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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이혼 전 금욕주의: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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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도윤 씨.” 서인이 그를 불렀다. 그때 뒤따라오던 태준과 재하도 가까워졌다. 도윤이 먼저 태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차 변호사. 오랜만이군.” “그러게요. 한동안 뵐 일이 없었습니다.” “좋은 일이지. 변호사 볼 일이 없었다는 건.” 도윤이 웃었다. “그런 셈이네요.” 태준과 인사를 마친 도윤이 재하를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권 대표님.” “안녕하세요.” 짧게 인사가 오갔다. 윤경이 서인과 도윤을 번갈아 보았다. “둘이 회사 일로 몇 번 봤댔지?” “네.” 서인이 대답했다. 도윤도 정중하게 말을 보탰다. “몇 번 뵀습니다.” “그래. 한성 일을 차 변호사가 몇 번 맡았었지.” “네.” 태준이 도윤을 보며 물었다. “차 변호사는 좋은 소식 없나?” 도윤이 웃었다. “하하. 아직 없습니다.” 윤경도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지. 누가 데려갈지 모르겠네. 이렇게 멋있는데.” “과찬이십니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네. 없습니다.” 도윤은 잠시 웃었다. “이제 저도 만나봐야죠.” “그래요. 그래야지.” 윤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가 도윤을 한번 바라봤다. 잠깐이었다. 도윤은 여전히 윤경을 향해 웃고 있었다. “저는 일행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그래요. 천천히 보고 가요.”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도윤은 태준과 윤경에게 먼저 인사한 뒤 재하에게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권 대표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마지막으로 서인을 보았다. “서인 씨도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도윤은 그대로 돌아섰다. 서인도 곧 시선을 거두었다. “갈까?” 윤경이 말했다. “네.” 네 사람은 다시 작품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전시장을 나왔을 때는 밖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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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금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서인은 현관 앞에 서서 신발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재하가 물었다. “뭐 해요?” “구두요.” “무슨 구두.” “어제 신었던 거요. 기사님이 올려다주신다고 했는데.” 재하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 하고 짧게 말했다. “그 거지 같은 신발.” 서인이 돌아봤다. “……네?” “버리라고 했는데.” “뭘요?” “그 구두.”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남의 구두를 왜 마음대로 버려요?” “신을 때마다 피 보는데 그걸 또 신어요?” “그거 비싼 건데.” “새로 사요.” 재하는 대수롭지 않게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내 카드 줄 테니까.” “됐네요.” 서인은 신발장 문을 닫았다. 하여간 권재하는 뭐든 돈이면 해결되는 줄 알았다. *** 오랜만에 맞는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토요일 아침, 외출 준비를 마친 서인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조금 전 윤경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서인아, 미안해서 어떡하니. 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오늘 오후 함께 보기로 했던 발레 공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어머님.] 답장을 보내자 곧 전화가 걸려왔다. “네, 어머님.” “혼자 갈 거야?” “네.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서요.” “오랜만에 서인이랑 둘이 데이트하는 건데. 너무 아쉽네.” 서인이 작게 웃었다. “데이트는 언제든 할 수 있어요, 어머님. 빨리 일 보세요.” “다음에는 내가 더 좋은 거 예매할게.” “네. 다녀와서 연락드릴게요.” 윤경과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현관까지 내려온 서인은 차 키를 찾다가 손을 멈췄다. 키가 없었다. 그제야 어제 비서실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차량을 정기 점검에 맡겼고 월요일 오전에나 돌아온다고 했었다. 비서실에 연락하면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주말이었다. 그들에게도 가족은 있을 테니까. 서인은 거실을 돌아봤다. 