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황태자의 신부는 그릇을 굽습니다: Bab 31 - Bab 40

67 Bab

죽은 사람은 직접 만나기 전까지 죽은 게 아닙니다

아르노 베르켄의 지문과 오웬 밀러의 지문이 같은 사람의 것인지 확인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문제는 아르노의 지문 원본이 수도에 없다는 것이었다. 칼데른 도공조합 등록부에 적힌 신체 특징은 일치했지만, 18년 전 등록 당시 찍었다는 지문표는 칼데른 조합 문서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사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문서와 인장이 몇 번이나 위조된 상황에서 사본만 받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그래서 조사단이 꾸려졌다.제국 측 기록관 한 명.서부연합 측 기록관 한 명.마르센.그리고 양쪽이 각각 붙인 호위 기사.엘로디아는 명단을 세 번 읽었다.그 안에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도.라시엘의 이름이 없는 것도 확인했다.“잘했네.”옆에서 라시엘이 말했다.엘로디아가 고개를 들었다.“뭐가요?”“당신 이름 몰래 써넣지 않아서.”“제가 언제 그런 짓을 해요?”“칼데른에 가고 싶지 않아?”엘로디아의 시선이 명단으로 내려갔다.솔직히.가고 싶다.도자기 복원사.18년 전 화재.서부의 흙.아르노 베르켄의 실제 작업장.직접 보면 알아낼 수 있는 게 훨씬 많을 것이다.하지만.“가고 싶다고 다 가면 안 되잖아요.”“…….”“왜요?”라시엘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이상하게.조용히.“또 칭찬하려고요?”“응.”“하지 마세요.”“왜.”“아침부터 세 번째예요.”“좋은 건 좋은 거니까.”“그런 식이면 전하 말버릇 될 것 같아요.”“이미 됐는데.”엘로디아는 입을 다물었다.금지 기간이 끝난 뒤부터.정말 심해졌다.아니.원래 이랬는데 자신이 더 의식하는 걸지도 모른다.그 생각이 더 위험했다.엘로디아는 얼른 조사단 명단을 덮었다.“마르센 도공이 오늘 출발하죠?”“두 시간 뒤.”“칼데른까지는?”“빠르면 나흘.”“왕복하고 조사하면 열흘은 걸리겠네요.”“그동안 우리가 할 일이 있지.”맞다.당장 내일.서부연합 환영 연회.그리고.엘로디아가 아직 끝내지 못한 황태자비 선발전.“……갑자기 칼데른 가고 싶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19
Baca selengkapnya

