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에서 민사라의 협상 참석을 요청했다는 말에 강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이번 출장에 사라를 데려가기로 결정한 뒤였다. 다만 상대 측에서 먼저 그녀를 지목했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이유는.” 정민이 메일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 통화한 담당자가 민사라 씨를 높게 평가한 것 같습니다. 계약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의사소통도 빠르니 가능하면 같은 담당자가 참석했으면 좋겠답니다.” 강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진행해.” “출장 인원은 회장님, 저, 박 부장, 민사라 씨까지 네 명으로 잡겠습니다.” “그래.” 다음 날 아침. 출근한 사라의 책상 위에는 일본 출장 일정표가 놓여 있었다. 파일을 펼친 그녀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2박 3일?” “네.” 정민이 대답했다. “짧다.” “출장입니다.” “일본까지 가는데 관광도 못 하고?” “놀러 가는 게 아니라니까요.” 사라는 아쉬운 얼굴로 일정을 살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현지 지사 미팅, 둘째 날 오전 거래처 협상과 현장 방문, 마지막 날 추가 협의 후 귀국까지 빽빽했다. “온천도 못 가겠네.” “시간 나면 혼자 가세요.” “실장님 같이 가요.” “싫습니다.” “왜요?” “사라 씨랑 쉬는 시간까지 붙어 있고 싶진 않습니다.” 사라가 피식 웃었다. “우리 이제 안 자니까 철벽 치는 거예요?” 정민의 손이 멈췄다. “회사에서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아무도 없잖아요.” “벽 너머에 회장님 계십니다.” 사라가 유리벽을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들으면 어때요. 우리 잔 것도 모르는데.” 정민은 대꾸하지 않고 출장 서류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 “일이나 하세요.” 그날 사라는 일본 측에서 보내온 자료를 다시 정리했다. 단순 통역만 맡을 생각은 없는 듯 계약 조건과 현지 공정 자료까지 파고들었고, 오후가 되자 정민의 책상 위에는 사라가 직접 정리한 예상 질문과 답변까지 올라왔다. 강수도 그 자료를 받아봤다. 첫 장부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