재하는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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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재하의 표정이 굳었다. “…….” “내가 잘못 끼어든 거예요.” 재하가 서인을 봤다. 잠깐의 정적 끝에 재하는 상대 운전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허리를 조금 숙였다. 조금 전까지 몰아붙이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깔끔한 사과였다. 상대 운전자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수리는 걱정하지 마시고요.” “보험사에서 처리해 주신다고 해서…….” “렌트 필요하시면 하세요.” 재하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 “병원도 한번 가보시고.” “아뇨. 저는 진짜 괜찮습니다.” “그래도 검사받으실 건 받으세요.” “아, 네…….” “불편한 부분 있으면 여기로 연락하시고요.” 상대 운전자가 명함을 받아 들었다. 서인이 옆에서 작게 불렀다. “재하 씨.” “왜요.” “그만해요. 부담스러워하시잖아요.” 재하가 상대방을 보더니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사고 처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재하의 기사가 가까이 다가왔다. “대표님, 자택까지는 어떻게 이동하시겠습니까?” 재하가 자신의 차를 가리켰다. “이거 타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기사가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서인이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저 갈 데 있다니까요.” “그러니까.” 재하가 운전석 문을 열었다. “내가 운전한다고.” “사고 한 번 났다고요?” “네.” “재하 씨.” “타요.” 이미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끌어낼 수도 없었다. 서인은 결국 반대편으로 돌아가 조수석에 탔다. 재하가 시동을 걸었다. “그래서. 목적지가 어디라고요?” “예술의전당이요.” 서인이 시간을 확인했다. 표정이 굳었다. “근데요.” “왜요.” “10분 남았어요.” 재하가 시계를 확인했다. “급해요.” 재하가 서인을 한번 봤다. “안전벨트, 했죠?” “했어요.” 마침 신호가 바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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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객석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조명이 한 차례 어두워진 뒤였다. 서인은 안내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 재하와 함께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아직 공연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두 사람의 자리는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중앙 쪽이었다. 자리에 앉은 서인이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다가 옆을 봤다. 재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프로그램북을 펼치고 있었다. 주변에는 재킷이나 원피스처럼 외출복을 갖춰 입은 사람이 많았다. 그 사이에 회색 후드 차림의 권재하가 앉아 있으니 유독 눈에 띄었다. “재하 씨.” “왜요.” “옷이 좀 튀네요.” 재하가 프로그램북에서 눈을 떼고 제 옷을 내려다봤다. “왜요. 쫓겨납니까?”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급하게 나온 사람한테 별걸 다 바라시네.” 서인은 대답하려다 말았다. 사고 현장에서부터 보고 있던 차림인데도 이런 곳에 나란히 앉아 있으니 새삼 낯설었다. 정장을 입은 권재하와 공연을 본다고 했다면 별다를 것도 없었을 텐데. 회색 후드를 입은 권재하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조금 이상했다. 곧 객석의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서인도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하는 한 가지를 알게 됐다. 한서인은 생각보다 발레를 꽤 좋아했다. 첫 장면부터 눈을 떼지 않더니 무용수가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에는 눈이 조금 커지기까지 했다. 조명을 받은 서인의 눈동자가 유난히 밝았다. 음악이 고조되며 무대 위의 움직임이 빨라질 때 서인은 저도 모르게 손끝으로 입술을 가렸다. 재하는 무대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옆을 봤다. 서인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재하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재하는 다시 무대를 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시선이 옆자리로 돌아갔다. 서인이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 정도였는데도 아까와는 얼굴이 달라 보였다. 