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황태자의 신부는 그릇을 굽습니다: Bab 41 - Bab 50

67 Bab

황제 폐하께서는 취향을 모르십니다

황제 카시엘 폰 아르젠을 만나기 전날 밤.엘로디아는 잠을 설쳤다.황제를 만나기 때문은.아니었다.정확히는.그것만은 아니었다.“큰 손잡이는 싫고 작은 손잡이도 싫으면 대체 어느 정도가 좋은 거야?”침대 위에 앉아 중얼거렸다.로제가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린 채 엘로디아를 바라봤다.“영애.”“응.”“그건 황제 폐하께 여쭤보시면 되잖아요.”“본인도 모르면?”“그럼 영애가 알아내셔야죠.”“그러니까 그걸 어떻게.”“내일.”“…….”맞다.내일.그런데 머리는.계속 돌아갔다.황제의 손 크기.평소 마시는 차.손잡이.잔 무게.입술이 닿는 부분.라시엘 말대로라면 카시엘은 손잡이가 너무 작아도 싫어하고 너무 커도 싫어한다.그럼.문제는 크기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모양?무게 중심?잡는 습관?“평소 어떤 잔 쓰는지 보고 싶다.”“내일 보세요.”“차 마시는 것도.”“내일.”“가능하면 한 시간 정도.”“황제 폐하를 한 시간 동안 관찰하시려고요?”“왜.”로제가 잠시 침묵했다.“황제 폐하시잖아요.”“그래서?”“바쁘시잖아요.”“내 시험도 중요해.”“영애한테는요.”“황실도요원이 황제 폐하 찻잔 만드는 것도 황실 일 아니야?”로제는.반박하지 못했다.엘로디아가 이겼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한 시간.”“안 주실 것 같은데요.”“삼십 분.”“그것도.”“이십 분.”“흥정한다고 되는 건가요?”“……일단 자자.”결국.엘로디아가 먼저 포기했다.침대에 누웠다.눈을 감았다.그리고.십 초 뒤.“로제.”“네.”“전하가 열네 살 때 드렸다는 잔 아직 있을까?”“자세요.”“그거 보면 비교가.”“주무세요.”“알았어.”이번에는.정말.입을 다물었다.하지만.잠들기 직전까지.엘로디아는 손잡이를 생각했다.⸻다음 날 아침.황실도요원에서 최종 시험 응시자들에게 새로운 규정이 배부됐다.1차 통과자 열여덟 명.2차 통과자.아홉 명.그중.27번.엘로디아.최종 시험은 칠 일.첫날은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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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건 아무렇지 않은 그릇입니다

흙을 치기 시작한 지 십 분쯤 지났을 때, 엘로디아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화려한 그릇을 만드는 것보다 단순한 그릇을 만드는 편이 훨씬 어려웠다.장식이 있으면 시선을 돌릴 곳이 생긴다. 문양이 조금 비뚤어져도 다른 선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고, 형태가 아주 미세하게 아쉬워도 유약의 색이나 금장으로 전체 인상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엘로디아가 만들려는 찻잔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회백색 흙, 투명한 유약, 장식 없는 몸체. 남는 건 선과 두께와 균형뿐이었다. 손잡이가 몸체보다 아주 조금 무거워도 보이고, 굽이 반 치만 넓어도 둔해 보이며, 입술이 닿는 전이 조금만 두꺼워도 카시엘이 십이 년 동안 썼던 잔과 다른 감촉이 된다.“어렵네.”엘로디아는 물레 위에서 중심을 잡은 흙을 내려다봤다. 그렇다고 설계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카시엘이 원한 건 신경 쓰이지 않는 잔이었다. 황제에게 바치는 최종 시험작이라는 이유로 금을 두르고 황실 문장을 새긴다면 만들기는 오히려 쉬울지 몰라도 주문에는 실패한다.발끝에 힘을 주자 물레가 다시 돌았다. 손바닥으로 흙의 중심을 누르고, 엄지를 넣어 안쪽 공간을 열었다. 천천히 벽을 끌어올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숫자가 움직였다. 기존 잔의 높이, 입구 지름, 굽 너비, 손잡이와 몸체 사이 거리, 카시엘이 차를 반만 담아 마시는 습관까지. 잔의 크기를 무작정 줄이면 차가 빨리 식는다고 믿고 있던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불편해할 수 있다. 실제 열 보존만큼 익숙한 감각도 중요했다.