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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이혼 전 금욕주의: Capítulo 31 - Capítulo 40

124 Capítulos

31화

대답과 동시에 공기가 꺾였다. 재하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서인의 허리를 틀어쥐었다. 실크 로브의 매듭이 풀리고, 거칠게 걷어내린 옷감 아래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걸 확인한 재하의 입꼬리가 낮게 휘어졌다. “작정을 하고 왔네.” 탁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뜨거운 손바닥이 곧장 서인의 가슴을 쥐어짜듯 움켜쥐자, 팽팽하게 솟은 유두가 손가락 사이로 파묻혔다. 서인의 입술 사이로 참지 못한 숨이 터졌다. “어떻게 참았대, 우리 와이프.” 밀려난 허리가 단단한 원목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다. 반사적으로 뒤를 짚은 손바닥 아래에서 파일철이 밀려 떨어지고, 그 옆에 놓여 있던 두꺼운 책 두 권도 연달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종이와 책이 흩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서재를 울렸다. 서인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 재하 씨, 다 떨어져요.” “씨발, 지금 그게 문제야?” 바닥을 향하는 시선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재하가 책상 위에 앉은 서인의 무릎을 억세게 벌려 세웠다. 흥분으로 잔뜩 젖어 움찔거리는 서인의 은밀한 입구를 진득하게 응시하던 재하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여 그곳을 혀로 훅 훑어내렸다. “아아…… 재하 씨, 흣……!” 부드럽고도 거친 재하의 혀가 가장 민감한 중심부를 짓이기듯 핥아 내리고 안쪽을 찔러올렸다. 서인의 허리가 반사적으로 들썩이자 재하가 양손으로 골반을 틀어쥐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어 놓은 채였다. “하아…… 아, 잠깐…….” 가쁜 숨이 잘게 끊겼다. 아랫배 깊은 곳에서 치솟은 열감이 단숨에 번졌다. 시야가 하얗게 흐려지며 서인이 왈칵 애액을 쏟아냈다. 허리를 비튼 채로 서인은 한동안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 재하가 흐트러진 서인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다 쌌어요?” 서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숨이 채 잦아들기도 전이었다. 재하가 홈웨어 바지를 벗어 던지고 그대로 젖은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평소의 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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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재하는 물러서지 않았다. 허리를 감싼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서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잠깐…….” 재하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서인은 하던 말을 그대로 삼켰다. 잠시 멎었던 재하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조금 전처럼 급하게 몰아붙이지 않았다. 속도를 늦춘 대신 한 번 한 번의 움직임이 훨씬 집요해졌다. 급하게 흐트러졌던 호흡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시선은 전보다 더 끈질기게 서인에게 붙어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칼과 벌어진 입술. 열이 오른 뺨과 아직 제대로 초점을 잡지 못한 눈동자까지. 재하는 그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그러다 서인의 허리를 감싸 그대로 들어 올렸다. 힘이 풀린 다리가 반사적으로 재하의 허리를 감았다. 재하는 서인을 안은 채 서재 한쪽의 전면 유리벽 앞으로 걸어가 몸을 바짝 붙였다. 밤이 내려앉은 유리는 선명한 거울처럼 두 사람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등이 차가운 유리면에 닿자 서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 “봐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렸다. 재하의 손이 서인의 턱을 잡아 정면으로 돌렸다. 서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거울 속에 낯선 얼굴이 있었다. 땀에 젖은 잔머리가 뺨에 붙어 있었고, 눈동자는 완전히 풀려 있었다. 붉어진 입술 사이로 아직 가쁜 숨이 새어 나왔다. 서인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시선을 피하려던 순간, 허리를 붙든 재하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제야 서인은 자신의 뒤에 비친 남자를 봤다. 재하 역시 멀쩡하지 않았다. 반듯하게 넘겨져 있던 검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흐트러져 이마 위로 내려와 있었다. 