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51 - Chapitre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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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통창으로 어둠에 잠긴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태하의 펜트하우스. 거실 중앙의 넓은 소파에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태하가 앉아 있었고, 그 곁을 오 실장이 지키고 있었다.그 맞은편, 혜진 옆에 앉은 송주아는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짙은 향수를 풍기며 남자를 유혹하려 들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주아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의 화면에 은행 앱을 띄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강성우 측으로부터 받은 뇌물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비서실장이 직접 지시했던 은밀한 지령 메모들도 있었다. “이, 이게 전부예요…… 강성우 부사장 비서실에서 직접 건네받은 것들입니다.”주아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떨려 나왔다.“그들이 요구한 건 강태하 씨의 보석을 취소하고 다시 감옥에 넣기 위한 완벽한 증거였어요. 약물을 먹이고 은밀한 사진을 찍어 언론에 유출하라는 것까지…… 전부 비서실장이란 사람의 지시입니다.”혜진은 망설임 없이 테이블 위의 휴대폰과 메모들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주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태하는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감시하러 왔던 여자를 이중 스파이로 만들어 강성우 쪽을 압박할 수 있는 증거를 캘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혜진의 손에 있던 휴대폰이 거친 진동을 토해내기 시작했다.화면에 뜬 발신인.[한동 비서실]“힉……!”주아가 기겁하며 숨을 들이켰다. 사색이 된 주아의 눈동자가 몹시 흔들렸다.“한동 비서실이예요. 감찰실 일 때문에 확인하려고 전화한 게 분명해요!”겁을 먹고 휴대폰에서 시선을 돌린 주아를 바라보며 혜진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소리를 내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에 몇 줄의 문장을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혜진은 메모지를 주아의 코앞으로 들이밀며 눈짓했다.‘스피커폰 켜고, 내가 적어주는 대로 읽어.’주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폰을 켰다.[송 계장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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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작전 회의가 끝나고 태하와 혜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가짜 계좌 데이터가 담긴 자료를 챙긴 송주아가 물러가고, 오 실장마저 자리를 비켜주자 거대한 펜트하우스에는 순식간에 진공 같은 적막이 내려앉았다.혜진은 테이블 위에 흩어진 메모지를 정리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주아를 몰아붙이고 비서실장의 전화를 통제하는 내내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이 그제야 느슨하게 풀리는 기분이었다.그때, 소파에서 일어난 태하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혜진의 등 뒤로 다가왔다.남자의 손에 들려 있던 위스키 잔이 테이블 위에 내려졌다. 곧이어 넓고 단단한 가슴팍이 혜진의 등허리에 밀착되며, 남자의 굵은 팔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단숨에 휘감아 당겼다.“오늘 송주아 다루는 거 보니까 아주 무섭던데, 서 주무관.”귓바퀴를 스치는 태하의 낮은 목소리에 서늘한 민트 향과 위스키의 달큰한 향기가 뒤섞여 풍겨왔다.“아주 멋있었어. 상을 줘야겠는데.”태하가 혜진의 손목을 잡고 거실 전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 앞으로 천천히 이끌었다.지상 64층 발아래로 수만 개의 서울 도심 불빛이 보석처럼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이전에 이 유리창 앞에 섰을 때는 발밑이 꺼질 듯한 공포와 배덕감에 떨어야 했지만, 지금은 달랐다.생각대로 판이 움직이고 있다는 작은 승리감과 완벽한 공범 의식이 두 사람의 피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태하는 그녀의 콧대에 걸린 무테안경을 조심스럽게 벗겨내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시야가 살짝 아득해지는 순간, 태하의 짙은 눈동자가 혜진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그만 긴장 풀어, 혜진아. 여긴 우리 둘뿐이니까.”남자의 뜨거운 입술이 혜진의 이마와 눈꺼풀, 그리고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이전처럼 불안을 삼키기 위한 날 선 입맞춤이 아니었다.