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서희의 눈이 멈췄다.잠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청담동 어디냐고, 두 사람이 지내는 집의 위치를 묻고 있었다. 아파트 이름이나 주소가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질문에 강수는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뭐?”강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내 집.”짧은 두 글자가 뒤늦게 의미를 만들었다.서희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강수에게 집은 오래도록 별 의미가 없는 장소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가 있는 집은 돌아가고 싶은 곳이 아니었고, 어머니가 떠난 뒤에는 더더욱 그랬다. 돈을 벌고 조직을 키운 뒤에는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저 자고, 씻고, 옷을 갈아입는 장소에 가까웠다.서희와 결혼하고 처음으로 달라졌었다.둘이 살 집을 직접 마련했고, 서희가 좋아할 만한 것으로 채웠다. 퇴근하면 돌아왔고 아침이면 같은 식탁에 앉았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정착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또 달라졌다.사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처음에는 산속의 별장이었고, 그다음에는 자신이 사준 청담동의 아파트였다. 집이 작다는 핑계로 더 넓은 곳을 골랐지만 정작 그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 건 강수 자신이었다.셔츠 한 장.구두 한 켤레.시계와 서류.그러다 양복이 늘고, 자신의 물건을 둘 방이 생겼다. 사라에게 주겠다고 했던 방은 어느새 자신의 서재가 되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사라가 냉장고를 뒤지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그곳이어서 돌아간 게 아니었다.사라가 있어서 돌아갔다.“주소 말고.”강수의 목소리가 낮게 내려앉았다.“내가 돌아가는 데.”서희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그게…… 사라라고?”“어.”망설임조차 없었다.그 대답이 서희의 가슴을 그대로 후벼 팠다.“그럼 나는?”강수의 눈빛이 무거워졌다.서희는 웃으려 했지만 입술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는 뭐였는데?”거실을 둘러봤다. 둘이 고른 가구가 있었고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들여놓은 식탁도, 강수가 서희를 위해 고른 침실도 그대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