눈가에는 열이 올라 있었고, 숨을 삼킬 때마다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재하가 한참 서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서인.” “……왜요.” “이런 얼굴을 하고 뭐?” 서인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재하의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금욕?” “…….” “지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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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오전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삼십 분 넘겨 끝났다. 회의실에 남은 사람들은 노트북을 덮지 못한 채 자료를 다시 넘기고 있었다. 서인은 화면에 띄워진 자금 계획표를 한동안 바라봤다. 이번 달 안으로 들어오기로 했던 자금 일부가 다음 달로 밀렸다. 매각 협상 중인 자산 하나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다시 가격을 낮춰왔다. 처음 제시했던 금액보다 십 퍼센트 가까이 빠진 숫자였다. 재무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조건은 어렵습니다.” 서인은 자료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진행하세요.” “전무님.” “일정 더 밀리면 다음 달 상환 계획부터 다시 짜야 돼요.” 재무팀장이 잠시 말을 골랐다. “그래도 십 퍼센트는 너무 큽니다. 회장님이 아시면…….” “제가 말씀드릴게요.” “차순위하고 다시 협상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서인은 펜 끝으로 다음 달 상환 일정을 짚었다. “지금은 가격보다 시간이 중요해요.” “…….” “오늘 안으로 조건 정리해서 다시 올려주세요.” 재무팀장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서인은 한동안 자리에 남아 있었다. 십 퍼센트.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먼저였다. 마지막 자료를 정리하던 중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권재하였다. [오늘 저녁 늦습니다.] 서인은 화면을 내려다봤다. 각자 일정이 달라 저녁을 같이 먹지 못하는 날이면 종종 오가던 연락이었다. [네.] 전송된 메시지 아래로 읽음 표시가 붙었다. 그게 전부였다. 서인은 휴대전화를 뒤집어놓고 다시 자료를 봤다. “전무님.” 문 앞에서 비서가 불렀다.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 회장실 문을 열었을 때 한정호는 소파에 앉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서인이 맞은편에 앉자 그가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회의는.” “방금 끝났어요.” “매각 건은?” “가격 다시 낮춰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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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이게 뭐예요.” “이촌동.” 서인은 첫 장을 넘겼다. 한성이 보유한 이촌동 복합개발 부지에 관한 자료였다. 오래전부터 한성이 보유하고 있던 땅이었다. 개발 계획이 몇 번 변경되면서 착공이 미뤄졌지만 입지가 좋아 매각 후보에 올릴 때마다 내부 반대가 컸던 자산이었다. 몇 장을 더 넘겼다. 매각 제안서가 아니었다. 공동개발 사업 검토안. 한성이 부지와 사업권을 내놓고, 우진이 개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였다. “이촌동을 왜 우진이랑 해요.” “안 팔려고.” 서인이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요?” “너는 있는 거 팔아서 막을 생각이고.” 한정호가 서류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나는 안 팔고 막을 생각이야.” “그래서 우진 돈을 받겠다고요?” “투자야.” “그게 지금 무슨 차이가 있어요.” “많이 다르지.” 한정호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촌동 팔면 한 번 받고 끝이야. 개발 들어가면 얼마짜리가 될지 알면서 그걸 지금 던져?” “그러니까 다른 자산 팔고 있잖아요.” “그것도 십 퍼센트씩 깎여가면서.” 서인의 입이 다물렸다. “우진이 자금 넣고 우리는 부지랑 사업권 넣는다. 개발 이익은 지분대로 가져가고.” 한정호가 서류를 한 장 넘겼다. “급한 돈 막자고 앞으로 돈 벌 물건까지 다 팔아치울 필요는 없다는 얘기야.” 서인은 다시 자료를 봤다. 대충 훑어봐도 한성에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매각보다 나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재하 씨한테 연락했어요?” “했다.” 서인이 서류를 덮었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돈 빌려달라고 안 했어.” “결국 우진 돈 들어오는 건 똑같잖아요.” “그럼 투자받는 회사는 다 돈 빌리는 회사냐?” “아버지.” “사업성이 있으니까 제안한 거야. 저쪽도 돈 될 것 같으면 들어오는 거고.” 서인은 말이 없었다. 한정호가 그녀를 바라봤다. “왜.” “이거 하지 마세요.” “이유는.” “우진이랑 엮지 말라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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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제가 뭘 착각하는데요.” 