서로의 호흡을 차분히 음미하고, 입안 구석구석을 남김없이 핥아 삼키는 달콤하고도 농밀한 키스였다.태하의 커다란 손이 혜진의 재킷을 어깨에서 밀어 떨어뜨렸다.이어 블라우스 단추가 하나씩 풀려나가고, 옷깃 사이로 혜진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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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어둠이 깔린 거실 테이블 위, 보안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붉은 경고 문구를 확인한 태하의 눈매가 싸늘하게 가늘어졌다.[한동그룹 본사 법무팀 및 대검 비선 라인 심야 긴급 회동 포착]오 실장이 보내온 심상치 않은 신호였다.태하는 소리 없이 태블릿 화면을 끄고 침실 쪽을 돌아보았다.소파 위에서 태하의 셔츠 한 장만 덮고 곤히 잠들어 있는 혜진의 평온한 얼굴.태하는 그녀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 기척을 죽인 채 테블릿을 들고 안방으로 갔다. 날이 밝자마자 예정된 작전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강성우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피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음 날 오후, 서울중앙보호관찰소 뒤편의 한적한 이면 도로.짙게 선팅된 검은색 세단 뒷좌석 문이 열리고, 송주아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차 안으로 미끄러지듯 올라탔다.밀폐된 차 안에는 한동그룹 비서실장이 앉아 있었다.주아는 손바닥에 배어 나오는 식은땀을 코트 자락에 닦아내며, 핸드백 안에서 USB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말씀드렸던 증거가 들어 있는 USB 메모리입니다.”주아는 어젯밤 혜진과 태하가 지시했던 대사를 막힘없이 읊어 내려갔다.“강태하가 가택연금 단말기 보안망을 피해 스위스 페이퍼 컴퍼니로 비자금을 이동시키려던 접속 로그와 계좌 내역입니다. 이번 주 안으로 최종 이체가 승인될 거라고 합니다.”비서실장은 말없이 USB를 받아 들어 주아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빛에 주아의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하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이 연기에 자신의 목숨과 남은 인생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잠시 후, 비서실장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역시 송 계장님이십니다. 감찰실까지 다녀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는데, 이렇게 결정적인 한 방을 가져오셨군요.”비서실장이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서류 봉투를 꺼내 주아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부사장님께서 아주 기뻐하실 겁니다. 이건 작은 성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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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강성우의 반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하고 잔혹했다.스위스 차명 계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노린 것은 강태하의 완벽한 재구속과 사회적 파멸, 그리고 그를 감싸고 도는 보호관찰관까지 한 묶음으로 엮어 날려버리는 단두대였다.강성우는 구속된 마태석의 압수물 중에서 일찌감치 빼돌려 둔 단말기 관제 기록을 꺼내 들었다.과거 마태석을 펜트하우스의 함정으로 유인하기 위해, 혜진이 직접 태블릿으로 손봐 두었던 바로 그 ‘수신 감도 교란 로그’였다.당시에는 마태석의 탐욕을 자극할 달콤한 미끼였지만, 강성우의 손에 들어간 순간 그것은 태하의 목을 벨 가장 날카로운 비수로 둔갑했다.강성우 측은 약점을 잡고 거액으로 매수한 인천항 밀항 브로커의 진술서와 태하의 얼굴이 박힌 위조 여권을 신속하게 꾸며냈다.‘가택연금 대상자가 심야 시간대에 단말기 전파를 고의로 교란하며 브로커와 접선, 거액의 자금을 싣고 해외로 도주하려 했다.’단말기 교란 기록과 브로커의 진술, 그리고 위조 여권까지 맞아떨어지자 그림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졌다.대검찰청 특별수사팀을 통해 법원에 접수된 문서는 간단했다. [보석 조건 중대 위반 및 도주 우려에 따른 긴급 구속영장 청구]자신들이 적을 잡기 위해 짰던 덫이, 소름 끼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었다.같은 시각, 펜트하우스 64층.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전담 변호인 정윤석의 전화가 끊어지자, 침묵 속에서 오 실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오 실장의 굵은 목소리가 평정심을 잃고 미세하게 떨렸다.“강성우 부사장 측에서 대검찰청을 움직였습니다. 도련님께서 밀항 브로커를 사주해 해외 도피를 시도했다는 혐의로 긴급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던 태하의 미간이 단번에 굳어졌다.“밀항? 내가?”