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Chapter 111 - Chapter 120

121 Chapters

제111화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라는 단어에도 학을 뗐었는데, 지금은 그 남자랑 함께 있으면 자꾸만 웃음이 났다.그의 손길이 닿으면 긴장은 되면서도 싫지 않았다. 헤어지고 돌아서면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고, 다음에 다시 만날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들떴다.무엇보다 그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혔던 두려움이 조금씩 희미해졌다.그게 얼마나 고맙고도 벅찬 일인지, 화연은 아마 다 알지 못할 것이다."나 진짜 닭살 돋아....! 난 완전 찬성이야!""고마워. 진짜 고마워 화연아."화연은 이제야 씨익 웃으며 방울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너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응, 나 행복해. 약 안 먹은 지도 엄청 오래됐어."망설임 없는 대답에 화연의 얼굴에도 덩달아 미소가 번졌다. 한때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조차 두려워했던 친구가, 이제는 제 입으로 행복을 말하고 있다니. 서우암, 그 남자는 첫 만남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내 친구, 은방울의 짝으로 말이다.비록 지금은 죽은 사람으로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 방울이도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살 날이 오지 않을까?"축하주 시작해야지?""당연하지."작은 식탁 위에는 제법 그럴듯한 술상이 차려졌고, 그렇게 두 사람의 알코올 타임이 시작되었다. 잔을 몇 차례 부딪치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화연이 문득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근데... TY 엔터는 주가가 엄청 뛰었던데.... 서우암 씨, 정말 괜찮은 거야? 돌아갈 수 있기는 한 거야?"방울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는 그 사람 믿어.""하긴... 고준영이 좀 나쁜 새끼여야지.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이 올라온 다니까?""...."“아니,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잖아. 자기랑 한솥밥 먹던 친구를 그렇게 배신해? 그것도 모자라서 사람을 죽이려고 해?”"화연아, 나는.... 내가 그런 자식이랑 한 침대에서 뒹굴었다는 사실이...."화연이 기겁하며 방울의 말을 끊었다."야, 은방울! 왜 또 이야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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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한편, 통화를 끝낸 우암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았다.술 때문에 토하는 게 아니라는 말, 그 말이 어찌나 마음에 걸리던지.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결국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딩동.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열고 나온 건 방울이 아니라 화연이었다.화연은 문 앞에 서 있는 우암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머? 날아오셨어요?""방울 씨는요?"우암의 시선은 이미 화연의 어깨너머를 향하고 있었고, 화연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점수를 올렸다.'-1점 취소. 플러스 10점!'막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려던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방울이 모습을 드러냈다.다행히 안색은 괜찮아 보였고, 눈가에는 물기만이 조금 어려 있었다."어? 서우암 씨?"뜻밖의 방문에 방울이 놀란 표정을 짓자, 화연이 활짝 웃으며 대답을 가로챘다."전화가 왔길래! 내가 오시라고 했어!"우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괜히 아는 척을 하며 괜찮냐고 물으면 분위기만 더 가라앉을 것 같았다."맞습니다. 안주는 똑바로들 먹고 있나 감시도 할 겸."능청스러운 대답에 방울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갑작스레 나타난 이유가 고작 안주를 감시하기 위해서라고?잠깐만, 근데 이 남자는... 저녁은 먹었으려나...?속으로 걱정만 하고 있던 중, 화연이 우암의 옷깃을 붙잡고는 식탁 쪽으로 질질 끌었다."얼른 앉아요. 둘이 먹기에는 양이 워낙에 많아서요."마지못해 끌려가는 척을 하던 우암은 식탁 위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마라탕이라니... 하필이면 이 자극적이고 기름마저 둥둥 떠다니는 마라탕이라니....게다가 은방울의 위장은 지금 모든 걸 게워낸 상태잖아.화연이 우암의 굳은 표정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혹시... 마라탕 안 좋아하세요? 표정이 왜 그러세요?""네, 싫어합니다. 그리고 제 얼굴은 원래 이렇게 생겼습니다.""....""잠시만요."고개를 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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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아니라고! 왜 자꾸 그래!"우암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턱을 괸 채 방울을 바라보았다.붉어진 얼굴을 보자,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화연 씨, 그거 꽤 괜찮은 생각인데요?""서우암 씨까지 왜 그래요!""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문제라고 봅니다.""뭐가 진지해요! 사귄 지 얼마나 됐다고!"방울이 발끈하자 화연은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지, 얼굴은 왜 빨개지는데?""내가 언제!""지금. 완전 터지기 직전임."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암이 웃음을 삼키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저렇게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득 침대 위에서 나누었던 아찔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제 품 안에서 수줍게 눈을 내리깔던 모습이며, 작은 숨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던 순간까지."상당히 예뻤단 말이지."젠장, 마음속으로 하려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어머? 뭐라고요?"화연의 눈이 반짝였다. 먹잇감을 발견한 사람처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우암은 찰나의 정적 속에서 재빨리 정신을 수습했다."