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아니면 됐고.” “…….” “서인 씨가 걱정할 일 없겠네요.” 끝까지 얄미운 말투였다. 서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끊어요.” “그래요.” 통화가 끊겼다. 복도에 서 있던 서인은 휴대전화를 내렸다. 뭐. 내가 뭘 착각했다고. 미간을 찌푸린 채 사무실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일 알림이 떴다. 발신자를 확인한 서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우진그룹 전략기획실. [이촌동 복합개발 공동사업 관련 자료 요청] 메일을 열자 우진 내부 검토에 필요한 자료가 항목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토지 관련 서류부터 기존 개발계획안, 예상 사업비와 인허가 현황, 한성이 보유한 사업권에 대한 자료까지 꽤 구체적이었다. 아직 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면서 일 처리는 빨랐다. 통화를 끊은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았다. 서인은 휴대전화를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대신 내선 전화를 들었다. “재무팀에 이촌동 자료 전부 요청해 주세요. 개발계획안은 가장 최근 수정본으로요.” 전화를 끊고 아버지가 내밀었던 사업안을 다시 펼쳤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숫자만 봤다. 토지가액과 예상 사업비, 한성과 우진이 각각 부담해야 하는 출자금, 자금이 들어오는 시기와 개발 이후 예상되는 수익까지 차례로 대조했다. 한쪽에 유리한 조건이 다른 쪽의 손해로 이어지는 구조인지도 다시 확인했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나 재무팀에서 요청한 자료가 넘어왔다. 서인은 기존에 한성에서 검토했던 개발계획안까지 함께 띄워 놓고 다시 수치를 맞췄다. 결론은 하나였다. 나쁘지 않다는 것. 아니, 한성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조건이었다. 급한 자산을 제값보다 싸게 팔아 당장의 상환 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나았다. 이촌동 부지를 그대로 보유하면서 필요한 개발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고,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지금 포기해야 할 미래 수익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한성의 급한 불을 꺼주는 구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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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서인의 손가락이 천천히 말려들었다. 한동안 재하를 바라보던 서인이 먼저 움직였다. 한 걸음. 두 걸음. 재하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왜요.” 대답 대신 서인은 손을 뻗어 재하의 목덜미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대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입술이 세게 부딪쳤다. 재하의 고개가 조금 밀렸다. 서인은 놓아주지 않았다. 목덜미를 쥔 손에 힘을 준 채 다시 입술을 맞췄다. 숨을 들이쉴 틈도 주지 않고 혀를 밀어 넣었다. 재하의 짧은 숨이 입술 사이로 흩어졌다. 아랫입술을 깨물자 가만히 받아주던 재하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곧 허리에 손이 닿았다. 서인이 한 번 더 목덜미를 끌어당기는 순간, 재하의 팔이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 몸이 들렸다.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 서인은 반사적으로 재하의 목에 팔을 둘렀다. 허리를 받치던 손이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몸이 바짝 맞붙었다.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얽힌 숨 사이로 젖은 소리가 섞였다. 재하는 서인을 안은 채 그대로 침대로 향했다. 등이 매트리스에 닿자 서인은 곧장 재하의 티셔츠 밑단을 잡아 올렸다. 재하가 팔을 빼내며 검은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어 던졌다. 맨살이 맞닿았다. 서인의 손바닥이 단단한 가슴팍을 훑어내려 허리께로 미끄러졌다. 재하의 손도 잠옷 자락 안으로 파고들었다. 뜨거운 손바닥이 허리를 움켜쥐고 등을 타고 올라왔다. “하아…….” 입술 사이로 얕은 신음이 흘렀다. 등 뒤에 닿은 손이 익숙하게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서인은 말려 올라가는 잠옷을 직접 벗어 던졌다. 다시 몸이 겹쳤다. 재하의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왔다. 젖은 혀끝이 피부를 훑고 쇄골 아래를 강하게 빨아들이자 서인의 턱이 들렸다. “아……!” 손끝이 재하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내려와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눈이 마주쳤다. 서인이 먼저 그의 허벅지를 끌어당겼다. “빨리…….” 