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어요.”「뭔데?」“세라가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셨죠?”「응.」“혹시 세라가 당신에게 남긴 다른 말이 있습니까?”아래에서 한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다.그러다.「하나 있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무슨 말입니까?”「문을 열기 전에 대답을 들으라고 했어.」“누구의 대답이요?”「안에 있는 사람.」세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이해합니다.”「아니.」아래의 목소리가 조금 선명해졌다.「문 안에 있는 사람 말고.」세레나의 손이 멈췄다.“그럼.”「문을 열려는 사람.」잠시 침묵.「그 사람한테도 물으라고 했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무엇을요?”「정말 열고 싶은지.」세레나는 잠시 생각했다.문 안의 사람이 나가고 싶어 하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하다.그러나 문을 여는 사람에게도 선택이 필요하다.그 행위가 위험하다면.문을 여는 사람 역시 자기 의사와 책임을 알아야 한다.“세라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압니까?”「응.」“무엇입니까?”「옛날에는 문을 여는 사람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대.」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야 했고, 문을 열고 나면 그 안에서 나온 걸 책임져야 했대.」BRIEL.KALT.HOLDER.OBSERVER.역할.권한.의무.그 모든 것과 연결되는 말이었다.세레나는 천천히 물었다.“그러니까 문을 여는 사람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까?”「응.」그 존재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열쇠가 있다고 해서 열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세레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기록했다.다음 날 아침, 세레나는 마티아스의 상태부터 확인했다.심박 안정.체온 35.8도.KALT 유지선 반응은 전날보다 낮았다.다만 기억 연속성은 여전히 불안정했다.“오늘은 실제 분리 실험을 하지 않습니다.”마티아스가 고개를 들었다.“왜?”“어제 경계 고정 회로를 조사할 때 당신의 접근키가 자동으로 반응했어요. 먼
루시가 옆에서 말했다.『그런데 240년 전 도면에 이상한 표시가 있어요.』작은 원형 문양이었다.원 안에 짧은 선 두 개.세레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자신이 예전에 본 표본 기록을 떠올렸다.검은 유리 같은 마력석.은빛 선.그리고 외부 마력을 받으면 같은 파형을 약화 없이 전달하던 구조.“렌, 7번 표본장의 검은 유리 표본과 비교해 주세요.”『응.』두 문양이 겹쳐졌다.형태 유사도 92.1%.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중계 장치 계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시엘이 물었다.“그럼 그 방 아래에서 수도 연구소까지 신호를 보냈다는 건가?”“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결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어요.”세레나는 세린에게 말했다.“지금은 공간을 열지 말고, 별관의 마력관 사용 기록만 확인해 주세요. 특히 제가 북부에 온 뒤부터요.”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기록이 나타났다.세레나가 북부에 도착한 날.동쪽 별관 마력관 사용량이 평소보다 3.8% 증가했다.그날 밤.검은 설표를 침대에 눕힌 직후.사용량이 다시 증가했다.그리고 라시엘이 인간으로 돌아온 새벽.별관 아래에서 아주 짧은 신호가 발생했다.「BOUNDARY RESPONSE DETECTED」세레나의 손이 멈췄다.“당시 저는 별관 아래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어요.”라시엘이 그녀를 바라봤다.“나도 몰랐다.”“그렇다면 그때 신호가 발생한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렌이 과거 기록을 더 확대했다.신호 발생 시각.라시엘의 인간형 복귀 시각과 거의 일치했다.그러나 정확히 같은 시각은 아니었다.경계 반응이 먼저 발생했고.그로부터 11초 뒤.라시엘의 형태가 안정됐다.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11초.”라시엘이 물었다.“그게 중요한가?”“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전하가 돌아온 결과로 신호가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순서가 반대예요.”그녀는 곧바로 다른 가능성을 적었다.별관 아래의 경계 기록이 라시엘의 변화를 도왔을 수도 있다.라시엘이 변하기 직