아, 두분 다 미모가 상당히 출중하시다고요. 왜 친구인지 알 것 같다는 그런 뜻이었습니다.""위기 대처 능력! 플러스 10점입니다!""예?""그런 게 있어요."방울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애꿎은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상당히 예쁘다는 말이 자신을 향한 말이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그래도 그렇지 하필이면 저런 말을, 화연이도 바로 앞에 있는데.'진짜... 사람 민망하게.'하지만 정작 우암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부끄러워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워서 큰일이었다.***준영의 차 안, 조수석에 앉은 아영이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어디 가시는 건데요?"운전대를 잡은 준영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태연하게 답했다."섹스하러.""그러니까... 어디서...."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낯설기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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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아영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이 남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늘 여유롭고 자신만만했던 사람, 상대가 누구든 제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던 사람.거짓 피해자 역할을 제안하던 그 순간에도 그랬다.말투는 다정했다. 마치 자신을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라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하지만 그때도 눈빛만큼은 어딘가 서늘했었지.어쩌면 그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나는 이 남자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필요에 의해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도구였음을."그.... 날.... 날씨도 춥고....""곧 뜨거워져."아영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밤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들었지만, 몸을 떨게 하는 것은 비단 추위만이 아니었다.준영의 얼굴에는 거절이라는 가능성 따위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는 듯 뻔뻔한 여유마저 실려 있었으니까.그의 손이 거침없이 아영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을 때, 멀리서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뚫고 비쳐 들기 시작했다.소스라치게 놀란 아영이 점점 가까워지는 자동차를 응시했다."대표님! 잠시만요...! 누, 누가 오는 것 같은데...""어, 도균이 형."당연히 올 사람이 오는 거라는 말투도 기가 막혔지만, 그의 손길에 반항조차 하지 않는 스스로가 더 어이가 없었다.아영이 입고 있던 코트와 스웨터는 이미 트렁크 구석으로 던져졌고, 브래지어 역시 마찬가지였다.덕분에 새하얀 가슴이 차가운 공기 속에 고스란히 드러났다."흣, 대표님...."준영은 아영의 가슴을 주무르듯 마사지하더니,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젖꼭지를 손끝으로 짓이기듯 세게 꼬집었다."흣, 아, 아파요...""근데 왜 딱딱해지는데?""읏, 으응..."차가운 공기에 몸을 바들바들 떨며 희롱당하던 그때, 도균의 차가 트렁크 바로 뒤에 멈춰 섰다.도균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창문만 스윽 내리고는, 꽤나 흥미롭다는 듯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뭐야? 이제 막 시작인가 봐?""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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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휩싸인 아영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허리까지 흔들어 대자, 준영은 거친 허리짓을 뚝 멈추고는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제대로 움직여 봐. 발정 난 암캐처럼."자존심이 뼛속까지 짓밟히는 치욕스러움이 스쳤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성마저 마비시킨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고, 또 흔들었다."앙, 아응, 좋아요, 대표님, 앙, 아아아앙...!"추잡하고도 아찔한 광경을 흥분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도균이 마침내 차에서 스르륵 내렸다."여기서 이러고 싶냐?"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의 바지춤은 진작부터 묵직하게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다."와... 오늘따라 쪼임이 뒤지는데? 얘도 완전 우리 과라니까.""빼봐."명령 같은 말에 준영의 성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아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지만, 허전함이 밀려들 틈도 없었다.도균은 아영이 엎드렸던 트렁크 바닥에 걸터앉아 바지를 거칠게 내리고는, 아영의 팔을 제 쪽으로 홱 끌어당겼다."올라와."아영은 위태롭게 걸쳐져 있던 치마와 스타킹은 물론, 팬티마저 스스로 던져버렸다. 게다가 능숙하게 다리를 벌린 채 올라타는 모습은, 쾌락의 끝을 보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수 있는 여자처럼 처절했다.푹, 푸욱!알아서 도균의 성기를 향해 내려앉은 아영이 야릇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가고 싶어.... 하아.... 제발 가게 해줘요...""하, 씨발."차체가 미친 듯이 들썩였고,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준영이 제 성기를 쥐어잡았다."돌겠네, 왜 이렇게 흥분이 되지?"그의 귀두가 애널에 닿았을 때, 아영은 허리짓까지 멈추며 그를 기다려주었다."거긴 살살, 흐앙, 살살요...."비로소 모든 구멍이 채워지고, 아영은 찢어질 듯한 고통과 뇌를 녹이는 쾌락이 뒤엉킨 비명을 내질렀다."흐아아앙...!"앞뒤로 사정없이 박아대듯 파고드는 그들의 리듬에 맞춰 애액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고, 숨도, 정신도,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도 완전히 뭉개져 버렸다.