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전, 일본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사라는 창가에 기대 어젯밤 찍은 사진들을 넘겨보고 있었다. 음식 사진, 번쩍이는 간판, 골목에서 산 양말, 흔들려서 얼굴이 반쯤 날아간 사진까지. 혼자 보면서 피식피식 웃는 모습은 여행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는 평범한 관광객과 다를 게 없었다. 강수는 맞은편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보는 척하고 있었다. 몇 장째 같은 페이지였다. 사라가 휴대전화를 만질 때마다 시선이 한 번씩 그쪽으로 향했다. 어젯밤 호텔 앞까지 그녀를 데려다준 남자가 머릿속에 남아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물어봤자 자신에게 돌아올 대답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사생활이었다. 강수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다. “회장님.” 사라가 불쑥 고개를 들었다. “왜.” “그거 안 넘길 거예요?” 강수가 시선을 내렸다. 같은 페이지를 붙들고 있는 서류가 보였다. 옆에 앉은 정민이 조용히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수가 서류를 덮었다. “시끄러워.”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사라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강수의 미간이 다시 구겨졌다. 그렇게 일본을 떠났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가 훌쩍 지나 있었다. 입국 수속을 마친 사라는 캐리어 손잡이를 끌어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아, 한국이다.” 정민이 웃었다. “좋습니까?” “당연하죠. 집 가서 침대에 누울 거예요.” “저녁은?” “배달.” 대답은 즉시 나왔다. 사라는 이미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강수는 두 사람보다 몇 걸음 앞서 걷고 있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입국장 밖으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수의 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돌리자 사람들 사이에서 서희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강수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분명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서희는 꽃무늬 원피스 위에 얇은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