저런 얼굴을 하고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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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토요일 저녁의 성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차가 골목으로 들어설수록 보행자가 많아졌다. 카페와 편집숍, 팝업스토어 앞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좁은 골목을 끊임없이 오갔다. 재하가 속도를 줄였다. “여기 무슨 축제해요?” “주말이잖아요.” “이 사람들 다 어디 가는데요.” “저도 모르죠.” 한 무리가 차 앞으로 지나갔다. 겨우 움직이려는 순간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사람들이 건너왔다. 재하가 다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 서인이 옆을 봤다. “재하 씨 좀 당황스럽죠, 지금.” “누가 그래요.” 그 순간 또 사람이 차 앞으로 지나갔다. 재하가 말없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서인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자 거리는 차 안에서 볼 때보다 더 복잡했다. 서인은 휴대전화를 보며 앞장섰다. 재하는 몇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 회색 후드와 조거 팬츠, 운동화까지 평범한 차림이었다. 그래도 눈에 띄었다. 지나가던 여자 둘이 재하를 힐끗 돌아봤다. 서인은 그 모습을 한번 보고 다시 휴대전화로 시선을 내렸다. “여기예요.”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식당 앞이었다. 재하가 간판을 올려다봤다. “여기?” “네.” “예약했어요?” “이런 데는 예약 안 받아요.” “그럼 그냥 들어가면 돼요?” “잠시만요.” 서인은 입구 옆 태블릿을 확인했다. “열두 팀 있네요.” 재하가 옆에서 화면을 내려다봤다. “뭐가요?” “우리 앞에요.” “…….” “예상 대기 시간이 40분이래요.” 재하가 가게 안을 봤다. 다시 입구에 늘어선 사람들을 봤다. “40분을 여기서 기다린다고?” “네.” “밥을 먹으려고?” “그냥 다른 데 갈까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재하가 다시 간판을 올려다봤다. “와보고 싶었다면서요, 여기.” “그렇긴 한데.” “그럼 기다리죠.” 생각보다 대답은 빨랐다. 서인이 그를 한번 봤다.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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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포토부스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둘이 나란히 앉자 어깨가 닿았다. 곧이어 화면에 카운트다운이 떴다. 3, 2, 1. 찰칵. 첫 번째 사진이 화면 구석에 작게 나타났다. 갈 곳 잃은 둘의 시선이 정면을 보고 있었다. 서인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우리 무슨 증명사진 찍어요?” “그럼 어떻게 찍어야 되는데요.” 다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화면 한쪽에 손가락 하트 모양의 포즈 안내가 떴다. 서인이 그걸 봤다. 재하도 봤다. 하지만 둘 다 움직이지 않았다. 찰칵. 두 번째 사진이 추가됐다. 서인이 결국 웃었다. “아니, 우리 무슨 머그샷 사진 찍냐고요.” “한서인 씨도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재하 씨가 할 줄 알았죠.” “내가 저런 걸 왜 합니까.” 화면에는 다시 숫자가 나타났다. 3, 2, 1. 서인의 웃음이 커졌다. 재하가 옆을 봤다. 그 순간, 찰칵. 세 번째 사진이 찍혔다. 서인은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 속 자신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었다. 재하는 그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재하 씨.” “왜요.” “카메라 봐요.” “보고 있었는데.” “아닌데?”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서인이 손을 뻗어 재하의 턱을 정면으로 돌렸다. “여기.” 재하가 어이없다는 듯 서인을 봤다. 찰칵. 촬영이 끝났다. 잠시 뒤 기계 아래에서 사진 두 장이 나왔다. 서인이 한 장을 집어 재하에게 내밀었다. “가져요.” “서인 씨 가져요.” “두 장 나왔어요.” “둘 다 가지면 되죠.” “똑같은 걸 두 장씩 왜 가져요.” 재하는 사진을 내려다보더니 순순히 받아 들었다. “그럼 줘요.” 서인은 남은 한 장을 가방 안에 넣었다. 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 식당에서 온 입장 알림이었다. *** 식당 안은 예상대로 좁고 시끄러웠다. 테이블마다 숯불이 놓여 있었고 고기 익는 냄새와 사람들 목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두 사람은 안쪽 작은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옆 테이블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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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월요일 아침부터 회의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서인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를 다시 넘겼다. 