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55 Capítulos

남의 몸에 들어왔으면 먼저 허락부터 받으세요

“쓸 만한 몸이 왔군.”라시엘의 얼굴로, 라시엘이 아닌 누군가가 웃었다.세레나의 손끝이 얼어붙었다. 얼굴도 같고 목소리의 높낮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저건 라시엘이 아니다. 평소의 라시엘이라면 절대로 짓지 않을 표정이었다. 입꼬리는 지나치게 느슨하게 올라가 있었고, 무엇보다 세레나를 바라보는 은빛 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기색이 없었다.대상을 측정하듯 훑는다.사람이 아니라.쓸 수 있는 몸을 보는 눈.세레나는 라시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측정기를 들어 올렸다.“이름.”남자가 눈썹을 움직였다.“뭐?”“당신 이름이요.”“방금 봤을 텐데.”“화면에 뜬 이름은 레비안 브리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쪽 유리관 안에 있는 레비안 브리엘은 당신을 자기라고 하지 않았어요.”세레나는 5번 유리관을 보았다. 유리관 안의 레비안은 피가 묻은 입술을 움직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심박은 위험할 만큼 빨랐지만 의식은 분명했다.“그러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죠?”라시엘의 얼굴을 한 존재가 천천히 웃었다.“역시 에블린의 딸이군.”“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그리고 로웬의 제자답기도 하고.”“그것도 대답이 아닙니다.”“세레나.”로웬이 낮게 불렀다.세레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알고 있습니다.”라시엘의 마력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달랐다. 인간 회로와 아르젠 핵 사이에 낯선 파동이 끼어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다. 침입한 파동이 라시엘의 회로를 완전히 덮은 것이 아니다.아직.안쪽에 있다.라시엘이.세레나는 그의 손을 조금 더 강하게 잡았다.그러자 남자의 눈이 손으로 향했다.“그걸로 깨울 생각인가?”“확인하는 중입니다.”“뭘.”“당신이 전하의 몸을 얼마나 차지했는지.”남자의 미소가 사라졌다.세레나는 측정기를 라시엘의 손목에 댔다.인간 회로 41%.아르젠 핵 94%.외부 관리자 회로 63%.자기 인식 반응.“……38.”카른의 얼굴이 굳었다.“낮은 겁니까?”“평소 전하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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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젠은 종족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검은 산맥 전체가 울렸다.처음에는 지하 연구실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보다 먼저 바닥 아래를 흐르는 마력맥이 움직였고, 성벽 바깥에서 낮고 긴 굉음이 밀려왔다. 지진과도 달랐다. 하나의 거대한 무언가가 산맥 깊숙한 곳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것처럼, 멀리서 시작된 진동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북부 전체를 훑었다.우우우웅―.세레나의 측정기가 동시에 붉어졌다.「측정 한계 초과」“전하.”“느꼈어.”라시엘은 이미 세레나의 허리를 감싼 채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부드럽게 풀려 있던 은빛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카른은 통신석부터 꺼냈다.“성벽 상황 보고.”―서쪽 이상 없습니다. 전이진 잔존 병력 제압 중입니다.“산맥 쪽은?”잠시 잡음이 일었다.―부관님, 그게…….“말해.”―산이 빛납니다.모두가 굳었다.카른의 표정이 변했다.“어디가.”―검은 산맥 전체입니다. 정확히는…… 산 아래에서 올라옵니다. 은빛 선이 능선을 따라 번지고 있습니다.세레나는 중앙 화면을 봤다. 조금 전 떠오른 좌표는 여전히 그대로였다.「ORIGIN : ARGEN-0」그 아래 숫자.「WAITING SUBJECTS : 4,815」증가가 멈췄다.4,815.세레나는 그 숫자를 오래 보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숫자의 크기에 압도되는 게 아니라 그 숫자가 무엇을 세고 있는지 알아내는 일이었다.“카시안.”거대한 검은 설표의 몸이 움찔했다.“아르젠이 장소 이름이라고 했죠.”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은빛과 보랏빛이 섞인 몸의 문양만 불규칙하게 번쩍였다. 세레나는 다가가지 않았다. 기억을 억지로 끌어내면 안 된다. 조금 전 라시엘에게 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또 할 이유는 없었다.“기억나는 만큼만 말씀해 주세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셔도 됩니다.”카시안의 귀가 움직였다.“아르젠은 어디입니까?”긴 침묵 끝에 카시안이 입을 열었다.“아래.”“검은 산맥 아래?”“……그래.”“제3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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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는 건 제가 선택합니다

