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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화 [바뀐 옷] - 2 -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4:42:18

임가의 시신이 나왔다는 말은 사흘도 안 되어 도성 안까지 돌았다.

영안공 쪽에서 그것을 거두어 조사한다는 말도 함께 돌았다.

영안궁 대문 앞에 아이 하나가 나타난 것은 그 무렵이었다.

문지기가 처음 쫓아냈다. 이튿날 또 왔고, 또 쫓겨났다. 사흘째 되던 날에는 담 모퉁이에 앉아 있다가 발견되었다.

"임가 일을 묻는다 합니다."

백우가 고했다.

"그 집 시신을 여기서 거뒀느냐고요. 며칠째 근처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몇 살쯤 되나."

"열 살 안팎으로 보입니다."

백우가 잠시 멈췄다.

"행색이…… 오래 밖에서 지낸 아이입니다."

—

아이는 마르고 더러웠다. 발에 신은 것은 짝이 맞지 않았고, 손등이 트다 못해 갈라져 있었다.

들어와 앉으라 해도 문턱 안쪽에서 더 들어오지 않았다. 무릎에 손을 얹고, 등을 곧게 편 자세였다. 그 자세만은 거리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서리가 물었다.

아이가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답했다.

"임준연입니다."

—

준연을 데리고 간 것은 이튿날 아침이었다.

거적을 걷기 전에 이겸이 아이 앞에 섰다.

"보지 않아도 된다."

준연은 고개를 저었다.

"봐야 합니다."

거적이 걷혔다.

아이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만 무릎이 먼저 꺾였다. 흙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손을 뻗지도 못하고 그 앞을 보고만 있었다.

한참 뒤에야 목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는 소리라기보다는, 숨이 걸려 나오는 소리에 가까웠다.

서리는 다가가지 않았다. 이겸도 그랬다. 아이가 다 울 때까지 아무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해가 제법 올라온 뒤에야 준연이 소매로 얼굴을 닦고 일어섰다.

"어머니 것부터 물으실 겁니까."

아이가 먼저 말했다.

"제가 임가 사람이 맞는지."

"그래야 한다."

서리가 답했다.

"네게 미안한 일이다."

"괜찮습니다."

—

아이는 묻는 것마다 답했다.

집 안마당에 우물이 있었고 그 옆에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는 것. 아버지가 서책을 넣어두던 궤가 안방 뒤편에 있었고, 밑판이 하나 떨어져 그 아래 서찰을 감춰두곤 했다는 것. 어머니가 쓰던 반짇고리 안쪽에 이름 첫 자를 새겨두었다는 것.

바느질방에서 확인한 것과도 맞았고, 빈집을 살피고 온 자들의 말과도 맞았다.

서리가 향낭을 내밀었다.

준연은 그것을 받아 들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손끝이 문양 위에서 몇 번 멈췄다.

"어머니 것입니다."

아이가 말했다.

"허리끈에 차고 다니셨습니다. 안쪽에 솜을 한 겹 더 넣으셨는데, 그건 어머니 버릇이었습니다."

서리는 향낭 안쪽을 뒤집어 확인했다. 삭은 실 아래로, 겹쳐 넣은 솜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준연이 거적 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저 아이는 제가 아닙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준연이 아주 낮게 말했다.

백우가 곧바로 다시 살피러 나갔다. 돌아온 뒤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옷은 임가 것이 맞습니다. 다만 남은 몸피가 그 옷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팔 길이도 맞지 않고, 품도 지나치게 큽니다."

"그 아이 옷에 무릎 쪽 수선 자국이 있었습니까."

준연이 물었다.

"……있습니다."

"제 옷입니다. 지난가을에 넘어져서 어머니가 대주셨습니다."

준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 애는 그날 그걸 입고 있었습니다."

—

그날 아침에도 서책을 펼쳐놓고 있었다고 했다.

글이 지겨웠다.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났고, 마당 쓸던 또래 하인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늘 하던 대로 옷을 바꿔 입자고 했다. 그 아이가 자기 자리에 앉아 있고, 자기는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해본 일이었고, 들킨 적도 있었지만 크게 혼난 적은 없었다.

그날은 조금 늦게 돌아왔다.

돌아왔을 때 대문이 열려 있었고, 마당이 조용했다.

"제가 그 애 옷을 입고 있어서,"

준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 애가 제 옷을 입고 있어서요."

서리는 그 말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았다.

"네 탓이 아니다."

"제가 나가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너도 저기 누워 있었을 것이다."

서리가 말을 끊었다. 목소리가 낮았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그 아이를 죽인 건 옷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사람 손에 죄가 있지, 네 손에 있는 것이 아니야."

준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소매를 움켜쥔 손이 한참 동안 풀리지 않았다.

—

그 손이 풀린 것은 한참 뒤였다.

"그날 사람들을 봤습니다."

준연이 말했다.

이겸이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였다.

"어디서 보았느냐."

"담 밖에서요. 안이 이상해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옆집 담 아래 숨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손끝으로 바닥을 짚었다.

"얼굴은 잘 못 봤습니다. 다들 등을 지고 있었고, 저는 무서워서 오래 보지도 못했고요."

"그럼 무엇을 보았나."

준연이 잠시 눈을 감았다.

"손을 기억합니다."

아이가 제 왼손등을 움켜쥐었다.

"여기서부터 팔까지, 전부 불에 덴 자국이 있었습니다. 소매가 걷혔을 때 다 보였습니다."

"그자를 전에도 본 적이 있느냐."

"예. 가끔 오던 사람입니다."

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를 찾아왔었습니다. 그때도 그 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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