어디에서든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한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문 앞에 선 서아를 잠시 바라봤다."네가 진서아야?"서아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안녕하세요. 편하게 들어오세요."목소리도, 표정도 평소와 같았다.채영은 서아의 얼굴을 한 번 더 살핀 뒤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준을 발견한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사람 불러놓고 앉아만 있네."시준은 소파에 기대앉은 채 대답했다."오라고 했지, 마중 나간다고는 안 했어.""여전히 재수 없고."채영은 익숙하게 시준의 옆에 앉았다.거리가 가까웠다.팔과 팔이 닿았고, 채영이 다리를 꼬자 드레스 자락이 시준의 무릎 가까이 흘러내렸다.서아는 문을 닫은 뒤 테이블로 돌아왔다."어떤 술로 준비해드릴까요?""시준이가 마시는 걸로.""위스키 괜찮으세요?""응."서아는 잔을 하나 더 꺼냈다.위스키를 따르고 얼음을 넣은 뒤 채영이 잡기 편한 방향으로 잔을 돌려놓았다. 냅킨과 물도 자연스럽게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처음 오는 손님을 대하는 완벽한 움직임이었다.채영이 잔을 들며 서아를 바라봤다."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조금 전에 들었어요.""그런데 안 놀라네."서아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부사장님 일행이 오시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니까요."시준은 그 미소를 바라봤다.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다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붙어 앉았는데도 서아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술을 따랐다. 오히려 처음 온 채영에게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채영이 시준의 팔을 손끝으로 건드렸다."우리 관계는 안 궁금해?"질문은 서아를 향한 것이었다.서아는 채영의 빈 잔을 확인하며 대답했다."말씀해주시면 들어드릴게요.""알고 싶지는 않고?""손님이 말씀하고 싶은 부분까지만 아는 게 편해서요."채영이 작게 웃었다."너 진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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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처음 보는 웃음
#7화. 처음 보는 웃음한시준은 이번에도 예약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다.직원에게 재킷을 맡긴 뒤 곧장 VIP룸으로 들어가려던 그는 복도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러니까 그걸 왜 거기다 넣어."서아였다.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준비실이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안쪽의 모습이 틈새로 보였다.서아는 드레스를 입기 전이었다.검은색 가운을 걸친 채 화장대 앞에 서 있었고, 옆에는 젊은 남자 직원이 얼음통을 들고 있었다."제가 분명 냉동실이라고 들었는데요.""술 보관하는 냉동실에 케이크를 넣는 사람이 어디 있어.""차가우면 다 똑같은 줄 알았죠."남자 직원이 억울한 얼굴로 얼음통 안을 보여줬다.그 안에는 한쪽이 찌그러진 작은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겉면에 묻은 크림이 얼어붙어 돌처럼 단단해 보였다.서아는 그것을 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참으려는 듯 고개까지 돌렸다.그러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진짜 미쳤나 봐."웃음이 터졌다.소리 내어 웃는 얼굴이었다.눈꼬리가 휘고, 입술이 크게 벌어졌다. 한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시준은 복도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에덴에서 서아는 매번 웃었다.그가 방에 들어가면 웃었고, 술잔을 건네면서도 웃었다.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웃었고, 다른 여자가 자신의 옆에 앉았을 때도 완벽한 미소를 유지했다.하지만 지금 웃음은 달랐다.보기 좋게 계산된 각도도 없었고, 상대의 기분을 맞추려는 목적도 없었다.서아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고 웃고 있었다.눈가에 힘이 풀리고, 몸까지 조금씩 흔들렸다.남자 직원이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먹을 수는 있지 않을까요?""그걸 누가 먹어.""누나 생일이라 샀는데.""내 생일 다음 달이야."서아가 다시 웃었다.이번에는 남자 직원의 팔을 가볍게 밀기까지 했다."날짜도 모르면서 뭘 샀어.""미리 축하한 걸로 하죠.""그럼 네가 다 먹어."두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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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웃음을 사지 못하는 남자
#8화. 웃음을 사지 못하는 남자한시준은 일주일 동안 진서아를 웃길 방법을 생각했다.정확히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회의 중에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준비실에서 봤던 얼굴이 떠올랐다. 눈꼬리가 완전히 휘어지고, 웃음을 참지 못해 입을 가리던 모습.자신의 앞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농담을 준비하는 건 우스웠다.웃긴 이야기를 찾아 외우는 건 더 우스웠다.무엇보다 그렇게 얻은 웃음이 자신 때문인지, 외워온 문장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결국 시준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그 대신 예약 시간보다 십오 분 일찍 에덴에 도착했다.이번에도 서아가 준비실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그러나 VIP룸으로 향하던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복도 안쪽을 훑었다.준비실 문은 닫혀 있었다.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시준은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졌다.정각이 되자 서아가 방으로 들어왔다.오늘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몸선을 따라 매끄럽게 떨어지는 옷과 붉은 입술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선명했다."