“마태석 계장이 체포되던 날 밤의 단말기 교란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위조 여권과 매수된 브로커의 자백까지 첨부되어 있어 법원에서도 영장을 기각하기 어려울 거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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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수사관의 메마른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따라 들어온 수사관 두 명이 혜진의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그들의 손에는 파란색 압수물 봉투와 증거 봉인 스티커가 들려 있었다.“본체 전원 내리지 마시고 그대로 비키세요. 단말기 포렌식부터 진행합니다.”수사관 하나가 능숙하게 혜진의 업무용 PC 본체에 외장 하드를 연결하며 시스템 이미징 작업을 시작했다.혜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겉으로는 미동도 없이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등 뒤로는 식은땀이 서늘하게 흘러내렸다.단순히 마태석을 유인하려 손보았던 단말기 수신 감도 로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만약 대검 포렌식팀이 시스템 전체를 정밀 분석하기 시작하면, 지난번 형사사법포털에 접속해 마태석과 관련된 비공개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하고 복사했던 흔적까지 낱낱이 드러날 터였다.그 화면에 찍혀 있던 자신의 공무원 사번과 내부망 IP.그것이 발각되는 순간, 피감독자와 결탁한 직무유기이자 비밀 누설 혐의로 즉시 긴급 체포되고 파면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했다.유리 칸막이 너머 계장실에 앉아 있던 송주아는 사색이 된 채 입술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자신 역시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에 질려, 혜진을 도와주기는커녕 책상 아래로 손을 숨긴 채 시선을 피하기 급급했다.“서혜진 주무관님, 임의동행 형식입니다만 거부하시면 긴급 체포 영장 바로 집행합니다. 가시죠.”수사관이 차가운 눈빛으로 출입문 쪽을 턱짓했다.혜진은 주머니 속에 든 개인 휴대폰을 꼭 쥐었다.더는 시간을 끌 방법이 없었다.같은 시각, 펜트하우스 64층.거실 통유리창 앞에 서 있던 태하의 턱선이 살얼음처럼 굳어 있었다.오 실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끊으며 태하를 향해 돌아섰다.“방금 대검 특별수사팀이 서혜진 주무관의 업무용 PC와 관제 단말기를 현장에서 압수 봉인했다고 합니다. 서 주무관 역시 조사실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 중입니다.”소파 맞은편에는 호출을 받고 다급하게 들어온 정윤석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그가 서류 가방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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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대검찰청 지하 특별조사실.밀폐된 방 안의 공기는 살얼음판처럼 차갑고 메말라 있었다.철제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검사는 혜진을 바라보며 자백을 종용했다. “서혜진 주무관. 당신 인증서로 형사사법포털에 접속해 마태석 전 계장의 비공개 수사 기록을 통째로 내려받은 로그가 고스란히 복구됐습니다.”검사는 종이 서류철을 혜진의 코앞으로 내밀었다. “단말기 수신 감도 교란 기록도 모자라 기밀 수사 서류 무단 유출까지. 피감독자 강태하와 짜고 도주를 기획한 게 아니라면, 일개 보호관찰관이 왜 이런 짓을 벌였겠습니까?”부인하고 싶어도 모니터에 박힌 사번과 IP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입술을 깨물며 침묵을 지켰지만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웠다. “계속 침묵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얼른 자백하시면 정상참작은 가능합……”검사가 영장 서류에 서명을 종용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벌컥, 조사실 문이 열렸다.검사의 미간이 불쾌하게 일그러지며 고개를 치켜들었다.“누굽니까? 피의자 신문 중에 노크도 없이…….”“강태하 대상자의 법률 대리인, 정윤석 변호사입니다.”단정한 정장 차림의 정 변호사가 변호인단과 함께 조사실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그의 손에는 두툼한 서류철과 USB 메모리 하나가 들려 있었다.혜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가택연금 상태인 태하가 올 수 없는 자리, 대신 그의 분신과도 같은 변호인단이 나타난 것이었다.“정 변호사님, 지금 여긴 보호관찰관 개인의 비위 혐의를 조사하는 자리입니다. 강태하 측 변호인이 끼어들 권한은 없습니다.”검사의 싸늘한 축객령에도 정 변호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책상 위에 서류철을 내려놓았다.“그 비위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음을 입증하러 왔습니다.”정 변호사의 차분한 음성이 조사실을 울렸다.“강태하 씨가 자택에서 직접 자필로 작성하고 공증을 마친 자백 진술서, 그리고 포렌식 증거 자료 원본입니다.”“자백 진술서라니요?”