북부 대공성 동쪽 별관의 지하에는 공식 도면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있었다.정확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록된 공간이었다.세레나는 NODE XII에서 전달받은 좌표를 세 번 확인한 뒤 북부 대공성의 건축 도면을 불러왔다. 동쪽 별관은 약 240년 전 증축됐고, 그 아래 지반은 자연 암반으로 표시돼 있었다. 지하실도, 배수로도, 비밀 통로도 없었다. 그러나 607년 전 관찰자 세라의 마지막 경계 흔적은 분명히 그 암반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더 이상한 점은 그 신호가 현재도 활성 상태라는 사실이었다.“렌, ACTIVE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부터 확인해 주세요.”『경계 기록이 지금도 응답하고 있다는 뜻이야.』“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응답하는 겁니까?”『그건 몰라.』“독립 자기 인식은요?”『아직 확인 못 했어.』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기록 장치가 자동으로 응답해도 시스템에는 ACTIVE라고 표시될 수 있었다. 누군가 그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고, 과거의 신호가 다른 회로를 통해 반복되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만으로 세라가 살아 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라시엘은 화면에 나타난 별관 도면을 한동안 바라봤다.“그 방이라면 기억한다.”세레나가 그를 돌아봤다.“제가 까망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 사용했던 방이죠?”“그래.”“전하가 사람으로 돌아온 뒤 제 침대에 누워 계셔서 제가 굉장히 놀랐던 곳이기도 하고요.”라시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놀랐던 정도였나?”“제 연구 인생에서 가장 큰 혼란 중 하나였습니다.”“그런데 날 쫓아내지는 않았지.”“환자였으니까요.”“그 뒤에도.”세레나는 그를 잠시 바라봤다.“그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죠.”“어떻게?”“환자가 자꾸 연구원의 허리를 잡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으니까요.”옆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카른이 손에 든 금속 고리를 떨어뜨렸다.챙그랑.세레나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카른 경, 괜찮습니까?”“예. 아주 괜찮습니다.”“안색이 좋지 않은데요.”“연
「누가 나를 여기 넣었는지부터 알려 줘.」NODE XII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올라온 문장은 짧았지만, 세레나는 그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찾아낸 기록은 대부분 누군가를 살리거나 되돌리겠다는 명목으로 작성돼 있었다. FIRST HEART를 복원한다는 명령도, 아르젠-1에서 사람을 꺼내겠다는 시도도, 오래된 역할을 후임자에게 넘기려던 규칙도 모두 그럴듯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일을 당한 사람이 무엇을 원했는지는 언제나 가장 나중에 확인됐다.이번에는 순서를 바꿔야 했다.세레나는 측정기를 내려놓고 닫힌 문을 향해 자세를 바로 했다.“질문을 들었습니다. 다만 지금 저희가 가진 기록만으로는 누가 당신을 이곳에 넣었는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모른다고?」“네. 당시 사용된 권한은 확인했지만 실제로 명령을 내린 사람과 당신을 옮긴 사람이 같은지도 모릅니다.”「그럼 왜 왔어?」세레나는 잠깐 생각했다. 처음 이곳에 온 이유는 최종 거부권을 확인하고, 루시안의 상태를 살피고, 마티아스가 NODE XII를 떠나지 못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COMPANION HEART XII의 마지막 반응을 추적하는 목적도 있었다. 이 아래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은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처음부터 당신을 찾으러 온 건 아닙니다. 이곳의 오래된 권한과 경계 기록을 조사하러 왔다가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그럼 나를 꺼내러 온 것도 아니네.」“네.”「……이상하군.」“무엇이요?”「여기 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꺼내겠다고 했는데.」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이전에 누군가 찾아왔습니까?”「여러 번.」“직접 만났습니까?”「아니.」“대화는요?”「나를 꺼내면 모두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어.」세레나는 즉시 렌을 바라봤다. 렌은 이미 NODE XII의 오래된 출입 기록을 검색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고개를 젓자 탐색 범위를 바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을 여는 방법이 아니라, 누가 이 존재를 어떤 목적