얼굴이 같다고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루벤 하르트가 황궁으로 들어온 것은 밤 열한 시가 넘어서였다.그는 죄인처럼 끌려오지 않았다. 손목에 밧줄도 없었고, 기사들이 양옆을 붙잡지도 않았다. 아직 범인이라고 확정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왜 이 시간에 황궁까지 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몇 번이나 품 안의 휴가 승인서를 확인하고 있었다.엘로디아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술에 취해서 제복을 잃어버린 사람.”“응.”옆에 선 라시엘이 대답했다.“깨진 조합 인장을 금속상까지 운반했던 사람.”“응.”“그런데 인장 한 조각은 사라졌고.”“응.”“오늘은 가짜 휴가 승인서를 들고 출근하지 않았고.”“아직 가짜라고 확정하지 않았어.”엘로디아가 고개를 돌렸다.라시엘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잘 배웠죠?”“많이.”“칭찬은 나중에.”“왜.”“지금 받으면 기분 좋아져서 집중 안 될 것 같아요.”라시엘이 잠깐 멈췄다.엘로디아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요즘.왜 자꾸.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는지 모르겠다.“……그런 뜻 아니에요.”“어떤 뜻인데?”“사건에 집중하자는 뜻.”“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표정이 했잖아요.”“내 표정도 이제 읽고.”“전하.”“알겠어.”라시엘은 웃음을 삼키며 앞을 봤다.다행히 더 놀리지는 않았다.엘로디아도 다시 루벤에게 시선을 돌렸다.지금 중요한 건.휴가 승인서.그리고.루벤이 만났다고 주장하는 도미닉 페르였다.⸻조사는 작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테오란.에드윈.아스테르 운송조합 대표 도미닉.루벤.라시엘.그리고 엘로디아.도미닉은 루벤이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루벤.”“대표님.”루벤의 얼굴이 환해졌다.“대체 무슨 일입니까? 기사들이 갑자기 여관까지 와서는…….”도미닉은 대답하지 못했다.표정이.이상했다.“왜 그러십니까?”루벤이 물었다.도미닉이 겨우 입을 열었다.“나는 어제 너를 만나지 않았다.”루벤의 표정이 굳었다.“……예?”“어젯밤 나는 황궁에 있었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제 이름을 훔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저도 18년 동안 제 이름을 도둑맞고 있었으니까요.”아르노 베르켄의 말이 떨어진 뒤에도 누구 하나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늦은 밤의 백화궁 정문 앞. 등불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남자의 얼굴 위로 빛과 그림자가 번갈아 지나갔다. 초상에서 몇 번이나 봤던 얼굴이었다. 갈색 머리, 마흔을 조금 넘긴 듯한 나이, 왼쪽 눈썹 끝의 흉터. 그리고 조금 전 드러난 왼손 검지와 중지의 오래된 화상 자국까지.모두 기록과 맞았다.하지만.그게 그가 아르노라는 증거는 아니다.엘로디아는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 차분해졌다.“18년 동안이라고 했죠?”“그렇습니다.”“그럼 설명하세요.”아르노가 그녀를 바라봤다.“무엇부터 말입니까?”“처음부터.”엘로디아는 단호했다.“대신 조건이 있어요.”“듣겠습니다.”“당신이 말하는 걸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아르노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당신 주장으로만 들을 겁니다. 확인되는 것만 사실로 바꿀 거고요. 그리고 검은 잔, 고대의 기억, 황실의 저주 같은 이야기로 시작하면 전 그냥 들어갈 거예요.”잠시.정적.그러다 아르노가 웃었다.크게 웃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지친 듯한 웃음이었다.“마음에 드는군요.”엘로디아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왜죠?”“수상하니까.”라시엘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아르노의 시선이 그쪽으로 움직였다.“황태자 전하께서는 웃으시는군요.”“익숙해서.”“무엇이 말입니까?”“저렇게 말하는 사람이거든.”엘로디아가 라시엘을 봤다.“전하.”“응.”“지금 편들어주는 거예요, 놀리는 거예요?”“둘 다.”“감점.”“알겠어.”아르노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그리고.“소문보다 사이가 좋으시군요.”“그 소문은 대체 어디까지 퍼진 거예요?”엘로디아가 정말 질렸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라시엘은 태연했다.“사실이라니까.”“전하.”“응.”“지금은 조용히.”“알겠어.”이번에는 정말 조용해졌다.엘로디아가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네 초 동안 일어난 일