준영이 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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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아영이 스스로를 다독이며 어제의 흔적을 닦고, 또 닦아내는 동안, 벽 하나를 사이에 둔 701호에서는 전혀 다른 아침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우암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정갈한 식사를 차려내고 있던 것. 요거트 샐러드와 따뜻한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부드러운 단호박 수프까지. 시각적으로나 영양적으로나 완벽한 식단이었다.여전히 잠이 덜 깬 방울은 이내 고소한 냄새에 눈을 반짝였다."진짜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방울이 숟가락을 들고 신나게 아침을 먹기 시작하자, 우암은 그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태블릿 화면을 켰다."민아영은 새벽에 들어왔나 보네요.""네, 그래서 오늘은 아침 운동도 쉼표인가 봐요.""표정이 좋아 보이십니다?"방울이 수프를 꿀꺽 삼키며 짐짓 억울하다는 듯 볼을 부풀렸다."아닌데요? 아쉬워 죽겠어요... 더 가까워져야 되는데!"우암은 방울의 입술 끝에 묻은 수프를 손끝으로 닦아주며 나지막이 미소 지었다."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뭔데요?""이도가 이형우 핸드폰을 복제한 모양입니다." 방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핸드폰 복제라니? 그 까다로운 인간의 스마트폰 정보를 통째로 복사해 낸다고?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다고?"진짜예요? 김 비서님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요?""많이 가까워진 모양이에요. 그것도 돼지 껍데기 집에서 했다던데요?""진짜 대단하시다."방울은 감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났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속으로는 상대의 휴대전화 정보를 확보할 궁리를 하고 있었을 김이도.우암에게 전해 들은 김이도라는 사람은, 아직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버렸다."그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볼 수 있는 건데요?""주고받는 통화 기록, 문자, 메신저는 물론이고 운이 좋으면 삭제된 파일까지요."그 짜릿한 소식에 방울은 저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물론 휴대전화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증거가 되는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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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 '커피 온유'.이곳은 3개월 전, 화연이 야심 차게 문을 연 디저트 카페다.화연의 아버지는 식품업계에서 제법 입지를 다진 중견 식품회사를 운영 중이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랐고, 대학 졸업 후에는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했지만, 정작 화연에게 그곳의 일은 영 맞지 않았다.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퇴사를 꿈꾸던 화연은 결국 어머니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카페를 차렸다.테이블은 고작 여덟 개.규모만 놓고 보면 동네의 평범한 카페에 불과했지만, 디저트 하나만큼은 제법 입소문을 탔다. 특히 바삭하게 구워 낸 크로플과 직접 만든 크림을 곁들인 디저트가 인기였다.덕분에 매장은 작아도 주문은 끊이지 않았다.매장 손님은 물론이고 배달 주문까지 밀려들어, 한가한 오후를 기대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한 지 오래였다.화연은 오븐에서 갓 구운 크로플을 꺼내며 앞치마에 묻은 밀가루를 털었다.“아, 이것도 얼른 포장해야 하는데... 진주야, 음료 다 됐니?”"네, 사장님!"그때였다.딸랑.카페 출입문에 달린 작은 종이 울렸다.“어서 오세....”습관처럼 인사를 건네던 화연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확인한 순간, 얼굴에서 웃음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최도균, 저 개자식이 여길 왜?"장사 끝났습니다."싸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손에 들고 있던 집게를 내려놓는 동작마저 평소보다 거칠었다. 그런 화연의 모습에 아르바이트생 진주마저 당황해 행동을 멈췄다."네....?"하지만 화연은 진주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눈동자는 오직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감히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다니, 죽여버려도 시원찮을 새끼가.도균은 화연의 노골적인 적대감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희미한 미소까지 걸었다.“손님한테 너무하는 거 아닌가?”“아는 척하지 마세요. 그쪽이랑 말 섞을 생각 없으니까.”화연은 카운터에서 나와 출구 쪽으로 걸어가서는 문까지 활짝 열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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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씩씩거리던 화연은 곧장 카운터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방울에게 당장 연락해야 했다.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손가락이 뚝 멈췄다.굳이 이 사실을 알려야 할까? 이제 겨우 서우암이라는 남자를 만나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있는데, 오랫동안 짓눌려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잊어도 모자랄 이름을 굳이 다시 들려주는 게 맞는 걸까.이곳까지 찾아온 걸 보면 아직 방울의 정확한 거처를 알아내지는 못한 듯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말이다.하지만 그게 더 마음에 걸렸다.방울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건, 결국 그만큼 집요하게 뒤를 쫓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하.... 골치 아프네.”답답한 마음에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알려주자니 걱정이고, 그렇다고 모르는 척하자니 그것도 또 걱정이고.결국 휴대전화를 다시 내려놓은 화연은 한동안 카운터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당분간 방울이는 안 만나는 게 좋겠어.'적어도 최도균이 주변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칠호산도, 오피스텔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괜히 자신 때문에 평온한 일상에 금이 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그리고, 이제는 방울이 옆에 든든한 남자가 지키고 서 있으니까.