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멀리 있다는 말과 다시는 못 만난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였다. “죽었어?” 사라의 손이 가방끈 위에서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다 평소처럼 입꼬리가 올라갔다. “점심시간 끝나가요.”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강수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질투가 사라졌다. 준호도 더 이상 장난치지 않았다. “사라야.” “왜.” “회사 가야지.” 사라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호야, 계산하고 와. 회장님이 사준대.” “야, 같이 가.” “나 늦었어.” 사라는 손까지 흔들어 보이고 먼저 식당을 빠져나갔다. 준호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강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회장님.” 강수가 지갑을 꺼내며 눈만 들었다. “왜.” “그건 더 묻지 마세요.” 손이 멈췄다. “너 알아?” “조금요.” “누군데.” 준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걸 제가 말하면 사라한테 죽어요.” “…….” “알고 싶으면 직접 물어보세요.” 준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강수 역시 억지로 캐묻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사라는 평소와 똑같았다. 태블릿을 열어 오후 일정을 확인하고, 밀린 메일을 정리했다. “세 시에 설계팀 보고 있고요. 네 시 반에는 재무팀 들어와요. 아, 아까 일본 쪽 수정 계약서 왔어요. 그것도 확인하셔야 돼요.” 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회장님?” “듣고 있어.” 사라가 힐끗 바라봤다. “왜 그렇게 봐요?” “내가 뭘.” “아까부터 계속 보잖아요.” 강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식당에서 잠깐 사라졌던 웃음이 자꾸 떠올랐다. 처음 봤을 때부터 민사라는 늘 가벼워 보였다. 술을 마실 때도, 낯선 사람을 만날 때도, 위험한 상황에서도 겁먹기보다 먼저 움직였다. 어디에도 오래 머물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미련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런 여자가 한 남자를 여전히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남자를. “많이 좋아했어?”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