“서혜진 주무관의 업무용 단말기에서 발생한 전파 교란과 인증서 유출은, 강태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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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대검찰청 앞 도로로 뛰쳐나온 혜진은 지나가는 택시를 가로막듯 잡아탔다.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야경이 눈물에 번져 어지럽게 일렁였다.내일 오전 9시.남은 시간은 고작 열두 시간 남짓이었다.그 짧은 시간이 지나면 그 남자의 손목에 다시 차가운 쇠고랑이 채워지고, 빛조차 들지 않는 구치소 감방으로 끌려가게 된다.‘서 주무관님을 살리기 위한 도련님의 선택이셨습니다.’정 변호사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전을 찌르며 맴돌았다.자신을 위해, 자신의 신분과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그 남자는 스스로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감방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에 혜진은 울음을 삼키며 주먹을 쥐었다.지하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혜진은 전용 엘리베이터로 내달렸다.숫자가 64층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하지만 도어록을 열고 들어선 펜트하우스는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거실 한가운데, 통유리창 너머의 어둠을 등진 채 홀로 서 있던 태하가 문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집 안에서는 언제나 비슷한 검은 셔츠 차림.남자는 붉게 물든 눈으로 숨을 몰아쉬는 혜진을 바라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왔어?”그 담담한 한마디에 혜진의 안에서 팽팽하게 버티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혜진은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성큼성큼 다가가 남자의 얼굴을 쏘아봤다.“왜 그랬어요……!”악에 받친 외침과 함께 혜진의 주먹이 태하의 단단한 가슴팍을 내리쳤다.“왜 그랬냐고! 왜 바보같이 혼자 다 뒤집어쓴 건데요! 내가 감옥에 가든 파면을 당하든, 같이 싸우기로 했잖아!”눈물이 뺨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내가…… 내가 그렇게 비겁해 보였어요? 당신 혼자 감옥에 처넣어 두고, 나 혼자 편하게 살아서 자리나 지킬줄 알았어요?! 왜, 대체 왜……!”울음으로 젖어 들어가는 혜진의 손길을 태하는 피하지 않았다.남자의 단단한 몸은 그녀의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미동조차 하지 않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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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침실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짙은 어둠이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혜진의 등이 거칠게 내리눌렸다. 도망칠 곳도, 피할 생각도 없었다. 내일 오전 9시면 이 넓은 침실도, 귓가를 울리는 남자의 숨결도, 피부 위로 전해지는 뜨거운 체온도 전부 사라진다는 절박함이 두 사람의 이성을 사정없이 마비시키고 있었다. 태하는 부드럽지만 욕망이 넘실거리는 손길로 혜진의 코트를 벗겨냈다. 단추를 하나씩 풀 때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블라우스의 얇은 천이 벗겨지며 드러난 어깨선과 쇄골 위로, 남자의 손바닥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얇은 속옷마저 가차 없이 벗겨내자, 혜진의 몸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남자의 손길을 기대하며 이미 딱딱하게 일어선 유두가 차가운 공기에 쓸리며 더욱 민감해졌다. 혜진 역시 남자의 검은 셔츠를 잡아당겨 어깨 뒤로 벗겨 던졌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 남자의 다부진 어깨와 단단하게 갈라진 흉근. 그 위로 혜진의 손바닥이 닿는 순간, 태하의 목에 굵은 힘줄이 곤두섰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피부와 맥박이 혜진의 손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손길을 내려 남자의 복근을 쓸어내렸다. 땀에 살짝 젖은 피부가 미끄러웠고, 그 아래로 이미 바지 안에서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존재가 느껴졌다. 남자의 젖은 입술이 혜진의 턱선을 타고 내려가 가느다란 목덜미와 쇄골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 읏……!” 따끔한 통증과 함께 여린 살갗 위로 선명하고 붉은 잇자국이 새겨졌다. 평소보다 훨씬 더 거칠고 집요한 입맞춤이었다. 혀끝이 상처 난 부위를 천천히 핥아 올렸고, 그 감촉에 혜진의 허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자신이 없는 동안 세상 그 누구도 이 몸에 손대지 못하도록, 자신의 영역이라는 낙인을 뼛속까지 박아넣으려는 듯한 사나운 갈증이었다. “서혜진.” 