***칠호산 중턱.차 한 대가 공터에 급하게 멈춰 섰고,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우암의 비서 이도였다."대표님...!"우암이 부드럽게 웃으며 손짓했다."왔어?"그 한마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도가 정신없이 달려들었다.그러고는 우암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으아아악! 대표님!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안도했고, 그 뒤로도 틈틈이 통화를 나누면서 마음을 놓으려 애썼다. 그런데도 어딘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이렇게 직접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난 건지, 이도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징그럽게 왜 이래."우암은 질색하는 듯 말하면서도 이도를 밀어내지 않았고, 이도는 울먹거리며 참아왔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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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방울은 감탄을 쏟아 내는 이도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고, 그 옆에서 우암은 이마를 짚었다."우와... 와..... 혹시 칠호산에 사는 선녀십니까?""푸하, 김 비서님 엄청 재밌으세요!"이도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은 멈출 줄을 몰랐다.게다가 도무지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 우암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김이도, 눈 안 돌려?""아! 죄송합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도가 허리를 꾸벅 숙이자, 방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편하게 대해주세요.”“아닙니다, 형수님! 제가 감히 어떻게....”방울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 비서님, 엄청 보고 싶었어요.”“예...? 저를요? 정말요?”“네. 우암 씨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거든요. 엄청 믿는 분이라고, 되게 고마운 사람이라고.”그 말에 이도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애써 참았던 감정이 다시 목까지 차오르는 듯했다."아... 대표님...""또 왜.""저, 잠깐만 울어도 되나요...?""들어가서 울어. 날도 추운데.""맞아요, 얼른 들어오세요!""그럼 실례하겠습니다!"우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방울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었다.오랜만에 만난 부하 직원과, 사랑하는 여자가 한자리에 있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꽤 마음에 들었다.집 안으로 들어선 방울은 두 사람을 식탁으로 안내한 뒤 따뜻한 차부터 내어주었다."그럼 말씀들 편히 나누세요. 저도 할 일이 좀 있어서요.""어디 가십니까, 형수님!""이도야.""그,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방울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작업실로 향했다.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편하게 대화를 나누길 바랐으니까.방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이도는 조금 전과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섰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휴대전화 하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얼마 전, 이형우의 휴대전화를 복제해 만든 것이었다."아직까지 특별한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괜찮아. 서두를 필요 없어.""업무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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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우암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자식은 내 흔적이라고는 단 하나도 남겨 놓고 싶지 않은 건가?아니면 여전히 그 지독한 의심병을 떨쳐내지 못한 건가.─아, 아직 사망신고가 안 된 상태라서요.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고, 가족분들도 미국에 계셔서 재산 관련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준영의 의심과 달리, 형우의 대답은 나름 현실적이었다.─그럼 아직 명의는 그대로겠네?─예. 현재는 법원에서 선임한 재산관리인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흠... 그래?잠시 뜸을 들이던 준영이 마침내 속내를 드러냈다.─어차피 걔네 부모님은 귀국할 생각도 없으시잖아?─그거야.... 아마도....─내가 사야겠어, 그 집.이야기를 들은 형우 역시 적지 않게 놀란 듯 한 박자 늦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 직, 직접 거주하시려고요...?─어차피 비어 있는 집이잖아.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매각 의사가 있는지부터 알아봐.─알, 알겠습니다....통화가 끊기고, 이도가 혀를 차며 핸드폰 화면을 노려보았다."저, 저 나쁜 놈... 또 주말에 사람을 불러재끼고 지랄이네."이도는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순간 우암의 머릿속에는 그간의 일들이 하나 둘 스쳐지나갔다.아티스트의 신곡 발매, 쇼케이스, 혹은 해외 출장이 있을 땐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이도와 함께였는데.이 자식은 그동안 그게 싫었구나. 돌려까는 스킬 한번 제대로구나."미안하다. 나도 그랬던 적이 꽤 많은 것 같은데."이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아? 아? 아닙니다! 대표님은 언제든지 부르셔도 됩니다! 대표님이랑 고준영이 어디 같습니까?""됐고... 상황을 빙자한 속마음 고백, 아주 잘 들었고.""아닙니다. 대표님... 정말 아닙니다. 억울합니다!"이도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우암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근데, 집까지 내어줄 순 없지.""그럼요! 말이 안 되죠. 아직 사망신고도 안 된 상태 아닙니까?""어.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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