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아스테리온은 출근 사흘째부터 아르셀리아보다 먼저 서고로 갔다.문제는 그 사실을 아르셀리아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아침.눈을 뜬 아르셀리아는 가장 먼저 세 걸음 떨어진 소파를 봤다.비어 있었다.이번에는 협탁 위의 작은 화산목 상자도 없었다. 아스테리온이 자기 첫 보물을 들고 나간 모양이었다.아르셀리아의 눈이 가늘어졌다.분명 말했다.어디 갈 거면 깨우라고.정확히는 자기가 잠들어 있더라도 말하고 가라고 했다. 그 이후 아스테리온은 아침마다 꼭 알려 줬다. 오늘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았다.문제는.자기가 못 들었다는 거였다.“……아스테리온.”당연히 대답은 없었다.아르셀리아는 이불을 걷었다. 잠옷 차림으로 문까지 갔다가, 지난번 일을 떠올리고 멈췄다.안 된다.또 그대로 뛰쳐나가면 저 검이 눈 감고 따라올지도 모른다.아르셀리아는 옷부터 갈아입었다. 머리는 대충 묶었다. 그리고 침실 문을 열었는데.문 바깥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주인님. 깨워도 세 번이나 다시 주무셨습니다. 먼저 서고에 가겠습니다. 아침 식사 전에는 돌아오겠습니다. — 아스테리온]“…….”아르셀리아는 종이를 떼었다.세 번.깨웠다고?기억이.없었다.“거짓말 아니야?”하지만 아스테리온은 이런 걸로 거짓말하지 않는다.그럼 정말 자기가 세 번이나 다시 잤다는 건데.아르셀리아는 종이를 들고 한참 서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에 아주 작은 글씨가 하나 더 있다는 걸 발견했다.[첫 번째에는 ‘응’이라고 하셨고, 두 번째에는 제 손을 잡으셨으며, 세 번째에는 ‘조용히 하고 가’라고 하셨습니다.]“…….”기억이.없다.특히 두 번째.“내가?”아르셀리아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그리고.귀가 뜨거워졌다.“잠결이잖아.”아무도 없는데 변명했다.“그건 무효야.”복도 끝에서 불 정령 하나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뭐가 무효예요?”“가.”“네!”사라졌다.아르셀리아는 다시 종이를 봤다.버릴까.잠깐 고민했다.그런데.접었다
아르셀리아가 눈을 떴다.이번에도.가장 먼저.옆을 봤다.세 걸음.소파.아스테리온은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소파에 누워 있지 않았다. 이미 일어나 앉아 있었고, 무릎 위에는 어제 만든 작은 화산목 상자가 놓여 있었다. 뚜껑은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금빛 태양정이 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아스테리온은.그걸 보고 있었다.아르셀리아는.한동안.그 모습을 봤다.그리고.생각했다.좋아하네.정말.좋아하나 보다.어제 처음 자기 것을 가졌다고 했을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조차 몰라서 한참 고민했고, 작은 상자 하나를 만드는 데 저녁까지 걸렸다. 삐뚤어진 모서리를 몇 번이나 다시 깎으려다가 아르셀리아에게 막혔다.그런데 지금.그 삐뚤어진 상자를.저렇게 보고 있었다.“아스테리온.”금빛 눈이 바로 올라왔다.“일어나셨습니까.”“응.”“좋은 아침입니다.”아르셀리아는 잠깐 그를 보다가 말했다.“있네.”아스테리온의 눈이.아주 조금.휘었다.“예.”“뭐가 좋아.”“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얼굴이.”“주인님께 배웠습니다.”“그 말 쓰지 마.”“어렵습니다.”아르셀리아는 몸을 일으켰다. 느슨하게 흘러내린 붉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기며 다시 상자를 봤다.“아침부터 그것만 보고 있었어?”“그것만은 아닙니다.”“또 뭐.”아스테리온은.아르셀리아를 봤다.“…….”“왜.”“말하면 화내실 것 같아서.”“뭔데.”“주인님도.”아르셀리아의 손이.멈췄다.어젯밤.잠들기 직전.자기가 뭐라고 했더라.아침에.네가 있는 거.그거.좋아.“…….”기억났다.너무.잘.아르셀리아는 다시 이불을 끌어올렸다.“못 들었지?”“들었습니다.”“자고 있었잖아.”“저는 안 잤습니다.”“왜!”“주인님이 말씀하셨으니까요.”“그게 무슨 상관이야!”“잠이 안 왔습니다.”아르셀리아의 얼굴이.뜨거워졌다.“잊어.”“싫습니다.”“잊으라고.”“제게 주신 겁니다.”“뭘 줘!”“말.”아