그래서 전체 높이는 거의 그대로 두되 안쪽 곡면을 바꾸기로 했다. 바닥에서 중간까지는 완만하게 좁고, 위로 갈수록 조금씩 열린다. 차를 반 정도 담았을 때 액체가 차지하는 표면적이 기존 잔보다 작아지도록.“27번.”감독관이 작업대 옆에 멈췄다.“네.”“제출 설계보다 내부 곡률이 달라졌습니다.”엘로디아는 물레를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네. 조금 바꿨어요.”“이유를 기록하십시오.”“지금요?”“변경 즉시가 원칙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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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갔다고 모두 버리는 건 아닙니다

엘로디아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가마 문은 완전히 열려 있었고, 식은 열기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주변에서는 다른 응시자들이 자기 작품을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도의 한숨도 있었고, 작게 탄식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누군가는 유약이 생각보다 짙게 나왔다며 기록지를 펼쳤고, 다른 누군가는 뒤틀린 받침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엘로디아에게는 아무것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시선은 오직.27번 찻잔의 굽 가까이.머리카락보다 가는 선 하나에 박혀 있었다.‘금?’심장이 내려앉았다.최종 시험이다.여기까지 왔다.1차.2차.황제를 직접 만나고.십이 년 된 잔을 살펴보고.손잡이 각도를 바꾸고.회백색 흙을 골랐다.초벌도 무사했다.본소성까지.그런데 마지막에.금이라면.끝이다.카시엘이 매일 뜨거운 차를 마시는 잔이다.하루 다섯 번.오래 쓸 잔.구조적인 균열이라면 절대로 제출할 수 없다.“27번.”책임도공의 목소리가 들렸다.“손대지 마십시오.”엘로디아가 고개를 들었다.“네.”“소성 직후 검수는 감독 입회하에 진행합니다.”“알겠습니다.”엘로디아는 손을 거뒀다.이상할 정도로 손끝이 차가웠다.책임도공이 가까이 와 잔을 봤다.그 역시.선을 발견했다.“봤군.”“네.”“뭐라고 생각합니까?”질문.엘로디아는 바로 대답하려다가.입을 다물었다.보인다고.바로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이미.배웠다.“모르겠습니다.”책임도공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엘로디아는 잔을 보며 말했다.“금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기만 해서는 몸체까지 들어간 균열인지, 유약층에서만 생긴 선인지 모르겠습니다.”“그럼.”“확인하고 싶습니다.”“방법은?”머리가.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당황은.뒤로.지금 필요한 건.확인.“먼저 확대경.”엘로디아가 말했다.“그다음 타음 검사. 소리가 이상하면 구조 균열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겠습니다. 이상이 없더라도 끝내지 않고, 색소 침투 검사와 온수 시험까지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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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엘로디아 르메르의 첫날

라시엘의 품에 안긴 채로 엘로디아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이제는 웃음이 자꾸 났다. 라시엘의 옷깃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가 다시 쥐었다. 손안에는 황실도요원 특별 기술자격 합격증이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려 있었다.“전하.”“응.”“저 진짜 붙었어요.”“알아.”“황실도요원 도공이에요.”“그것도 알아.”“아직 실감이 안 나요.”라시엘의 팔이 그녀의 등을 감싼 채 조금 느슨해졌다. 엘로디아가 떨어지고 싶어 하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하지만 엘로디아는 물러나지 않았다.