영구 설원의 검은 점이.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지도 위에 생긴 작은 균열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레나가 측정기를 가져다 대는 순간, 화면 전체가 검게 물들었다. 마력량이 너무 커서 수치를 표시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수치가 없습니다.”엘리엇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들여다봤다.“측정 불능?”“아뇨. 측정 대상이 없어요.”“저렇게 큰 반응이 있는데?”“그래서 이상합니다.”분명히 무언가가 열리고 있다. 검은 산맥 아래의 아르젠-0과 북부, 백탑, 황궁까지 이어진 붉은 선도 점점 선명해졌다. 그런데 정작 시작점이라고 지목된 아르젠-1에서는 독립된 마력 파동이 잡히지 않았다.사람도.마물도.마력핵도.없다.“키퍼.”세레나가 은빛 머리의 인물을 돌아봤다.“저 안에 뭐가 있습니까?”키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질문을 바꾸는 게 좋겠군.”“어떻게요?”“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회색과 은빛이 다른 두 눈이 영구 설원의 검은 점을 향했다.“무엇이 없어졌느냐고.”세레나의 눈이 가늘어졌다.“경계?”키퍼가 고개를 끄덕였다.“전부.”그 순간.카시안이 비명을 질렀다.“크윽……!”거대한 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은빛 문양이 목에서 가슴, 네 다리까지 한꺼번에 번졌다. 동시에 에블린도 몸을 웅크렸고, 뒤쪽의 라온과 루시, 유리관 안에 남은 사람들까지 연달아 반응했다.마지막.라시엘.그의 손이 세레나의 손에서 미끄러졌다.“전하?”라시엘이 가슴을 움켜쥐었다.은빛 문양이 셔츠 아래에서 목까지 치솟았다.세레나가 바로 측정기를 댔다.“인간 회로 93. 아르젠 핵…….”수치가 튄다.다시 44.일정하지 않다.“강제 전환?”카른이 물었다.“아닙니다.”“그럼 왜.”세레나가 화면을 확대했다.인간 회로는 무너지지 않는다.기억도.자기 인식도.정상.그런데 아르젠 핵이 계속 외부 신호에 반응한다.마치.“호출.”세레나가 중얼거렸다.라시엘이 이를 악문 채 물었다.“뭐?”“누가 전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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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져간 것은 제 기억이 아니었습니다

에블린의 몸 안에서.세레나와 완전히 같은 파동이.또 하나.깨어났다.삐이이익―!측정기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토해 냈다. 세레나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다 멈췄다. 에블린이 조금 전 한 말이 머릿속을 붙잡았다.네가 알면.다시 가져가려고 할 테니까.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모른다.모르는 상태에서 손부터 뻗으면 안 된다.“아무도 엄마한테 손대지 마세요.”라시엘이 세레나의 어깨를 붙잡았다.“너도.”“네.”라시엘이 잠시 말을 잃었다.“……이번에는 바로 대답하는군.”“측정부터 해야 합니다.”“그 이유였나.”세레나는 이미 측정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에블린의 기존 인간 회로.아르젠 핵.완전 동화 회로.그리고.네 번째.아니.정확히는 기존 세 회로를 바깥에서 한 겹 감싸고 있는 보랏빛 파동.세레나의 것과 구조가 같다.너무.같다.“세레나.”로웬이 낮게 불렀다.“나도 보여.”“잠시만요.”세레나는 확대했다.파동 주기.동일.회로 분기.동일.인식 반응 방식.동일.하지만.“……아니야.”엘리엇이 화면을 들여다봤다.“뭐가?”“제 회로가 아닙니다.”아델이 굳었다.라시엘이 물었다.“방금 같다고 하지 않았나?”“구조는 같습니다.”세레나는 측정기를 자기 손목에 댔다.자기 회로.에블린 안의 회로.나란히.“하지만 위상이 달라요.”“얼마나.”“정확히 반 박자.”엘리엇의 눈이 커졌다.“복제?”“그것도 아직 모릅니다.”세레나는 에블린을 봤다.“엄마.”에블린의 몸이 떨렸다.“세레나…….”“저한테 뭘 가져갔습니까?”“…….”“기억입니까?”에블린이 고개를 저었다.“자아?”더 강하게.고개를 저었다.세레나의 어깨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그렇다면.“회로?”에블린의 눈이 감겼다.“문.”세레나가 멈췄다.“뭐라고요?”“네가……열어 버린.”한 번.“문.”열여덟 년 전.열세 살의 라시엘.아홉 살의 세레나.레비안의 R.B.-IV.깨어나지 못하던 아이.그 얼굴을 만지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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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빼앗은 왕의 이름