쿵.쿵.쿵.엘로디아는 라시엘의 손을 잡은 채 복도를 걷고 있었다.피터 모엔이 기다리고 있다는 방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황궁의 긴 밤이 끝나고 창문 너머로 아침빛이 번지고 있었고, 맞잡은 손에서는 익숙한 체온이 느껴졌다. 검은 잔도, 혼인잔도 아닌 평범한 체온. 그래서 좋다고 생각했다.분명.그렇게 생각했는데.쿵.엘로디아의 걸음이 멈췄다.“엘로디아?”라시엘이 돌아봤다.“왜 그래?”“……잠깐만요.”이상하다.엘로디아는 자신이 잡고 있는 라시엘의 손을 내려다봤다. 따뜻했다. 손가락이 맞물려 있었고, 조금만 힘을 주면 그의 손도 따라서 힘이 들어왔다.그런데.이상했다.사람이 아니라.주변이.엘로디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복도.창문.아침빛.벽에 걸린 황실 문장.모두 완벽했다.너무 완벽해서.이상했다.“전하.”“응.”“멈춰봐요.”라시엘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뭐가 보여?”“아직은 모르겠어요.”엘로디아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복도 옆 장식대에 놓인 찻잔을 봤다. 황궁에서 흔히 사용하는 백자였다. 얇은 몸체, 금빛 테두리, 아르젠 황실의 문양.그녀는 손을 뻗었다.“엘로디아.”“잠깐만.”잔의 굽을 손끝으로 문질렀다.매끈하다.지나치게.매끈하다.도자기는 아무리 잘 구워도 흔적이 남는다. 물레 위에서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 흙이 수축한 결, 유약이 불을 만나 흘러내린 방향, 굽을 깎아낸 칼끝의 미세한 선.그런데.없다.아무것도.엘로디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전하.”“왜.”“이 잔.”그녀가 다시 굽을 만졌다.“한 번도 불에 들어간 적이 없어요.”라시엘이 찻잔을 봤다.“그런데 왜 완성품처럼 보이지?”“그러니까요.”그 순간.복도 끝이.흔들렸다.아주 조금.물 위에 비친 그림처럼.엘로디아의 숨이 멎었다.“전하.”“응.”“저희 지금 어디로 가고 있었죠?”“피터 모엔을 만나러.”“그 전에.”“아르노 베르켄을 만났고.”“그 전에요.”“루벤 하르트.”“그 전.”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떨어지려고 했는데 그릇이 너무 많습니다

엘로디아는 한동안 평가장 중앙에 서서 눈앞에 놓인 것들을 바라봤다.수백 점의 황실 의전 식기.여섯 종류의 찻잔과 받침.세 종류의 수프 접시.생선 요리용 타원 접시와 육류용 대접시, 후식 접시, 과일 볼, 차를 위한 주전자와 우유병, 설탕 단지, 꽃을 꽂는 낮은 화병과 식탁 중앙을 장식할 장식용 자기까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미치게 만들 만한 양인데, 각 식기 옆에는 제작 단가와 수량, 보유 재고, 추가 발주 가능 수량, 수리 비용까지 적힌 표가 놓여 있었다.그 옆에는.연회장 평면도.후보별 예산 한도.사절단 인원.식단.좌석 배치.심지어 각 요리의 온도까지.엘로디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안 돼.’이건 안 된다.꽃꽂이였다면 어떻게든 망칠 수 있었다.춤이라면 더 좋았다.외교적 대화를 평가한다고 했어도 자신 있었다. 아니, 잘할 자신이 아니라 적당히 평범하게 해서 무난하게 점수를 잃을 자신이 있었다.그런데.그릇.그것도.이렇게 많이.“르메르 영애?”셀레스트가 옆에서 다시 불렀다.엘로디아가 눈을 떴다.“네.”“괜찮아요?”“아뇨.”너무 솔직한 대답에 셀레스트가 웃음을 삼켰다.“왜요? 영애한테 제일 유리해 보이는데.”“그러니까 안 괜찮아요.”“…….”셀레스트가 잠시 엘로디아를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떨어질 생각은 남아 있군요.”“그건.”엘로디아의 대답이 조금 늦었다.예전처럼.무조건.당장.황태자비 후보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다.그런데 그렇다고 황태자비가 되고 싶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시엘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과.황태자비가 되고 싶은 것은.분명 다른 문제다.그 차이를.엘로디아는 흐리고 싶지 않았다.“선발에서 끝까지 가고 싶은지 아직 모르겠어요.”이번에는 솔직하게 말했다.셀레스트의 표정도 조금 진지해졌다.“황태자 전하는 좋고?”“그건 왜 바로 붙여요?”“다른 문제라면서요.”“…….”“그러면 따로 물어봐야죠.”맞는 말이라 더 얄밉다.엘로디아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황태자비 후보가 아니라 도공으로 적어주세요