“그러니까 조금만 더 이렇게 있을래요.”“얼마든지.”대답이 너무 빨라서 엘로디아가 웃었다.“이럴 때는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왜?”“그래야 제가 부탁한 것 같잖아요.”“부탁했잖아.”“그렇긴 한데.”“그리고 나는 좋아.”엘로디아의 귀가 또 뜨거워졌다.고백한 뒤부터 이 남자는 더 거리낌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전보다 더 가까이 밀고 들어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똑같이 기다리고, 똑같이 묻고, 엘로디아가 다가오는 만큼만 받아준다. 달라진 건 하나뿐이었다.좋으면 좋다고.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이제는 숨길 이유가 없다는 듯 말한다.“전하.”“응.”“좋아한다는 말 조금만 덜 하면 안 돼요?”“왜?”“적응할 시간이 필요해서요.”“싫어?”엘로디아는 대답하려다가 멈췄다.싫으냐고.아니다.전혀.오히려 문제는.너무 좋다는 거다.“……그건 아니고.”라시엘이 낮게 웃었다.“그럼 계속할게.”“전하.”“좋아해.”“진짜.”엘로디아가 그의 어깨를 한 번 툭 쳤다.그때 뒤쪽에서 아주 조심스러운 헛기침이 들렸다.“흠.”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테오란이었다.서류를 들고 서 있는 얼굴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이 걸려 있었다.“계속 안고 계셔도 됩니다.”엘로디아가 바로 라시엘에게서 떨어졌다.“아니에요!”“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습니다.”“방금 했잖아요.”“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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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거짓말하지 않지만, 사람은 잘못 읽습니다

흑회석 분말.엘로디아는 그 네 글자를 한참 바라봤다.검다.광물이다.200년 전 르메르 혼인도공에게 정규 배정량 외로 추가 지급됐다.한 달 뒤에는 같은 이름의 재료가 황실 제2별궁 지하 저장고로 출고됐다.여기까지만 보면.수상하다.너무.수상해 보인다.그래서 엘로디아는 오히려 장부를 덮었다.기록관리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더 보지 않으십니까?”“볼 거예요.”“그런데 왜.”“제가 지금 너무 보고 싶은 것만 볼 것 같아서요.”“보고 싶은 것?”엘로디아는 자기 메모를 내려다봤다.검은 잔.흑회석.르메르.제2별궁 지하.이 네 가지를 한 줄에 놓으면 이야기는 너무 쉽게 만들어진다.흑회석이 검은 잔의 재료였다.르메르가 그것을 받았다.남은 재료가 제2별궁으로 옮겨졌다.그리고.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다.그럴듯하다.문제는.아직 하나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흑회석이 뭔지부터 모르잖아요.”엘로디아가 말했다.기록관리관이 눈을 깜빡였다.“광물명 아닙니까?”“이름은요. 그런데 어디에 쓰는지 모르잖아요.”검은색이 난다고.검은 잔에 쓰는 재료라는 법은 없다.가마 벽에 넣었을 수도 있고.유약에 섞었을 수도 있고.안료일 수도.불순물 제거용 첨가제일 수도 있다.심지어.200년 전의 흑회석이라는 이름과 지금의 광물 분류가 같다는 보장도 없다.“같은 이름이 다른 재료일 수도 있고.”엘로디아는 장부를 다시 열었다.“같은 재료라도 다른 용도로 썼을 수도 있어요.”“그럼 무엇부터 확인하시겠습니까?”“이 시대 기술서.”대답은 빨랐다.“흑회석이 다른 데에도 지급됐는지 보고 싶어요.”“르메르 외에?”“네. 같은 해 전체.”기록관리관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양이 많을 텐데요.”“괜찮아요.”“하루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것도 괜찮고요.”“첫 출근인데.”“그래서요?”기록관리관은 잠시 엘로디아를 보다가 결국 웃었다.“알겠습니다.”그가 장부 한 권을 더 꺼냈다.“그러면 지급처별 장부보다 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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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품이 없는 소성 기록

