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기록관리국의 열람실은 생각보다 밝았다.높은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긴 책상 위에 내려앉았고, 벽에는 습도와 온도를 확인하는 작은 계기가 걸려 있었다. 오래된 문서를 보관하는 곳이라 어둡고 차가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종이를 읽기에 알맞은 빛과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엘로디아는 그 점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기록을 보존하는 일도 결국 기술이었다.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사람만큼이나, 남겨진 것이 상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도 중요하다.“엘로디아 르메르 영애.”담당 기록관리관이 그녀의 자격증과 열람 승인서를 차례로 확인했다.“이번 열람은 감독하에 진행됩니다. 원본에 직접 표기하거나 문서의 배열을 바꿀 수 없으며, 필사는 승인된 범위에서만 가능합니다.”“네.”“기술자격은 연구 목적을 확인하는 근거일 뿐, 제한기록 전체에 대한 열람권을 부여하지는 않습니다.”“알고 있습니다.”엘로디아는 자기 자격증을 받아 가방 안에 넣었다.황실도요원 특별 기술자격 도공 — 엘로디아 르메르.어제까지는 그 문장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오늘도 기뻤지만, 기록관리관 앞에서 자격증을 내밀자 조금 다른 감정이 들었다.자격이 있다는 것은.아는 것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고, 확인한 결과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에 더 가까웠다.“먼저 열람 대상의 구성을 설명하겠습니다.”기록관리관이 목록을 펼쳤다.“황실 도자 조달대장 세 권, 품질검수대장 두 권, 정정·보충 기록의 색인 한 권입니다. 다만 이번에 승인된 기간은 르메르 혼인도공의 퇴출 전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한정됩니다.”엘로디아의 손끝이 조금 굳었다.“정정·보충 기록도 볼 수 있나요?”“색인까지는 가능합니다. 개별 정정 명령서와 첨부 문서는 별도 승인 대상입니다.”“그렇군요.”엘로디아는 수첩을 펼쳤다.첫 장 맨 위에 이미 써놓은 문장이 있었다.확인된 사실만 기록할 것.그리고 그 아래.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남길 것.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Last Updated : 2026-10-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