같은 숫자를 벌써 세 번째 보고 있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언제 통보받았어요?” “오늘 아침입니다.” 재무팀장이 대답했다. “최종적으로 인수 검토를 중단하겠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이유는요.” “시장 상황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서인의 손이 멈췄다. “지난주 금요일까지 문제없다던 곳에서요?” “네. 내부 투자심의에서 최종적으로 보류됐다고 합니다.” 서인은 다시 자료를 내려다봤다. 한성이 매각을 추진하던 비핵심 계열사의 지분이었다. 조건이 좋은 거래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성 쪽에서 상당 부분 양보했다. 지금 필요한 건 높은 가격보다 빠른 현금이었으니까. 지난주까지만 해도 협상은 거의 끝난 상태였다. 법무 검토를 마쳤고 상대가 요구한 자료도 전부 넘겼다. 남은 건 최종 계약뿐이었다. 그게 오늘 아침 깨졌다. “다른 후보는요.” “2순위와 다시 접촉 중입니다.” “가능성은?” 재무팀장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으로 충분했다. 서인이 자료를 덮었다. “얼마나 비어요.” 이번에는 자금 담당 임원이 입을 열었다. “이번 매각 대금이 예정대로 들어오는 걸 전제로 자금 일정을 맞춰놓은 상태라…….” “그래서 얼마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600억 안팎입니다.” 서인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한성의 규모를 생각하면 감당하지 못할 돈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이었다. 앞으로 들어올 돈이 아니라 정해진 날짜에 당장 쓸 수 있는 돈. 그게 없었다. “상환 일정 보여주세요.”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 주부터 돌아오는 일정이 빼곡하게 떠올랐다. 가장 가까운 만기부터 그 뒤에 이어질 금액까지. 한 군데가 막히자 뒤에 맞춰놓은 일정도 줄줄이 틀어져 있었다. “보유 현금으로 어디까지 가능해요?” “운영자금까지 건드리면 당장 돌아오는 건 막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요.” “……어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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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오후 늦게 이사회 결과가 올라왔다. 예상대로 반대는 있었다. 기존 협상가보다 8퍼센트 낮은 매각가가 끝까지 문제가 됐지만, 당장 그만한 현금을 마련할 다른 방법을 내놓은 사람은 없었다. 서인은 수정된 계약서를 마지막 장까지 확인했다. “통과된 거죠?” “네. 상대 측에서도 최종 조건 수락했습니다.” 재무팀장이 서류 한 장을 앞으로 밀었다. “계약은 목요일 오전으로 잡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서인은 결재란에 서명했다. 오전까지 비어 있던 자금 계획표의 한 칸이 채워졌다. 그 아래에는 아직 숫자가 몇 줄이나 더 남아 있었다. 펜 끝으로 다음 만기일을 짚었다. “이건요.” 재무팀장이 다시 자료를 펼쳤다. 서인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이것부터 봐요.” 하나가 끝났고, 바로 다음이었다. *** 회사를 나온 건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차가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평소에는 없던 작업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에 들어서고 나서야 안쪽에서 낮게 돌아가는 기계음까지 들렸다. 서인은 구두를 벗으며 위층을 올려다봤다. “무슨 일이에요?”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다가와 가방을 받아 들었다. “오후에 가사 직원이 발견했습니다. 2층 욕실 매립 배관 쪽에서 누수가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샜는데요?” “사모님 침실 드레스룸 쪽입니다.” 서인은 그대로 계단을 올랐다. 침실 앞에는 보양재가 깔려 있었고 드레스룸으로 이어지는 벽면의 목재 패널 일부가 뜯겨 있었다. 천장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마감재를 걷어낸 자리 아래로 제습 장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드레스룸 안에 있던 옷과 물건들도 대부분 다른 방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누수는 잡았습니다.” 작업자가 다가와 설명했다. “다만 내부가 완전히 마른 뒤에 마감을 다시 해야 해서 침실은 이틀 정도 사용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서인은 뜯겨 나간 벽면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게스트룸 쓸게요.” 옆에 있던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드레스룸 물건을 급하게 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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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서인은 재하를 빤히 바라봤다.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 조금 전 제 다리를 훑고 올라온 시선까지 생각하면 뜻을 모를 수가 없었다. “어떻게요.” 