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부터 사무실 로비에 들어설 때까지, 혜진의 머리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혜진은 제 자리에 앉아 켜지지 않은 검은 모니터 화면만 멍하니 응시했다.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때마다,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에서 뻐근한 열감이 은밀하게 번져나갔다.당장이라도 손을 아래로 가져가 조금만 문지르면 어제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날 듯 했다.화장실로 갈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태하 씨를 생각하며... 여기까지 생각한 혜진이 스스로의 생각에 깜짝 놀라 몸을 튕겼다. 고개를 흔들며 잡념을 떨쳐내려 애썼다. 지난밤, 거실 소파에서 태하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그의 가슴과 목덜미를 탐닉하던 감각.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직 자신만을 온전히 바라보던 남자의 눈빛.그리고 귓가에 낮게 내려앉던 그의 목소리.'내부 행정망에 암호화되어 보관된 파일들이 있어. 그 기록들을 전부 조회해서 내 손에 가져다줘.'더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다.청렴하고 반듯한 공무원의 탈을 쓴 채, 혜진은 이제 한 남자의 완전한 공범이 되어 있었다.혜진은 오전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멍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고 말았다. "서 주무관님, 오늘 구내식당 메뉴 좋던데 같이 안 가요?"옆자리 직원이 외투를 챙겨 들며 묻자, 혜진은 간신히 입꼬리를 당겨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아, 오전에 밀린 보고서 정리가 좀 있어서요. 먼저들 다녀오세요."점심 시간이 되자 사무실의 불이 절반쯤 꺼지고, 직원들이 하나둘 밖으로 빠져나갔다.철컥, 복도 끝 출입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숨 막히는 정적이 사무실을 집어삼켰다.혜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서랍 깊숙한 곳에서 업무용 보안 USB를 꺼내 쥐었다.손바닥에 차갑게 닿는 금속의 감촉에 등줄기가 빳빳하게 굳었다.타닥, 타닥.식은땀으로 미끄러지는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두드렸다.공무원 전자공동인증서로 행정망에 접속한 뒤, 형사사법포털의 관리자 페이지를 열었다.[경고: 비인가 개인정보 및 비공개 수사 기록 무단 열람 시 직위해제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