아르셀리아가 눈을 뜬 것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정확히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뒤에야 자신이 먼저 눈을 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화염궁의 아침은 아직 조용했고, 두꺼운 커튼 사이로 스며든 붉은 빛도 희미했다. 복도에서 불 정령들이 돌아다니는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옆을 보는 것이었다.세 걸음.소파.있었다.“…….”아스테리온은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어제 아침에는 없었다.그래서 찾았다.그 사실이 떠오르자 아르셀리아는 괜히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렸다. 오늘은 있으니까 됐다. 딱히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보물이 제자리에 있는지 보는 것뿐이었다.보물은 원래 확인하는 거니까.아르셀리아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그런데.“확인하셨습니까.”눈이 번쩍 떠졌다.고개를 돌리자.금빛 눈이 열려 있었다.“……언제 깼어.”“방금.”“거짓말.”“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나 보는 거 기다렸잖아.”아스테리온이 웃었다.들켰다.“조금.”“언제부터.”“주인님께서 눈을 뜨기 전부터.”“그럼 자는 척한 거잖아!”“주인님이 오늘도 저부터 찾으시는지 궁금해서.”“안 찾았어.”“예.”“확인한 거야.”“예.”“보물이 제자리에 있나.”아스테리온의 웃음이.조금 더 짙어졌다.아르셀리아는 그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렸다.“…….”“주인님.”“왜.”“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나빠져.”“어렵습니다.”“소파 다시 여섯 걸음으로 옮긴다.”“그건 싫습니다.”“싫은 건 말하라고 했다고 또 그러려고?”“기억해 주셨군요.”“…….”대화가.왜 자꾸.이쪽이 지는 것 같지.아르셀리아는 이불을 걷어찼다.“일어날 거야.”“예.”“나가.”“예.”아스테리온이 순순히 일어났다.그리고 문으로 가다가.멈췄다.“주인님.”“또 왜.”“오늘은.”“응.”“어디 가지 않습니다.”아르셀리아가 그를 봤다.“주인님이 일어나실
아르셀리아는 아침부터 기분이 이상했다.정확히는.눈을 뜬 순간부터였다.어젯밤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침대는 그대로였고, 침대에서 세 걸음 떨어진 곳에는 소파가 있었으며, 그 위에는 아스테리온이 있었다. 창밖에서는 화염궁을 감싼 용암이 느리게 흘렀고,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불 정령들이 복도를 오가며 작은 불꽃 소리를 냈다.평소와.같았다.그런데.“…….”아르셀리아는 눈을 뜬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어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자꾸 생각났다.후회하십니까.아니.대답은 빨랐다.고민하지도 않았다.아스테리온을 가져온 걸 후회하느냐고 물었고.자기는.아니라고 했다.그게 뭐.사실인데.보물을 가져온 걸 왜 후회해.문제는.그다음이었다.아스테리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평소라면 좋아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또 청혼하고 싶어졌다고 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일도 물어보겠다고 능글맞게 웃었을 것이다.그런데.어젯밤에는.조용했다.그래서 오히려.그 침묵이.더 오래 남았다.아르셀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소파.아스테리온은.없었다.“…….”눈이.조금 커졌다.이불을 걷었다.바닥에 발을 내렸다.소파 위에는 접힌 담요와 책 한 권만 있었다.아르셀리아는.침실 문을 봤다.“아스테리온?”대답이 없었다.문을 열었다.복도.없었다.왼쪽.오른쪽.불 정령 하나가 지나갔다.“아스테리온 봤어?”정령이 빙글 돌았다.“성검님이요?”“응.”“아까 아래층으로 갔어요!”“왜.”“몰라요!”“언제.”“조금 전?”“얼마나.”정령이 작은 불꽃 손가락을 꼽았다.“열 번 반짝이기 전?”“그게 몇 분인데.”“몰라요!”“……가.”“네!”정령이 도망갔다.아르셀리아는 복도를 걸었다.걷다가.조금 빨라졌다.계단.아래층.응접실.없다.서재.없다.식당.없다.“…….”아르셀리아의 미간이 점점 좁아졌다.어제.자기가 말했다.아침에 있어야 된다고.그리고.그는 있었다.눈을 떴을 때까지는.아
