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30분, 서울중앙보호관찰소 특수관찰팀.화장실 거울 앞에 선 혜진은 차가운 물로 세수를 마친 뒤 얼굴을 들어 올렸다.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과 살짝 부어오른 입술.블라우스 단추를 목 끝까지 채웠지만, 옷감 안쪽 살갗은 간밤의 열기를 고스란히 기억하듯 여전히 화끈거렸다.목덜미와 쇄골, 그리고 가슴선과 허벅지 안쪽까지 빈틈없이 번져 있는 붉은 울혈과 선명한 잇자국들.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 안쪽 깊은 곳에서 뻐근한 통증이 찌릿하게 올라왔다.태하의 거대한 존재감이 아직도 제 몸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혜진은 흐트러진 머리를 한 올의 잔머리도 없이 단단하게 틀어 올렸다.차디찬 무테안경을 콧대 위로 고쳐 쓰자, 거울 속에는 밤새 오열하며 남자를 갈구하던 여자는 사라지고 차분한 공무원 서혜진만이 남아 있었다.“서 주무관, 출발 준비하세요.”복도 너머에서 대검찰청 호송 지휘관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석 취소에 따른 재수감 집행.전담 보호관찰관으로서 피감독자의 전자단말기 해제와 신병 인도 절차에 반드시 입회해야만 했다.혜진은 단말기 해제용 전자 키가 든 서류 가방을 챙겨 들고 계단을 올랐다.계장실 유리창 너머에서 송주아가 불안한 표정으로 얼굴로 혜진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지만, 혜진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전 9시 정각, 강남 펜트하우스 64층.초고속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대검 수사관들과 사법경찰 호송관들이 일제히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도어록이 풀리고 문이 열리자 펜트하우스 특유의 향기, 태하의 몸에서 나던 향기가 쏟아져 나왔다. 거실 중앙, 창밖을 등지고 서 있던 태하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구김 하나 없는 완벽한 정장 차림.단추를 목 끝까지 단정하게 채우고 타이를 맨 남자의 얼굴에는, 몇 시간 전 침대 위에서 혜진을 다루던 사내의 흔적 따위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차갑고 도도한 재벌가 후계자의 얼굴.하지만 수사관들 뒤편에 서 있는 혜진과 눈이 마주친 찰나, 남자의 새까만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