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치고 외출 준비를 하는 내내 혜진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구치소의 차디찬 면회실도, 도청과 감시의 공포에 짓눌리던 펜트하우스의 밀실도 아니었다. 발목의 전자장치를 완전히 벗어던진 태하와 함께,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바깥세상으로 나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가슴 벅차올랐다.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검은색 최고급 세단이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태하가 자연스럽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혜진의 이마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모시겠습니다, 보호관찰관님.” “놀리지 말아요.” 혜진이 붉어진 얼굴로 타박하자, 운전석에 올라탄 태하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시원한 배기음과 함께 태하의 고급 세단은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시내 백화점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서울 풍경마저 오늘따라 눈부시게 다가왔다.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태하는 프라이빗한 고급 식당이 있는 층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혜진이 그의 단단한 팔을 잡아끌었다.“오늘은 내 방식대로 데이트해요. 나만 믿고 따라와요.” 혜진이 남자를 이끈 곳은 다름 아닌 지하 식당가 한쪽에 자리한 북적이는 분식 코너였다. 고급 코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재벌 3세가 시끌벅적한 푸드코트 간이의자에 앉아 떡볶이와 순대, 바삭한 튀김을 마주한 광경은 묘하게 비현실적이었다. 어색한 듯 이쑤시개로 떡볶이를 베어 문 태하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거, 제법 맛있는데?” “그렇죠? 매일 비싼 것만 먹어서 이런 맛을 모르는 거예요.” 태하의 입가에 묻은 양념을 티슈로 닦아주는 혜진의 손길에, 남자의 눈빛이 한없이 다정하게 녹아내렸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영플라자의 쇼핑몰로 향했다. 혜진은 신이 난 얼굴로 태하의 떡 벌어진 가슴팍에 저렴한 옷들을 대보며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태하 씨는 몸이 워낙 좋아서 이런 옷을 걸쳐도 명품 같네.” “내 셔츠 단추 하나 값도 안 되는 것 같은데.” 태하는 제 옷보다 혜진에게 어울릴 카디건을 골라 들며 아이처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1-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