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디아는 한동안 평가장 중앙에 서서 눈앞에 놓인 것들을 바라봤다.수백 점의 황실 의전 식기.여섯 종류의 찻잔과 받침.세 종류의 수프 접시.생선 요리용 타원 접시와 육류용 대접시, 후식 접시, 과일 볼, 차를 위한 주전자와 우유병, 설탕 단지, 꽃을 꽂는 낮은 화병과 식탁 중앙을 장식할 장식용 자기까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미치게 만들 만한 양인데, 각 식기 옆에는 제작 단가와 수량, 보유 재고, 추가 발주 가능 수량, 수리 비용까지 적힌 표가 놓여 있었다.그 옆에는.연회장 평면도.후보별 예산 한도.사절단 인원.식단.좌석 배치.심지어 각 요리의 온도까지.엘로디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안 돼.’이건 안 된다.꽃꽂이였다면 어떻게든 망칠 수 있었다.춤이라면 더 좋았다.외교적 대화를 평가한다고 했어도 자신 있었다. 아니, 잘할 자신이 아니라 적당히 평범하게 해서 무난하게 점수를 잃을 자신이 있었다.그런데.그릇.그것도.이렇게 많이.“르메르 영애?”셀레스트가 옆에서 다시 불렀다.엘로디아가 눈을 떴다.“네.”“괜찮아요?”“아뇨.”너무 솔직한 대답에 셀레스트가 웃음을 삼켰다.“왜요? 영애한테 제일 유리해 보이는데.”“그러니까 안 괜찮아요.”“…….”셀레스트가 잠시 엘로디아를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떨어질 생각은 남아 있군요.”“그건.”엘로디아의 대답이 조금 늦었다.예전처럼.무조건.당장.황태자비 후보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다.그런데 그렇다고 황태자비가 되고 싶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시엘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과.황태자비가 되고 싶은 것은.분명 다른 문제다.그 차이를.엘로디아는 흐리고 싶지 않았다.“선발에서 끝까지 가고 싶은지 아직 모르겠어요.”이번에는 솔직하게 말했다.셀레스트의 표정도 조금 진지해졌다.“황태자 전하는 좋고?”“그건 왜 바로 붙여요?”“다른 문제라면서요.”“…….”“그러면 따로 물어봐야죠.”맞는 말이라 더 얄밉다.엘로디아
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