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온 강수는 곧장 청담동으로 향했다.차 안은 조용했다. 라디오도 켜지 않았고, 평소처럼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앞만 봤다. 조금 전까지 서희와 마주 앉아 있었던 시간이 그대로 머릿속에 남아 있었지만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더는 숨길 수 없게 된 건 오히려 단순했다.서희가 알았다.자신과 사라의 관계도, 그게 작년부터 이어졌다는 것도, 따로 지내는 집이 있다는 사실까지.이제 남은 건 사라에게 말하는 일이었다.오늘 있었던 일을 숨길 생각은 없었다. 다만 서희의 감정이 가장 격해진 순간에 두 사람을 마주 세울 생각도 없었다. 자신이 먼저 정리할 것이 있었고, 사라에게도 자신이 직접 말해야 했다.신호가 바뀌었다.차가 다시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강수는 차량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어.”[오빠, 어디야?]“가는 중.”[얼마나 걸려?]강수가 내비게이션을 한번 봤다.“십 분.”[그럼 오는 길에 편의점 들러.]“왜.”사라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딸기우유랑 그냥 우유 사 와.]강수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둘 다?”[응.]“왜.”[딸기우유는 내가 먹을 거고.]잠시 뜸을 들인 사라가 아주 당연하게 덧붙였다.[그냥 우유는 초코볼에 타 먹게.]강수의 턱이 굳었다.며칠 전 소파에서 초코볼 한 봉지를 품에 안고 쉴 새 없이 집어 먹던 사라가 떠올랐다. 절반쯤 남았을 때 겨우 빼앗아 가장 높은 수납장 안쪽에 올려놓았는데, 기어코 찾아낸 것도 모자라 이제 우유에 말아 먹겠다는 소리였다.“안 돼.”[왜?]“많이 먹었어.”[며칠 전이잖아.]“그래도.”[내 초코볼인데?]강수는 대꾸하지 않았다.전화기 너머로 사라가 작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아니, 생각할수록 이상하네. 내가 내 돈 주고 산 초코볼을 오빠가 뺏어서 내가 못 닿는 데 올려놨잖아. 이건 횡포 아니야?]“시끄러워.”[그리고 우유에 말아 먹으면 맛있어.]“안 궁금해.”[오빠도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