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아이작과 라리아를 제외한 모두가.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습니까!”“그렇다면 내가 죽였다고 하여라.” 그러니 더이상 붙일 말도 없었다. 시시가 들었다면 슬퍼할지도 몰랐으나,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해서 말을 아꼈다. 이제 아르텐시아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였으니까. 아이작, 오로지 아이작이었다. 그녀의 신경은 등 뒤에 있는 그에게 닿아있었다.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으니까. 아르텐시아는 팔을 뻗어 손바닥 위로 악의 구를 옮겨 왔다. 절망과 원한으로 점철된 그것은 이전보다 더 돋보였다. 숲의 생명력을 흡수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힘이 느껴졌다. 더욱 위험하고 더욱 매력적이며, 어두웠다. 마치 심연을 손아귀에 쥔 기분이었다. 그녀는 손위에서 고고히 빛나는 악의 구 너머 텐죠우를 바라봤다. 텐죠우는 이미 느꼈을 터였다. 이것에서 풍겨오는 진한 죽음의 냄새와 위험을. 짐승의 직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까. 짐승은 예민함이 인간과 달랐다. 그녀는 텐죠우가 온몸을 떨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음을 높게 샀다.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