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의 여신은 복수를 원한다: Chapter 41 - Chapter 50

103 Chapters

41화

 아르텐시아가 떠오르자 아미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로 향했다. 그는 가장자리에 있던 작은 화병이 놓인 선반을 땀이 배어 나온 손으로 밀었다. 그러자 갑작스레 뒤쪽 벽이 움직이며 좁고 어두운 복도가 이어지는 입구가 생겨났다. 아미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할 새도 없이 입구로 향했다. 복도는 신전의 그 어떤 곳보다 좁았지만 고요함은 마찬가지였다. 급한 발걸음으로 인해 옷자락이 서로 나부끼며 그곳에 유일한 소음을 만들어 냈다. “하아, 하아…” 아미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져 금새 끝자락에 도달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복도의 끝에는 웅장한 돌로 만들어진 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이제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지 않으며 그 문에 손을 갖다 댔다. 신성력으로 열리는 문이었던지 아미노의 손바닥에는 작은 푸른 불꽃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아….”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신전의 가장 구석진 아미노의 방에서도 아무도 모르는 공간. 벽과 벽 사이에 만들어진 그의 유토피아가. 아미노는 방에 천천히 들어섰다. 발걸음을 재촉한 것 치고는 조심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는 등 뒤 묵직한 문이 닫히며 잠기는 소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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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 아르텐시아는 이공간에서 빠져나와 사슴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무엇도 비추지 못할 만큼 어둡고 깊었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황폐해서 짙푸른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숲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온통, 새까맣게 변했다.푸르고 생명력이 넘쳐 밝게 빛나던 숲이. 아르텐시아의 손길로 피워낸 메데이아 꽃이 숲을 장악해 버린 탓이었다. 그녀는 일어선 사슴의 뒤로 더욱 처참해진 모습의 시시를 봤다. 시시의 얼굴은 완전히 갈라져 그 틈 사이로 메데이아가 내린 줄기가 파고들어 있었다. 숲의 현자의 완전한 죽음이었다. 이 세계에 내렸던 축복과 같았던 힘의 몰락. 아르텐시아가 바랐던 그 모습이었다. 곧 시시를 잃은 이 세계는 생명이 시들고 바스라져 사라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원초적 재해가 되어 숲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과 짐승을 집어삼킬 것이 분명했다. 태양을 피할 수 없고 배고픔을 해소하지 못하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허덕이게 될 존재들이니까. 그녀는 그 많은 예상과 예측을 가만히, 아주 가만히 서서 들여다봤다. 시시가 남긴 마지막 안배를 통해서.휘몰아치는 사슴의 맑은 눈동자를 통해서. 신이었던 여인은 검은 손을 뻗어 짐승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차분하고 섬세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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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 사슴은 아르텐시아와 함께 그녀를 따라 신전 터로 이동했다. 시시의 바스라진 숲과 다르게 이곳은 건재했다. “이리, 가까이.” 아르텐시아는 사슴을 이끌고 곧바로 제대 앞으로 다가갔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던 어두운 숲과 다르게 제대에는 여전히 태양 빛 한 자락이 닿아 있었다. 그것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르텐시아의 손길이 닿자 더욱 부산하게 빛을 발했다. 주인을 기다린 것처럼, 빛은 제대 위에서 한참 동안 환희의 춤을 췄다. 아르텐시아는 그 빛을 손을 휘저어 치워내며 제대 위에 차분히 손을 갖다 대었다. 따듯하게 달궈진 제대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녀의 손이 닿자 올곧게 내려앉던 빛이 일순간 흩어졌다. 사슴은 그 모든 것을 차분히 지켜봤다. 아르텐시아는 사슴의 맑은 눈동자에 자신의 실루엣이 비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잘 보거라.” 그녀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사슴이 스스로 보길 바랐다. 자신의 숲이자 생의 샘을. 이어서 아르텐시아는 이미 손등까지 새카만 어둠으로 덥힌 나머지 손마저 제대 위에 올렸다. 그녀의 낡은 가죽 신발 아래로 태양 빛을 꿰뚫는 어두운 힘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제대와 그 주변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숲은 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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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그리고 발을 옮겼다. 조용히 자신의 뒤를 따르는 사슴과 함께. 그녀는 제대가 있는 공간을 나와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허리춤에 걸어놓은 주머니 속 에테르의 빛이 유독 밝게 빛나는 것도 모르는 채로. 복도를 지나 끝의 문을 열자 큰 공간에 에테르의 신목과 같은 모양의 조각상이 있었다. 그 밑으로는 작은 물이 고여 그것을 성스러워 보이도록 했다. 아르텐시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것에 다가갔다. 그녀는 잠시 그곳에 주저앉아 투명한 물에 손을 담궜다. 물은 마치 올리브 나뭇잎을 띄운 것처럼 시원하고 좋은 기운이 충족하게 차오르게 했다. 그것은 손에서 시작해 심장까지 가득 차올랐다. 사슴은 그 옆에서 목을 길게 내어 물을 마셨다. 작게 물을 마시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아르텐시아는 손끝으로 물을 가지고 놀았다. 투명한 물은 그녀의 검푸른 불꽃과 만나 서로 어우러지기도 하고 따로 떨어지기도 했다. “아.” 그녀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신전은 이전의 것보다 강렬하고 신비로운 힘을 숨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확인하지 않아도 큰 규모와 웅장함이 느껴졌으니까. 숲을 장학하고 태양 빛 아래서 길을 잃지 않는 힘은 인간과 짐승에게 호기심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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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나는, 나는. 선택에 적합한 이를 찾았을 뿐인데….” 그녀는 그저 신의 힘을 받아내어 그것을 이롭게 펼칠 그릇을 알아봤을 뿐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찬란하게 펼쳐질 세계에서 사랑하는 에테르와 함께할 나날을 꿈꾸고 있었다. -현자 아미노는 여신 아르텐시아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모든 현자를 모아 계시를 내리곤 했다. “헉!” 아이작의 조금 굵어진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르텐시아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마치 아이작이 바로 옆에서 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의 기분이 어떤지는 느낄 수 있었다. 사랑받는 아미노를 바라보는 아이작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것은 확실했다. 기댈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 특별함을 가진 특별하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기시감. 삶의 이유에 대한 감사함과 허무함을. 에테르가 간혹 그것을 충족 해주었다고는 하나 끝도 없이 이어질 생의 연속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을 것이었다. 아르텐시아는 그제야 아이작이 보였다. 그 누구의 관심도 없이 혼자 살아내며 성인이 되어가는 그를. 강건하고 아름답게 자라나 완전한 현자가 된 아이작의 모습을. 그녀는 그 모습을 최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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