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가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적어도 세레나에게는 그랬다. 검은 산맥 너머의 영구 설원, 지도에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NODE XII, 살아 있다고 표시된 현재의 보관자, 그리고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마티아스 칼테른. 지금까지 나온 정보만 늘어놓으면 당장 말을 타고 북쪽으로 달려가야 할 것처럼 보였지만, 세레나는 오히려 관찰일지를 덮고 아르젠-0의 묘지부터 다시 돌아봤다.“출발은 내일 해 뜬 뒤로 미룹니다.”카른이 놀라기보다 안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는 세레나가 미지의 장소를 발견했다고 무조건 뛰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반면 키퍼는 NODE XII가 표시된 지도를 보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열렸는데?”“그래서 더 안 갑니다. 누가 열었는지, 왜 지금 열었는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 무엇이 기다리는지도 모르니까요.”“하지만 M.K.가…….”“오라고 했죠. 오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고요.”세레나는 지도 위에 남은 마지막 문장을 손끝으로 가리켰다.「이번에는 아무도 너를 데려오지 않을 것이다.」문장 자체는 강요가 아니다. 오히려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가 세레나의 성향을 알고 있다면, 선택권을 주는 방식 자체가 유도일 수도 있었다.“상대가 저를 강제로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과 상대를 신뢰해도 된다는 결론은 별개입니다. 마티아스 칼테른이 18년 전 제4회로 차단식을 복사했고, XII형 신체의 원래 목적을 알고 있었던 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델의 긴급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백탑의 실험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라그넬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아직 모릅니다.”로웬이 팔짱을 꼈다.“나도 동의한다. 내가 백탑에 있을 때 마티아스는 분명 R.B. 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어.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직접 움직이지 않았지.”“어떤 의미로요?”“말 그대로야. 회의에도 거의 나오지 않았고, 실험 승인서에도 이름이 없었어. 대신 기록이 사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