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는 집에 들어오자 불도 켜지 않았다.나 너 만날 때 장혁이랑 잤어.“……씨발.”한 번도 아니었다. 같이 살던 동안. 회식하던 날. 출장 갔던 날. 전화하면서도.로로가 떠난 집인데 오늘은 빈자리가 더 선명했다.소파 앞에서 멈췄다.이사하던 날 승철과 혁이 이걸 옮겼다.“장혁, 네 쪽 내려.” “말 존나 많네.” “내 집이니까 내가 말하지.”로로는 옆에서 웃었다.평범한 날이었다. 기태에게는.그때 혁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로로와 살 집에서 침대를 옮기면서. 그때도 좋아했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미친 새끼.”하지만 혁만 욕할 수도 없었다. 로로도 함께 선택했으니까.냉장고 안에 딸기잼이 보였다. 로로가 사놓은 것이었다.기태야. 이거 존나 맛있어.빵을 밀어 넣으며 웃던 얼굴. 그때는 행복했다.그 웃음도, 함께한 밤도, 보고 싶다던 말도 거짓이었나.너 좋아했던 건 거짓말 아니야.“그게 더 좆같아.”마음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쉬웠다. 그런데 좋아하면서 다른 남자와 잤다.사진첩을 열었다.이사 첫날 네 사람 사진. 로로, 자기, 승철, 혁.혁의 얼굴을 확대했다. 평소 같은 얼굴.그때 이미 시작됐나. 이사 전인가, 후인가.“그만.”하지만 머리는 멈추지 않았다.“어디 갔다 왔어?” “혁이 샵.” “걔 귀찮게 하지 마.” “걔가 나보다 더 심심함.”의심하지 않았다. 장혁이었으니까. 로로의 20년 친구였으니까.기태는 승철에게 전화했다.― 어.“너 알았어?” ― 어제 알았어. “진짜 어제?” ― 그래. “장혁한테?” ― 어.“너도 아무것도 몰랐구나.” ― 어. 아무것도.“나 너도 알고 있던 줄 알았어. 혹시 나만 몰랐나 싶더라.” ― 그런 말 하지 마.“너도 그랬다며. 나만 병신이었다고.”승철이 잠잠해졌다.“근데 네 말 맞더라. 믿은 게 병신은 아니잖아.”― 어.이상하게 아팠다.“장혁이 로로 좋아했던 건 알았어?” ― 그건 알았어. “언제부터.” ― 중학교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