재하의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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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서인은 재하를 한 번 흘겨보고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주워 입는 동안에도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오늘은 몇 시 출근이에요?” “여덟 시요.” 재하가 침대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시간을 확인했다. “늦겠네.” “서둘러야죠.” 서인은 단추를 잠그며 침대 아래로 발을 내렸다. 재하는 일어날 생각이 없는지 여전히 누워 있었다. 마지막 단추까지 잠근 뒤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챙겼다. 테이블 위에는 어젯밤 가져온 이촌동 사업안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것까지 집어 들고 문으로 향했다. “서인 씨.” 문고리를 잡았던 손이 멈췄다. “왜요.” “그거.” 재하가 눈도 뜨지 않은 채 침대 아래를 가리켰다. 서인의 시선이 그쪽으로 따라 내려갔다. 검은 팬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서인은 말없이 허리를 숙여 팬티를 집었다. 손안에 대충 구겨 쥔 뒤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았다. *** 오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책상 위에 처음 보는 서류가 놓여 있었다. 서인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첫 장을 넘겼다. 이촌동 복합개발 공동사업. 며칠 전까지 검토안으로 오가던 문서에서 어느새 ‘검토’라는 두 글자가 빠져 있었다. 그 아래로 양사 협의를 위한 실무진 구성과 향후 일정이 이어졌다. 토지와 사업권은 한성에서, 개발자금은 우진에서 출자한다. 세부 출자 비율과 사업 주체, 의사결정 구조는 양사 협의를 통해 확정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서인은 몇 장을 빠르게 넘겼다. 재무와 전략, 법무, 개발까지 각 부서에서 들어온 이름이 빼곡했다. 한성 내부에서 검토하던 일이 불과 며칠 사이 양사가 함께 움직이는 사업으로 넘어가 있었다. 그때 내선 전화가 울렸다. “네.” ― 상무님, 회장님께서 잠깐 올라오시랍니다. 서인의 손이 서류 위에서 멈췄다. “지금요?” ― 네. “알겠어요.” 수화기를 내려놓은 서인은 펼쳐둔 보고서를 덮었다. ***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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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수요일 오후 1시 50분. 서인은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놓인 자료부터 펼쳤다. 오전에 마지막으로 수정된 안이었다. 맞은편에서는 전략기획팀 직원이 노트북을 연결하고 있었고, 재무팀장은 옆자리 임원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긴 테이블 위에는 생수와 필기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서인은 표시해둔 조항을 다시 확인했다. 출자 구조와 사업 주체, 의사결정권. 오늘 안에 양사가 어느 정도까지 합의할 수 있을지는 마지막 항목에 달려 있었다. “상무님, 우진 쪽 도착했습니다.” 자료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잠시 후 회의실 문이 열리고 우진그룹 직원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명함을 건네고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재하가 들어왔다. 서인의 시선이 잠시 그쪽에 머물렀다. 어젯밤에는 식탁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고, 그 전날 아침에는 흐트러진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남자였다. 지금은 짙은 색 정장에 넥타이까지 흐트러짐 없이 매고 있었다. 곁에 붙은 직원이 무언가를 설명하자 재하는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건네받은 서류를 훑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넨 건 재하였다. “안녕하세요.” 서인도 똑같이 대답했다. 그게 전부였다. 재하는 우진 측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찾아갔다. 서인과는 대각선으로 꽤 떨어진 자리였다. 두 사람 사이로 긴 테이블과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들어찼다. 정각 두 시가 되자 회의실 문이 닫혔다. *** 이미 양사 실무진 사이에서 몇 차례 자료가 오간 만큼 사업 자체에 대한 설명은 길지 않았다. 출자 구조를 시작으로 사업 주체와 의사결정권까지, 사전에 정리된 안건이 차례대로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한성 측 전략기획 담당 임원이 자료를 넘겼다. “토지와 사업권을 한성에서 출자하는 만큼 주요 사업계획 변경에는 한성 측 사전 동의를 전제로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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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휴식이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둘 회의실로 돌아왔다. 