황궁 기록원은 성의 응접실 한가운데서도 외투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정확히는 벗을 틈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눈이 녹아 어깨를 축축하게 적신 짙은 회색 외투,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머리카락, 품에는 두꺼운 가죽 가방을 거의 끌어안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클로드가 서 있었고, 황태자와 함께 북부까지 달려온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평범한 중년 남자가 긴장한 얼굴로 라시엘을 기다리고 있었다.문이 열리자 그가 벌떡 일어났다.“북부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황궁 제2기록보존실 소속 선임 기록관 테오발트 레인입니다.”“앉아.”라시엘이 짧게 말했지만 테오발트는 앉지 못했다. 라시엘 뒤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본 순간 그의 얼굴이 굳었기 때문이다. 세레나, 카른, 로웬, 엘리엇.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을 통과한 거대한 검은 설표.그런데 그 설표의 오른쪽 앞발만.사람의 손이었다.테오발트의 입이 벌어졌다.에블린이 먼저 말했다.“보지……마.”“죄, 죄송합니다!”그가 너무 빠르게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목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세레나는 곧바로 에블린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동안 인간형으로 바뀐 오른손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인간 회로와 아르젠 핵의 충돌도 없다. 외부 연결 차단율은 80%에서 고정. 형태 고정값은 70.8.안정적이다.적어도 지금은.“괜찮습니다.”에블린의 귀가 올라갔다.“같이 있어도 돼?”“네. 다만 이상하면 바로 말씀하세요.”“응.”라시엘이 세레나 옆에서 낮게 중얼거렸다.“허락받은 표정이군.”“전하도 필요하면 받으시면 됩니다.”“뭘.”“허락이요.”라시엘의 시선이 잠깐 세레나의 입술에 머물렀다.“그건 나중에 받지.”세레나는 못 들은 척 테이블 앞으로 갔다.클로드가 그 모습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지금 물어보면 안 되는 게 굉장히 많아 보이는군.”“정확한 판단입니다.”“에블린 브리엘의 손부터 묻고 싶은데.”“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지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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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몸도 아델입니다

아델의 기억 회로가 닫히고 있었다.단순한 기억 소실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분명히 존재하던 회로가 바깥에서부터 차례로 접히며 접근 경로 자체를 지우고 있었다. 누군가 책의 내용을 찢는 대신, 그 책이 꽂힌 서가와 방 번호까지 통째로 없애는 것처럼.세레나는 측정기를 든 채 아델에게 다가갔다.“아델, 저 보세요.”“세레……나.”“제 이름을 기억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집중하지 마세요.”아델의 흔들리던 눈이 멈췄다.“왜……?”“한 사람만 고정점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본인을 설명하세요. 지금 기억나는 것만.”“나는……아델 브리엘.”“좋습니다.”“루시안을…….”“루시안 말고요.”아델의 입술이 굳었다.세레나는 일부러 단호하게 끊었다. 지금 아델이 가장 강하게 붙잡는 기억은 루시안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한 번 실패한 구조였다. 자기 존재 전체를 한 사람에게 걸어 두면 그 기억이 흔들리는 순간 자신도 함께 무너진다.“좋아하는 음식.”“뭐?”“싫어하는 날씨. 잘하는 일. 못하는 일. 연구 말고 좋아했던 것. 아무거나.”“지금……그걸?”“지금이라서 해야 합니다.”라시엘이 세레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아델의 반대편에 섰다.“대답해.”아델이 그를 노려봤다.“명령하지 마.”라시엘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좋군.”세레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하나 확인됐습니다. 명령받는 걸 싫어합니다.”“세레나…….”“계속.”아델은 헛웃음을 흘리려다 얼굴을 찡그렸다. 검게 변한 초승달 문양이 손바닥에서 손목으로 번지고 있었다.“단것……싫어해.”“좋습니다.”“쓴 차는 좋아하고.”“네.”“눈은……싫어.”라시엘이 물었다.“왜?”“추워.”“그건 눈의 문제가 아니라 옷의 문제 아닌가.”“너는……설표니까 닥쳐.”카른이 고개를 돌렸다.클로드는 입술을 깨물었다.세레나만 진지하게 측정기를 봤다.“자기 인식 61에서 67. 계속하세요.”“……정말 올라?”“네.”아델이 숨을 몰아쉬었다.“바느질 못해.”“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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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에는 죽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르젠-0의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도에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지도에 표시할 수 없는 길에 가까웠다. 