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이라는 건 사라에게 어려운 말이었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도, 누군가의 곁에 계속 있는 것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고 싶으면 갔고, 떠나고 싶으면 떠났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았고 가는 사람은 잡지 않았다. 사람도, 장소도,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사라는 정착이라는 말을 오래도록 자신과 가장 먼 곳에 두고 살았다. 반대로 강수에게 정착은 단순했다.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같은 집에서 사는 것. 그게 정착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 번은 결혼했고. 그 결혼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잡아서는 안 되는 손을 잡았고, 돌아서야 할 순간에도 돌아서지 못했다. 사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강수의 문제였고, 자신이 떠나지 않는 건 그저 재미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떠나도 자꾸 돌아왔다. 여행을 가도. 혼자 있고 싶어도. 싸우고 화가 나서 등을 돌려도. 결국 다시 강수에게 돌아왔다. 둘은 그걸 깨닫기까지 많은 것을 지나왔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한번은 세상에 오기도 전에 떠나버린 작은 아이를 붙잡지 못했다. 그 상처들은 사랑한다는 말 하나로 없어지지 않았다. 결혼했다고 지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둘은 잊지 않았다. 없었던 일로 만들지도 않았다. 그 모든 시간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병원 창밖으로 아침빛이 조금씩 들어왔다. 사라는 침대에 기대 앉아 제 품에 안긴 건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참 울었던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오빠.” 옆에 앉아 있던 강수가 고개를 들었다. “왜.” “얘 진짜 작다.” “어.” “근데 무거워.” 강수가 바로 팔을 내밀었다. “줘.” 사라는 피식 웃었다. “말하자마자 가져가네.” “팔 아프다며.” “아프다는 말은 안 했거든?” 강수는 대답하지 않고 건이를 받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