서인은 다 마시지 못한 라떼를 자료 옆으로 밀어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재하는 우진 측 임원이 건넨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조금 전과 다를 것 없는 얼굴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회의실 문이 다시 닫혔다. *** 남은 건 자금 집행과 관련된 권한 문제였다. 우진 측에서는 실제 투자금 집행을 맡는 만큼 일정 범위 내에서 집행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한성에서는 그 범위를 쉽게 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 정도까지 우진 측 결정으로 두기는 어렵습니다.” 한성 측 재무 담당 임원이 난색을 보였다. “단독 결정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승인권과 집행권은 다른 문제니까요.” “결국 한성 자산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대화가 길어졌다. 서인은 해당 조항을 다시 읽었다. 앞뒤 페이지까지 확인한 뒤 펜 끝으로 한 줄을 그었다. “그건 우진 쪽 의견대로 가죠.” 한성 쪽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모였다. “상무님.” “투자금 집행 책임이 우진에 있으니까요. 이 범위까지 한성이 건별 승인권을 가지는 건 맞지 않습니다.” 재무 담당 임원이 잠시 생각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최소한 사전 협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협의 조항은 남기고요.” 서인은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승인권만 빼죠. 대신 분기별 집행 내역은 한성에도 전부 공유하는 걸로 하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서인은 다음 조항으로 시선을 옮겼다. 맞은편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재하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건 잠깐이었다. 재하는 먼저 자료로 시선을 내렸다. “그렇게 받겠습니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났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간 뒤에도 회의는 한동안 이어졌다. 서인은 필요한 부분에서만 말을 보탰다. 우진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무조건 반대하지 않았고, 한성에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요구를 밀어붙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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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목요일 오후. 퇴근 시간을 조금 앞두고 서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착했어요.] 짧은 메시지를 확인한 서인은 열어두었던 파일을 저장했다. 책상 위에 펼쳐둔 서류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익숙한 차가 본사 앞에 서 있었다. 기사가 뒷문을 열었다. “오셨습니까, 사모님.” “안녕하세요.” 서인이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에는 재하가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태블릿을 올려둔 채 메일을 확인하던 그가 서인이 옆에 앉자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 “왔어요?” “네.” 문이 닫히고 차가 출발했다. 재하는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내렸다. 서인도 휴대전화를 꺼내 밀린 메시지를 확인했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신호에 걸린 차가 멈췄을 때였다. “귀걸이 잘 어울리네.” 서인의 손이 무심코 귓가로 올라갔다. “이거요?” “네.” “어머님이 주신 거예요.” “알아요.” 서인이 그를 돌아봤다. “어떻게 알아요?” “내가 계산했으니까.” 서인의 손이 귀걸이에서 멈췄다. “재하 씨가 고른 건지 몰랐어요.” 재하가 그제야 태블릿에서 시선을 들었다. “계산만 했다고요.” 서인이 잠시 그를 바라봤다. 결혼하고 첫 생일에 받은 귀걸이였다. 그날 윤경이 직접 건네주었고, 서인은 당연히 그녀가 혼자 준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손끝으로 귀걸이를 한번 만졌다. 차가 다시 움직였다. *** 전시장 입구에는 윤경과 태준이 먼저 와 있었다. 차에서 내린 서인이 가까이 다가가자 윤경의 눈매가 금세 부드러워졌다. “어머님.” “왔어?” 윤경이 자연스럽게 서인의 손을 잡았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 우리도 방금 왔어.” 옆에 서 있던 태준이 서인을 보았다. “왔니.” “아버님.” “그래.” 태준은 평소처럼 짧게 인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경이 문득 서인 뒤를 살폈다. “재하는?” “재하 씨도 왔어요.” 그제야 윤경의 시선이 서인 뒤로 넘어갔다. 재하가 느긋하게 걸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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