세레나는 화면에 떠오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처음에는 번역 오류를 의심했고, 두 번째에는 앞뒤 문장이 빠졌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조금 전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세라는 아르젠-1로 돌아가고 싶었다.그것은 기록에 남아 있는 사실이었다.그러나 세라가 돌아가기 위해 AMENDMENT 04를 잠갔다는 것은 아직 확인된 사실이 아니었다.“렌, 마지막 문장은 그대로 두고 승인 범위를 보여 주세요.”『승인 범위?』“세라가 무엇을 원했는지와 실제로 어떤 명령에 동의했는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방금 나온 건 승인 사유에 첨부된 문장이지, 실행 명령 전체가 아니잖아요.”렌의 빛이 잠시 흔들렸다.『맞아.』세레나는 관찰일지를 펼쳤다. 조금 전까지 자신도 세라가 스스로 만든 안전장치를 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기록이 실제로 증명하는 건 그보다 좁았다. 세라의 이름으로 된 관찰자 인증이 있었고, 그 인증을 이용해 AMENDMENT 04가 잠겼으며, 세라가 아르젠-1로 돌아가고 싶다는 문장을 남겼다는 것뿐이었다.“당사자가 원한 것과 시스템이 실행한 일이 같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라시엘이 옆에서 물었다.“그럼 세라가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건가?”“그럴 수도 있고, 일부에만 동의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정말 잠그는 데 동의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어요. 지금은 어느 쪽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NODE XII 아래에서 전임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세라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세레나는 닫힌 문을 바라봤다.“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그 사람이 얼마나 화냈는지 봤으니까. 아르젠-1에서 나왔을 때도, 자기 동의 없이 꺼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았을 때도, 다시는 누구에게도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했을 때도 내가 옆에 있었어.”“그렇군요.”“그러니까 세라가 그 규칙을 없앴을 리 없어.”세레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차분히 대답했다.“그 기억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라가 그때
「AMENDMENT 04」「DISTRIBUTED REFUSAL」NODE XII의 금빛 선 위로 새로운 문장이 떠오른 뒤에도 세레나는 바로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한 사람의 거부로 모두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설명만 보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지켜 온 원칙과 잘 맞아 보였지만, 오래된 규칙일수록 번역된 한두 문장만으로 기능을 판단하면 위험했다. 무엇보다 얼마 전 BRIEL-01의 우회가 실패했을 때 시스템이 표시했던 「TOO MANY VALID REFUSALS」와 이 규칙이 정말 같은 구조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렌, AMENDMENT 04의 생성 시점과 적용 조건부터 분리해서 보여 주세요. 저장 위치가 깊다고 오래된 규칙이라고 판단하지 말고요.”『응.』렌의 빛이 바빠졌다. 세레나는 그사이 관찰일지를 펼쳐 먼저 한 줄을 적었다.「정정: 시스템 계층의 깊이·우선순위는 생성 연대와 동일하지 않음. ‘더 아래에 있으므로 BRIEL-01보다 오래된 원형 규칙’이라는 기존 해석 철회. 생성 시각과 개정 이력을 별도 확인할 것.」라시엘이 옆에서 그 문장을 읽었다.“전에 찾았던 BOUNDARY CONSENSUS도?”“네. 그때 렌이 수정 흔적이 없다고 했고 제가 원형 규칙이 다시 올라왔다고 판단했는데, ‘현재 기록 블록에 수정 흔적이 없다’는 것과 ‘최초 분할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예요.”“그러니까 틀렸군.”“그 부분은요.”라시엘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치면 되지.”세레나는 펜을 멈추고 그를 잠깐 바라봤다. 대단한 위로를 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네.”“왜 그렇게 보지?”“아무것도 아닙니다.”“측정 안 하나?”“안 합니다.”“요즘 많이 발전했군.”세레나는 대꾸하지 않고 다시 기록으로 시선을 돌렸다.잠시 뒤 렌이 복원한 시간축이 떠올랐다.FIRST HEART 강제 분할은 정확한 절대 연대를 계산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전이었다. 그 사고 뒤에 현재 동의와 거부를 보호하는 AM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