다음 확인: 반환 직후 르메르 가마 사용 기록.엘로디아는 자신이 적은 마지막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흑회석은 사라지지 않았다.누군가 훔쳐 간 것도 아니고, 비밀리에 장부에서 지운 것도 아니다. 황실에서 르메르에게 추가 지급됐고, 제2별궁 지하 저장고로 옮겨졌다가, 혼인도공의 요청에 따라 다시 르메르로 돌아갔다.공식적으로.기록을 남기면서.다만.왜 돌려보냈는지만.비어 있다.그렇다면 다음은 간단하다.돌아간 뒤.어디에 썼는지.보면 된다.“같은 달 르메르 가마 사용 기록부터 볼게요.”엘로디아가 말했다.기록관리관이 고개를 끄덕였다.“가마 운용 장부는 별도입니다.”“남아 있어요?”“일부는.”일부.그 말에 엘로디아의 기대가 조금 내려갔다.200년 전이다.모든 기록이 멀쩡하게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욕심이다.“있는 것부터 볼게요.”“잠시 기다리십시오.”기록관리관이 안쪽 서가로 향했다.엘로디아는 그사이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을 다시 정리했다.흑회석.당시 여러 황실 시설에서 쓰던 재료.검은 유약의 착색재라는 근거 없음.르메르 추가 지급량은 정규 배정량보다 많음.한 달 뒤 제2별궁 저장고로 이동.그다음 다시 르메르로 전량 반환.반환 사유 미기재.여기까지.엘로디아는 그 아래에.선을 길게 그었다.그리고.아무것도 쓰지 않았다.가설은.아직.필요 없다.잠시 뒤.기록관리관이 상자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전후 석 달분입니다.”“전부요?”“남아 있는 것은.”첫 번째 상자.가마 사용 신청서.두 번째.소성 완료 기록.엘로디아의 눈이 반짝였다.“둘이 따로예요?”“예. 신청과 결과를 대조할 수 있도록.”좋다.아주.좋다.엘로디아는 장갑을 다시 확인했다.그리고.첫 장부터.읽기 시작했다.⸻첫 주.백자 식기 열두 점.혼인 의식용 잔 한 벌.황실 연회용 주전자 네 점.특별할 것 없다.둘째 주.가마 보수.소성 없음.셋째 주.일상 자기 스물여섯 점.넷째 주.소성 없음.다음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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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지 않다고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갑발 제17호.엘로디아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번호를 떠올렸다.어제 기록고에서 확인한 것은 많지 않았다. 약 200년 전, 르메르 혼인도공에게 돌아간 흑회석. 사흘 뒤 이루어진 기술 시험 소성. 시험품은 하나였지만 완성품도, 파손품도, 폐기품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소성에 사용된 갑발 제17호에서는 기준치를 넘는 잔류 마력결이 검출됐다.갑발은 멀쩡했다.그런데 재사용이 금지됐다.그 이유까지는 확인했다.문제는.그다음이었다.17호는 어디로 갔을까.엘로디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멈췄다.“……안 돼.”바로 기록고로 가고 싶다.정말.지금 당장.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페르난 디오르의 첫 번째 초벌 시제품.어젯밤 손잡이를 붙였다. 지금 건조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기록고부터 갔다가 수분 차이 때문에 접합부에 금이라도 가면, 도공이 된 지 며칠 만에 첫 개인 주문부터 망친다.“순서.”엘로디아는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하나씩.”그릇도.기록도.마음도.급하게 불을 올린다고 빨리 완성되는 건 아니다.⸻제3도요원에 도착하자마자 엘로디아는 시제품부터 확인했다.천을 걷는다.얇은 백자 몸체.부드럽게 이어진 손잡이.겉으로는.문제없다.하지만 엘로디아는 바로 들지 않았다. 먼저 손가락 끝으로 몸체와 손잡이 접합부 주변의 수분 상태를 확인했다.몸체.손잡이.거의 같다.“좋아.”어제 일부러 손잡이를 조금 더 촉촉한 상태에서 붙인 뒤 천을 덮어 수분이 천천히 맞춰지도록 했다. 