엘로디아는 환영 다과회 평가용 식기 목록을 받은 뒤 정확히 세 번 한숨을 쉬었다.첫 번째는 식기 목록이 예상보다 길어서.두 번째는 후보가 직접 식기를 골라야 한다는 문장을 다시 확인하고.세 번째는.“이거 전하가 한 거 아니지?”결국 의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을 때였다.로제가 눈을 깜빡였다.“제가 어떻게 알아요?”“그렇지.”“황태자 전하께 직접 물어보시면 되잖아요.”“그러면 분명 억울하다는 얼굴 할 것 같아.”“정말 전하께서 안 하셨으면 억울하시겠죠.”“그러니까.”엘로디아는 서류를 내려놓았다.문제는.정말 라시엘이 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어제 테오란이 분명히 말했다.라시엘은 평가 항목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황태자비 후보 중 한 명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황태자가 평가에 개입하면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 라시엘은 그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지나칠 만큼 철저했다.그러니까.이건 우연이다.황태자비에게 필요한 능력을 평가하다 보니 식기 선택이 포함됐을 뿐이고.그게 하필.엘로디아가 가장 잘하는 분야였을 뿐이다.“……왜 우연이 자꾸 이래.”엘로디아가 중얼거리자 로제가 웃었다.“잘하는 게 많으신 거 아니에요?”“아니야.”“지난번에도 잘하셨잖아요.”“그릇이 있었으니까.”“이번에도 그릇이 있네요.”“그러니까 문제지.”엘로디아는 다시 안내문을 들었다.외국 사절단 공식 환영 다과회.이번에는 실제 행사였다.서부 변경도시들과 남부 상업도시에서 온 교역 사절들이 참석하고, 황실에서는 황후와 황태자, 재무대신을 비롯한 일부 대신들이 자리한다. 황태자비 후보들은 각각 소규모 응접 공간 하나씩을 맡아 차와 다과, 식기, 꽃, 좌석 배치를 준비하고 실제 사절을 응대해야 했다.평가 항목도 명확했다.의전.대화.상황 대처.그리고.식기 및 다과 구성.엘로디아는 마지막 항목을 손가락으로 가렸다.“이것만 없으면 자신 있게 못할 수 있는데.”로제가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봤다.“영애.”“왜.”“보통 사람은 잘하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1
Baca selengkapnya

이름을 가리고도 제 그릇은 제 것입니다

사흘 뒤.엘로디아는 황실도요원 특별 기술시험장 앞에서 자기 이름을 빼앗겼다.정확히는.“응시자 성명은 여기서부터 사용하지 않습니다.”접수관이 엘로디아가 제출한 신분 확인서를 봉투 안에 넣었다. 르메르 가문의 인장이 찍힌 서류도, 황태자비 후보임을 증명하는 황궁 출입증도 함께 들어갔다. 봉투 입구에 붉은 밀랍이 떨어지고 황실도요원 감독관의 인장이 눌렸다.탁.그 짧은 소리가 나자.엘로디아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응시번호 27번.”작은 나무패 하나가 앞으로 밀려왔다.27.그게 전부였다.르메르도 없다.남작 영애도 없다.황태자비 후보도 없다.라시엘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사실은 애초에 여기까지 따라올 수조차 없다.오늘 이 안에서 엘로디아는.27번이었다.“시험장 안에서는 다른 응시자와 이름, 가문, 출신 지역을 공유할 수 없습니다. 심사위원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금지됩니다. 시험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되며, 완성품에는 응시번호만 붙습니다.”“네.”“황태자 전하께서는 시험장과 심사실에 출입하지 않습니다.”엘로디아가 눈을 깜빡였다.접수관이 덧붙였다.“공정성 관련 규정이라 모든 응시자에게 고지하는 사항입니다.”“아.”자기한테만 알려주는 줄 알았다.조금.민망하다.“알겠습니다.”“그리고 황태자비 선발 결과 역시 본 시험에 반영되지 않습니다.”“네.”이번에는 대답이 빨랐다.그게 좋았다.정말.좋았다.접수관이 문을 열었다.“27번 응시자. 입장하십시오.”엘로디아는 나무패를 꽉 쥐었다가 놓았다.그리고.안으로 들어갔다.⸻황실도요원 특별 기술시험은 생각보다 조용했다.응시자는 스물아홉 명.나이도 다양했다. 엘로디아보다 어려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쉰을 넘긴 듯한 사람도 있었다. 손을 보면 대부분 알 수 있었다. 손톱 사이에 빠지지 않은 흙, 손가락 옆의 굳은살, 불에 데었다 아문 흔적, 반복해서 칼을 쥐며 생긴 손바닥의 단단한 결.엘로디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 손들을 오래 봤다.긴장됐다.황태자비 후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1
Baca selengkapnya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사람

