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감은 베가 걸음을 한 번씩 늦추었다.여울은 내관을 따라 선정당 문턱을 넘었다. 강진 앞에는 신하 세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서율은 오른쪽, 한겸은 문 가까이, 이헌은 강진의 왼편이었다.이헌은 눈꺼풀도 움직이지 않았고, 한겸은 여울의 무릎을 향했던 눈을 곧 거두었다. 서율만 끝까지 피하지 않았다.무릎을 꿇자 감아 둔 천 아래가 뜨거워졌다. 여울은 두 손을 바닥에 대고 이마를 숙였다.“색적자 하여울,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고개 들어라.”강진은 상 뒤에 앉아 있었다. 창으로 든 낮빛에 곤룡포의 붉은색이 바랜 듯 옅었고, 가슴의 금실 용만 또렷했다. 익선관 아래 얼굴은 그보다 더 위에 있었다. 여울에게 내리던 눈이 서율 쪽으로 옮아갔다가 돌아왔다.상 위는 비어 있었다. 여울은 두 손을 가지런히 겹쳐 무릎 앞에 놓았다.“도총관이 서별당에 찬합을 보냈다는 말이 있다. 받았느냐.”여울은 서율을 향해 얼굴을 들었다.서율의 입가에는 웃음이 없었다. 왼손 손가락이 칼을 풀어 둔 허리춤을 누르고 있었다. 찬합을 보낸 것은 저 사람이고, 돌려준 것은 봉수였다.봉수는 다친 팔을 아직 들지 못했다. 허운이 받쳐 준 천이 어깨를 누르자 아침에도 얼굴을 찌푸렸다. 여울은 그 모습을 떠올리다 서율의 관복에 눈을 멈췄다. 산릉에서 묻혀 온 흙이 아랫단에 희게 말라 있었다.“제가 돌려보냈습니다.”서율의 손가락이 멎었다.“죄인이 받을 것이 아니었습니다.”여울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서율은 칼을 풀어 둔 허리춤을 더욱 세게 눌렀다. 여울의 입으로 거절을 들으니 가슴이 미어졌다. 강진 앞에서 대체 왜 돌려보냈느냐고 다시 물을 수도 없었다.서율은 잠깐 눈을 감았다가 입술을 다문 채 강진을 향해 돌아앉았다.강진이 서율을 향해 물었다.“들었느냐.”“들었사옵니다.”서율은 여울을 마주한 채 답했다. 짧은 말 끝이 평소보다 거칠었다.이헌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 강진에게 닿았다. 한겸은 무릎 앞에 모은 손을 풀지 않았다.“가라.”여울은 다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