시험 1차에서 한 번 겪었던 실수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엘로디아는 시제품을 돌려봤다.정면.옆.위.손잡이의 아래쪽 곡선이 보통 찻잔보다 조금 길다.그런데.기능을 모르면.크게 이상하지 않다.“이 정도면.”페르난이 싫어하던.‘환자용 그릇’처럼 보이지 않는다.엘로디아는 제작 기록을 펼쳤다.제1시제품. 손잡이 상단 각도 하향. 하부 지지면 확장. 전체 손잡이 크기는 기존 설계와 유사하게 유지. 초벌 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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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맞는 잔은 눈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페르난 디오르가 제3도요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두 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엘로디아는 그보다 삼십 분 전부터 초벌 시제품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아침에 이미 타음 검사도 했고, 접합부도 확인했고, 손잡이의 뒤틀림도 없다는 걸 봤다. 치수까지 세 번 재었다.문제없다.적어도.도공의 눈으로는.“어서 오세요.”“내 잔은?”인사보다 잔부터 찾는 페르난에게 엘로디아가 웃었다.“저번에는 제가 인사보다 손부터 봤다고 하셨잖아요.”“그러니까 복수하는 중이네.”“일흔두 살이 그러시면 안 되죠.”“일흔두 살이라 참는 걸세.”페르난은 익숙하게 창가 자리로 갔다. 엘로디아가 의자를 조금 당겨주려 하자 그는 손을 내저었다.“그것까지 해주면 정말 환자가 된 것 같아서 싫어.”엘로디아의 손이 멈췄다.짧은 말.하지만.중요하다.“알겠어요.”엘로디아는 의자에서 손을 뗐다.이것도 주문자의 취향이다.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리 생각해서 모든 걸 해주는 게 언제나 친절한 것은 아니다. 페르난은 손가락 관절이 불편하지만, 자기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엘로디아는 바로 제작 기록지 여백에 한 줄을 적었다.사용자의 불편을 이유로 필요 이상의 보조를 전제하지 말 것.페르난이 그걸 보더니 혀를 찼다.“내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적는군.”“나중에 까먹으면 어떡해요.”“젊은 사람이.”“젊은 사람도 까먹어요.”“맞는 말이라 반박하기 어렵군.”페르난이 자리에 앉았다.엘로디아는 초벌 잔을 가져왔다.유약이 올라가지 않은 회백색 표면. 아직 완성품의 매끄러움은 없지만, 형태와 무게, 손잡이의 위치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우선.”엘로디아가 말했다.“제가 설명하기 전에 그냥 들어보세요.”“어떻게 잡으라고도 하지 않고?”“네.”“지난번에는 자세를 잡아줬잖나.”“그게 문제였을 수도 있어서요.”엘로디아는 이번에 일부러 손을 뒤로 뺐다.“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잡게 하면 제 잔이 편한지 확인하는 게 아니라 고문님이 제 설계에 맞춰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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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지킬 수 없다면, 먼저 깨질 곳을 봅니다

질의서를 제출한 뒤 답이 돌아오기까지 십 분.짧다면 짧고, 두 시간짜리 회의 안에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후보들은 그동안 손에 쥔 자료만으로 다섯 사업을 다시 나눴다. 당장 하지 않으면 사람이 다치거나 손실이 커지는 것, 일부 규모를 줄여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 시행 시기를 나눌 수 있는 것.엘로디아는 종이 한가운데 선을 그었다.필수. 조정 가능. 확인 필요.셀레스트가 옆에서 그걸 보더니 물었다.“그릇 검사하니?”“비슷하게 생각해보려고.”“예산이랑 그릇이?”“금이 갔다고 다 버리는 건 아니잖아. 반대로 겉이 멀쩡하다고 계속 써도 되는 것도 아니고.”엘로디아는 북부 겨울 도로 보수 사업을 짚었다. “예를 들어 여기. 