“전하 어디 있어?”그 말을 하고 나서도 엘로디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실수로 튀어나온 말도 아니었다.결과지를 가슴에 안은 채 생각했다.누구에게 말하고 싶은가.아버지.마리엘.할머니.당연히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자신이 황실도요원 특별 기술시험 1차를 통과했다고, 이름도 가문도 가린 채 오직 27번으로 심사받아 붙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그런데.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라시엘이었다.그래서.이번에는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황태자 전하께서는 지금 동궁 집무실에 계십니다.”테오란이 말했다.엘로디아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회의 중이에요?”“예.”“중요한?”“황태자 전하의 회의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고르라고 하시면 조금 어렵습니다만.”“테오란 경.”“남부 수로 예산 관련 회의입니다.”중요하다.엘로디아가 품에 안은 결과지를 내려다봤다.지금 당장 뛰어가서.붙었다고 말하고 싶은데.회의를 깨고 들어갈 정도의 일은 아니다.“몇 시에 끝나요?”“예정대로라면 한 시간 뒤입니다.”한 시간.길다.너무.“……알겠어요.”엘로디아가 순순히 대답하자 오히려 테오란이 그녀를 봤다.“안 가십니까?”“회의 중이라면서요.”“그렇습니다.”“그럼 기다려야죠.”“전하께서는 영애가 왔다고 하면 잠시 나오실 수도 있습니다.”엘로디아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싫어요.”“왜죠?”“전하 일하고 있잖아요.”엘로디아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저도 제 일 때문에 시험 본 건데, 붙었다고 전하 일 끊으면 이상하잖아요.”테오란의 시선이 잠시 그녀에게 머물렀다.“왜요?”“아닙니다.”“뭔데요?”“전하께서 좋아하실 만한 답이라 생각했습니다.”엘로디아의 귀가 조금 붉어졌다.“그런 식으로 자꾸 연결하지 마세요.”“연결한 적 없습니다. 관찰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그게 그거잖아요.”“다릅니다.”“테오란 경은 진짜 가끔 얄미워요.”“아직도 얄미움 감점 항목은 없습니다.”엘로디아가 입을 다물었다.저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1
Baca selengkapnya