귓바퀴를 잘근 씹으며 쏟아내는 태하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속을 간지럽혔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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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혜진의 몸이 침대 헤드 쪽으로 밀려 올라갔고, 태하는 그녀의 허벅지를 어깨 위로 꺾어 올리며 더욱 깊고 거칠게 박아댔다. 새로운 각도로 파고드는 감각에 혜진의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내벽이 그의 모양을 고스란히 기억하듯 조여왔고, 그 조임이 태하의 허리를 더욱 거칠게 만들었다. “하…… 혜진아, 혜진아…….” 절정에 달한 사내의 거친 신음이 혜진의 귓가를 사정없이 난타했다. 조각 같은 남자의 얼굴이 쾌락과 애절함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은 처절할 만큼 아름다웠다.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혜진의 쇄골 위로 떨어져 흘러내렸다. 혜진은 남자의 넓은 등허리에 두 다리를 감아 올리며 손톱을 스치듯 긁어댔다. 등살에 붉은 줄이 그어졌지만, 태하는 그 아픔을 더욱 깊은 쾌락으로 받아들였다. “더…… 더 깊이 해줘요, 태하 씨……. 전부…… 전부 남겨주세요……” 울부짖듯 터져 나온 혜진의 애원에 태하의 눈동자가 시커멓게 번들거렸다. 남자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듯 자비 없는 속도로 마지막 스퍼트를 몰아붙였다. 살과 살이 마찰하며 튀어 오르는 뜨거운 열기가 침실 공기를 하얗게 태워버릴 듯했다. 혜진의 유두를 입에 물고 혀로 세차게 핥아 올리며, 허리는 멈추지 않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애절한 쾌락으로 가득찬 혜진의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가 흘러 내렸다. 아픔인지 기쁨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쾌락이 전신을 휘감았다. 태하는 그런 혜진의 얼굴을 보며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입술을 집어 삼켰다. 입 속에서 혀가 얽히며 기막한 감각이 뇌로 전달되었다. 그러는 중에도 태하의 허리는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입술을 뗀 태하가 혜진의 젖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허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이젠 자궁 경부를 부술 듯 깊이 있게 박아 넣고 허리를 둥글게 돌리기까지 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쾌감, 그러나 통증이 동반된!혜진의 다리가 저도 모르게 후들 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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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오전 8시 30분, 서울중앙보호관찰소 특수관찰팀.화장실 거울 앞에 선 혜진은 차가운 물로 세수를 마친 뒤 얼굴을 들어 올렸다.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과 살짝 부어오른 입술.블라우스 단추를 목 끝까지 채웠지만, 옷감 안쪽 살갗은 간밤의 열기를 고스란히 기억하듯 여전히 화끈거렸다.목덜미와 쇄골, 그리고 가슴선과 허벅지 안쪽까지 빈틈없이 번져 있는 붉은 울혈과 선명한 잇자국들.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 안쪽 깊은 곳에서 뻐근한 통증이 찌릿하게 올라왔다.태하의 거대한 존재감이 아직도 제 몸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혜진은 흐트러진 머리를 한 올의 잔머리도 없이 단단하게 틀어 올렸다.차디찬 무테안경을 콧대 위로 고쳐 쓰자, 거울 속에는 밤새 오열하며 남자를 갈구하던 여자는 사라지고 차분한 공무원 서혜진만이 남아 있었다.“서 주무관, 출발 준비하세요.”복도 너머에서 대검찰청 호송 지휘관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석 취소에 따른 재수감 집행.전담 보호관찰관으로서 피감독자의 전자단말기 해제와 신병 인도 절차에 반드시 입회해야만 했다.혜진은 단말기 해제용 전자 키가 든 서류 가방을 챙겨 들고 계단을 올랐다.계장실 유리창 너머에서 송주아가 불안한 표정으로 얼굴로 혜진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지만, 혜진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전 9시 정각, 강남 펜트하우스 64층.초고속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대검 수사관들과 사법경찰 호송관들이 일제히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도어록이 풀리고 문이 열리자 펜트하우스 특유의 향기, 태하의 몸에서 나던 향기가 쏟아져 나왔다. 거실 중앙, 창밖을 등지고 서 있던 태하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구김 하나 없는 완벽한 정장 차림.단추를 목 끝까지 단정하게 채우고 타이를 맨 남자의 얼굴에는, 몇 시간 전 침대 위에서 혜진을 다루던 사내의 흔적 따위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차갑고 도도한 재벌가 후계자의 얼굴.하지만 수사관들 뒤편에 서 있는 혜진과 눈이 마주친 찰나, 남자의 새까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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