전 구간을 다 보수하면 좋겠지만 돈이 부족하잖아. 그러면 어느 구간을 안 고쳤을 때 실제로 도로가 끊기는지를 봐야 할 것 같아.”맞은편의 후보가 자료를 넘겼다.“북부 도로는 세 구간이네요. 산악로, 광산 연결로, 북부 곡물창고 연결로.”“전부 같은 상태는 아니고요.”“산악로가 제일 오래됐어요.”누군가가 바로 말했다.“그럼 거기부터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엘로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오래됐다는 건 사실이다.그런데 오래됐다는 것과 지금 가장 위험하다는 건 같은 말이 아니다.셀레스트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손가락으로 표를 두드렸다.“통행량은 광산 연결로가 두 배야.”“하지만 산악로가 무너지면 마을 세 곳이 고립됩니다.”“그럼 또 달라지지.”한마디씩 의견이 붙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다섯 사업 중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회의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부 자료를 보기 시작하자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사업 하나를 통째로 살리고 다른 하나를 버릴 필요는 없었다. 한 사업 안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부분과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부분이 섞여 있었다.엘로디아가 펜을 들었다.“사업 단위로 깎지 말고 공정 단위로 나누면 어때요?”“공정?”“도로 보수도 전 구간이 아니라 붕괴 위험 구간부터. 진료소도 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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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으로 받은 첫 번째 주문입니다

페르난 디오르가 도착하기 전까지 엘로디아는 완성된 찻잔을 세 번이나 닦았다.닦을 필요는 없었다.이미 깨끗했다.그런데도 한 번 닦고, 빛에 비춰보고, 다시 내려놓았다가 또 들었다.첫 번째 초벌 시제품.두 번째 초벌 시제품.그리고 완성품.세 개를 나란히 놓으면 변화가 더 잘 보였다. 첫 번째 손잡이는 중지를 받쳐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 아래쪽 곡선이 길었다. 두 번째는 그 길이를 줄이고 접촉점을 짧은 면으로 바꿨다. 완성품은 거기에서 입술이 닿는 전을 조금 더 얇게 다듬고, 실제 사용 때 시선이 머물지 않도록 장식을 완전히 덜어냈다.새하얀 잔.눈에 띄는 문양도 없다.금도.황실 문장도.없다.그런데 엘로디아는 지금까지 자기가 만든 그릇 가운데 이 잔이 꽤 마음에 들었다.“또 보고 계세요?”로제가 물었다.엘로디아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검사하는 거야.”“제가 보기엔 십 분 전에도 검사하셨는데요.”“십 분 사이에 뭐가 생길 수도 있잖아.”“가만히 놓여 있던 잔에요?”“유약의 미세 균열은 냉각 후에도 나타날 수 있어.”“그럼 오 분 뒤에도 보시겠네요.”“……한 번 정도는.”로제가 웃음을 참았다.엘로디아는 못 들은 척 찻잔을 돌렸다.손잡이 접합부.이상 없음.유약 표면.미세 기포 하나.이미 기록했다.사용에는 영향 없음.굽.안정적.타음.정상.그래도.오늘은 자기 검사가 끝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아니었다.주문자가 쓴다.실제 차를 담는다.책을 읽고.내려놓고.다시 든다.그때까지.완성이 아니다.“영애.”“응.”“긴장되세요?”“아니.”로제가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엘로디아가 입술을 다물었다.“……조금.”사실.도공 시험 때보다 이상하게 더 긴장됐다.시험은 심사위원이 점수를 준다.이번에는.돈을 준 사람이 판단한다.무엇보다 이건 자기가 자격을 얻은 뒤, 엘로디아 르메르라는 이름으로 받은 첫 주문이었다.황태자의 도움으로 들어온 주문도 아니다.황태자비 후보라서 받은 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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