제가 만들고 싶은 건 예쁜 그릇이 아닙니다

황후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엘로디아는 한동안 복도 한가운데 서 있었다.왼손에는 황태자비의 실제 업무 목록이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이틀 뒤 치르게 될 황실도요원 특별 기술시험 2차 안내문이 들려 있었다. 한쪽에는 외교 사절 접견, 황실 자선사업 감독, 궁내 의전, 재난 구호 지원 같은 낯선 단어들이 빼곡했고, 다른 한쪽에는 주문 제작, 제한 재료, 제한 예산, 사용 목적 분석이라는 익숙하고 설레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어느 쪽을 봐도.자기 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그 사실이 묘했다.예전 같았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도공 시험 안내문을 품에 넣고 황태자비 업무 목록은 정중하게 돌려드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종이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라시엘 때문만은 아니다.황후의 말이 남았다.둘을 함께 할 방법이 있는지 네가 알아봐야지.엘로디아는 황태자비 업무 목록을 다시 펼쳤다.“외국 사절 접견 월평균…….”일정이 적혀 있지 않다.“이걸로 어떻게 알아.”업무 종류만 알아서는 부족하다.얼마나 자주 하는지.하루에 몇 시간을 쓰는지.반드시 황태자비가 해야 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가마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황궁 안에 작업실을 두는 것이 가능한지.황실도요원 소속 도공이 황태자비가 될 경우 겸직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생각할수록 질문이 늘어났다.엘로디아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좋아.”모르면.알아보면 된다.운명도 아니고.마법도 아니다.규정과 일정이다.그건 조사할 수 있다.엘로디아는 방향을 틀었다.라시엘에게 가려던 발이.황궁 행정실 쪽으로 향했다.⸻“그러니까.”테오란은 자기 책상 앞에 앉은 엘로디아를 바라봤다.“황태자비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지 알고 싶으시다고요.”“네.”“왜 제게.”“테오란 경이 제일 잘 알 것 같아서요.”“그건 맞습니다.”“역시.”“하지만 보통 황태자비 후보가 제게 찾아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황실 행사나 의전 권한입니다.”“저도 그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1
Baca selengkapnya

고칠 곳이 있다는 건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엘로디아는 황실도요원 특별 기술시험 2차 결과가 나오는 날 아침부터 이상할 만큼 침착했다.정확히는.침착하다고 생각했다.“영애.”“응.”“그거 다섯 번째예요.”엘로디아의 손이 멈췄다.작업대 위에는 똑같이 생긴 손잡이 다섯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첫 번째는 조금 높고.두 번째는 아래쪽 곡선이 넓다.세 번째는 손가락이 닿는 부분을 더 평평하게 만들었고.네 번째는 손바닥에 걸리는 각도를 낮췄다.그리고 방금 만든 다섯 번째는.처음 시험장에서 만들었던 것과 거의 똑같았다.“……뭐가?”엘로디아가 모르는 척 묻자 로제가 손잡이들을 가리켰다.“시험 때 만든 거랑 비슷한 손잡이요.”“다 달라.”“제 눈에는 똑같아요.”“여기 봐.”엘로디아는 기다렸다는 듯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집었다.“이쪽은 상단 각도가 조금 더 높고, 이건 여기서부터 곡선이 완만해. 손가락을 쥐지 않고 걸쳤을 때 힘이 분산되는 위치가 달라.”“…….”“그리고 이건.”“영애.”“응.”“저한테 설명하면 마음이 좀 편해지세요?”엘로디아의 입이 다물렸다.로제가 웃었다.“그러면 계속하셔도 돼요.”“나 안 긴장했어.”“네.”“진짜.”“그렇죠.”“로제.”“결과는 오후에 나온대요.”엘로디아가 손잡이를 내려놓았다.“알아.”“지금 오전 열 시고요.”“그것도 알아.”“그럼 적어도 세 시간은 더 기다리셔야 해요.”“…….”세 시간.길다.지난 1차 때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이유는 알았다.이번에는.자기 그릇이 실제 사람에게 쓰였기 때문이다.시험 의뢰인이 일흔두 살의 황실 학술원 고문이라는 사실은 시험이 끝난 뒤 공개됐다. 하지만 누가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봉인 상태였고, 실제 사용 평가 역시 응시번호만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그 사람이.자기 잔을 들었을까.편했을까.손잡이는 너무 높지 않았을까.받침의 경사는 제대로 작동했을까.푸른 선은 실제로 도움이 됐을까.무엇보다.‘아픈 손으로 오래 들 수 있었을까.’그게.제일 궁금했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1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4567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