키퍼가 손을 대기 전까지는 분명 막힌 벽이었고, 벽에 새겨진 두 개의 초승달이 서로를 향해 빛난 뒤에야 돌벽 중앙에 가느다란 틈이 생겼다. 그 틈이 사람 하나 지나갈 만큼 벌어지자 오래 갇혀 있던 냉기가 바닥을 타고 흘러나왔다.세레나는 가장 먼저 측정기를 들었다.“마력 농도 정상 범위보다 2.7배 높습니다. 독성 반응은 없고, 아르젠 핵과 유사한 파동이 있습니다. 다만 살아 있는 개체 반응은…….”말끝이 흐려졌다.없다.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생명 반응은 잡히지 않는데 인식 회로만 수백, 아니 수천 개가 겹쳐 있었다. 조금 전 중앙 시스템에서 확인했던 4,815개의 ‘대기 대상’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랐다.라시엘이 세레나보다 반 걸음 앞에 섰다.“뒤에 있어.”“전하 뒤에서는 측정이 안 됩니다.”“그럼 옆.”“그건 가능합니다.”라시엘이 만족스럽게 자리를 옮겼다.카른이 뒤에서 작게 중얼거렸다.“협상이 빨라지셨군.”“들린다.”“들으시라고 했습니다.”세레나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뒤를 돌아봤다. 이번에 내려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라시엘, 카른, 키퍼, 카시안, 로웬, 엘리엇. 렌은 세레나가 직접 만든 차단 케이스 안에 들어 있었다.에블린은 오지 않았다.그 결정은 세레나가 아니라 에블린이 했다.‘지금은 내 몸부터 확인할게.’인간 손 하나를 되찾은 에블린이 처음으로 자기 치료를 다른 사건보다 먼저 선택했다. 세레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엘리엇이 내려오기 전까지 에블린의 회로 상태를 세 번이나 확인했다.아델도 남았다.자기 기억이 외부에서 닫히려 했던 직후였다. 무엇보다 M.K.의 메시지가 아델을 직접 언급했다.‘아델이 기억을 되찾았다면 백탑으로 오지 마라.’경고인지 유도인지 모른다.그렇다면 더더욱 아델을 상대가 원하는 장소로 데려갈 이유가 없었다.“세레나.”키퍼가 불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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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러 가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좌표가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적어도 세레나에게는 그랬다. 검은 산맥 너머의 영구 설원, 지도에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NODE XII, 살아 있다고 표시된 현재의 보관자, 그리고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마티아스 칼테른. 지금까지 나온 정보만 늘어놓으면 당장 말을 타고 북쪽으로 달려가야 할 것처럼 보였지만, 세레나는 오히려 관찰일지를 덮고 아르젠-0의 묘지부터 다시 돌아봤다.“출발은 내일 해 뜬 뒤로 미룹니다.”카른이 놀라기보다 안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는 세레나가 미지의 장소를 발견했다고 무조건 뛰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반면 키퍼는 NODE XII가 표시된 지도를 보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열렸는데?”“그래서 더 안 갑니다. 누가 열었는지, 왜 지금 열었는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 무엇이 기다리는지도 모르니까요.”“하지만 M.K.가…….”“오라고 했죠. 오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고요.”세레나는 지도 위에 남은 마지막 문장을 손끝으로 가리켰다.「이번에는 아무도 너를 데려오지 않을 것이다.」문장 자체는 강요가 아니다. 오히려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가 세레나의 성향을 알고 있다면, 선택권을 주는 방식 자체가 유도일 수도 있었다.“상대가 저를 강제로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과 상대를 신뢰해도 된다는 결론은 별개입니다. 마티아스 칼테른이 18년 전 제4회로 차단식을 복사했고, XII형 신체의 원래 목적을 알고 있었던 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델의 긴급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백탑의 실험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라그넬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아직 모릅니다.”로웬이 팔짱을 꼈다.“나도 동의한다. 내가 백탑에 있을 때 마티아스는 분명 R.B. 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어.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직접 움직이지 않았지.”“어떤 의미로요?”“말 그대로야. 회의에도 거의 나오지 않았고, 실험 승인서에도 이름이 없었어. 