아르셀리아는 잠에서 깨자마자 이상함을 느꼈다.눈을 뜨기도 전이었다.무언가가 달랐다.화염궁의 아침은 늘 비슷했다. 창문 너머로 흐르는 용암의 낮은 울림, 밤새 온도가 내려간 외벽에서 가끔 나는 미세한 균열음, 침실 바깥에서 불 정령들이 돌아다니며 내는 작은 소리. 그리고 요즘에는 거기에 하나가 더 생겼다.책장 넘어가는 소리.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낮게 가라앉은 숨.그런데.오늘은.가까웠다.너무.아르셀리아가 눈을 떴다.붉은 천장이 보였다.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그리고.소파.정확히 세 걸음 떨어진 곳에.아스테리온이 있었다.“…….”어젯밤.자기가 옮겼다.직접.그것도 한 손으로.이유는.저쪽이 춥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화염궁에서.아르셀리아는 한동안 눈만 깜빡였다.아스테리온은 자고 있었다.정확히는.눈을 감고 있었다.검도 잠을 자는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인간형을 오래 유지하면 피로가 쌓이는 만큼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완전히 인간과 같은 수면은 아니었지만, 눈을 감고 마력 흐름을 안정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고.그리고 지금.그 얼굴이.너무 잘 보였다.전에는 소파가 조금 더 멀었다.고개를 돌리면 보이기는 했지만.표정까지 이렇게 선명하지는 않았다.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조금 흘러내려 있었다. 늘 웃고 있거나 능글맞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던 얼굴이 아무 표정 없이 가라앉아 있으니 새삼 낯설었다. 눈을 감으면 더 창백해 보였고, 긴 속눈썹 아래에는 아주 옅은 그림자가 졌다.아르셀리아는.가만히 봤다.예뻤다.처음부터.그건 인정했다.그래서 가져왔다.아니.그 생각은.거기까지.아르셀리아는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렸다.왜 아침부터 저 얼굴을 구경하고 있지.그때.“다 보셨습니까.”아르셀리아의 눈이.커졌다.소파 위의 금빛 눈이.천천히 열렸다.“……안 잤어?”“잤습니다.”“그런데.”“방금 깼습니다.”“언제.”“주인님께서 저를 삼십 초 정도 보셨을 때.”“안 봤어.”“삼십칠 초였습니다.”“세
적월제가 끝난 뒤 화염궁으로 돌아온 것은 자정을 훌쩍 넘긴 뒤였다.아르셀리아는 돌아오는 길에도 드래곤 모습으로 날았고, 아스테리온은 갈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등에 탔다. 한 번 허락한 자리라고 해서 마음대로 손을 댄 적은 없었다. 출발하기 전에도 그는 목 아래 비늘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물었다.“여기 잡아도 됩니까.”『아까도 잡았잖아.』“돌아갈 때도 같은 허락이 유효한지 몰라서요.”『……잡아.』“예.”그제야 손이 닿았다.갈 때보다 익숙해졌는지 힘은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렇다고 뿔 가까이 올라오거나 날개 안쪽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 아르셀리아가 급하게 방향을 틀 때만 허락받은 비늘을 조금 단단하게 잡았다가, 비행이 안정되면 다시 힘을 풀었다.그런 작은 움직임이 등에 전부 느껴졌다.이상했다.누군가를 등에 태운 건 처음이었다.그런데 생각보다 싫지 않았다.오히려.뒤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사라지면 조금 허전할 것 같았다.그 생각이 들자 아르셀리아는 날개를 더 세게 쳤다.『빨리 가자.』“피곤하십니까?”『아니.』“그런데 왜.”『보물 보여 준다고 했잖아.』잠깐.등 위가 조용해졌다.『왜.』“기억하고 계셨군요.”『내가 보여 준댔잖아.』“예.”『약속하면 지킨다니까. 기억하면.』아스테리온이 작게 웃었다.“그 말도 기억하고 계시는군요.”『너 오늘 왜 이렇게 말 많아.』“좋은 날이라서요.”『뭐가 그렇게 좋아.』“등에도 탔고.”『응.』“첫 춤도 췄고.”『응.』“두 번째 춤도.”『응.』“청혼 대답이 한 박자 늦었고.”아르셀리아의 날개가.순간.휘청했다.아스테리온의 손이 반사적으로 비늘을 붙잡았다.“주인님.”『그거 때문 아니야!』“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네 얼굴이 보여.』“등 뒤인데요.”『느껴져!』아스테리온이 결국 웃었다.아르셀리아는 이를 악물고 더 빠르게 날았다.그렇게.평소보다 훨씬 빠르게.화염궁에 도착했다.“아가씨!”화염궁 앞뜰에 내려서자마자 불 정령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