재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걸 물어?” “재워준다면서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재하가 웃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덮었다. “가요.” “어디를요.” “자러.” 의자를 밀고 일어난 재하가 서인 옆을 지나쳤다. 서인은 멀어지는 등을 잠깐 바라보다 그 뒤를 따라갔다. *** 침실로 돌아온 재하는 자연스럽게 협탁 앞으로 갔다. 손목에서 풀어낸 시계를 내려놓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목 아래부터 하나씩 느슨해지던 셔츠가 벌어지고, 마지막 단추까지 푼 재하가 그대로 옷을 벗었다. 단단하게 벌어진 어깨 아래로 잔근육이 선명하게 잡혀 있었다. 셔츠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거는 순간 등에서 팔로 이어지는 선이 길게 움직였다. 서인의 시선이 잠깐 그 위에 머물렀다. 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서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불을 걷었다. 재하도 굳이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자 잠시 뒤 물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럽게 다시 한 침대를 쓰게 됐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이 침대에서 같이 잔 게 한두 번도 아니었다. 서인은 아까 누웠던 자리로 들어가 베개에 머리를 댔다. 욕실의 물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다 멎었다. 문이 열렸다. 재하는 홈웨어 차림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나왔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아낸 뒤 침대 반대편으로 들어왔다. 서인은 천장을 바라봤다. 재하가 이불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잠시 후 그가 손을 뻗었다. 서인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다. 손이 협탁 위 조명 스위치에 닿았다. “불 끌게요.” “네.” 서인은 이불 안에서 손가락을 살짝 말아 쥐었다. 조명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서인은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옆에서 이불이 한번 스쳤다. 그게 끝이었다. 서인은 천장을 보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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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오전 9시를 조금 넘겨 입금 확인 메일이 도착했다. 서인은 화면에 찍힌 금액을 확인했다. 두 번째 인수 후보와 계약을 확정한 지 이틀 만이었다. 처음 예정했던 금액보다 8퍼센트 낮았다. 시간이 급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만기 건부터 처리하세요.” “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재무팀장이 서류를 챙기려는 사이 서인은 다음 장을 넘겼다. 다음 주 만기까지는 현재 현금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진행 중인 자산 매각 건은 실사가 밀려 있었다. 상대 측에서 제시한 일정은 다음 주 중순이었다. 서인은 자료에 적힌 날짜를 펜 끝으로 짚었다. “이 일정 당기세요.” 재무팀장이 자료를 내려다봤다. “상대 측에서는 다음 주 중반이 가장 빠르다고 했습니다.” “그쪽 일정에 맞출 상황 아니잖아요.” 서인은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겼다. “필요한 자료 오늘 다 넘기고, 실사 인력 더 붙여도 된다고 하세요. 우리가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부터 없애요.” “알겠습니다.” “기존 후보들도 다시 접촉하세요. 가격부터 맞추지 말고 실제로 언제 종결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고요.” “네.” “이번 건 들어왔다고 숨 돌릴 때 아니에요.” 서인이 자금 계획표를 앞으로 밀었다. “다음 주 지나면 또 만기 돌아옵니다. 그 전에 현금 더 만들어놔야 해요.”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안으로 다시 정리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오후 4시까지 주세요.” 팀장이 회의실을 나갔다. 서인은 다시 화면을 봤다. 오늘 빠져나갈 돈이 반영되자 확보한 현금은 금세 줄어들었다. 한 칸을 넘겼다. 다음 날짜가 나왔다. 서인은 펜을 들었다. ***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하자 밤 10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차가 대문 안으로 들어설 무렵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집 관리 직원에게 온 메시지였다. [침실 건조 작업은 내일 오전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후 상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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