대신 기록이 사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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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같아도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루시안.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본 순간 가장 먼저 굳은 사람은 키퍼였다. 카시안은 기억을 더듬듯 미간을 좁혔고, 카른은 세레나와 라시엘의 표정을 번갈아 살폈다. 아델이 삼백 년 동안 되살리려 했던 남자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그러나 세레나는 이름보다 먼저 기록 시점을 확인했다.수면 시작 약 1,196년 전.아델이 알고 있던 루시안이 살았던 시대보다 거의 구백 년이나 앞선다. 현재까지 확보한 기록이 크게 틀리지 않는 이상 동일 인물일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무엇보다 본인이 이미 말했다.아델이 사랑한 루시안은 자신이 아니라고.세레나는 눈 아래 잠들어 있는 존재에게 다시 질문을 보냈다.「루시안은 태어날 때부터 사용한 이름입니까?」답이 돌아오기까지 십여 초가 걸렸다.「아니다.」예상했던 답이었다.「언제부터 사용했습니까?」이번에는 조금 더 긴 문장이 나타났다.「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되었을 때 받았다. 그러나 강제로 받은 이름은 아니다. 이전 이름을 버릴 것인지, 함께 사용할 것인지, 새 이름을 고를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루시안을 골랐다.」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역시 개인명만은 아니었어요.”라시엘이 옆에서 물었다.“직책명인가?”“그것도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계승명이나 역할명에 가까울 수도 있어요.”키퍼가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루시안.”그 이름을 입 안에서 굴려 본 뒤, 키퍼가 눈을 감았다.“뜻이 기억나.”세레나는 곧바로 그를 바라봤다.“억지로 떠올리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만 말씀해 주세요.”“문 앞에 남는 사람.”“원어 그대로의 뜻입니까?”“아니. 느낌이 그래.”세레나는 그것도 구분해 기록했다.루시안이라는 이름이 여러 시대에 반복된 이유가 조금 보였다. 특정한 혈통이 같은 이름을 대물림했을 수도 있지만, 경계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고를 수 있던 계승명이라면 아델이 사랑했던 후대의 루시안 역시 같은 이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하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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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연구실에서 문이 열렸습니다

왕립 마물생태연구소.세레나는 화면에 떠오른 좌표를 세 번 확인했다.첫 번째는 위치 오차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아르젠-1에서 역추적한 신호가 정말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는 자신이 그 좌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기 위해서였다.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SOURCE LOCATION : ROYAL MONSTER ECOLOGY RESEARCH INSTITUTE」오차 범위는 반경 11미터.그 정도면 연구소 전체도 아니었다.세레나가 지난 6년 동안 사용했던 고대마물 생태연구실, 정확히는 가장 안쪽에 있는 표본 보관실과 겹쳤다.“제 연구실입니다.”라시엘의 표정이 굳었다.“정확히?”“네.”세레나는 손가락으로 좌표를 확대했다.“연구소 본관 서쪽 3층, 제 연구실 뒤에 붙은 표본 보관실입니다. 아르젠 관련 기록과 북부에서 수집한 토양, 털, 마력석 표본을 보관하던 곳이에요.”카른이 물었다.“그곳에 이런 장치를 두신 적은 없습니까?”“제가 모르게 제 연구실 바닥에 천이백 년 된 경계 장치를 설치했다면 그건 제가 둔 게 아닙니다.”“그건 그렇군요.”“그리고 제가 바닥을 뜯어 본 적도 있습니다.”라시엘이 세레나를 돌아봤다.“왜?”“배관이 이상해서요.”“연구원이 배관 때문에 바닥도 뜯나?”“연구비가 없으면 연구원이 다 합니다.”카른이 고개를 끄덕였다.“슬픈데 설득력 있습니다.”세레나는 웃지 않았다.표본 보관실의 구조는 누구보다 잘 안다. 벽 두께도, 마력 배관 위치도, 바닥 아래 빈 공간이 없다는 것도 확인한 적이 있었다.그렇다면 신호원은 물리적인 방 아래가 아니다.다른 가능성이 있다.“공간 중첩.”루시안이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천이백 년 만에 깨어난 사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잠겨 있었지만, 조금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세레나는 곧바로 그를 봤다.“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옛 노드는 같은 장소에 있어도 같은 공간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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