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서인은 현관 앞에 서서 신발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재하가 물었다. “뭐 해요?” “구두요.” “무슨 구두.” “어제 신었던 거요. 기사님이 올려다주신다고 했는데.” 재하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 하고 짧게 말했다. “그 거지 같은 신발.” 서인이 돌아봤다. “……네?” “버리라고 했는데.” “뭘요?” “그 구두.”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남의 구두를 왜 마음대로 버려요?” “신을 때마다 피 보는데 그걸 또 신어요?” “그거 비싼 건데.” “새로 사요.” 재하는 대수롭지 않게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내 카드 줄 테니까.” “됐네요.” 서인은 신발장 문을 닫았다. 하여간 권재하는 뭐든 돈이면 해결되는 줄 알았다. *** 오랜만에 맞는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토요일 아침, 외출 준비를 마친 서인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조금 전 윤경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서인아, 미안해서 어떡하니. 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오늘 오후 함께 보기로 했던 발레 공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어머님.] 답장을 보내자 곧 전화가 걸려왔다. “네, 어머님.” “혼자 갈 거야?” “네.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서요.” “오랜만에 서인이랑 둘이 데이트하는 건데. 너무 아쉽네.” 서인이 작게 웃었다. “데이트는 언제든 할 수 있어요, 어머님. 빨리 일 보세요.” “다음에는 내가 더 좋은 거 예매할게.” “네. 다녀와서 연락드릴게요.” 윤경과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현관까지 내려온 서인은 차 키를 찾다가 손을 멈췄다. 키가 없었다. 그제야 어제 비서실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차량을 정기 점검에 맡겼고 월요일 오전에나 돌아온다고 했었다. 비서실에 연락하면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주말이었다. 그들에게도 가족은 있을 테니까. 서인은 거실을 돌아봤다. 재하는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