일찍 오셨네요."서아가 웃었다.시준은 그 미소를 한참 바라봤다.예쁘고, 부드럽고, 완벽했다.그래서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왜요?"서아가 물었다."오늘 화장 달라?""아니요.""그런데 왜 쳐다봐.""손님 얼굴 보는 것도 안 돼요?"서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았다.술병을 들려는 손보다 시준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병목을 잡아 자신의 쪽으로 가져왔다.서아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제가 따를게요.""됐어."시준이 직접 잔을 채웠다.서아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오늘은 접대받기 싫으세요?""아무것도 하지 마.""정말요?""그래."서아는 술병에서 손을 거두고 소파에 등을 기대앉았다.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린 채 시준을 바라봤다."알겠어요."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시준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잔이 비어도 채우지 않았고,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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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오래된 손님
#9화. 오래된 손님"방금 저 남자."한시준의 시선이 복도 끝에 닫힌 문에 머물렀다."누구야?"실장은 대답하기 전 잠시 그의 표정을 살폈다."윤태경 대표님입니다.""무슨 대표.""공간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세요."시준은 닫힌 방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서아가 들어간 방이었다.조금 전까지 자신과 마주 앉아 있던 여자가 이제는 저 남자 앞에서 술을 따르고 있을 것이다."여긴 얼마나 다녔어.""오래되셨어요.""정확히.""서아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지명하셨으니까 삼 년 정도 됐습니다."삼 년.시준의 눈빛이 낮아졌다.자신은 서아를 만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다.그동안 귀걸이를 보냈고, 질문을 던졌고, 다른 여자를 데려왔다. 가짜가 아닌 웃음을 얻으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까지 시험했다.그래도 서아에게 자신은 여전히 손님이었다.윤태경은 삼 년을 보았다.그 시간 동안 서아가 어떤 사탕을 좋아하는지, 목이 좋지 않다는 말을 언제 했는지까지 알게 됐다."얼마나 자주 오는데.""한 달에 두 번 정도요."시준의 시선이 실장에게 향했다."그게 다야?""네.""예약은 오래 잡고?""보통 두 시간입니다.""연장도 안 하고?""서아 다음 예약이 비어 있을 때 가끔 하시지만, 먼저 요구하는 편은 아니에요.""선물은."실장은 질문이 이어질수록 난처해졌다."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의 안 하십니다.""돈도 많이 안 쓰고, 선물도 안 하고."시준의 목소리가 조금씩 차가워졌다."그런데 진서아가 저렇게 대해?"실장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시준이 말하는 저렇게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접객용 미소와 조금 다른 얼굴.손님을 대하면서도 힘이 덜 들어간 목소리.오랜 시간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익숙함이었다."윤 대표님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세요."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서아가 다음 방이 있으면 바로 보내주시고, 쉬는 날 연락도 안 하십니다. 삼 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요."시준의 미간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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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같은 밤, 다른 얼굴
#10화. 같은 밤, 다른 얼굴금요일 밤 아홉 시.한시준은 예약 시간보다 오 분 먼저 에덴에 도착했다.예전 같으면 다른 사람의 일정에 자신의 시간을 맞추는 일은 없었다. 회의든 약속이든 기준은 항상 한시준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윤태경의 예약이 열한 시라는 이유 하나로, 일주일 전부터 금요일 저녁을 비워두었다.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VIP룸에 들어선 시준은 재킷을 벗어 소파에 걸었다.테이블 위에는 평소와 같은 위스키가 준비돼 있었다. 잔은 하나뿐이었다.시준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정각이 되자 문이 열렸다.서아는 어두운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한쪽 어깨 앞으로 내려와 있었고, 귀에는 작은 금색 귀걸이가 달려 있었다.그녀는 시준을 발견하자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오늘은 금요일이네요."시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왜.""항상 목요일에 오셨잖아요."서아는 그의 옆에 앉아 잔을 하나 더 꺼냈다."일정 있으셨어요?""바꿨어.""저 때문에요?"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아는 술을 따르며 작게 웃었다.접객용 미소였다."그럴 리는 없겠네요."잔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시준은 술을 마시는 대신 물었다."오늘 몇 시에 일어났어."서아의 손이 잠깐 멈췄다.지난주에 이어진 질문을 기억한 듯했다."두 시쯤요.""밥은.""떡볶이 먹었어요.""샐러드 아니고?"서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걸 기억하세요?"시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잔을 들었다."네가 말했잖아.""지난주는 샐러드고, 오늘은 떡볶이예요.""매운 거 좋아해?""가끔요.""어디 거."서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또 시작이네요.""뭐가.""면접."시준의 표정이 굳었다.서아는 그가 기분 나빠한 것을 알아차리고도 말을 바꾸지 않았다."제가 말한 걸 기억하시려는 건 알겠는데요."그녀는 자신의 잔에 술을 조금 따랐다."질문이 너무 많으면 대화가 아니라 조사 같아요.""물어보지 않으면 네가 말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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