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치기 시작한 지 십 분쯤 지났을 때, 엘로디아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화려한 그릇을 만드는 것보다 단순한 그릇을 만드는 편이 훨씬 어려웠다.장식이 있으면 시선을 돌릴 곳이 생긴다. 문양이 조금 비뚤어져도 다른 선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고, 형태가 아주 미세하게 아쉬워도 유약의 색이나 금장으로 전체 인상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엘로디아가 만들려는 찻잔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회백색 흙, 투명한 유약, 장식 없는 몸체. 남는 건 선과 두께와 균형뿐이었다. 손잡이가 몸체보다 아주 조금 무거워도 보이고, 굽이 반 치만 넓어도 둔해 보이며, 입술이 닿는 전이 조금만 두꺼워도 카시엘이 십이 년 동안 썼던 잔과 다른 감촉이 된다.“어렵네.”엘로디아는 물레 위에서 중심을 잡은 흙을 내려다봤다. 그렇다고 설계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카시엘이 원한 건 신경 쓰이지 않는 잔이었다. 황제에게 바치는 최종 시험작이라는 이유로 금을 두르고 황실 문장을 새긴다면 만들기는 오히려 쉬울지 몰라도 주문에는 실패한다.발끝에 힘을 주자 물레가 다시 돌았다. 손바닥으로 흙의 중심을 누르고, 엄지를 넣어 안쪽 공간을 열었다. 천천히 벽을 끌어올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숫자가 움직였다. 기존 잔의 높이, 입구 지름, 굽 너비, 손잡이와 몸체 사이 거리, 카시엘이 차를 반만 담아 마시는 습관까지. 잔의 크기를 무작정 줄이면 차가 빨리 식는다고 믿고 있던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불편해할 수 있다. 실제 열 보존만큼 익숙한 감각도 중요했다.그래서 전체 높이는 거의 그대로 두되 안쪽 곡면을 바꾸기로 했다. 바닥에서 중간까지는 완만하게 좁고, 위로 갈수록 조금씩 열린다. 차를 반 정도 담았을 때 액체가 차지하는 표면적이 기존 잔보다 작아지도록.“27번.”감독관이 작업대 옆에 멈췄다.“네.”“제출 설계보다 내부 곡률이 달라졌습니다.”엘로디아는 물레를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네. 조금 바꿨어요.”“이유를 기록하십시오.”“지금요?”“변경 즉시가 원칙입
Terakhir Diperbarui : 2026-09-22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